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식(서울교육대학교, 교수)
교육복지라는 용어와 정책은 과거 대부분의 사람에게 생소하였으나 이제는 매우 익숙한 용어가 되었다. 교육복지의 용어와 개념이 언제부터 교육 분야에서 사용되었는지 명확하지 않으나 정책적 관심을 받게 된 것은 1990년대 중반 5・31 교육개혁 이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복지의 본질적 의미에서 정책으로 확산된 것은 2000년대 들어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사업이 추진되면서이다. 이후 교육복지 정책과 사업이 20년 이상 지속되며 발전해왔지만, 더 나은 교육복지를 위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교육복지의 의미와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정리해보고 좀 더 실효성 있는 교육복지가 실현되기 위해서 필요한 과제와 방안을 논의해보고자 한다.
교육복지 정책의 출발과 전개과정
교육복지에 대한 아이디어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지만 교육복지 용어를 정책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5・31 교육개혁안에서 “모든 국민이 자아실현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교육복지 국가를 지향함”을 천명하는 것으로부터이다. 여기에서 제시된 교육복지의 개념은 다소 선언적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인력양성의 측면에서 접근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임연기 외, 2013). 이는 교육복지의 한 측면이기는 하지만 핵심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교육복지가 본격적으로 활발하게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소득격차의 심화나 양극화 현상이 사회적 문제로 나타난 것과 관련되어 있다(류방란 외, 2013). 교육복지 정책과 사업의 발전이 있었던 이유는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 현상이 심화됨에 따라서 이를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나타난 주기적인 경제위기와 그로 인한 사회 양극화 심화는 교육 분야에서 계층 간 격차와 불평등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가져왔고 이에 따라서 교육복지에 교육격차 해소의 관점이 본격적으로 반영되었다. 이와 같은 교육 불평등과 교육격차 해소에 초점을 두는 교육복지의 등장은 5・31 교육개혁안이 지나치게 국가 경쟁력 강화에 치우쳐 있다는 점을 보완하고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이기도 하였다(안병영, 김인회, 2009: 4).
교육복지가 정부 정책으로 처음 구체화된 것은 교육복지종합대책 1997~2001(1996)을 통해서이다. 이후에도 정부는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지원사업(2003), 참여정부 교육복지 종합계획(2004), 교육복지종합대책(2008), 교육복지 정책의 방향과 과제(2017) 등의 교육복지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였다. 이런 과정에서 교육복지 정책은 정부에 따라 변화가 있었지만 모든 사람에 대한 교육기회 보장을 통한 삶의 질 향상과 교육격차 해소를 통한 취약계층 자녀의 사회 이동성 증대라고 하는 두 가지 목표를 함께 추구하여 왔다.
교육복지의 의미
교육복지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견해가 조금씩 다르다. 이런 교육복지 의미의 다양성은 교육이라는 개념과 복지라는 개념이 합성되어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도 기인한다. 두 가지 서로 다른 영역이 공통되는 지점도 있겠지만 본질적으로 서로 다른 활용 영역이라는 점에서 개념적 충돌과 긴장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교육복지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교육복지에 대한 관점을 교육, 교육복지, 사회복지 간의 관련성을 중심으로 정리해보면, ‘사회복지의 한 영역’으로 보는 관점, ‘소외된 학생을 교육적으로 지원’하는 교육의 고유 활동으로 보는 관점, 교육과 교육복지는 다르지 않으며 교육이 그 자체로 추구하는 ‘모든 학습자의 성장을 부각하는 일종의 강조’일 뿐이라는 관점 등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사회복지의 한 영역으로 보는 관점은 학교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사회복지라는 관점이다. 이 관점은 교육활동이 잘 이루어지게 하도록 물질적 조건과 서비스(급식, 교육비, 학습여건과 시설 등)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둔다. 소외된 학생의 교육적 지원이라는 관점은 교육평등을 구현하기 위한 교육적 지원활동을 의미한다. 특히, 사회 · 경제적 요인에 의한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자 하는 교육평등의 관점을 강조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관점에 의하면 교육복지는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거나 뒤처지는 학생들에게 특별히 더 관심을 갖고 추가적인 지원을 해주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모든 학습자의 성장을 부각하는 일종의 강조라는 관점은 교육이 인간다운 삶의 조건을 실현한다는 점에서 교육복지, 사회복지 등과 동일한 목적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관점은 교육복지가 동일한 의미의 용어를 두 번 반복했다는 비판적 주장을 받기도 한다.
이와 같이 교육복지에 대해 하나의 합의된 개념은 없지만 교육복지가 ‘복지’가 아닌 ‘교육’의 영역에서 개별 학생을 위한 최소한의 교육 수준 보장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한다는 점, 교육 불평등에 주된 관심을 두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접근한다는 점 등에서 공통점을 보인다(황준성 외, 2018). 이렇게 보면 교육복지는 교육의 기회라는 형평성을 도모하고 학생들의 잠재능력을 계발하는 것에 초점을 두며, 궁극적으로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제도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모든 사람들이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능력과 역량을 일정 기준 이상이 되도록 보장하기 위해서 제공하는 공적 교육 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한 사회에서 설정하고 있는 교육의 최소 기준에 모든 국민이 도달할 수 있고, 나아가 모든 국민이 처한 위치에서 각자 필요한 교육을 받아 그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상태(State) 혹은 이를 보장하기 위한 공적 지원(Public Service)이라는 것이다(김정원 외, 2008).
이와 같은 교육복지의 일반적인 의미 속에서는 선별적 지원과 보편적 지원의 개념적 긴장이 내재하며, 정책수립과 실행과정에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균형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교육복지가 개념상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지만(보편성), 그 목표를 실현하는 과정으로 보면 특정한 취약 집단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는 것(선별성)을 의미한다. 달리 말하면 기회, 조건 측면에서는 보편적 지원을 지향하고, 결과(학습과정) 측면에서는 선별적 지원을 지향할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교육복지의 필요성
교육복지의 필요성은 현대사회의 특징으로부터 비롯된다. 현대사회는 전통사회와 달리 사람들의 지위 배분이 귀속적 신분이나 지위에 의해 결정되지 않으며 노력과 능력에 따라 성취할 것을 지향한다. 한편 현대사회는 과거 전통시대의 사회와 달리 직업과 지위가 분화되고 전문화된다. 이런 직업과 지위가 계속해서 생기게 되는 상황은 그러한 직업과 지위를 누구에게 배분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어떻게 사람들의 노력, 능력, 재능을 평가하고 판단하여 적절히 배분할 수 있는가는 매우 어려운 과제임에 틀림없다. 이런 기능을 수행하는 제도적 장치로 사람들은 학교교육에 주목하였다. 균등한 교육기회 부여를 통한 결과의 차이는 귀속적 요인이 아닌 노력과 성취, 업적을 반영하는 좋은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공교육제도(학교)가 등장한 19세기에는 학교제도가 사회평등 장치로서 인식된 면이 크다. 19세기 미국 교육개혁가 호레이스 만(Horace Mann)은 교육이야말로 사람들이 발명한 모든 장치들을 뛰어넘는, 모두를 동등하게 해주는 장치가 될 것이며 사회라는 기계의 위대한 평형 바퀴가 된다고 보았다(유성상, 2014: 24).
이런 믿음과 달리 실제 현실에서는 계층, 지역, 가정배경의 불리함과 학교교육에서 실패 사이에 뚜렷한 관련성이 나타난다. 부모의 사회 · 경제적 배경에 따라 나타나는 학력 격차는 학교에서 산출되는 학력이 자녀 개인의 능력이나 성취가 아닌 부모의 영향(산물)일 가능성을 의미한다.
부모 배경, 특히 경제력에 따라 학력 격차가 발생하는 상황은 능력, 성취, 업적에 기반한 사회적 직업과 지위의 배분이라는 현대사회 운영 토대와 대립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집단 간 학력 차이는 현대 사회가 학교에 요구하는 사회적 지위 배분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신호인 셈이다.
이는 학교교육이 사회 평등화 장치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불평등 또는 불평등을 대물림하는 통로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단순히 불공정의 문제가 아닌 현대사회 존립의 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교육복지는 모든 사람의 삶의 질을 보장한다는 단순한 복지 차원의 필요성을 넘어서는 좀 더 넓은 의미의 사회적 필요성에 기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교육복지의 필요성은 교육적 성취에 대한 배경의 영향을 최소화함으로써 현대 사회가 존립할 수 있게 하는 토대를 제공해준다는 데 있다는 것이다.
교육복지의 철학적 근거
학교교육의 목표 중 하나는 학생들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데 있으며, 이 과정에서도 학생 간 학력 차이는 불가피하게 나타날 수 있다. 오히려 진정한 학력 차이를 잘 드러내도록 하는 것이 학교교육의 목표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누군가에게 더 관심을 갖는다거나 지원을 더 해준다는 것은 공정성에 대한 훼손으로 비추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런 맥락에서 사회 · 경제적 취약 계층에게 교육적 지원을 더 해준다는 것을 의미하는 교육복지는 논쟁이 될 수 있다. 교육복지의 지향점은 교육기회가 보편적으로 평등하게 주어져야 하지만 그것이 모든 학습자에게 항상 동일한 방식으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함의한다. 형식 논리로 본다면 이는 모순될 수도 있고 일종의 차별일 수도 있다. 이런 교육복지 지원이 차별이 아닌 정당성을 갖는 철학적 논리적 근거는 어떻게 찾을 수 있는가?
이와 같은 철학적 근거와 논의는 자유주의적 관점과 사회정의론적 관점에서 논의될 수 있다. 첫째, 자유주의적 관점은 노직(Robert Nozick)이 주장한 것으로 정당한 방법으로 취득한 편익(소유권)은 차이가 있다 할지라도 정당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학생에 따라 다르게 얻게 된 교육적 성취가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학교교육의 과정이 정당해야 한다. 그 핵심은 다른 사람들보다 낮은 교육적 성취를 얻은 사람들이 이의를 제기하거나 불만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학교교육의 맥락에서 교육적 성취가 사회 · 경제적 배경 때문에 다르게 나타나게 된다면 대부분 사람들은 정당성에 의문을 갖게 될 것이다. 즉, 학교교육을 통한 교육적 성취의 차이가 정당하지 못한 방법(사회 · 경제적 배경 차이)로 획득되었다고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취약계층 학생들에게 추가 기회와 자원을 제공하여 사회 · 경제적 배경에 따라 나타나는 불리함을 줄이고 경쟁 조건을 동등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취약계층을 추가적으로 지원하는 교육복지는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
둘째, 사회정의론적 관점은 잘 알려져 있듯이 롤즈(John Rawls)가 주장한 정의론이다. 롤즈는 정의를 사회제도가 권리와 의무를 배분하는 측면에서 검토하고 있다. 사회정의론적 관점은 논의의 조건으로 사회계약(합의)의 원초적 상황(무지의 베일)을 상정한다. 즉 개인들이 시기심이 없는 합리성, 자기이익 추구, 상호무관심 등을 갖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자신이 장래에 어떤 위치를 차지하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면 지위나 재화 배분에서 어떤 정의의 원칙에 합의하게 되는가를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두 가지 원칙을 이끌어내는데 하나는 평등한 자유 원칙이고 다른 하나는 차등의 원칙이다. 평등한 자유 원칙은 가장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들이 평등하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차등의 원칙은 불평등은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 이득이 될 때 정당화 가능하며 이때에도 이득이 되는 지위와 권리는 모든 사람에게 개방되어 있다는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원칙을 통해서 볼 때 원초적 상황에 있는 사회구성원들은 자신도 최소 수혜자 또는 실패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정된 자원의 배분에서 최소 수혜자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는 쪽으로 결정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소외되거나 실패한 사람에게 더 자원을 배분하는것이 사회적으로 결정될 수 있고 동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교육복지의 정당화는 소극적이고 방어적 관점에서 기회의 균등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라면, 사회정의론의 관점에서는 좀 더 적극적이고 결과의 평등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교육복지는 교육기회의 균등화와 함께 결과의 평등을 모두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 교육 분야에서 결과의 평등은 개념적으로 오해될 소지가 많은데, 이 의미는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교육성취를 갖게 한다는 의미보다는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최소한의 기초교육 수준까지는 모든 사람의 성취가 동일해야 한다고 해석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서 이 의미는 교육성취에 대해서 능력 외적 배경 요인의 영향력을 최소화함으로써 최종적인 결과의 차이에 정당성을 최대화하자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교육복지의 성과
그동안 교육복지 정책은 사회 변화와 함께 변화해오면서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첫째, 교육평등 및 정의로운 교육을 위한 학교 역할과 기능에 대한 인식 확산에 기여하였다. 교육복지가 추진되던 초기에는 사회적으로 취약한 학생을 학교가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존재하였다. 이는 학교는 학생을 학습과 능력으로만 바라보아야지 다른 외적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나름대로의 교육적 원칙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교육복지가 모든 학생들이 학습을 충실하게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데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학교 현장에서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계기가 되었다.
둘째, 교육복지의 확장과 맞물려서 무상교육을 위한 재정적 지원이 확대되었다. 3~5세 유아교육의 무상교육, 중학교 의무무상교육 완성, 무상급식, 고등학교 무상교육 추진 등이 그것이다. 이런 측면들은 공교육으로서 학교교육이 모든 학생에게 보편적 복지의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조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와 같은 무상교육의 확대를 가능하게 한 원동력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교육복지의 확산은 학교교육의 공공성과 보편성에 대한 인식 확산을 통해서 의미 있는 기여를 하였다고 할 수 있다.
셋째, 교육복지 정책 대상의 다변화가 이루어졌다. 기존에는 소득 중심의 저소득층을 주요 대상으로 하였다면, 점차 사회적 취약계층의 범위가 특수교육대상, 다문화가정 자녀, 탈북청소년 등 신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등으로 다변화하게 되었다.
넷째, 교육복지 내용의 다양화 및 확대가 이루어졌다. 저소득층 지원이 현금(현물)성 지원(수업료, 학비 등 교육급여, 교육비)에 한정되었다면, 교육복지 개념과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등과 같은 사업이 도입되면서 학습, 문화, 심리·정서, 복지 등으로 지원 내용이 확장되었다. 더 나아가서 최근에는 유치원 지원을 통한 조기개입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교육격차와 교육불평등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서 사회자본(구성원 간 신뢰와 관계) 증대를 시도하고 있으며 돌봄과 교육복지를 통합적으로 운영하고자 하는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
다섯째, 학교교육을 위해서 지역연계 협력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었다. 오랫동안 학교는 지역사회와는 구분된 채 고립되어 운영된 면이 있었다. 교육소외와 취약성은 학교만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우며, 가정과 지역이 함께 노력해야 하는 점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학교 자체도 지역 연계성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고 주도적으로 지역 자원을 연계 활용하고자 하는 노력이 이루어졌다. 이와 관련하여 지역사회교육전문가 또는 교육복지사가 학교와 교육청에 배치되어 교육복지 업무를 지원하고 지역의 다양한 자원을 연계하고자 시도하였다는 점도 의미 있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교육복지의 내실화 방안: 성장, 맞춤, 통합
이와 같이 그동안 교육복지 정책이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복지가 지향하고 있는 가치와 목표를 충분히 실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과제와 변화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첫째, 교육복지 운영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 그동안 교육복지 모델은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결핍 지향적 지원 모델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다. 취약계층의 경우 가정에서 부모의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학습, 문화, 관계, 보건, 돌봄 등 부족한 영역을 보충해준다는 의미가 강하였다. 이런 접근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교육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이라는 교육복지의 의미나 교육소외의 해소와 같은 필요성과 관련해서는 충분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교육복지의 패러다임이 성장지원 모델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부족한 것을 채워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인식을 극복할 필요가 있고, 교육취약 계층의 장점을 발견함과 동시에 충분히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전환은 교육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교육 경험이 학습자에게 유의미해야한다는 교육의 원리와 밀접히 관련된다. 이는 교육자, 교육 목표, 교육 내용, 교육 방법, 교육 환경 등 교육의 제 조건이 학습자들이 가지는 학습 경험에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교육기회가 학습자에게 충분하게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도 내포한다. 이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얻는 교육 경험이 자신의 교육적 필요를 어느 정도 충족시키는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학교에서의 경험이 모든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학습경험이 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교육적 필요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선행되어야 하고 그와 같은 학습경험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임연기 외, 2013: 27).
둘째, 사회·경제적 취약성 위주의 대상 선정 방식은 장기적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사회 · 경제적 취약성 그 자체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의해서 발생하는 교육소외, 즉 유의미한 학습경험으로부터의 배제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교에서 어떤 학생에게 교육복지 지원을 하고자 한다면 그 학생의 배경을 기준으로 하기보다는 그 배경이 학교의 교육활동과 경험 속에서 얼마나 소외와 배제를 경험하게 하는가를 분석하고 진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교육복지 지원이 학생들의 교육소외 또는 교육취약성이 개별적으로 진단되고 이에 따라 맞춤형으로 지원되어야 한다는 것을 함의한다. 이런 방식은 모든 국민이 처한 위치에서 각자 필요한 교육을 받아 그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상태라고 하는 교육복지의 의미와도 좀 더 부합할 수 있다. 또한 교육지원이라는 선의에 의한 활동에 의해 의도하지 않은 낙인 효과에 대한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시킬 수 있으며 기존의 교육복지 활동이 대처하지 못한 새로운 사각지대 발생에 대한 신속한 대처 역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이런 진단과 판단은 매우 전문적인 영역이어서 담당자들의 판단을 도와주는 체계적인 지원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조기진단, 상시진단, 집중진단 등으로 체계적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하며, 위기나 문제가 명시적으로 드러난 학생뿐만 아니라 앞으로 위기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위기군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별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 ・ 연계함으로써 모든 학생들의 교육 취약성을 진단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사회 ・ 경제적 취약성이 있는 학생만 따로 대상으로 하기보다 모든 학생들은 나름대로 교육적 취약성을 갖고 있다는 가정에서 학생들의 취약성을 진단하는 과정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그 원인이 사회 ・ 경제적 배경에 요인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셋째, 교육복지 운영이 사업 중심에서 학생 중심의 통합지원 체제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그동안 교육복지 사업의 운영 모습은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참가자를 모집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 왔다. 이에 따라서 한 학생이 여러 프로그램에 중복해서 참여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기관 간에 학생을 두고 경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측면은 교육복지 지원과 서비스 공급은 경쟁적으로 이루어지는데 정작 학생이 필요한 지원은 충분히 받지 못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게 한다.
다행인 것은 서울특별시교육청을 비롯해서 많은 교육청들이 단위학교 교육복지통합지원팀을 도입・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업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학생을 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을 우선 중심에 두고 학교의 구성원과 다양한 사업 담당자가 협의하여 해당 학생에게 나타난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에 따라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교육경험과 지원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런 모델은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학생맞춤 통합지원 체제 구축 시범사업’에 반영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서 전국의 교육지원청으로 확대・적용될 계획이다. 학생 중심의 통합지원 체제가 충분히 실현되기 위해서는 사업 예산의 지역 통합 운영 도입을 통해 참여 대상을 두고 사업 간 경쟁하는 것이 아닌 개별 맞춤형 지원을 위한 공동 협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통합지원 체제 구축은 앞에서 제시한 성장모델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성장모델은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학습자 중심의 접근을 강조하고 있으며, 선제적 혹은 통합적인 방식의 접근을 지향한다는 특성을 지닌다(이희현 외, 2020). 즉 개별 학생의 최대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합지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학생 개인 차원의 지원과 단위학교에 대한 지원의 균형이 필요하다. 교육복지는 그 의미와 목적상 학생 개인에 초점이 맞추어질 수밖에 없으나, 교육소외나 교육격차가 학교교육을 통해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학교는 학생들이 생활하는 곳이기 때문에 유의미한 학습경험의 상당부분을 담당한다. 더불어 학교는 가정으로부터 비롯된 차이를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이는 학교의 소외학생에 대한 교육역량을 증진시킴으로써 사회 ・ 경제적 배경에 따른 교육소외나 교육격차의 문제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을 함의한다. 따라서 향후 교육복지의 방향은 개인별 맞춤 통합지원과 학교단위의 지원이 균형 있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특히 학교교육 과정과의 연계성을 제고함으로써 교육복지 지원의 실질적 효과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학교교육과정과 별도로 이루어지는 교육복지에서 학교교육과정을 기반으로 하는 교육복지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복지는 사회 변화와 함께 변화해왔고 부침을 거듭해 왔다. 그 과정에서 긍정적인 성과는 물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교육소외의 극복과 교육을 통한 모든 사람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교육복지의 취지와 본질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런 교육복지가 충분히 실현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교육복지를 내실화할 필요가 있으며 그 핵심은 성장, 맞춤, 통합에 있다고 생각한다. 단기적인 관점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육복지를 내실화함으로써 모든 학생들이 행복하게 학교에서 유의미한 경험을 하고 자신의 미래의 삶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