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연 (성남중학교, 교사)
1. 한문과 디벗?
한문과 디벗,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두 단어이다. 처음에는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수업을 진행할 때 기존 내용적인 지식과 교수학적 지식 이외에 테크놀로지 지식을 더 배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1 하지만 상상했던 것보다 디벗은 수고스럽지 않았다. 새로 배워야 하는 테크놀로지 지식만큼 수업이 편해졌다. 디벗은 학생을 수업의 주인으로 만들어 주었고, 이에 학생들은 매우 적극적이고 즐겁게 수업에 참여하였다. 또한 교사가 지식을 전달하는 수업이 아니었기에 학생들에게 즉각적 피드백이 가능해지면서 학생들과 더 따뜻한 관계 형성도 가능했다. 몇 번의 수업이 채 지나기도 전에, 남자 중학교에서 들을 수 있는최고의 찬사를 들을 수 있었다. 부담으로 시작했으나 어렵지 않게 끝난 디벗 수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2. 디벗 수업 상상하기
‘디벗으로 수업을 진행한다’라고 했을 때 제일 큰 걱정은 상상력의 부재였다. 디벗으로 어떤 한문 수업을할 수 있을까? 블렌디드 수업 사례를 찾아보고 연구했지만, 멀고 먼 남의 나라 이야기로 느껴질 뿐 내 교과에 적용할 수 있을지 막막했다. 사례 속 선생님들께서는 문과인 내가 접근하기조차 어려운 메타버스, 인공지능 어플 등을 능수능란하게 선보이셨다.
이러한 소리가 들렸다. 디벗만 있으면 완전히 다른 수업이 될 것이라는 욕심이 시작 전부터 힘들게 했다. 화려해지고 싶은 욕심을 내려놓고, 디벗의 가장 큰 장점인 ‘검색하기’를 활용하기로 했다. 한문 수업에서 제일 어려운 점은 학생들이 한자에 대한 지식이 적어 응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여 누구나 참여할수 있도록 온라인 한자 사전을 활용한 수업을 설계하였다.
3. ‘다른 교과에 나오는 한자어 알기’ 수업 짜기
학생들은 자신의 삶과 관계가 있을 때 수업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실제의 삶과 가장 연계되며, ‘검색하기’ 기능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수업은 ‘한자어’에 대해 찾아보고 알아보는 수업이다. 실제로 요즘 학생들은 일상생활 속 한자어를 비롯하여 과학, 사회, 도덕 등의 교과에 나오는 한자로 이루어진 학습 용어를 매우 어려워한다. 이에 자신이 좋아하는 교과에 나오는 한자어를 알아보고 적용하는 수업을 구성하였다.
4. 수업 구현하기
iOS기반 디벗 수업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어플은 ‘넘버스, 스쿨워크, 교실앱’이다.
‘넘버스’는 온라인 기반 무한한 백지로 학습지로의 활용도가 높으며, 넘버스 학습지를 모으면 학생별 e포트폴리오도 구현 가능하다. ‘스쿨워크’는 넘버스 학습지를 비롯하여 PDF파일 등 수업에 필요한 자료들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수합하는 역할로 개별학습, 모둠학습 등을 설정할 수 있다. ‘교실앱’은 학생들의 기기 모니터링, 기기 원격 제어를 할 수 있어 학생들의 수업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첫 번째 시간 : 다른 교과의 한자어 찾기
첫 번째 시간 수업에서 가장 비중을 두는 부분은 다른 교과의 교과서 속에 한자어가 얼마나 많으며 한자어의 정확한 의미를 알았을 때 교과서 속 문장이 쉽게 이해된다는 점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특히 사회나 과학처럼 학습 용어가 많은 교과목을 예시로 들면 보다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한다. 어려운 한자어를 피하려 영어나 수학을 선택하는 친구들을 위해 한마디 해주었다.
넘버스 개별 학습지 <그림 4>는 한자 사전 링크를 넣어 학생 스스로 자신의 수준과 상관없이 검색만으로 학습지를 채울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스쿨워크를 통해 이 학습지를 수업 전에 배부한다. 학생들은 자신이 선택한 다른 교과의 교과서 사진을 찍고 한자어를 표에 정리하면서 학습지를 채운다. 교사는 교실앱 <그림 5>처럼 학생들의 수업 상황을 판단하고 학생들의 속도에 맞춰 실시간으로 피드백한다. 개별 학습지를 완성하면 모둠별로 자신이 찾은 한자어와 새롭게 알게 된 한자어를 논의하게 하였다. 이때 학생들의 지식이 서로 연결되면서 한자어에 대한 지식이 풍부해졌다.두 번째 시간 : 우리 반 한자어 사전 만들기
두 번째 시간은 모둠수업이다. 하나의 학습지에 학급 학생들이 모두 참여하는 공동작업이다. 넘버스에서 학습지를 만들 때 <그림 6>처럼 표가 있는 학습지는 학생들의 활동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실시간으로 누가 무슨 작업을 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그림 7>처럼 공동작업 명단도 볼 수 있다. 이 밖에 디벗으로 모둠수업을 할 때 다른 친구의 기록을 삭제하는 등의 장난을 치는 경우가 있는데, <그림 8>과 같이 활동 내역이 제공되기에 안정적인 모둠활동이 가능하다. 학급 전체가 하나의 학습지를 완성하여 ‘우리 반 한자어 사전’을 만들었다.
세 번째 시간 : 한자어 사전 방탈출 게임하기
세 번째 시간은 2차시에 함께 만든 ‘우리 반 한자어 사전’의 내용을 숙지하고 이해하는 과정으로 어려운 한자어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 게임 형식으로 진행하였다. 구글 설문지 형태를 바탕으로 만든 방탈출 게임으로 문제를 맞혀야 다음 문제로 넘어가게끔 <그림 10>처럼 설계하였다. 오픈북으로 게임에 참여해도 되지만 속도전으로 진행되기에 학생들은 한자어를 숙지하기 위해 매우 집중한다.
5. 수업 마치기
처음 디벗 수업을 상상할 때 말한 “내 수업이 완전히 바뀔 것이야.”라는 욕심은 결국 실현되었다. ‘검색하기’ 기능만으로도 수업에서 한 학생도 소외되지 않았고, 모두 자신의 속도에 따라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록 인터넷의 도움을 받아 완성한 것이지만 스스로 무언가를 해내었다는 뿌듯함은 학생들을 점점 수업에 참여시켰다. 이제 디벗 없는 한문 수업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굳이 화려하지 않아도, 테크놀로지 기술에 능수능란하지 않아도 디벗 수업이 가능하다. 학교 밖 지식을 활용하여 모두를 참여하게 만든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고 가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