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호 (서울특별시교육청 민주시민생활교육과, 장학사)
1. 학교폭력의 실태
단위 학교에서 학습을 담당하는 교원은 학급을 운영하고 학급에 속한 학생에 대한 교육활동 과 그와 관련된 상담 및 생활지도 등을 담당한다[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36조의5(학급담당교 원)]. 학교 현장에서 교원들이 겪는 가장 어려운 일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현장 교원들은 학 교폭력과 관련된 업무와 내용을 첫 번째로 꼽는다. 학교에서 학교폭력을 줄이고 예방하기 위 해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도 가중되고 있으나, 오히려 학교폭 력 사안처리 건수와 피해는 더 증가하고 있다.
피해유형별 학생 비율은 언어폭력(35.1%), 집단따돌림(17.6%), 스토킹(12.2%), 신체폭 행(10.3%), 사이버 괴롭힘(10.2%) 순으로 나타났다.
2018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전반적인 학교폭력 증가, 특히 언어폭력과 사 이버괴롭힘의 증가로 요약할 수 있다. 학교에서는 예방교육도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엄격한 잣대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통해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의 처벌을 실시하고 있 는데, 학교폭력은 왜 줄어들지 않을까? 기존에 학교에서 실시했고 현재 실시하고 있는 학교 폭력 예방교육은 실효성이 있는가? 또한 현재 진행중인 학교폭력 예방교육의 방향성은 올바 른가? 이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실효성 있는 학교폭력 예방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2. 학교폭력 예방교육의 방향
기존의 학교폭력에 대한 접근 방법은 응보주의에 입각한 강력한 처벌 중심으로 운영되었 다. 그러나 학교폭력에 대해 처벌만을 강조하는 접근 방법은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 책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처벌 중심의 접근 방법에서 벗어나 관계 회복 을 통해 ‘회복적 생활교육’의 대안적 접근 방법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회복적 생활교육이란?
학생의 잘못된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 비난과 처벌의 방식이 아닌 조정과 화해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회 복적 정의’를 학교에서 실천하는 접근방식으로, 학교 문화를 평화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생활교육을 말한다(서 울특별시교육청, 2019).
이처럼 학교폭력 예방의 방향이 처벌 중심이 아닌 관계 회복을 통한 회복적 생활교육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강당이나 교실에서 영상을 통한 전체 교육이나 학교폭력 정의와 처벌에 대한 안내 교육 수준에서 나아가 학교폭력 예방과 관계 회복에 필요한 역량 중심으로 예방교육이 진행되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특히 학교에서 특별행사나 특강 식의 일회성 행사가 아닌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연간 상시적인 교육활동으로 학교폭력 예방 역 량과 회복적 탄력성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의 구안과 적용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운영 내용 예시는 다음과 같다.
• 생활지도 : 학습공동체에서 일어난 분리와 손상을 다루기
• 커리큘럼 : 학습주제에서 공동의 배움과 상호 지원하기
• 학급자치운영 : 관계와 돌봄의 학습공동체 유지하기
• 회복적 대화모임 운영 관계생활지도(분리와 손상 다루기) + 커리큘럼(이슈의 명
료화, 돌봄) + 학급자치운영(책임지기, 회복적 피드 백 시스템 구축)
• 회복 동아리 운영 – 만남·소통·친교 활동 프로그램 운영 : 또래상담운영, 또래상
담 동아리 – 배려와 공감 능력 향상, 비폭력 평화학교 학습동아리(‘친구사랑’동아
리) 활동
3. 어울림 프로그램
가. 어울림 프로그램이란?
‘어울림 프로그램’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부설 학교폭력예방교육지원센터에서 개발한 학 교 교육과정 기반 학생 중심 맞춤형 예방교육 프로그램을 말한다. 이러한 어울림 프로그램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교과 연계 활동뿐만 아니라 사이버 연계, 자유학기 연계, 창의체험활동 중 동아리활동 등 활동자료가 학교급별로 개발되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으며, 학부모용 교 육 자료도 축적되어 있다.
한편 ‘어깨동무 활동’은 또래 상담 및 또래 활동 프로그램으로서 사이버폭력 예방 활동, 언 어 폭력 및 언어문화 개선 활동, 회복적 생활교육 활동, 평화교육 활동 등이 있다. 서울특별시 교육청은 배려와 공감 능력 향상을 위한 어깨동무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으며, 회복적 생활 교육 모델학교를 기반으로 비폭력적 평화학교 학습동아리(‘친구사랑’ 동아리)를 자율 선택하 여 운영하고 있다.
나. 어울림 교과 연계 프로그램의 목표
어울림 프로그램 운영의 목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어울림 프로그램은 학생 관계 회복과 회복적 탄력성을 높이기 위해 학교폭력에 필 요한 여섯 가지 역량(공감, 의사소통, 갈등해결, 자기존중감, 감정조절, 학교폭력 인식 및 대 처)을 강화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어울림 프로그램은 여섯 가지 역량을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반영한 프로그램으로 재구성하여 교육과정 속에서 학교폭력 예방교육이 실현되도록 개발되었다.
둘째, 2015 개정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교과성취기준 달성과 학생 참여 활동 중심 수업으로 교수·학습방법을 개선하고 학교폭력, 갈등관리, 의사소통 등 학생들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 는 생활밀착형 교육 달성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목표를 추진하면서 올해에는 교육과정 기반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확대하기 위해 모 든 학교에서 교과 연계 학교폭력 예방 어울림 프로그램 운영을 권장하고 있으며, 이를 학교 폭력예방교육 실적에 포함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였다. 프로그램 운영과 관련하여 어울림 프 로그램과 어깨동무 활동 자료는 아래 사이트에서 학교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접속한 후 이용 할 수 있다.
• 교육자료 : 학교폭력예방연구지원센터(http://stopbullying.kedi.re.kr)→어울림프로그램→프로그램
• 관련 자료집 : 학교폭력예방연구지원센터(http://stopbullying.kedi.re.kr)→어울림프로그램→자료실
4. 어울림 교과 연계 프로그램의 구성
가. 학교폭력 예방교육 프로그램 체계
단위학교에서 학교폭력 예방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일반적인 체계는 다음과 같다.
학교폭력 예방교육 어울림 프로그램은 학교교육과정에 근거하여 교과 및 창의적 체험활동 과 연계하여 프로그램을 수업 중 운영하고, 다양한 어깨동무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어울림 프로그램과 연계하여 운영한 학교의 모형(안)은 다음과 같다.
나. 어울림 프로그램 개요
어울림 프로그램은 교과 및 창의체험활동 시간과 연계하여 기본 및 심화 프로그램으로 운 영할 수 있다. 어울림 프로그램의 운영을 예로 들면, 관련 교과 시간인 국어 시간에 사이버 ‘공감’ 역량 중 일부(3차시)와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갈등해결(기본) 4차시, 감정조절(심층) 6 차시를 운영하여 총 13차시를 운영할 수 있다.
특히 올해에는 모든 학교에서 구성원 간 소통을 강화하고 갈등해결 및 자기존중감 향상을 위해 교육과정에 기반한 어울림 프로그램 운영을 권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프로그램 운영 방 법 예시는 다음과 같다.
• 교육과정 기반 어울림 프로그램 운영
– (시간 편성) 교과 및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 등 학교별 여건을 고려하여 편성
– (대상)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
– (시수) 학교별 여건을 고려하여 시간 : 연간 56시간∼71시간 이내
– (내용) 어울림 프로그램 및 사이버 어울림 프로그램을 관련 교과와 연계
• 교원 및 학부모 대상 학교폭력 어울림 프로그램 운영
– 교원 대상 학교폭력 예방 어울림 프로그램 역량 강화
– 학부모 대상 학교폭력 예방 어울림 프로그램 역량 강화
• 교사학습공동체 운영 – 어울림 프로그램 교사학습공동체를 구성하여 운
5. 교육과정과 연계한 어울림 프로그램 적용에 대한 제언
학교폭력 예방 교육의 일환인 어울림 프로그램을 학교에 안착시킬 수 있는 정책적 제언은 다음과 같다. 이는 교육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2018 학교폭력 예방 어울림 프로그램 적용 효과 분석’ 연구보고서에 기초한 내용이다.
첫째, 학교급의 특수성을 반영한 어울림 프로그램의 운영이 필요하다.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프로그램 적응에 따른 효과는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초등학교, 중학 교, 고등학교 등 학교급의 특성을 감안하여 이에 적합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해야 한다.
둘째, 교과와 연계한 어울림 프로그램의 적용 및 확대가 중요하다. 초등학교는 담임교사를 통한 교육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어울림 프로그램을 교과에 적용하여 운영하는 것에 큰 무리 가 없다. 그러나 교과 중심으로 수업이 운영되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교과 교사가 프로그램 운영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교육부에서는 중학교의 경우 국어, 도덕, 사회 과목에서, 고등학교는 국어와 통합사회의 어울림 교과연계 프로그램 을 개발하여 단위학교에 보급하였고, 지속적으로 교과 연계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학교에 안 내할 계획이다.
셋째, 학교의 특성과 현장 교사의 요구를 반영한 컨설팅 강화가 필요하다. 어울림 프로그 램은 활동 중심 프로그램으로 운영교사의 역량에 따라 교육의 질적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 현재 학교폭력 예방교육 운영학교는 시·도 단위 컨설팅단을 통해 어울림 프로그램 및 학교 폭력 예방교육 운영에 대한 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다. 컨설팅은 학교 맞춤형으로 현장에 직접 방문하여 실시하는 현장 컨설팅과 유선 및 인터넷 등을 활용한 맞춤형 컨설팅으로 구분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학교폭력 예방 및 어울림 프로그램 적용에 대한 컨설팅을 지속적으로 확대 할 계획이다.
넷째,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학부모 교육 확대를 통해 가정과 연계한 학교 폭력 예방이 실 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학부모용 어울림 프로그램의 적극적인 활용과 안내가 필요하다. 학 부모용 어울림 프로그램은 학생용 프로그램과 동일하게 여섯 개의 학교폭력 예방 역량(공감, 의사소통, 갈등해결, 자기존중감, 감정조절, 학교폭력 인식 및 대처 역량)을 기준으로 개발하 였다. 학교폭력 예방교육은 학교안에서만의 교육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학교와 가정에서 일관된 지도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학부모의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학교폭력 예방 노력을 학교와 가정이 함께한다면 효과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학교폭력에 대한 심각성과 학교 현장의 어려움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아지고 있다. 이에 따른 다양한 대책과 예방책이 마련되어 적용되고는 있으나, 처벌 중심적인 학교폭력 정책만으로는 학교폭력 예방에 대한 효과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학교폭력 예방 및 문제해 결에 대한 간담회에서 학생이 발언한 이야기가 있다. ‘학교에서 폭력이 발생하면 교사와 학 생, 학교가 모두 힘든 상황이 된다. 교사는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하고, 학생 간에는 다툼으 로 인한 갈등이 발생하며, 학교는 이에 대한 조치로 어려움이 생긴다. 피해학생은 지원을, 가 해학생은 조치를 받으면 그 후는 없다.’ 이 학생은 조치 후 관계 회복과 같은 다음 단계가 없 다는 것이 문제임을 제시하고 있다. 회복과 갈등 조정,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노력과 정책 적 대안이 필요하다.
학교폭력 예방은 단시일에 이루어질 수 없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교육과정과 연계된 예방 교육(어울림 프로그램 등)을 통해 지속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때 실질적인 성과가 나타날 수 있다. 또한 학교 안에서만의 예방 활동이 아니라 학교 밖인 가정, 지역사회와 연계된 종합적 인 예방활동이 이루어질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이러한 환경과 기반을 조성하는 데 기초가 될 수 있는 것이 어울림 프로그램이며, 우리 모두의 노력과 관심으로 학교폭력 예방 에 크게 기여하리라 기대한다.
참고자료
교원대학교종합교육연수원(2018), 어울림 프로그램 이해 제고를 위한 연수 자료.
교육부(2019), 학교폭력 예방 어울림 프로그램(기본).
교육부(2019), 학교폭력 예방 어울림 프로그램(심층).
교육부(2019), 학교폭력 예방 사이버 어울림 프로그램(기본).
교육부(2019), 학교폭력 예방 사이버 어울림 프로그램(심층).
교육부(2019), 2015 개정교육과정을 반영한 학교폭력 예방 어울림 교과연계 프로그램(중학교 국어).
교육부(2019), 2015 개정교육과정을 반영한 학교폭력 예방 어울림 교과연계 프로그램(중학교 도덕).
교육부(2019), 2015 개정교육과정을 반영한 학교폭력 예방 어울림 교과연계 프로그램(중학교 사회).
교육부(2019), 2015 개정교육과정을 반영한 학교폭력 예방 어울림 교과연계 프로그램(고등학교 국어).
교육부(2019), 2015 개정교육과정을 반영한 학교폭력 예방 어울림 교과연계 프로그램(고등학교 통합사회).
교육부(2019) 학교폭력 예방 또래활동 프로그램.
박숙영(2014), 회복적 생활교육을 만나다, 좋은교사.
서울특별시교육청(2019), 2019학년도 학생 생활교육 운영 계획.
송병국(2019), 2018 학교폭력 예방 어울림 프로그램 적용 효과 분석, 교육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2019), 2019년 학교폭력 예방교육 컨설팅단 워크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