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태풍, 해난사고 등 최근에 빈발하고 있는 재난과 안전사고 속에서 학생들의 안전의식을 높이고, 실질적인 안전체험·교육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또한, 중학교 1학년의 자유학기제 시행과 더불어 소방 분야의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한 진로 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학교 교육과정이 마무리되는 연말을 맞이하여 안전체험과 진로체험을 함께하면서 주변 공원으로의 나들이를 겸할 수 있는 서울시민안전체험관에 대해 알아보자.
서울특별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민안전체험관은 2곳이다. 2003년 전국 최초로 건립된 안전체험관인 광나루안전체험관(관장 이희순, 이하 광나루)은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옆에 자리 잡고 있으며, 서울 남부권의 접근성을 높이고 교육 수요 분산을 위해 2010년에 개관한 보라매안전체험관(관장 송기웅, 이하 보라매)은 동작구 보라매공원 안에 위치하고 있다.
두 기관 모두 서울특별시 소방재난본부 소속으로 현장에서 열심히 화재를 진압하고 재난에 대비하던 소방공무원들이 순환하여 근무하고 있다. 현장을 잘 알고 시민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정확한 안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너나할 것 없이 소화기부터 찾겠지만 오랫동안 화재 현장을 경험한 화재체험 교육 담당 소방관은 “알리고, 피하고, 신고하라.”라고 당부한다. 화재가 생각보다는 빨리 우리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힘과 능력에 대해 과신하여 화재에 맞서기보다는 피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한다.
이처럼 시민안전체험관에서는 우리가 기존에 잘못 알고 있던 재난 상식을 바로 잡아 주고, 전문적인 소방관들의 경험에서 나오는 실질적인 내용을 들을 수 있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은 서울특별시와 업무 협약을 맺고 서울시민안전체험관을 통해 서울특별시 소재 초·중·고등학교의 안전교육 및 현장직업체험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보라매의 체험 프로그램은 지하철, 화재, 지진, 태풍, 소화기, 교통체험으로 구성되어 있다. 교통사고 체험관에서는 안전벨트와 운전습관의 중요성을 배우고, 사고 발생 시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는 지하철 화재의 연기 속에서 안전하게 탈출하는 체험을 한다 .
화재체험관에서는 소화기, 완강기 등의 소방시설 사용법을 배우고, 노래방, PC방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에서의 화재에서 자세를 낮추고 대피로를 따라 이동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태풍체험은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비바람을 경험하는 것이다. 중학생 이상의 청소년과 성인의 경우에는 체험 전에 우의와 장화를 착용하고 초속 40m의 바람과 시간당 300 ~400mm의 비를 체험한다. 청소년들이 가장 흥미로워하는 체험이지만 센 바람에 안경이나 모자 등이 날아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초등학생의 경우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비는 뿌리지 않고 강풍만 체험한다.
2016년 9월의 경주 지진으로 해당 지역의 학교 구성원들은 많은 혼란을 겪었다. 이로 인해 전국의 각급 학교에서는 지진 대비를 위해 각종 훈련을 하고 지진발생 시 행동요령을 알리고 있지만 비전문가에 의해서 진행되는 학교 현장의 교육은 일정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또한 실제 진동이나 붕괴 현장과는 다른 상황이다 보니 형식적인 운동장 대피 수준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전문적이면서 실제적인 교육이 가능한 시민안전체험관 교육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체 프로그램과는 별도로 광나루와 보라매 모두 매주 화, 목, 금 17시, 18시에 시간당 30명씩 지진체험 프로그램을 2016년 12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진체험에는 유압으로 작동하는 시뮬레이터를 이용해서 리히터 규모 7.0의 지진 진동에서 대피하는 요령을 배운다. 켜져 있는 가스불을 끄고 가스 밸브를 잠그며, 머리를 보호하면서 신속하게 식탁 밑으로 들어간다. 또한 붕괴된 건물에서 탈출하여 실외지진 현장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지진 현장을 재현한 생생한 붕괴 건물 속에서 체험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실질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광나루의 경우 화재, 지진, 태풍, 소화기, 완강기 프로그램이 구성되는데 보라매에 있는 교통사고 관련 프로그램이 없으며, 지진 체험의 경우 가정 내 주방에서의 행동요령 위주로 체험하며 실외 지진체험은 없다. 하지만 승강기 안전체험, 수직하강(수직 구조대) 체험 등이 추가된다. 광나루의 경우 1회당 교육 인원이 보라매에 비해서 많기 때문에 한 학년 단위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
교직원들에게 의무화되어 있는 심폐소생술 교육은 3시간으로 진행되며, 학생 단체의 경우 60분 정도의 프로그램으로 심폐소생술, 자동심장충격기, 생활응급처치로 구성된다.
초등학교 자녀의 손을 잡고 가
족단위로 방문했던 어느 학부모
님의 말처럼 체험관을 이용하려
는 수요에 비해 수용 인원이 부
족한 편이다. 오후나 심야에 진
행되는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성 인들과 가족단위 체험자들의 비율이 높지만 전체적으로는 학교 단체 참가자들의 비율이 높다. 서울특별시뿐만 아니라 인근의 경기도권의 학교에서도 단체 방문이 빈번하기 때문에 원하는 날짜와 시간이 있다면 사전 예약은 필수이다. 해당 체험관의 홈페이지의 ‘예약마당’에 들어가면 일자별 예약가능 인원을 볼 수 있으며, 희망하는 날짜의 시간을 클릭하고 체험 인원을 입력하면 된다.
3개월 전부터 예약이 가능하다. 서울특별시와 서울특별시교육청 간의 ‘학교안전지원 업무협약’으로 서울특별시 소재 학교에 대해서는 우선 이용을 지원하고 있어 사전협의를 통해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고 공문을 통한 예약을 할 수 있다. 다만, 업무협약으로 인해 일반 참가자들의 민원이 많은 편이라서 2017년도에는 업무협약이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맞춰 공문 시행 전후로 해당 기관에 연락하여 날짜, 시간을 배정받거나 조정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는 다른 사람도 원하기 마련이다. 학기 초 교육 계획을 세울 때부터 미리 준비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일반적으로 오전 시간대가 한가한 편이고 주말에는 학교 단체의 비율이 적다고 한다.
광나루와 보라매에서는 직업체험을 통해 소방관 업무를 이해하고 청소년에게 전문적인 안전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중학교 1학년 자유학기제의 전면 시행과 함께 학생들에게 적절하면서도 양질의 체험기관을 찾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단비와 같은 소식이 될 것이다.
대상은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며 시간은 10~12시까지 2시간으로 진행된다. 인원은 1반 기준 30명으로 구성된다. 안전교육 7대 영역 표준안을 반영하여 서울소방재난 본부의 업무를 소개하고, 소방공무원 임용을 위한 체력측정으로 악력, 배근력 등을 측정한다. 직업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해 소방관들의 현장 활동 사례를 반영한 작업환경을 이해하고 소방관 복장인 방화복, 공기호흡기, 헬멧 등의 개인 보호장구를 착용하는 훈련을 한다. 화재진압을 체험하기 위해 옛날 소방장비인 완용펌프를 체험하기도 하고, 옥내소화전을 활용하여 화재진압 훈련을 한다. 또한 로프를 활용하여 탈출하기 위해 다양한 밧줄 매듭짓기를 연습한다.
광나루의 경우 자유체험 프로그램으로 3D영상관, 스스로 CPR, 옥외소화기, 피난밧줄, 나도 소방관, 완용펌프, 소방차 등의 전시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3D영상관에서는 10분 정도의 안전영상과 화산폭발 등의 영상을 통해 재난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 준다. 피난밧줄 만들기에서는 화재 피난 시 사용할 수 있는 간이 피난밧줄 만들기 체험을 통해 피셔맨, 에반스 등의 매듭법을 체험할 수 있다. 나도 소방관은 소방활동에 관련된 크로마키 합성 체험으로 합성된 사진을 이메일로 전송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다양한 소방 장비들을 관람할 수 있다.
보라매의 경우 소방역사박물관이 함께 있는데 우리나라 소방의 변천사를 보여주는 시대별 자료와 소방복제 및 주요 대형 화재 등의 역사적 기록을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조선 순종 이후에 도입된 수동식 소화기구인 완용펌프와 과거와 오늘날의 소방관들의 옷차림, 재난을 물리치는 상상의 동물로 3개의 머리와 하나의 다리를 가진 ‘삼두일족응’ 등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초등학생보다 어린 미취학 학생들에 대한 수요도 많아서 보라매의 경우에는 3층에 어린이 안전 체험장을 마련하여 보다 쉽고 재미있게 안전에 대해서 배울 수 있도록 했다. 화재안전과 관련된 인형극을 관람하고, 소방차 모형에서 소방관의 복장을 체험할 수 있으며, 119 신고 요령과 퀴즈를 통해 소방안전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청소년, 성인대상의 화재대피 체험장을 축소해 놓은 모형에서 화재대피 훈련을 체험 할 수 있다. 오전 10~오후 5시(마감 30분 전까지 입장) 사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으며, 유치원, 어린이집 등의 단체관람인 경우 이용의 효율성을 위해 인터넷 사전예약을 받고 있다 .
광나루에서 운영하고 있는 ‘출동 어린이 소방대’는 6세 미만의 어린이집, 유치원 원생들을 대상으로 소방차 타보기, 교통안전체험, 횡단보도 건너기, 교통표지판 알아보기, 소화기를 활용한 화재진압 체험 등으로 구성된다. 실외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동절기(12~2월)에는 운영되지 않는다.
아쉽게도 두 곳의 안전체험관 모두 자체 주차시설이 없다. 학생 단체 참가의 경우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학생 탑승 차량을 시설 인근에서 하차 후 차량을 이동시켜야 한다. 보라매는 보라매공원 서문주차장에, 광나루는 인근 어린이대공원 정문 주차장에 주차가 가능하지만 혼잡한 시간대에는 주차가 어려울 수 있다. 보라매의 경우 2호선 신대방역, 7호선 보라매역에서 15~20분 정도 걸어와야 하고, 광나루는 지하철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이나 지하철 5, 7호선 군자역에서 5~10분 정도 걸어야 한다.
또한 두 체험관 모두 내부에서 식사와 음식물을 판매하지는 않는다. 다만, 보라매는 보라매공원 안에, 광나루는 어린이대공원 옆에 있기 때문에 체험 전후로 공원에서 활동을 하거나 식사를 할 수 있다. 자료용으로 학생들의 체험 현장을 사진으로 남기고자 할 때는 안전체험관내에서의 촬영은 가능하지만 삼각대, 플래시 등을 이용한 촬영과 안전에 위험이 되는 상황에서는 촬영이 어렵다.
2017년 3월부터 광나루에 ‘선박 안전 체험장’이 신설된다. 세월호 사건 이후 선박 안전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서울에는 거의 없다는 현실에서 한서대 국민안전체험관을 모델로 선박 안전교육과 피난 탈출을 훈련을 위한 체험장이 설치된다. 체험장에 설치될 선박 모형을 국민공모로 ‘안전누리호’로 이름 지었다. 수압으로 밀폐되어, 물이 차오르는 속에서 선박의 문을 열고 탈출하는 것을 가정하고 선박이 기상악화로 기울어지는 것 등을 가상체험한다. 끝으로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구명정으로 슬라이드로 이동한다. 실제 상황에서는 물이 차오르고 물 속으로 뛰어들어야 하지만 체험의 효율성을 위해서 물 없이 진행된다.
“시민안전체험관은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생활 안전에 대한 예방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실질적인 체험이 있어야 하는데 학교에서 대피 훈련을 할 때면 학생들이 그냥 대피 장소로 이동만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자세를 낮추고 옷소매 아닌 실제 손수건이나 물에 적신 휴지 등으로 입과 코를 막고 이동하는 등의 실질적인 체험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안전체험관을 방문할 때에는 화재 대피 훈련에 사용할 입과 코를 가릴 수 있는 손수건을 지참해 주세요.”
보라매 안전체험관의 학생 교육 담당자의 당부의 말이다. 일회성 체험이 아니라 학교 현장의 교육과 연계되는 실질적인 체험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또한 학교에서 안전체험관을 방문하기 전에 학생들에게 체험관과 프로그램에 대해서 간단하게 안내해 주고 방문한다면,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안전체험관에 도착한 후에는 학생을 인솔한 선생님들이 교육담당자들과 사전에 역할을 조정한다면 더욱 효율적인 체험활동이 될 것이다. 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