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칼럼2023 봄호(250호)

디지털 대전환과
지식 스트리밍 시대 학교의 역할

최승복1(전 서울특별시교육청, 기획조정실장)

교육의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쓰나미!

제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던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는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그 변화가 가속되었다. 세계는 순식간에 비대면 생활로 전환되어야 했고, 학교도 예외는 아니었다. 학교는 한 번도 비대면 수업을 일상적으로 시도해본 적이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전면 비대면 수업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으로 밀려갔다. 교사와 학생만 생경한 상황에 놓인 것이 아니다. 모든 교실에서 무선인터넷이 원활하게 연결되도록 인프라를 정비하고, 모든 학생이 개인용 디지털 기기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 행정도 바쁘게 돌아가야 했다.

그렇지 않아도 스마트 기기와 네트워크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지난 3년은 자신들의 삶의 방식이 학교에서마저도 기꺼이 받아들여지는 기이한 일이 벌어진 시기로 인식될 것이다. 이제 모든 교사들과 부모들은 스마트 기기와 네트워크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일상 속에서 절감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그동안 서서히 진행되던 디지털 대전환 과정을 수십 배로 가속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세계 여러 나라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급속히 교육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와 문화를 고수하던 일본마저도 GIGA 스쿨 프로젝트(Global and Innovation Gateway for All)를 통해 학교 내 고속 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모든 초등학생과 중학생에게 2021년까지 1인 1 스마트 기기를 보급하였고, 학생들이 교실 수업과 일상 학습에서 스마트 기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싱가포르는 국가 디지털 리터러시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2021년까지 1인 1 개인화 학습기기(Personal Learning Device)를 보급하고 인공지능 기반 학생 학습플랫폼(Student Learning Spaces)을 통해 개인화 학습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서울교육, 디지털 대전환을 꿈꾸다

디지털 대전환이 학교, 교육 및 학습에 중요한 까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대전환이 초래한 교육환경 변화를 이해해야 한다. 인류는 지식과 정보 체계를 지속적으로 변화 · 발전시켜왔고, 이제 지식정보 스트리밍 시대에 진입했다. 언어를 사용하게 되면서부터 개인의 지식이 타인에게 전달될 수 있는 수단이 확보되었고, 문자의 발명은 동일한 시간과 공간에서 마주하지 않아도 지식과 정보의 전달이 가능한 비동기적 소통(asynchronous communication) 수단을 제공했다. 이후 근대적 인쇄술의 개발은 지식과 정보의 대중화 시대를 초래했고, 최근 컴퓨터와 인터넷, 스마트 기기의 등장은 도서관이나 책 속에 저량(stock)으로 고정된 지식과 정보를 언제나 어디에서나 접속하여 받아 활용할 수 있는 유량(flow)의 스트리밍 지식으로 전환했다. 이로 인해, 지식과 정보의 전달에 집중했던 근대산업사회 학교와 근대적 교육체제는 막을 내리게 되었고, 지식과 정보의 활용과 실천, 창업과 창작에 집중하는 새로운 학교, 미래교육 체제가 등장하게 되었다. 지식 스트리밍 시대에 가장 중요한 교육 인프라는 바로 초고속 무선 네트워크와 스마트 기기이다. 지금 세계 각국이 초고속 무선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1인 1스마트기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막대한 교육 투자를 수행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지식 스트리밍 시대, 유량으로 전환된 지식과 정보 환경에서 미래세대를 디지털 역량을 갖춘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체제를 갖추는 데 있다.

또한, 교육환경이 디지털 대전환과 지식 스트리밍 시대로 접어들면서 ‘욕망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근대 이전 시대에 개인을 규정하는 핵심 요소는 신분이었다. 근대 산업사회에서 개인을 규정하는 중요 기준은 직업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서로 처음 만날 때, 전근대적 사고를 가진 사람은 성씨와 본관을 묻고, 근대적 사고에 익숙한 사람은 직업과 하는 일을 묻는다. 현대사회는 욕망의 시대이므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은 서로에게 꿈을 묻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묻는다. 디지털 대전환과 지식 스트리밍 시대는 개개인이 자신의 꿈을 꾸고, 욕망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을 활짝 열었다. 필요한 지식과 정보뿐만 아니라, 욕망을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재료와 부품들도 스트리밍되는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욕망의 시대, 지식 스트리밍 시대를 맞이한 우리나라 학교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대답 중의 하나는 디지털 네트워크 환경 조성과 개인화된 스마트 기기를 확보하고, 활용하는 역량을 갖추는 일이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 학교의 두 가지 임무

디지털 대전환 시대, 학교가 수행해야 하는 절박한 두 가지 임무가 있다. 첫 번째는 디지털 지능을 갖추도록 학생들을 돕는 일이고, 두 번째는 디지털 역량 양극화를 해소하는 일이다. 우리 사회에서 디지털 중독, 게임 중독, 스크린 중독 등 디지털 기기를 잘못 이용하는 데에서 오는 폐해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높지만, 디지털화가 전면화된 세상을 살아가게 될 청소년 세대가 제대로 디지털 사회를 살아가고 창조해나갈 역량을 갖추도록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거의 실종된 상태이다. OECD PISA 2018에 따르면, IT 강국이라고 자부하는 대한민국 학생들의 디지털 기기 활용 역량, 디지털 기기 활용에 대한 흥미도와 디지털 기기 활용 인식 등은 OECD 평균보다 낮았다고 한다. 디지털 지능(DQ; Digital Intelligence Quotient) 개념을 최초로 창안한 박유현 박사는 디지털 사회의 시민이 갖추어야 할 DQ의 핵심 영역을 디지털 시민성, 미디어-정보 문해력, 디지털 공감력, 균형적 기술 활용, 디지털 보안 관리, 디지털 발자국 관리 등으로 제시했다. 디지털 지능의 다양한 영역별로 적절한 역량을 갖추도록 돕는 교육지원이 절실하다.

학교가 수행해야 할 두 번째 임무는 디지털 격차(digital devide)를 해소하는 일이다. 성능이 좋은 디지털 기기를 소유할 수 있고 일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집단 간 디지털 격차는 날로 커지고 있다. 디지털 격차를 불러오는 다른 하나의 축이 기기 격차(device devide)이다. 사회적 차원에서 국가별, 지역별 네트워크 격차가 발생한다면,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기기 격차가 발생한다. 네트워크 격차를 줄이기 위한 사회적 투자와 함께 개인 간 기기 격차를 줄이기 위한 통신비 지원, 효율적인 스마트 기기의 제공도 매우 중요하다. 최근 여러 시·도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1인 1스마트기기 보급사업은 개인 간 기기 격차를 줄이기 위한 매우 중요한 사업이며, 서울특별시교육청과 같이 학교와 가정 모두에서 기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디지털 기기 휴대 학습’ 정책은 기기 격차를 줄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게임 중독과 스마트 기기 과몰입을 걱정하여 청소년을 스마트 기기로부터 분리하는 데만 급급해하는 ‘디지털 쇄국정책’은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게 할 것이다. 학교의 핵심 과제는 청소년 스스로 디지털 대전환이 제공하는 효과와 혜택을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돕고, 부작용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이 학교 교육이 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1. 1996년부터 교육부에서 진로교육, 학술정책, 대학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육정책 기획과 실행을 수행하고 있고, 저서로는 『교육을 교육답게(2018)』, 『포노사피엔스 학교의 탄생(2020)』, 『포노사피엔스는 거꾸로 공부한다(2022)』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