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택수(한국자살예방센터, 센터장)
1. 들어가며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2021년 통계에서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하였다. 2021년 기준 한 해 13,352명,하루 37명이 하나밖에 없는 귀중한 생명을 잃고 있다. 특히 미래의 꿈나무인 청소년들의 자살 역시 OECD 국가 중 1위로 심각한 상태이다. 최근 코로나로 인한 온라인·디지털 교육 환경의 변화로 심리·정서적 고위기 및 자살사망사고가 증가하고 있어 학교 및 가정에서 더욱 더 관심이 요구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10대 자살률은 2017년 4.7명, 2018년 5.8명, 2019년 5.9명, 2020년 6.5명, 2021년 7.1명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다.
청소년들은 학업 스트레스, 부모님으로부터 받는 공부에 대한 압박 등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초등학생부터 중・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고위기 학생들에 대한 심리적인 특성 파악, 원인진단, 위기개입 등 전문적 대책이 필요하다.
2. 청소년자살 어떻게 식별하고 개입해야 할까?
◼︎ 청소년기 특징
청소년기에는 남자는 남성 호르몬, 여자는 여성 호르몬의 영향으로 성적 성숙 및 신체적 발달뿐만 아니라 인지적 능력, 즉 사고와 판단 능력이 확대된다. 또한 도덕, 가치, 이상의 발달로 사회적 제약과 도덕과의 갈등을 경험하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복잡한 사고과정을 겪는다. 청소년기는 아동기에서 성인기로 가는 과도기적인 상태이며 신체적, 정신적으로 가장 많은 변화와 경험을 하게 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청소년기에는 인지적 발달로 인해 폭넓은 지식을 빨리 축적할 수 있게 되며, 미래와 사회의 본질에 대해 사고하고 현실과는 다른 이상주의와 유토피아를 상상한다. 도덕과 이상이 향상되므로 부모 세대의 모순과 사회적 제도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키고 권위에 반항하는 특성을 표현한다. 이러한 특성이 부모에게서 독립하고자 하는 욕구와 결합하면서 부모의 이상을 지나치게 반박하고 여러 가지 갈등을 낳는다.
◼︎ 자살 고위기 학생 식별 방법
‘누가 자살 고위기 학생인가?’ 자살 확률이 매우 높은 학생들을 미리 식별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선 정서·행동선별검사를 통해 고위기 학생을 식별해야 한다. 그러나 정서·행동선별검사의 신뢰도는 낮다. 최근 자살한 청소년들의 경우도 실제 자살 위험성이 내재하여 있는데 정서·행동선별검사 결과는 정상이었다. 객관식 검사(자기 보고식 검사)라서 실제 자살위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거짓말로 답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차원에서 검토하고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다음으로 학교나 가정에서 교사와 학부모가 실제 학생들을 세심히 관찰하고 식별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 정서·행동특성검사 결과를 참고하되 드러나지 않는 학생들도 식별해 내야 한다. 자살 고위기 학생들은 다음과 같다.
◼︎ 자살 위기 개입 방법
상담자는 내담자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는 ‘효과적인 질문’을 통해 내담자의 심정을 더 자세히 깊이 있게 들을 수 있으며, 적절한 평가와 그에 따른 해결 방안을 통해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
[1] 자살의 위기정도 파악하기
내담자에게 자살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되면, ‘반드시’ 자살에 관한 생각이 있는지, 그리고 그에 대한 계획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있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우울한 내담자라면 주요 우울장애의 진단이 합당한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도 물론이려니와 자살에 대한 생각이 있었는지 혹은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는지를 확인해야만 한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내담자들에게 자살의 이야기를 꺼냈을 때, 자칫하면 자살을 부추기는 경향이 생길 것을 우려하여 자살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게 되는데 이는 좋지 않다. 오히려 자살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면 자살에 대한 비현실적 몰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자살의 이행을 묻는 직접적·간접적 질문은 아래 예문을 참고하면 된다.
[2] 자살 생각 파악하기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경우라면 자살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이 무엇인지를 표현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질문을 통해 내담자의 ‘자살의 환상(fantasy)’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야 한다.
자살 생각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였다면 그 생각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확인해 보아야 할 것이다. 최소한 아래의 사항을 함께 파악해야 한다.
◼︎ 자살징후 식별의 중요성
자살의 징후를 식별하는 것은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연구에 의하면 자살한 사람의 80% 이상이 자살하기 전(前) 자살징후를 보인다고 한다. 분명 자살징후는 우리 모두가 볼 수 있게 초대(Invitation)되어 온다. 그러기에 경각심을 갖고 좀 더 주의 깊게 살피며 한 발짝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냥 설마하며 무시하고 회피하고 지나치면 귀중한 생명을 잃게 된다. 이렇듯 자살징후 식별은 중요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도 자살징후 식별, 조치요령 등 전반적인 생명 지킴이(Gate keeper) 교육과 또래 상담 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자살은 분명 예방할 수 있고, 우리 모두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누구에게나 예감, 직감이 있다. 그냥 지나치지 말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경각심(Alertness)이란 ‘뭔가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자살징후와 관련된 뭔가가 있을 것 같은 예감)이라 할 수 있다. 설마 하고 놓치거나(Miss), 무시하거나(Dismiss), 회피(Avoid)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이상한 징후, 느낌이 든다면 망설이지 말고 참견하고 주의를 기울여 자살에 대해 직접 물어봐야 한다. 이는 자살을 생각하는 고위험군 청소년들에게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자살징후는 ▲부모 몰래 약을 사 모으거나 위험한 물건을 감춘 것이 발견될 때 ▲자해나 자살시도 등 죽음과 관련된 행동을 하겠다고 위협하거나 자살사이트에 심취할 때 ▲중요한 소유물(일기장, 노트, 메모지)을 남에게 주거나 주변을 정리할 때 ▲혼자 외롭게 행동하며 자신의 좌절, 실패, 불행에 대해 대화를 회피하고 절망감을 표할 때 ▲평소와 다르거나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폭력이나 반항적인 행동을 보일 때 ▲ 오랫동안 불안정하고 침울하던 사람이 뚜렷한 이유 없이 갑작스럽게 평화로워 보이며, 즐거워하는 태도 변화를 보일 때 등의 모습을 보인다면 자살 가능성을 의심해 봐야 한다. 기타 세부적인 자살징후는 다음 표를 참고하면 된다.
◼︎ 청소년 자살시도 및 사망사고 발생 시 대응조치
학교에서는 학생의 자살시도 혹은 사망사고 시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런 위기 상황이 자주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앞에서 다룬 것처럼 자살 예방에 전력투구하여 사고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학교장부터 담임교사와 교직원, 학교근무 종사자 모두 학생들을 위한 생명 지킴이(Gate keeper)가 되어야 한다.
[1] 담임교사
담임교사는 학생의 자살 생각, 시도, 사망사고 발생 시 가장 가까이에서 학생들을 밀착 관리하고 사후조치까지 해야 한다. 자살시도 및 사망사고 발생 시 사고처리에 우선하다 보니 본인의 트라우마를 내재하게 된다. 후속 조치 후 담임교사도 전문적 치료가 필요하다.
담임교사는 자살사고 발생이 되지 않도록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된다. 책임도 크기에 부담도 많이 되지만, 최일선에서 학생들을 살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학급에서 담임교사가 위기 학생들을 식별하지 못하고 상담교사에게 의뢰하지 못한다면 사고가 생길 수 있다. 수시로 학생들의 정보를 파악해야 하고 위기 학생의 또래 친구에게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학부모와 연계해서 학생의 신상을 파악하고 필요하면 가정 방문도 해야 한다.
자살시도 및 사망사고 발생 시 학급 학생들 통제를 우선 잘해야 한다. 자살시도자는 상처 치료에 우선을 두고 119에 먼저 연락해야 한다. 이후 심리상담 치료를 위해 상담교사에게 상담을 의뢰해야 한다. 학부모에게도 신속히 학생의 사고에 관해 핵심 내용 위주로 알려주어야 한다. 틈틈이 조치사항을 기록해야 한다. 학교에 생활지도부장교사, 교감, 학교장에게 사고 관련 긴급 보고를 해야 한다.
[2] 상담교사
상담교사는 전교생의 정신건강 및 자살위기 전문가로서 학교장이 관심 가져야 할 고위기 학생 현황을 파악하여 수시로 보고해야 한다. 학년별 담임교사와 유기적인 협조 관계를 유지하고 필요 시 심리 상담을 해 주기도 하고 고위기 학생을 상담하고 전문적 조언을 해 준다.
자살시도자 발생 시 보건교사에게 알려주어 응급조치 도움을 요청하거나 119에 긴급히 연락하여 심리적 안정에 도움을 준다. 응급조치 후 심리 상담을 하고 상담 계획을 수립한다. 자살시도 및 사망사고 발생 시 긴급히 상담이 필요한 학생들을 파악한다. 특수상담실 운영계획을 수립하여 특수상담실을 설치 및 운영한다. 상황 발생 시 교육지원청에 보고하여 지원을 요청하고 사고가 발생한 반, 학년 위주로 애도 교육을 실시한다. 애도 교육 강사가 필요하면 교육지원청에 요청한다.
[3] 생활지도부장교사
전반적인 학교 안전 통제를 해야 한다. 자살시도 및 자살사망사고 발생 시 신속히 현장에 출동해서 상황을 파악하고 상담교사, 보건교사 등 필요한 사항을 지원한다. 자살시도자 이상 발생 시 전체적인 학생 통제에 신경을 써야 한다. 방송통제로 사건 발생 지역으로 학생들이 나가지 않도록 안내방송을 해야 한다. 학교보안관과 배움터지킴이 선생님에게 외부 출입 통제를 확인하고, 학교 상황실을 설치해서 운영해야 한다.
[4] 생활지도부장교사
담임교사, 상담교사, 생활지도부장교사로부터 보고를 받아 종합해서 학교장에게 보고한다. 긴급한 상황일 때는 상담교사, 생활지도부장교사가 우선 학교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것도 좋다. 상황실이 운영되면 상황실장 역할을 해서 전반적인 사고 수습 및 조치를 해야 한다. 학교장을 보좌하며 위기관리팀을 구성하고 상황을 파악하고 조치한다.
[5] 학교장
학교장은 학교의 관리자로서 학교의 전반적인 안전관리 책임자다. 학교 상황 보고를 받고 지휘 조치를 한다. 필자가 최근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감, 11개 교육지원청 학교장 연수를 순회 교육하면서 느낀 것은 담임교사와 한 달에 한두 번 학교장 주관하에 반별 고위기 학생 관리 간담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자살 예방 차원에서 담임교사, 상담교사, 보건교사, 생활지도부장교사 등 학생 관리 담당교사들과 함께 고위기 학생 관리 및 조치해야 할 사항에 대해 정기적으로 협의해야 한다. 학교장 차원에서 담임교사를 지원해 주기 어려운 사항일 경우 교육지원청에 요청해서 조치해야 한다. 기타 사항은 아래 표를 참고하여 학교에서 보완해서 활용하면 된다.
3. 나가며
◼︎ 청소년자살을 일기 예보처럼 예측할 수 없을까?
나는 17년째 자살 예방을 위해 생명존중전문강사와 자살위기상담전문가로 활동해 오고 있다. 누군가가 일기 예보하듯이 자살도 예보해 줄 수 없냐고 묻는다면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일주일 중에는 월요일이 자살 사망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일요일 오후 스트레스 지수가 상승해서 월요일이 위험 최고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명 ‘월요병’이라고 불리고 자살위험 요일이라고 볼 수 있다.
계절별로 본다면 봄철이 자살이 높은 편이다. 봄이 시작되는 3월부터 4월, 5월, 6월까지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신학기 시작과 함께 선생님들은 긴장해야 한다. 자살은 예방이 중요하고 예측하여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에서 자살을 예보해 보았듯이 특히 봄철(3월~6월)은 학교에서 학교장과 담임교사 등 모든 구성원이 학생들 신상파악 및 상담 활동 등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생명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생명은 소중합니다.”
우리 청소년들은 미래의 꿈나무들이다.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은 약 80억 중 단 한 명이다. 이 세상에 태어난 우리는 모두 잘 살아야 한다. 살아가다 보면 힘든 순간이 올 수 있다. 하지만 자살은 순간이고 우리의 생명은 소중하다. 나의 생명도 소중하지만, 주변 친구들의 생명도 소중하기에 자살을 예방해야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우리의 ‘생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