교과교육2021 봄호 (242호)

[가정]언택트지만 커넥트되어
긍정적 상호작용 이끌기

윤지원(중평중학교, 교사)

* 제 21회 교실수업개선실천사례연구발표대회 1등급 수상작을 바탕으로 재구성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고, 말하고 싶어도 서로 말할 수 없는 한 해였다. 학생들을 사랑해서, 그들과 함께 호흡하는 교실 현장이 좋아서 이 직업을 택한 많은 선생님들께 2020년은 끈질긴 바이러스와 쏟아지는 새로운 기술과 성큼 다가온 미래 교육 등 많은 도전과 고군분투한 한 해였으리라 생각한다. 2021년에도 더욱 치열한 교실 현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필자의 수업 도전기를 다시 기록하며 선생님들과 함께 새로운 해에 보다 성장하는 교실 현장을 고민해보려 한다.

언택트(untact) 시대의 수업

딱 작년 이맘때였다. 기약 없는 기다림과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답답함 속에, 교사들은 온라인 공간에 속속들이 모였다. 새로운 시대의 수업에 필요한 기술을 집단 지성의 힘으로 찾아 나갔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열정적으로 공부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고, 가르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언젠가 시작될 ‘올해의 수업’을 만들며 필자의 수업 자료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랐고, 수많은 선생님들의 도전과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남기고 싶었기에 연구를 시작했다. 그렇게 ‘DRMATIC 수업’은 탄생했다.
수업을 디자인하며 중점에 둔 것이 있다. 수업의 ‘의미’이다. 학교 공간은 도로명 주소에서 온라인 클래스로 옮겨졌고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은 비대면으로 만나야 했으며, 이에 따라 학습 과제 제시 형태도 달라져야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바뀌어도, 우리가 수업을 왜 하는지 그 의미만큼은 바뀌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이 교육적 목표에 도달하고, 단순히 결과뿐 아니라 과정에서 흥미를 느끼고, 타인과 함께 문제를 헤쳐나가며 성장해야 한다고 믿었다.
학습자가 배움을 주도하는 방향에서 답을 찾아보았다. 학습자 주도 수업은 학생 중심 수업보다 학생이 더 ‘주도적’으로 수업을 이끄는 개념으로서, 학생이 제대로 배움을 주도하려면 교사는 훨씬 더 정교하게 교육과정을 디자인해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이 방향을 잃지 않고 교육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테니까. 학생들의 선호도를 반영한, 때로는 학생들이 제작에 참여한 학습 콘텐츠를 제시하고, 수업시간 대부분은 모둠원과의 토의 및 공유 문서작업을 통해 도출하게끔 했다. 여기에 평가 역시 학습자가 참여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그렇게 언택트(untact)지만 커넥트(connect)되어 긍정적 상호작용을 이끌 수 있는 수업을 시작했다.

학습자 맞춤형 콘텐츠, 교사와 학생을 잇다

먼저 학습 콘텐츠를 어떻게 제작할지 고민했다. 요즘 아이들은 포털 사이트보다 동영상 사이트에서 정보를 얻는 것이 익숙하고, 짧고 화려한 영상 자극에 어릴 때부터 노출되었기 때문에 하루 6〜7시간의 온라인 학습에 집중하려면 매력적인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10분 내외로 몰입할 만한 학습 콘텐츠로 강의를 재구성하기로 결심하고 학생들의 선호도를 파악하기 위한 설문을 실시했다.
설문 조사 결과 유튜브처럼 짧고, 재미있고, 화려하지만 유익하고 강의 내용이 잘 전달되는 영상을 원하는 목소리가 컸다. 이러한 의견을 종합하고, 교사가 수업에서 의도한 바를 담아 콘텐츠를 기획했다. 강의 스타일, 유튜브나 방송 패러디, 뉴스, 웹툰, 동화, 라디오 등 학습 주제와 상황에 맞게 다양한 영상 화법을 시도했다.

웹툰

「청소년의 신체 발달」 단원은 또래로서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줄거리에 어울리는 웹툰 형식으로 영상을 기획했다. 태블릿 PC로 만화를 그린 후 교사의 목소리(필요에 따라 AI 보이스 등 활용)를 입혀 동영상으로 만들었다.

강의 스타일

개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청소년의 지적 발달」과 「청소년의 생활 문제」 단원은 강의식 설명으로 구상했다. 칠판 느낌의 슬라이드에 하얀 글씨로 메모(판서)를 하며 설명하거나 교과서 파일을 활용하여 필기, 밑줄긋기 등의 효과를 덧입히면서 강의 영상을 만들었다.

스톱 모션

학습자 스스로 깨닫게 하고픈 메시지가 있는 「생명의 탄생」 단원은 구연 동화로 제작하고 싶었고, 이를 위해 스톱 모션을 활용했다. 스톱 모션은 사진을 여러 컷 촬영한 다음 어플을 이용하여 움직이는 사진 같은 동영상을 만드는 것이다. 학생들이 그린 그림 조각들을 배치하며 스톱 모션을 만들었는데, 인물 사진, 클레이 아트 등 다양한 재료로 스톱 모션을 만들 수 있었다.

유튜브 따라하기

재치 있는 재구성이 필요한 「청소년의 정서·사회성 발달」과 「긍정적 자아 정체감 형성」단원은 인기 유튜브 영상을 패러디했다. 해당 채널의 특징을 파악하여 스토리보드 및 대본 작성에 반영하였는데, ‘워크맨’ 채널의 경우 빠른 컷 편집, 극한 직업을 리뷰한다는 설정 등을 참고하였고, ‘언박싱’은 택배로 온 상자를 구독자와 함께 개봉하고 하나하나 보여주며 설명하는 설정으로 강의 콘텐츠를 구성하였다.

예능 방송 패러디

「청소년의 성적 발달」 단원은 학생들이 선호하는 예능 방송의 설정을 참고했다. 이 단원은 인터뷰와 퀴즈로 성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청소년의 고민과 오해를 풀어나가기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유 퀴즈! 온 더 블록’은 길거리에서 만난 시민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청소년 시민을 만난다는 설정을 하였고, 교사가 진행자와 청소년 시민을 1인 2역으로 연기하였다. 코로나로 외출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수업 영상에서라도 대리만족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에 학교 주변, 방송에 나왔던 공원 등을 배경으로 하여 촬영하려고 의도하였다.

시사 방송·뉴스 패러디

이 영상 화법은 자칫 딱딱한 느낌이 나 흥미가 떨어질 수 있지만, 문제 제기나 사건 고발이 어울리는 학습 주제에 사용하면 좋겠다고 판단하여 「청소년의 이성 교제」와 「바람직한 성 가치관의 형성」 단원에서 활용했다. 그 동안 수업에서 모둠 발표 시 <그것이 알고 싶다>를 따라 하는 학생들이 종종 있었기 때문에 학생들이 재밌어 하는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자처럼 패러디해 보았다.

라디오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가질법 한 친구 관련 고민과 해결책을 엮어서 제시한 「청소년의 친구 관계」 단원은 라디오 설정을 도입했다. 슬라이드에 학생 고민 사연을 편지처럼, 디제이(DJ)의 멘트를 대본처럼 화면에 띄워 녹음하고, 라디오 소리의 느낌을 주기 위하여 편집 프로그램으로 효과를 넣었다. 때로는 학습 콘텐츠 제작에 학생들이 참여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어떤 궁금증이 있을지 궁금했고, 학생들에게 매력적인 학습 콘텐츠를 만들려면 아무래도 학생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 제일 정확하리라 판단했기에 가정 선생님과 함께 콘텐츠를 제작할 대표 학생들을 10명 정도 모집했다. 이 학생들과 함께 콘텐츠 아이디어 회의도 하고, 그림을 그리거나 목소리 연기 등으로 영상 제작에 참여할 기회도 주었다. 학생들의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을 생활기록부에 기록하고자 동아리도 개설하여 운영하였다.

<동아리 구글클래스룸>

학생들은 친구들이 영상 속에서 등장하거나 영상 제작에 참여했다는 사실에 감동하면서 더 열심히 학습해야겠다고 느꼈고, 반응이 가장 폭발적이었던 강의도 바로 이렇게 제작한 세 가지 콘텐츠였다.

강의를 보며 선생님과 친구들의 노력이 얼마나 들어갔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깨달았고, 열심히 준비해주신 만큼 열심히 수업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함께 만든 수업의 학생 성찰 일기 중에서
<등교 시 제작 활동>

콘텐츠 학습 후에는 ‘자기주도 서술 평가’의 단계가 이어진다. 자기주도 서술 평가란 콘텐츠 학습 후 작성한 답변을 수업 마무리 단계에서 스스로 채점해보며 개념을 다지고, 채점 기준에 맞춰서 글을 쓰는 연습을 하는 평가 방법이다. 향후 서·논술형 평가 비중의 확대에 발맞추어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서술 형태로 답변을 구상하는 힘을 길러주고 싶어 고안하였다. 글쓰기는 퇴고하는 과정에서 더 성장한다고 생각하기에 학생들이 자신이 서술한 답변을 채점하는 과정을 거치면 좋겠다 싶어서 만든 평가이다. 평가를 계획할 때 고려사항은 ‘오늘 학습과 관련이 깊은 핵심을 묻는가’와 ‘학생이 스스로 채점할 수 있는 친절한 평가 기준을 제시하였는가’이다. 채점은 처음에는 교사가 하다가, 점차 방법을 익히면 학생들에게 주도권을 넘겨주었다.

<자기 주도 서술 평가의 예시>

여기까지가 DRAMATIC 수업의 전반부이다. 학습자 맞춤형 콘텐츠를 제작하여 수업에 활용한 것에 대해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온라인 학습에 사용된 영상 유형 중 교사가 제작한 스토리텔링 콘텐츠가 가장 공부에 도움이 되었다는 응답이 75%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다음은 사후 설문에서 학생 응답을 발췌한 것이다.

  • 스토링텔링을 통한 보다 쉬운 설명으로 학생들의 이해를 돕고, 즐겁지만 유익한 영상들을 통해 호기심을 자극하고 집력중을 높여주었다.
  • 선생님이 만드셔서 그런지 다른 형식의 강의보다 이해가 더 쉽고 빠르게 되었다.
  • 제일 먼저 재미있었다. 재미있으면 한 번이라도 더 보게 되고 집중하게 된다.
  • 우리가 배우는 것을 재미있는 콘텐츠로 패러디하여 스토리텔링한 것이 재미있고 이해하기도 쉬웠다.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었다. 물리적인 시간 부족과 영상 편집 기술의 어려움이다. 특히 상황극 형태의 학습 콘텐츠의 경우 10분 내외의 영상 제작을 위해 기획, 스토리보드 작성, 촬영 및 편집까지 약 2주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교사는 강의 영상만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수업 속 활동도 계획하고 진행하며, 수업 후 채점 및 학생 활동에 대한 피드백도 남겨야 하기 때문에 물리적인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따라서 교수 환경과 학습 주제에 따라 일부 단원에서만 스토리텔링된 학습 콘텐츠 제작을 택할 수 있었다.
장기적으로는 방송 기술 전문가와 학습 콘텐츠를 같이 만들 수 있기를 희망한다. 학생들의 폭발적인 반응 덕분에 여러 형태의 콘텐츠를 즐겁게 제작하였지만, 사실 이 모든 것을 혼자 만든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번아웃(burn out)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리라. 방송국이나 요즘 인기 직업인 크리에이터도 작가와 PD, 스태프 등 여러 전문가들과 협업을 한다. 콘텐츠 제작이 수업을 삼켜버리지 않게, 교사로서 교육과정 디자인에 오롯이 힘 쏟을 수 있는 기술적 환경이 도래하길 바란다.

온라인 협동 활동, 마음과 마음을 잇다

DRAMATIC 수업의 후반부는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협동 학습이다. 학습자가 고독함에 지치지 않고 배움을 주도하기 위해 교사와 학생 간, 학생과 학생 간 상호작용을 통해 도전적인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 했다. 만나지 않아도, 말할 수 없어도 랜선으로 연결되어 협동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채팅 토의와 공유 문서 작업을 도입했다.
SNS로 소통하는 것이 익숙한 아이들이라 문자 채팅으로 토의를 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했지만 별도의 채팅 어플을 사용하면 시선이 분산될 것 같아서 협동 활동 결과물을 완성하는 문서의 1쪽을 오른쪽 그림처럼 채팅하는 표로 꾸몄다. 공유 문서로 협업하면 다른 사용자가 작성하는 글이 실시간으로 보이는 것에서 착안한 채팅 방법이다. 처음에는 생소해했지만 5분만 해보면 학생들이 모두 방법을 이해하고 규칙도 잘 지켰다. 이 방법은 인터넷망과 개인별 스마트 기기가 갖추어진 교실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협동 활동의 아이디어는 딱지치기나 보물찾기를 비롯한 놀이, 그림이나 설명이 담긴 카드, SNS 챌린지나 시무◯ 조와 같은 유행 등 다양한 곳에서 얻을 수 있다. ‘온라인’ 협동 활동이기 때문에 결과물을 공동 공유 문서 작업으로 만들 수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였다. 교실에서는 색칠도 하고 입체적으로 만드는 등 다양한 구현이 가능하지만, 온라인 상에서는 하얀 종이와 같은 화면 속에서 결과물을 만들어야 했다. 따라서 카드, 안내서, 자격증, SNS 게시글이나 퍼즐 등을 완성하는 협동 과제를 구상하였으며, 학습 주제에 따라 영상 제작과 퀴즈 경쟁 플랫폼도 활용하였다.

<온라인 협동 활동 모습>

카드 만들기

카드 만들기는 학습 주제가 무언가를 획득하거나 양면 대비가 필요할 때 활용했다. 「청소년의 지적 발달」 단원에서 청소년기에 발달하는 고차원적인 사고력을 ‘능력치 카드’로 표현하였고, 「청소년의 성적 발달」 단원에서는 자신의 몸을 소중하게 여기길 바라는 마음에 보물찾기 놀이로 상황을 설정하였다. 「청소년의 정서·사회성 발달」 단원은 청소년기 불안정한 정서를 확 뒤집어버린다는 의미로 딱지의 앞면과 뒷면에 채워야 하는 과제를 제시했다.

특정 형식의 문서 제작

모둠의 주장을 펼치고 의견을 합의해야 할 때, 또는 설명이 필요한 학습 주제의 경우 특정 형식의 문서를 제작하게 하였다. 「청소년의 신체 발달」 단원은 청소년이 건강한 신체상을 가지며 발달하기 위해 나, 가족, 사회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YES or NO!’로 정리하고, 「청소년의 이성 교제」 단원은 바람직한 청소년의 이성 교제 모습을 마침 유행하고 있었던 ‘시무 8조’로 표현하였다. 「긍정적 자아 정체감 형성」에서는 앞으로 청소년기 동안 자아를 찾아갈 이들에게 나침반이 될 ‘자아 탐색 안내서’를 제작했고, 「생명의 탄생」 단원에서는 부모가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을 담은 ‘부모자격증’을 발급하는 활동을 하였다.

사진, 그림, 영상으로 표현

다짐이나 홍보 캠페인이 적합한 학습 주제의 경우 사진, 그림, 영상으로 표현하는 활동을 구상했다. 「청소년의 친구 관계」 단원에서 좋은 친구 관계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 먼저 좋은 친구가 되겠다는 다짐을 SNS 챌린지 게시글 형태로 만들었다. 「바람직한 성 가치관의 형성」에서는 남녀는 함께 협력하며 살아가는 관계라는 의미에서 서로 다른 조각을 맞추는 그림 퍼즐을 의도하였고, 모둠원이 각자 그림을 나누어 그려 합치도록 하였다. 「청소년의 생활 문제」 단원은 생활 문제를 제대로 알고 예방하자는 홍보 영상을 제작하였는데, 주제에 따라 모둠별로 대본은 함께 작성하되 촬영과 편집은 각자 분량을 나누어 맡아 최종적으로 하나의 영상으로 연결하도록 하였다.

평가 및 활용

결코 쉬운 여정은 아니었기에 차근차근 활동 방법을 심화시켰다. 교사도 학생도 모두 처음 해보는 공유 문서 작업인지라 매 수업 시간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기회로 다가왔다. 처음에는 문서 속 채팅으로 토의해서 의견을 정리해보고, 다음에는 사진을 검색해서 삽입해보고, 글과 그림을 조화롭게 배치해보았다. 직접 사진 을 찍어 문서 속에 삽입해본 다음, 자신이 그린 그림을 사진으로 찍어 문서 속에 넣는 과제, 이후 영상 제작 과제를 제시했다. 교사도 아이들도 ‘좀 익숙해졌다’ 싶었을 때는 한 달쯤, ‘이제 척척 잘하네’라는 생각은 한 학기 가량 지나서 였다.
평가는 학습의 과정으로서, 그리고 학생의 성장과 수업의 개선에 활용되도록 계획하였다. 먼저 교사의 피드백이다. 학생들의 활동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면서 채팅을 통해 끊임없이 학습에 도움을 주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부여했다. 수업이 종료된 후에는 학생이 학습 과정에서 보인 특성과 성장 정도, 채점 기준표에 따른 결과물의 완성도 등을 판단하여 비공개 댓글 기능을 활용하여 기록하였다.

동료 평가도 마련하였다. 친구의 학습 결과물을 보고 잘한 점과 배울 점을 찾는 과정을 통해 긍정적인 자극을 가질 수 있고, 또래의 인정을 통해 자기 효능감이 향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기 초에는 교사가 선정한 모둠 활동 우수 사례 함께 보기부터 시작하여, 친구들의 결과물을 훑어보고 배울 점을 찾는 과제 수행을 거쳐, 최종적으로 함께 발표를 지켜볼 수 있는 수업에서 동료 평가를 실시하였다.
또한 수행 결과에 재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온라인 수업에서 채점과 피드백을 완료하였지만, 이후 반영하여 오프라인 교실에서 보완하여 제출한 학습 활동으로 최종 평가를 실시하였다.

수업 마무리 단계에서는 ‘성찰일기’라는 자기 평가를 실시하였는데, 강의 영상이 학습에 어떻게 도움이 되었는지, 수업 후 변화와 모둠 활동 후 느낀 점 등을 자유롭게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학습을 단단하게 다져나갔다. 교사로서 성찰일기를 읽는 시간을 늘 기다리는데, 긍정적인 후기가 가득할 때 가장 보람차다. 물론 학생의 수업 이해도를 파악하고 다음 수업 계획에 반영할 정보들도 표시해둔다.

마음과 마음을 연결한 온라인 협동 활동의 효과는 ‘수업 시간 전부터 학생들이 가정 수업을 기다리는’ 모습에서 느낄 수 있었고, 사후 설문 결과 90%의 학생이 학습에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했다. 학생 의견은 다음과 같다.

★ 코로나로 인해서 애들이랑 말할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가정 모둠 활동에서 친구들과 소통하며 함께 과제를 해서 너무너무 좋았고, 그 덕분에 애들이랑 조금 더 친해진 것 같다. 처음에 온라인 수업을 한다고 했을 때 수업에 집중이 안 되고 학습 활동이 안 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집중도 너무너무 잘 되고 학습 활동에 도움이 많이 되어서 좋았다.

1년 동안 가정 수업을 하면서 자신에게 가장 달라진 점이나 성장했다고 느끼는 점에 대한 설문에 학생들은 이렇게 응답했다.

★ 내 자신을 더 소중히 하게 되었다.
★ 친구들과 협동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서술형을 쓸 때 좀 더 고민하여 정확하게 쓰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여러 갈래로 생각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 예전보다 인간관계에 신경을 더 쓰게 되었다. 그리고 많은 생활지식을 얻고 올바르게 살아가자는 마음가짐 또한 더 커졌다. 나에게 이로운 발전을 시켜주고 성장을 도와준 가정 수업이 참 즐겁다.

작년의 수업을 되돌아보며 올해의 수업에서는 이렇게 발전시키고 싶다. 먼저 학생들에게 발표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이다. 온라인 수업에 차근차근 적응시키느라 여름이 되어서야 학생 발표를 시도할 수 있었는데, 화상 수업 도구에서든 교실에서든 새삼 수줍어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협동 학습의 태도뿐만 아니라 자신 있는 발표력 역시 1년의 긴 호흡으로 다듬어나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슷한 맥락에서 화상 수업 도구 역시 첫 시간부터 도입할 계획이다. 여러 상황을 우려하여 처음에는 화상 수업 도구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온라인으로 발표를 하거나, 영상제 작과 같이 도전적인 학습 주제의 경우 화상 채팅이 필요했다. 7월부터 서서히 구글 미트를 활용하기 시작했지만, 학생들로부터 카메라와 마이크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발언을 이끌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연습과 적응을 하는 것이 필요해 보였다.
2020년, 그 어떤 어려움이 우리를 막아도 교육은 멈출 수 없었고, 우리는 멈추지 않았다. 2021년은 어떤 한 해가 펼쳐질지 아직 두렵지만 영화 ‘인터스텔라’의 명대사로 가르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워 본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