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흥수(서울특별시교육청 민주시민생활교육과, 장학사)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진정한 회복이다
“회복의 마지막은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화 ‘당신의 사월’에 나오는 대사이다.
우리 주변에 여러 가지 이유로 몸과 마음의 상처를 받는 이들에게 서두의 한 문장은 진정한 회복이 무엇 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학교는 학생들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
학교는 학생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행복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때문에 학교폭력이 발생하기 전 갈등 조정을 통해 예방해야 하고, 학교폭력이 발생하더라도 학생들의 정상적인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교육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인식 공유와 함께 지원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만은 않다. 다음은 A 초등학교 교사의 고민이다.
• 학교폭력 사안처리를 하면서 고민이 깊어간다. 생활교육을 통해 지도할 수 있는 학생 간 갈등 상황도 학교폭력으로 신고되면 사안접수, 사안조사, 전담기구 회의 등 법적 절차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피해학생을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조치하고, 피해사실을 조사하고, 가해학생과 서로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은 조사에 조사를 거듭하며 사실 확인을 하고 있다. 때로는 서로 간의 신뢰마저 무너지는 느낌이다. 피해학생도 가해학생도 모두 나의 학생들인데, 사안처리를 하다 보면 때론 교사로서 나의 정체성이 흔들린다. 일의 보람도 없다.
• ‘진정한 생활교육이란 무엇이지?’, ‘또 생활교육부장인 나의 역할은 학교폭력 사안처리인데, 절차대로 사안을 처리하는 것만 유일한 방법인가?’ 하는 회의가 든다. 학교폭력에 대한 교육적인 해결 방법은 없을까? 이 일을 하면서 내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학교폭력 사안처리 절차의 현실
현재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은 피해학생의 보호, 가해학생의 선도·교육 등을 통하여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학생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2004년 학교폭력예방법이 제정된 이후 20여 차례의 개정을 거치며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사안을 처리하도록 제도화되어 있다. 학교폭력 사안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사안처리 과정에서 피해학생 보호와 사안 축소·은폐 오해 방지 등을 위해 가·피해학생 분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학교폭력 당사자 간 소통 부재로 인해 오해와 추측이 난무하게 되기도 한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공감보다는 적대적 감정이 커지고, 당사자 간의 첨예한 갈등으로 인해 감정싸움으로 확산되기도 한다. 결국 엄벌을 강조하며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결정이 내려지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일상회복을 도와주기 위한 서울특별시교육청의 노력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는 학교폭력 예방 및 사안처리 과정에서 몸과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으며, 특히 학교폭력 당사자 간의 관계회복을 통해 다시 원래 있던 그곳,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관계회복 조정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관계회복 조정활동은 학교폭력으로부터 긍정의 학교 문화 조성을 위해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사업이다. 그래서 이 활동은 학교폭력으로 마음의 상처를 받은 우리 학생들이 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의문과 아픔을 치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의 관계회복 조정활동 지원 사업에 대해 교사 입장에서 Q&A 형식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Q1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말하는 관계회복이란 무엇인가요?
A1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관계회복 조정활동 사업에서 말하는 관계회복이란 두 명 이상의 관련 대상자들이 발생 상황에 대하여 이해, 소통, 대화 등을 통해 원래 상태 또는 일상생활로 돌아가도록 최선의 상태를 되찾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을 말합니다.
Q2 학교폭력 사안이 접수되면 사안 축소·은폐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섣부르게 관련 학생 간 화해를 종용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었는데요. 관계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을 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요?
A2 과거 학교폭력 민감도가 부족하였을 때, 피해학생이나 목격 학생의 학교폭력 사안 신고에 대해 학교 폭력 접수를 하지 않고 관련 학생을 한자리에 모아두어 화해하게 하는 등의 지도 방식은 사안 축소· 은폐의 오해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2020.3.1.자 개정 학교폭력예방법 및 동법 시행령(제14조의3)에서는 학교폭력 사안을 접수하고 사안처리 모든 과정에서 관계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을 적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고,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는 2021년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에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근거를 추가로 반영하였습니다. 학교폭력 사안과 관련하여 관계회복 프로그 램을 추천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근거]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 제14조(학교의 장의 자체해결)
③ 학교의 장은 법 제13조의2제1항에 따라 학교폭력사건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경우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에 학교폭력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에는 피해학생ㆍ가해학생 및 그 보호자 간의 관계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근거] 2021학년도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 안내 내용(p33)
※ 전담기구 심의결과 자체해결 요건에 모두 해당하더라도 피해학생 및 그 보호자가 심의위원회 개최를 요구하는 경우, 반드시 심의위원회 개최를 요청함
※ 사안 처리의 전 과정에서 필요 시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으며, 학교는 학교폭력 관련학생 및 보호자에게 관계회복 프로그램에 대해 안내할 수 있음
Q3 법적 근거에 의해 운영할 수 있군요. 그렇다 해도 관계회복의 개념을 관련 학생과 보호자에게 오 해 없이 설명하고 참여시켜야 할 텐데요, 학교에서는 관계회복 프로그램 운영 경험이 없어서 막막합니다. 학교에서도 운영할 수 있나요? 꼭 외부 전문가를 통해서만 실시할 수 있나요?
A3 학교 내에서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하실 수 있습니다. ‘관계회복’이라는 개념이 어렵게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관계회복 프로그램 운영의 가장 이상적인 모델은 학교 내에서 학생의 상황을 인지하고, 이해하는 교사가 상황에 따라 직접 개입하는 것입니다. 알고 보면 이전부터 선생님들께서 운영하였던 상담이나 교육활동을 조금 발전시킨 형태이므로 학교에서 선생님들 누구나 예시 자료를 바탕으로 운영하실 수 있습니다. 관계회복과 관련된 연수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시길 권해드립니다.
Q4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무엇을 해야 하나요?
A4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관련 학생, 보호자 동의가 필요합니다. 관계회복 프로그램은 학교폭력 사안 관련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며, 사전 개별 면담을 통해 양측 학생 및 보호자의 준비와 동의가 있을 때 적용 가능합니다.
Q5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직접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적용해보고 싶습니다. 교육청에서 연수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나요?
A5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는 학교 내 관계회복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하기 위해 교사 대상 관계회복 조정 가 양성 연수를 단계적으로 운영하고자 계획 중에 있습니다. 관계회복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와 실제 사례 공유, 실습 과정을 통해 단위학교 교사가 교육활동 중 관계회복 프로그램 운영 역량을 갖추기위해 지원할 계획입니다. 자세한 계획은 추후 교육지원청을 통해 연수 계획이 안내될 예정입니다.
Q6 학교폭력 관련 학생들에게 모두 동의를 받았습니다. 관계회복 조정 신청은 어떻게 하면 되나요? 진행 절차도 알고 싶습니다.
A6 교육지원청 학교통합지원센터에 공문으로 신청하시면 됩니다. 학교폭력 사안의 종류나 심각성 등 학교 자체적으로 관계회복이 어렵다고 판단될 때는, 서울특별시교육청 11개 교육지원청별로 관계회복 조정기구를 운영하므로 학교통합지원센터에 요청할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관계회복 조정 신청 시 학교통합지원센터에서는 학교와 관계회복 조정가를 연계해줍니다. 관련 학생들의 동의하에 관계회복 조정기구 내 조정가가 관련 학생들과 연락하여 관계회복 프로그램 을 운영하게 됩니다. 관계회복 조정가는 2인 1조로 활동하며, 학교 또는 사전 협의된 장소로 방문하게 됩니다. 학교폭력 사안에 따라 프로그램 운영 횟수는 결정되며, 관계회복 조정가 활동수당은 학교통합지원센터에서 지급합니다. 세부적인 운영 절차는 학교로 안내된 「2021학년도 관계회복 조정 활동 운영 계획」을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Q7 학교폭력과 관련하여 관계회복을 통해 생활교육을 하고 싶습니다. 관계회복 조정 신청은 언제 할 수 있나요?
A7 관계회복 프로그램은 관련 학생들의 동의를 받고 학교폭력 사안처리 모든 과정에서 적용 가능합니다. 학생 간 학교폭력 발생 징후나 갈등이 감지된다면, 학교폭력 사안 발생 전에도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적용하여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Q8 관계회복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학교장 자체해결을 할 수 있을까요?
A8 학교장 자체해결의 결정은 관계회복 조정과는 별개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학교장 자체해결은 피해학생 및 그 보호자가 심의위원회 개최를 원하지 않고, 자체해결 네 가지 조건에 모두 해당할 때 가능합니다. 단, 학교장 자체해결을 위한 객관적 조건이 충족된 경우 관계회복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학교장 자체해결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으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진행 과정에서도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별 적용 기준 중 ‘반성 정도’와 ‘화해의 정도’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을 대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
인간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갈등과 분쟁, 다툼이 연속되는 삶을 살고 있다. 학교는 미리 경험해보는 작은 사회이다. 학교라는 작은 사회 속에서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학교폭력 사안 중에서도 강력한 조치 결정과 사후지도가 필요한 때도 있지만, 당사자 간 갈등 해결을 통해 학교폭력 상황이 의미 있는 교육활동의 가치를 담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마음의 상처를 받는 이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마음의 상처가 오랜 아픔으로 남지 않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관계 회복 프로그램이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은 학교폭력과 관련하여 몸과 마음의 상처를 받은 모든 이들이 진심 어린 사과와 화해, 자발적 책임의 기회 제공을 통해 일상으로의 회복을 위한 관계회복 조정활동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참고문헌
서울특별시교육청 민주시민생활교육과(2021) 학교폭력·생활교육 업무 담당자를 위한 자료집(알아두면 쓸모있고 소소해 보이지만 중요한 것들) 교육부(2021)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