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교육2024 여름호(255호)

[고등학교 인공지능 활용 수업]
인공지능과 함께
성장하는 수학수업

박준열 (건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 교사)

ChatGPT로부터 발발한 인공지능이라는 화두가 교육에 들어온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인공지능은 이미 사회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고 또 변화시키고 있다. 단순히 번졌다가 사그라지는 유행이 아니라 이제는 우리 삶과 함께할 수 있는 동반자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이제는 인공지능을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성장을 함께할 수 있는 학습의 동반자로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대부분의 인공지능이 언어기반이기에 다른 교과에 비해 크게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수학 수업이지만 몇가지 수업 사례들을 통해 그 가능성을 엿보고자 한다.

1. 인공지능 활용으로 실천한 ‘질문이 있는 수업’

인공지능이 도입되면 교사가 지금까지 해오던 수업을 송두리째 바꾸어야 할까? 대부분의 교사들은 이미 오랜 기간에 걸쳐 검증한 충분히 좋은 수업을 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이런 수업을 크게 변화시킨다면 교육의 효과 측면에서 그 위험성도 클 뿐더러 교사조차도 준비되지 않은 수업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기존의 수업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대신 수학 수업 시간에 결핍된 존재 중 하나인 ‘질문’에서 그 해답을 찾기로 했다. 수학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교과 수업에서 고등학생들은 참 질문을 하지 않는다. 왠지 수업을 방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자신의 무지를 공공연하게 밝히는 것이 영 내키지 않기도 하고, 혹시 선생님이 나를 모자란 학생으로 볼까봐 두렵기도 하다. 아니라고, 질문이 곧 여러분들을 성장시킨다고 백번, 천 번을 이야기해도 이 문화는 바뀌지 않는다. 문화가 바뀌질 않으니 방법을 바꾸어보면 어떨까? 여기 가끔 엉뚱한 소리를 하지만 매우 똑똑하고, 언제든 몇 번이고 질문하더라도 지치거나 나를 판단하지 않는 존재가 있다. 바로 인공지능 챗봇이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선의 방정식’ 5차시 수업 중 2, 3차시에 해당하는 ‘두 직선의 평행과 수직’을 가르치면서 수업시간 50분 중 40분은 수업을 들으며 인공지능 챗봇에게 질문하게 했고 10분간은 자신의 대화내용을 정리하여 제출하도록 했다.

그래도 질문을 안 할까봐 최소 질문 개수를 정해주고 구글 클래스룸을 활용하여 대화 내용을 복사 또는 캡처해서 제출하게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몇몇 학생들에게 물어보았다.

학생들이 인공지능 챗봇과 나눈 대화들을 살펴보면서 두 가지를 알 수 있었다. 하나는 학생들이 생각보다 이해하지 못하는 수업 내용이 많다는 것이었다. 인공지능 챗봇에게 고스란히 해당 내용을 모른다고 질문했고, 교사보다 친절하고 상세하게 수업의 내용을 가르쳐 주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학생들이 추가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었다. 추가질문은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의욕을 드러낸다.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인공지능은 학생의 추가 질문 이유에 꽤나 들어맞는 답변을 이어갔다. 학생들의 학습의지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보이지 않는 보조교사들이 학생 수만큼 존재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학생들이 생각보다 질문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간 질문을 해본 경험도 적을뿐더러 인공지능 챗봇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이 차후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인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질문을 잘 하는 방법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 챗봇과의 대화에서 본인이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한 학생과 온라인으로 1:1대화를 하며 왜 인공지능 챗봇이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는지를 설명해주었더니 자신의 질문을 개선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우리 학생들에게 제대로 질문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 후 학생들과 인공지능 챗봇의 대화 내용을 확인하였다. 대화 속에서 자신이 모르던 것을 알게 되었다면 성취기준 및 성취수준 측면에서 발전과 달성을 이뤄냈음을 기록해주었고 단원과 관련하여 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한 학생들이나 유의미한 질문을 한 학생들, 문항 해결에 도움을 받은 학생들은 문제해결, 태도 및 실천, 창의 융합 등 수학과 교과역량과 관련된 내용을 기록해주었다.

2. 챗봇으로 수학 문항 만들기 수업

인공지능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간의 역할을 완벽히 대체하기에는 부족함이 크다. 개인적으로 인공지능 챗봇과 대화하고 학생들과의 대화 내용을 살피면서 이러한 부분들을 여실히 발견할 수 있었다. 수학에서는 역시 아직 인공지능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는 대신, 이것을 교육적으로 이용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 고민했다. ‘다항식의 연산’ 단원과 ‘여러 가지 방정식’ 단원에서 활동을 구성하여 시도해보기로 하였다.

인공지능도 결국에는 인간이 학습시켜 현재에 이르렀고 인간에 의해 그 부족함이 수정, 보완되고 있다. 그러면 우리 학생들도 그러한 역할을 시켜볼 수 있지 않을까? ‘여러 가지 방정식’ 단원에서는 인수분해를 하기 위해 3차, 4차 방정식을 살펴보고 인수분해 가능성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교과서에서 잘 짜여진 방정식을 판단하는 것도 좋겠지만 학생들에게 인공지능 챗봇을 통해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문항을 생성하도록 주문했다. 그리고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그 문항이 실제로 해당 조건을 만족하는지를 검증하도록 했다. 인공지능 챗봇이 혹시나 단 한 번도 틀리지 않고 완벽한 문항을 만들어주면 어떻게 하나 고민했지만 다행히도(?) 인공지능 챗봇은 높은 확률로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는 문항들을 만들어냈다. 만들어진 문항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면 만든 이의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지만 인공지능 챗봇의 경우, 상대의 기분을 고려할 필요가 없을뿐더러 인공지능의 부족함을 발견한다는 사실에 학생들이 높은 흥미를 느끼며 활동을 수행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올바른 문항을 만들었다고 결론지으면서 재미를 느끼기도 했다.

틀린 문항을 만든 인공지능 챗봇에게 학생들은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다시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며 답변이 개선되어 가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인공지능 모델의 개선에 참여하는 경험을 할 수도 있었고 자신이 학습한 내용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도 있었다. 미국의 행동과학연구소(NTL)의 학습 효율성 피라미드를 살펴보면 ‘서로 설명하기’가 가장 높은 효율성을 보이는데 이 활동이 그에 준하는 학습활동이라 할 수 있었다.

3. ‘수학 수업 산출물 제작’을 돕는 인공지능

인공지능 도구들이 새롭게 개발되고 또 그 활용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인공지능 도구들을 통해 창작할 수 있는 산출물의 폭도 늘었다. 훨씬 더 적은 시간과 비용, 노력을 들여 그 결과가 비슷하거나 기존의 것을 상회하는 산출물들을 인공지능 도구들을 통해 만들어 낼 수 있다.

먼저 ‘릴리스AI’는 유튜브 주소만 넣으면 인공지능이 해당 영상을 빠른 시간 안에 텍스트로 요약해주고, 영상의 발췌독도 가능해진다. 수학 수업에서는 교과서에 있는 탐구과제를 선정하고 유튜브에서 관련 영상들을 요약한 내용을 살펴보며 프로젝트 발표에 활용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기존 수업이 학생들에게 영상을 볼 시간을 제공하거나 가정에서 영상을 보고 오라고 해야 했던 반면에, 릴리스AI를 활용한 수업에서는 여러 개의 영상도 실제로 시청한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교사에게도 ‘릴리스AI’는 긴 유튜브 영상 속에서 학생들에게 보여줄 부분만 찾도록 해주는 매우 유용한 도구이다. 수학Ⅱ 교과목 중 ‘미분계수와 도함수’ 부분을 수업하며 1차시 도입 단계에서 미분의 유용성을 알리고 학생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여러 가지 영상을 ‘릴리스AI’의 ‘타임스탬프’ 기능을 활용하여 손쉽게 찾아 보았다. 또한 같은 단원의 4차시 미분 관련 프로젝트 활동에서 ‘릴리스AI’의 기능을 소개했다. 이를 통해 프로젝트의 시간은 단축되었으며 내용은 더욱 풍성해진 것을 확인했다.

‘투닝’은 미리캔버스, 캔바, 망고보드와 같은 온라인 디자인 플랫폼이다. 다만, 도구를 잘 다루지 못하는 학생들에게는 이런 좋은 도구가 주어져도 산출물을 제작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때, 투닝에 탑재된 ‘문장으로 툰 생성’ 기능이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장면에 대한 텍스트 묘사만으로도 인공지능이 장면을 만들어 준다. 고등학교 1학년 수학 교과목의 ‘순열’ 단원의 2차시 수업에서 교과서의 문제상황을실제로 나열해보는 수업을 진행하였고 투닝으로 산출물을 제작하도록 주문하였다.

산출물을 살펴보면 인공지능이 이 둘의 격차를 상당히 완화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인공지능은 일단 다룰 수 있게만 된다면 학생들의 수행 결과와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최근 인공지능이 각광 받고 있고 신기술이다 보니 어린 학생들에게 친숙할 것을 기대할 수 있지만 실제로 학생들은 인공지능은 커녕 스마트 디바이스, 소프트웨어를 잘 다루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매번 사용법을 알려주고 설명을 해주다 보면 정작 수업할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하면서 사용하기 좋은 도구들을 선정, 학생용 에듀테크 사용 안내서를 제작해 배포하였다. 와이파이를 연결하거나 학교에서 제공하는 계정의 형식도 까먹거나 여러 번 알려줘야 할 필요가 없어서 편리했다.

4. 인공지능 활용 학생맞춤형 학습

교육에서 인공지능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개인별 맞춤형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서울특별시교육청 소속 교원 및 학생이라면 학교급과 교과에 따라 다양한 인공지능 코스웨어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수학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의 경우 이러한 코스웨어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인공지능은 학생의 수준에서 적절하게 도전할 만한 문항들을 추천해준다. EBS의 DANCHOO의 경우 틀린 문항에 대한 해설 동영상을 제공해 줌으로써 교사가 따로 문항에 대한 설명을 해주지 않더라도 자기주도적으로 해당문항을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한다.

1. 마타수학: 아쉽게도 마타수학 무료 서비스는 작년까지로 종료되었다. 이를 대체할 새로운 서비스가 지원되기를 기대한다.

교사에게는 많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개인별 맞춤형 수업을 구상할 때 아주 큰 힘이 되는데, 먼저 채점에 대한 시간과 노력이 상당히 감소한다. 가르치는 수많은 학생의 틀린 문항을 직접 분석하고 그에 맞는 문제를 고민하여 개개인에게 맞는 문제지를 만들어주는 피드백을 한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될까? 인공지능 코스웨어는 이러한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한다.

실제 수업에서도 각 중단원 마지막 차시에서 학생들에게 형성평가로서 문항들을 제공했으며 앱을 통해 그 결과를 수합할 수 있었다. 학생들은 해설과 교과서를 참고하여 틀린 문항들의 오개념을 바로잡았고, 그 문항들과 관련된 쌍둥이 문항을 제공받았다. 여기서 개선이 이루어진 학생들의 경우에는 학교생활기록부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해당 성취수준이 자기주도적 학습을 통해 성장하였음을 기록해주었다. 성취도가 낮은 학생도 개선만 하면 학교생활기록부에 내용을 기재해주니 풍부한 기록을 할 수 있었다.

5. 인공지능의 성장과 함께 수업도 성장을

인공지능의 교육 분야 적용은 학생들에게 새로운 학습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인공지능 챗봇과의 대화를 통한 질문 장려부터, 인공지능의 오류를 통한 문제 해결 학습, 창의적인 산출물 생성 지원, 그리고 맞춤형 학습 코스웨어 활용까지, 인공지능은 다양한 방법으로 학습 과정에 통합될 수 있다. 학생들은 인공지능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더 활발히 질문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며, 창작 활동에 참여하고, 자신의 학습 속도와 수준에 맞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은 학생들이 미래 사회에 필요한 비판적 사고, 문제 해결 능력, 창의성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준다. 물론, 인공지능을 교육에 통합하는 과정에서는 고려해야 할 다양한 부분들도 존재한다. 인공지능 도구의 효과적인 사용법을 학습하고, 교육 콘텐츠의 질을 보장하며, 학생들의 개인 정보 보호를 확실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사례들을 비롯한 최근의 인공지능 활용 수업 사례들을 살펴보면 인공지능이 학생들의 학습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고, 교사들의 교육 방법을 혁신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도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과 함께, 우리의 교육 방식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발전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잘 활용한다면, 더 효과적이고 개인화된 교육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모든 학생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