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2022 가을호(248호)

교복입은 예술가,
예술을 품은 용산고

강지수(용산고등학교, 교사)

최근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등장한 스마트폰과 다양한 영상 플랫폼은 우리가 언제 어디서나 쉽게 영상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1인 미디어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은 영상을 소비하는 것뿐만 아니라 생산하고 때로는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영상을 제작한다는 것은 모두가 협력하는 종합예술로서 학생들이 많은 의미와 가치를 배울 수 있는 중요한 활동이다.

1.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운영하는 협력종합예술활동

협력종합예술활동(교복입은 예술가)은 재학 중 최소 한 개 학기 이상 교육과정 내에서 학급의 모든 학생들이 뮤지컬, 연극, 영화 등의 종합예술활동에 역할을 분담하고 발표하는 학생중심 예술체험교육을 말한다(서울특별시교육청, 2022). 이 활동은 창의적 체험활동 혹은 특정 교과 시간 내에 교사와 예술 강사의 협력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협력종합예술활동은 창의적 체험활동 안에 편성되는 경우가 많고, 본교에서도 창의적 특색활동 시간에 운영된다. 학생 중심 종합예술활동을 통해 협력적 인성을 함양하는 등 미래 역량을 강화하고, 예술적 감수성 신장으로 창의력을 발현시키고 자신감을 증대시켜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본교에서 운영하는 협력종합예술활동의 교육 방향성은 영화의 여러 가지 표현 기법과 효과를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영상 매체를 활용하여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수업은 학생들이 자신의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을 영상 언어를 활용하여 자신의 이야기로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매체의 특성을 이해하고, 시각 이미지로 자신을 표현하며 타인의 감정과 사고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본교는 협력종합예술활동의 여러 분야 중 영화 분야를 선택하여 운영하고 있고, 학습자가 영화를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지적 안목을 형성하는 것을 궁극적 목적으로 설정하였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학생의 인지별 특성과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에서 정하고 있는 학년군을 고려하여 지도 계획을 세워 운영하고 있다.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해 모두가 함께 고민한 협력종합예술활동

본교는 3년 동안 협력종합예술활동을 운영하고 있고, 보다 내실 있게 운영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해 왔다. 2020년에 처음 협력종합예술활동을 신청하고 운영한 2년 동안 학년을 달리하여 학기별로 운영했다. 하지만 “한 학기 안에 이론을 배우고, 직접 촬영하는 것이 조금 부담스러웠다. 한 학기보다는 1년 동안 진행하면서 좀더 여유를 가지고, 한 단계 한 단계 차례대로 배워가는 것이 더 유익할 것 같다.”와 같이 학생들이 1년 단위의 수업을 제안했고, 교사들은 의견을 수렴하여 2022학년도에는 협력종합예술활동이 1년 동안 운영될 수 있도록 계획했다. 협력종합예술활동은 내면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업 세계를 탐구할 수 있는 활동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2, 3학년은 입시에 대한 부담이 많아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내적 표현성에 집중하기보다는 자신의 진로와 연관된 활동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는 고등학교 1학년 시기에 협력종합예술활동을 진행하여 청소년기의 감수성 형성에 도움을 주고자 했다. 1학년을 대상으로 1학기에는 협력종합예술활동 예산을 지원받아 운영하고, 2학기에는 자체 예산을 확보하여 운영함으로써 1년 동안 진행될 수 있도록 했다. 본교의 운영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협력종합예술활동 운영 내용]

협력종합예술활동이 체계적으로 운영되기 위해 새 학기 시작 전 예술 강사와 업무 담당자는 미리 협의를 하고, 창의적 특색활동 담당 교사들에게 운영 방법을 안내했다. 2022학년도 협력종합예술활동 수업은 학기별로 영상을 한 편씩 제작할 수 있도록 수업을 계획했고,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협력종합예술활동 수업 운영 개요]

2. 모든 학생들이 함께 만들어 나가는 협력종합예술활동

모두가 함께 만드는 영화

교실에서 학생들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은 일반 대학교의 영화과에서 영화를 만드는 과정과 다르다. 일반 영화처럼 메인 스태프에게 집중적인 권한을 주는 방식이 아닌 모든 학생들이 한 가지 이상의 역할을 체험하고 함께 영화를 만들어 나가며 창의성, 협동성을 기르는 교육적인 면이 더 크다. <그림 1>과 같이 한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모두가 협력하여 수업에 참여한다.

<그림 1> 협력종합예술활동 수업 장면

협력종합예술활동 수업에 참여한 한 학생은 “친구들과 다 같이 참여한 수업을 통해 협동심을 기를 수 있었던 것 같다. 많이 친하지 않았던 친구들과 조금 부담스러운 활동을 하며 친해질 수 있었고, 그 뒤로도 새로운 친구에게 다가가는 것이 덜 어려워졌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협력종합예술활동을 통해 타인과 나와의 다름을 인식하고, 관계가 어색하더라도 협력하여 영화 촬영을 진행해 나가며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했다.

‘나’의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주제

한 편의 영화를 제작한다는 것은 허구의 세계를 재창조해내는 것이다. 재창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보다 더 현실성이 있어야 감상자들을 설득할 수 있다. 화면에 보이는 오직 한 장면을 만들기 위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부분의 모습들도 모두 상상해서 계획해야 한다. 평소 학생들이 발상 과정을 가장 어려워하기 때문에 수업 중 발상 지도가 중요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학생들에게 거창한 주제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일상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게 한 후 인상적인 부분이나 평소 생각을 영화화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한 학생은 협력종합예술활동 수업 속에서 ‘내신’이라는 주제를 활용하여 학교 안에서의 상황을 묘사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뒤에 최후의 한 사람이 승리하는 서바이벌 구조의 영화를 제작했다. 또 다른 학생은 최근 학생 흡연자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고, 학생들이 담배와 같은 유해물질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을 비판하기 위해 담배에 중독된 학생들을 주제로 촬영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협력종합예술활동에서 미디어와 일상을 연결하여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했다. 어떤 모둠은 <그림 2>와 같이 어린 시절에 시청했던 애니메이션의 내용을 각색하여 표현 주제로 선정하고 촬영을 진행했다.

<그림 2> 모둠별 영화 제작 촬영 모습

학생들은 모둠원들과 함께 다양한 주제를 이야기하며 자신의 진솔한 생각을 주제로 설정하여 영화를 제작했고, 머릿속 생각을 잘 담아내기 위해 다양한 요소를 고려했다. 한 학생은 “예전에는 영화를 볼 때 내용만을 즐겼다. 수업에 참여하고 난 뒤부턴 배우들의 연기나 촬영 구도, 배경 음악에도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되었다. 확실히 이전보다 영화를 더 다양한 방식으로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3. 협력종합예술활동이 더 활성화되기 위한 또 다른 과제

교사와 예술 강사가 함께 만들어 나가는 협력종합예술활동

최근 학교 현장에서는 다양한 예술 분야의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의 연극 교과 도입, 2017년부터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운영하는 협력종합예술활동이 그것이다. 교사가 자신의 전공 분야가 아닌 예술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 없이 예술 교육을 진행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

<그림 3> 협력종합예술활동 수업의 야간 촬영 모습

이때 예술적 감수성이 풍부한 강사와 교사의 수업 협업을 통해 학생들의 다양한 물음과 의문을 해소해 주고, 학생들이 상상하는 다양한 이야기를 상황에 맞춰 제작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학교 교사와 예술 강사가 협력하여 운영되는 협력종합예술활동이 학교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본교는 협력종합예술활동을 내실 있게 운영하기 위해 크고 작은 노력을 해왔다. 처음 협력종합예술활동을 신청하여 운영할 때는 교무기획부에서 주관하여 운영하였으나 수업의 특성을 반영하여 2022학년도에는 창의체험부에서 주관하여 운영하고 있다. 예술 강사는 학생들을 일주일에 한 번만 보기 때문에 학생들의 성향이나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다. 협력종합예술활동 운영을 주관하는 창의체험부에는 1학년 수업 담당 교사가 많아 예술 강사와 원활히 소통하여 학생 개인의 특성을 조금 더 이해하여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왔고, 예술 강사는 다른 학교와는 다른 본교의 문화, 학생의 특성을 반영하여 수업을 계획하여 진행했다. 그 외 <그림 3>과 같이 학생들이 영화 제작을 계획하던 중 밤에 이루어지는 장면이 필요하여 야간 촬영을 제안했고, 일과 중에 진행되기 어려워 예술강사와 창의체험부 소속 교사들이 협력하여 야간 촬영이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왔다. 이것은 학생들의 생각을 존중하고 협력종합예술활동 수업의 특성을 이해하는 교사들과 예술 강사의 협력으로 가능한 점이었다.

왜 고등학교에 예술이 필요한가?

고등학교에서 진행되는 예술교육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의 실력과 이해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와 성공 경험을 제공하여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예술이 학생들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바에 대해 다양한 형태의 의미를 부여하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살펴보면 고등학교 교육 현장에서 협력종합예술활동이 운영된다는 것은 예술교육을 학교폭력 문제 등에 대한 처방전이나 취미와 여가를 위한 방과후 교육처럼 도구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예술적 감수성 신장, 창의력 발현 및 자신감 증대를 통해 학교 환경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을 의미한다.

본교에서 협력종합예술활동에 참여한 학생들은 “영화의 역사와 다양한 예시, 촬영의 여러 가지 기법과 효과 등 이론 수업을 통해 평소 쉽게 접하지 못했던 지식을 배우게 되어 좋았다. 평소 촬영이나 영상 편집에 관심이 많았는데 영화 수업을 통해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는 반응들을 보였다. 또 협력하여 영화를 촬영하는 과정은 스스로 노력하는 과정과 어우러질 때 비로소 빛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표현의 장이 된다. 학교 교육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교과 교육과 더불어 협력종합예술활동은 문화의 소통에 참여하고, 세상에 변화를 가져다 주는 언어와 도구를 제공하리라 생각한다.

참고문헌
• 서울특별시교육청(2022). 2022 중등 협력종합예술활동 운영 계획.
• 서울특별시교육청(2022). 협력종합예술활동 교복입은 예술가를 위한 더+영화.
• 서울특별시교육청(2022). 교복입은 예술가를 위한 협력종합예술활동 워크숍.
• 제시카 호프만 데이비스(Hoffmann Davis, Jessica)(2013). 왜 학교는 예술이 필요한가. 열린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