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교육2019 봄호 (234호)

누구나 할 수 있는 융합수업

김선희 (명일중학교, 수석교사)

2015 개정 교육과정 개정의 방향을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 과목 중심에서 주제 중심으로
• 지식 중심에서 직접 경험 중심으로
• 교사 중심에서 학습자 중심으로

이런 수업을 현장에서 녹여내기 위해 융합수업이 가장 적절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수업에 대해 접근했던 방법들을 언급하고자 한다.

1. 융합수업 아이디어는 다른 과목 교과서를 보아야

먼저, 학년별로 교과서 목차를 복사하여 세트로 만들었다. 즉 학년별로 한 부씩 3개 세트로 만들었다. 그리고 선생님들이 자신이 주로 들어가는 학년을 한 부씩 갖도록 한 다음 목차를 넘겨가면서 다른 과목에서는 무엇을 가르치는지 둘러보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이때 교사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중복되는 내용이 정말 많아요.’라는 반응. 맞다. 이렇게 중복되는 내용을 각 교과에서 가르치고 또 가르치느라 교사들은 진도에 쫓긴 것 이고, 학생들은 학습이 지루했던 것이다. 둘째, ‘생각보다 연결할 수 있는 지점이 많아요.’라는 반응. 바로 이 연결할 수 있는 지점에서 융합수업이 탄생하는 것이다.
우선 필자의 경험부터 이야기 하자면 1학년 교과서 목차를 넘기다 보니 첫 장에 국어과가 있고, 다음 장에 한문과 목차 중 ‘훈민정음’이 눈에 들어왔다. “세상에 한문과에 훈민정음이라니!” 한문과 단원명이 ‘훈민정음’이라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다음 장을 넘기니 체육과의 ‘전통 씨름’이 나오고, 그 다음 장 음악과의 ‘전통 악기’가 나오는데 그 부분을 연결해 보고 싶었다. 10월 9일 한글날이 있는 주간에 ‘우리 문화’라는 주제로 융합수업을 해 볼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 수업은 아이디어에 머물긴 했지만 다른 과목 교과서를 펼치기만 해도 창의성이 샘솟는다는 증거로 제시한 것이다.

2. 실제 융합수업이 탄생하다

1학년 교과서 목차를 바탕으로 가정과의 청소년의 건강관리 단원 중 ‘청소년의 식생활’과 국어과의 ‘자기소개하기’ 단원이 만나 “영양교사 되기 프로젝트1” 수업을 실시하기도 했다. 아래의 차시별 계획에 따라 수업이 진행되었고 이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가 1차 서류 전형 : 자기소개서

자기소개서를 쓰는데 있어 일정한 틀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서울대학교 자기소개서 질문을 활용하기로 했다.

1. 지원동기와 영양교사가 된 후의 계획을 중심으로 서울특별시교육청이 지원자를 선발해야 하는 이유에 대하여 기술하여 주십시오.(띄어쓰기를 포함하여 300자 이내)

2. 대학교 재학 중에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학업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한 내용을기술하여 주십시오.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300자 이내)

원래는 1,000자로 써야 하지만 중학생인 점을 고려하여 300자 이내로 줄이고 해당 기관명을 바꾸어 질문을 제시한 것이다. 이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자기소개서를 쓰고 사이버교실인 ‘써니샘의 논술교실’에 과제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후 이름을 가리고 출력하여 학생들 개인별로 우수작 5편을 선정하고, 다시 모둠별로 만나 우수작 5편을 선정하는 방식을 취하여 학생들이 직접 평가에 참여하도록 했다.

나 2차 필기 전형 : 식단 짜기

다음으로 1주일 급식 식단을 짜고 ppt 로 발표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이 과정에서 요구한 것은 단 하나, ‘평범한 ppt 는 가라!’였는데 개그콘서트 7개 코너를 패러디하여 발표한 모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다 3차 실기 시험 : 음식 만들기

음식 만들기 단계에서는 감자와 달걀을 이용한 모둠별 요리대회를 실시했다. 감자와 달걀을 주재료로 한 음식을 만들고 테이블 세팅을 마친 후 학생들이 평가를 해서 우수 모둠을 가리는 활동을 실시한 것이다.
이 수업에 대한 평가는 학생들의 소감문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영양교사 되기 프로젝트를 한다고 들었을 때, 진짜 영양교사처럼 식단을 짜고 요리도 하는 것이 기대가 되었다. 하지만 칼로리와 영양소를 모두 생각해서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서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실제로 활동을 해보니 재미도 있었고, 내가 만든 식단을 학생들이 먹는다고 생각하니 뿌듯하기도 했다. 실제로 요리할 때 내가 생각한 대로 맛있게 요리가 되지는 않아서 아쉽기도 했다.

‘영양교사 되기 프로젝트’를 하면서 나는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 나는 요리 실습을 깜박하고 집에 계신 “그 분”께 알리지 않았고, 그 결과 “그 분”은 나의 요리 실습 내용을 바로 수요일 저녁에 들으셨다. 나는 살기 위해 애교를 떨어 간신히 재료를 가져 올 수 있었다. 나는 다음날 즐겁게 실습에 참여해서 훌륭한 결과물을 낼 수 있었다. 힘들었지만 ‘영양교사 되기 프로젝트’는 정말 대성공이었다.

음식을 만들어 보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라 마음이 설렜다. 우리 모둠의 음식이 제일 간단해 보였는데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었다. 모둠원들 중 여자아이들이 더 적극적으로 열심히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남자아이들이 더 적극적이었다. 모둠 아이들에게 많이 도움이 되지 못해서 좀 미안했다. 완성 후 시식할 때 모양과 다르게 맛이 좋아서 놀라웠고 가슴이 뿌듯했다.

3. 학교 전체가 같이 움직이는 융합수업을 지향하며

융합수업을 조금 더 확대하고자 자유학기제 연구 동아리 모임을 만들고 모임 주제를 ‘융합수업’으로 정했다. 전부 14명의 구성원들이 팀을 나누어 짰던 융합수업은 모두 다음과 같다.

이 수업을 진행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는 먼저 사회과와 국어과의 융합수업 계획은 쉬웠으나 동아리 특성상 체육과까지 연결을 하느라 고민을 한 점이다. 체육에서 동계스포츠 부분이 있지만 종목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관계로 고민을 하다 동계올림픽과 연결하면서 교과서와 별도로 재구성을 하게 되었는데 동계올림픽을 빙상, 설상, 슬라이딩 종목으로 나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면서 모두 흥미로웠던 기억이 새롭다.
이후 툰드라 기후, 동계올림픽 남극과 북극 등 이미 배운 내용 중에서 모둠별로 설명문의 소재를 정하고 설명문을 쓰고 ppt 를 만들어 발표하는 과정을 밟으면서 융합수업을 진행했다. 실제 수업 과정에서 어이없는 실수도 있었다. 소재 선택에 제한을 두지 않으니 일종의 분위기를 타면서 동계올림픽 종목 중 ‘스켈레톤’과 ‘컬링’으로 몰리면서 각 모둠의 발표 내용이 비슷해지는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올해에 이 수업을 다시 하게 된다면 다른 모둠이 선택한 소재는 다시 선택할 수 없도록 해서 소재 선정 자체가 골고루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이미 배운내용의 심화학습이 이루어지는 융합수업으로 구성해야겠다고 계획하고 있다.

4. 융합수업을 할 때 유의할 점은


학년별 교과서 목차를 복사해서 나누고 2월 업무분장 당일에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융합수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학기 초가 지난 후 계획을 짜면 진도에 차질이 생겨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는 경험이 있기에 2월말에 융합수업 계획은 마무리 짓는 것이 가장 좋다. 학교에서 주관부서가 한 학기 한 개 이상의 융합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하다.


학년별 같은 융합수업으로 묶인 선생님들이 교원학습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권장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교원학습공동체로 묶인 선생님들이 공동체 활동을 하면서 공동과정안을 짜고 그 과정안에 의해 수업으로 녹여낼 수 있도록 돕는 과정에서 연구수업, 공개수업을 실시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때 연구수업, 공개수업도 팀티칭으로 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하고 싶다. 이것이 융합수업답기도 하고 수업을 하는 교사 입장에서 심리적 부담을 덜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다.
만약 융합수업을 실시했으나 수업을 공개할 기회가 없던 팀에게는 교사연수 시간등을 통해 ‘수업을 바꾸는 시간(수바시)’을 통해 간단한 수업설명회를 갖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5. 융합수업을 하면 이런 점이 좋아요


교사는 수업에 자신감이 생길 수 있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말처럼 교사를 현장에서 버티게 하는 힘은 결국 수업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수업에서 자신감을 갖게 되면 교사로서의 자존감, 효능감이 높아져 교직에 대한 애착도가 커지는 비결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교사 입장에서 중복되는 내용을 피할 수 있어 진도 걱정을 덜 수 있다. 실제로 융합수업을 해 본 선생님들은 반복을 피할 수 있고, 다른 과목이 내 과목의 배경지식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시간이 절약된다고 말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학생들은 의미 없거나 중복되는 수행평가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 명의 학생이 특정기간에 수행평가 15개가 진행 중이더라는 자료를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융합수업을통해 수행평가 시기를 과목별로 분산하는 효과가 있어 학생들에게도 심리적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것은 평가계획이 완성되면 교사들이 학년별로 모여서 수행평가 시기를 조절하는 시간을 가질 것을 권하고 싶다.


학생들의 심화학습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각각의 교과들이 별개로 움직이던 것에서 떠나 통합적으로 범교과로 움직이는 것이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이다. 역량중심의 교육과정은 학습한 것의 창출과 적용에 방점을 찍고 있으므로, 융합수업을 통해 장기적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는 것이 학생들의 핵심역량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선생님들이 소통하고 협력해 보아야 학생들에게도 소통하고 협력하라고 가르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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