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교육20182018 겨울호 (233호)

교육과정-수업-평가 연계 사례
나의 교육과정-수업-평가 연계 도전기

이정은 서울방송고등학교 교사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연계’는 요즘 교육계의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가르치는 내용과 가르치는 방법, 그리고 평가하는 내용이 일치하도록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사실 교육과정과 수업, 평가가 연계되어 이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왜 새삼스럽게 이렇게 강조되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개념이 이렇게 중요시 되는 것은 가르치는 내용과 그것을 가르치고 평가하는 방법 사이에 간극이 있고 현실적으로 일체화가 어렵다는 것을 말해 준다.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에 대한 고민부터 먼저 말해보자면 번역기가 점점 발전하고 있고 귀에 꽂으면 자동으로 통역을 해 주는 디바이스가 상용화되고 있는 요즘 내가 가르치는 영어는 어떤 교과여야 할까? 내가 생각하는 영어 교과는 어휘나 문법 등의 지식을 쌓는 과목이라기보다는 영어라는 외국어를 통해 삶의 기술을 배우고 미래사회를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과이다.

교육부에서 고시한 영어과 교육과정에 따르면 학교 영어 교육의 목표는 ‘영어 의사소통능력을 갖추고 세계인과 소통하며, 그들의 문화를 알고 우리 문화를 세계로 확장시켜 나갈 사람을 기르는 것’이다. 즉 학생들이 미래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으로,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영어과 핵심역량으로는 영어 의사소통 역량, 자기관리 역량, 공동체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등이 있다.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을 지속하여 의사소통 능력이 향상되는 동시에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용, 대인 관계 능력 또한 갖추게 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목표에 중점을 두고 수업을 구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취기준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가르칠 내용을 줄이게 되었다.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활동을 중심으로 수업을 디자인하고, 지필평가보다는 수행평가를 통해 학생들의 역량이 성장했는지를 살펴보고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기로 하였다.

배움중심 교수학습 방법에 대해 공부도 하고 연수도 받고 수업에서 직접 여러 가지 방법들을 시도해 보기도 하였다. 올 한 해 동안 수업에 적용해 보려고 노력했던 수업방법들은 다음과 같다.

 

 

학생들이 서로 협력하여 공부하고 협력하여 과제를 완성하도록 하고 싶었다. 동시에 그 과정에서 교사가 실시간으로 피드백과 도움을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랐다. 여러 해 동안 관심을 갖고 있던 구글 클래스룸을 올해 본격적으로 도입하여 거꾸로 교실과 모둠별 협력학습을 진행하였다. 아래의 사례는 교육과정-수업-평가를 연계하는 수업을 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해 본 하나의 예를 제시한 것인데, 선생님들께 조금이나마 참고가 된다면 감사할 것 같다.

 

 

1. 2인 1조 수업하기 및 모둠별 협력 읽기

본문 수업을 미리 동영상으로 녹화해서 한 단원이 시작할 때 구글 클래스룸에 올려두어 학생들이 언제든 보고 학습할 수 있도록 하였다. 1학기 첫 번째 단원을 학습할때는 학생들 전원이 2인 1팀으로 팀을 이루어 본문의 한 부분(1/12)을 맡아서 학급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활동을 하였고, 이 활동을 통해 서로 가르쳐 주는 것에 익숙해졌다고 판단하여 두 번째 단원에서는 모둠별로 매 차시 각자 한 부분(1/4)씩을 맡아 다른 모둠원들에게 설명해 주도록 하는 활동을 하였다. 이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내가 찾아서 수업하는 방식이라 책임감도 생기고 더 집중하고 열심히 할 수 있었다.’, ‘친구를 가르쳐 주며 수업을 하다보니 시간이 더 걸렸지만 재미있게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수업한 부분은 정확하게 이해하게 되었고 친구들에게도 도움이 된 것 같아 뿌듯하다.’는 반응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2학기에는 학생들이 직접 수업 동영상을 제작해 보는 활동으로 확장해 보았다.

2. 모둠별 프로젝트 활동

모둠별 프로젝트도 구글 클래스룸에서 모둠별 협력을 통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도록 하였고 그 과정을 매 차시 자세히 남기도록 하였다. 구글 문서에서는 여러 명이 동시에 접속해서 실시간 협업이 가능하며, 구글 문서로 함께 작업한 문서는 학생들 중 누가 언제 접속하여 어떤 부분을 작성했는지까지도 확인이 가능하여 각 모둠원의 기여도와 실시간 프로젝트 진행상황을 파악할 수 있고, 교사가 실시간으로 피드백 및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과정중심평가를 하고 학교생활기록부 기록의 근거로 삼았다.

 

 

이 단원의 마무리 부분인 9차시와 12차시는 각각 공개 수업을 하여 수업을 보고 싶어하시는 분은 누구나 참관하실 수 있도록 하였다. 수업나눔 제안서를 QR코드로 공유한다.

 

 

 

3. 사회적 기업 프로젝트

1학기에 실시했던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2학기에는 프로젝트에 비계(scaffolding)와 프레임워크를 더욱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학생들의 수행과정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단원의 본문이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프레젠테이션에 필요한 언어를 배우고 프로젝트 주제인 사회적 기업 사업계획 내용을 영어로 발표하는 것을 수행평가로 실시할 생각이었으나, 1주일에 2시간의 수업으로는 무리한 계획이어서 교과서 지문을 프로젝트 활동지 중 사례 지문으로 대체하여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였다. 학생들은 모둠별로 선택한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을 구상하고 사업계획서를 작성하여 그 내용을 발표하였다.

 

 

 

간단한 양식이고 샘플을 제시하긴 했지만 영어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은 분명 도전적인 과제였을 것인데, 학생들은 모둠원끼리 협력하여 모두 기한 내에 성공적으로 결과물을 만들었고 학급 전체와 결과를 공유하고 매우 뿌듯해 했다. 영어로 작성한 사업계획서와 프레젠테이션 등에서 완벽한 영어를 구사한 것은 아니었지만, 프로젝트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협력하여 문제를 정의하고 정보를 검색하고 활용하여 해결책을 함께 만들어 갔다. 학생들은 프로젝트 성찰일지에 ‘협동하여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능력’이 성장함과 동시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한번 더 돌아보게 되었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사회적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고 싶다’는 피드백을 주었다.

또 한 가지 의미 있었던 것은 같은 학교에서 종종 수업에 대해 함께 고민을 나누던 선생님 중 한 분이 영어과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본인의 수업에 연계하겠다고 제안하신 것이었다. 홍보 동영상 만들기 수업을 계획하고 계시던 그 선생님은 영상의 콘텐츠를 무엇으로 할지 고민하고 계셨는데 모둠별로 구상한 사회적 기업을 홍보하는 동영상을 만드는 것이 의미있겠다고 생각하셨던 것이다. 그리하여 이 활동은 한 학기 내내 지속되는 융합수업으로까지 확장되었다.

 

 

4. 해빗트래커(Habit Tracker) 프로젝트

1년의 마지막 활동으로는 학생들과 함께 해빗트래커를 제작했다. 교과서 지문에 나오는 주인공은 좋은 습관을 갖기 위해 3주 동안 자신의 습관을 매일 확인하는 차트를 만들어 여러 개의 습관을 만들어가는데, 학생들도 본인의 습관에 대해 생각하고 본문의 주인공처럼 해빗트래커를 만들어 3주간 습관을 확인하는 활동을 하고 이를 통해 자기관리 역량을 기르고자 하였다. 해빗트래커 제작을 위해 무지노트와 칼라펜, 색연필, 스티커 등을 나눠주었는데, 각자 개성에 맞게 디자인하고 꾸미는 것을 보고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새삼 느꼈다. 본문 수업은 1년 동안 진행해 온 거꾸로 수업을 그대로 이어가며 이번에는 모둠별로 교과서 본문의 1/6 부분에 대한 수업동영상을 교사처럼 제작해 보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1년 동안 교육과정과 수업, 평가가 연계되고 학생들의 역량이 신장될 수 있는 수업을 설계하고 실행하려고 노력해 왔다. 학생들을 좀 더 알아가고, 학생들이 학습하고 과제를 수행해 나가는 과정을 관찰하며 학생들의 창의성과 발전가능성을 볼 수 있던 시간이었다. 각 활동이 끝날 때마다 구글 설문을 통해 학생들이 의도했던 것을 배우고 있는지 살피고 피드백을 받아 다음 활동 설계에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교육과정 재구성과 수업 및 평가 설계는 혼자 하기에는 버거울 수 있는데, 본교 선생님들 및 교원학습공동체 선생님들과 함께 고민하고 연구하고 자료를 공유하고 수업에 적용하고 나누는 과정을 통해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미래 사회는 경쟁보다는 협력이 더 중요하며,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식과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자기 관리 능력을 가지고 지식과 정보를 처리하며 공동체적 인성을 가지고 실천하는 민주시민이자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세계시민으로 성장해 나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