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마당2022 가을호(248호)

모니터단 2022 ‘여름호’ 후기

삶으로 스며드는 앎을 위하여

최정향(서울흥인초등학교, 교사)

올해 초 선생님들과 2022학년도 교실의 중점 교육활동을 깊이 논의 하였고, 그 결과 세계시민교육을 화두로 하여 각종 교육활동을 운영 중이다. 교원학습공동체를 꾸려 매주 함께 고민하고 있던 중 만나게 된 『서울교육』 여름호 특별기획 ‘학교, 세계와 만나다’는 더할 나위 없는 반가움이었다. 여러 전문가들이 언급한 세계시민교육의 당위성, 궁극적인 지향점과 당면한 과제를 읽으며 우리가 실천하고 있는 세계시민교육을 성찰할 수 있었다. 다른 학교 사례를 읽으며, 이 수업은 선생님들과 함께 재구성하여 적용해보면 좋겠다고 여기저기 표시를 해두었다.

반가움은 특별기획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매번 공문을 보며 어떻게 운영 되는지 궁금했던 ‘상대국 언어로 말하는 온라인 협력수업(OLE 프로그램)’, 우리 교육지원청과 비교하며 볼 수 있었던 ‘강남서초 너나들이 프렌즈’, 세계시민교육 덕분에 관심을 가지고 보았던 메타버스 관련 자료, 마침 나의 교직 경력이 6개 코호트 중 하나에 해당되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참여한 ‘서울교원종단연구 2020’, 개인적인 경험과 함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떠오른 통합학급 운영 자료, 마침 한 학기 동안 운영했던 교원학습공동체 직무연수를 마무리하던 시점에 읽은 학교혁신지원센터 소개 자료, 업무담당자인 동시에 우리 반 키다리샘 지도교사로서 나의 사례를 떠올리며 읽었던 키다리샘 수기까지! 나의 삶과 연결 지으며, 한 번 더 고민하고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 한 학기 동안 함께 했던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배움에 도통 흥미가 없는 학습지원대상학생이 대뜸 ‘해바라기(우크라이나 국화) 수업’이라고 이야기했다. 그 녀석이 답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반가워 기억에 남는 이유를 추가로 물어보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이 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내가 사먹는 음식과 연결되어 있어 놀라웠다는 것이다. 교사로서 이보다 더 기분 좋은 피드백이 있을까 싶다.

햇살이 잘 들어오는 교실 한쪽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주제로 수업을 하며 심었던 해바라기 화분이 학생 수만큼 놓여 있다. 다행히 녀석의 해바라기는 식물 관리에 진심인 부지런한 친구의 관리 덕분에 쑥쑥 잘 자라는 중이다. 여름방학 동안 『서울교육』 여름호를 다시 한 번 돌아보며, 2학기의 해바라기 수업을 고민 해야겠다.

낯선 ‘세계시민교육’

편동훈(광성중학교, 교사)

늘 쓰던 단어가 문득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 말의 진짜 뜻이 뭐지 하며 갑작스레 궁금해지는 것이다. ‘세계시민교육’이라는 말이 그랬다. 『서울교육』 여름호를 받아보았을 때, ‘학교가 세계와 만난다’는 표지의 문구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문득 궁금해졌다. 낯익은 문장인데, 의미가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 세계시민교육이란 뭘까? 나는 서울 시민인데, 동시에 세계시민이기도 한가? 그렇다면 세계시민이라는 말에서 시(市)란 행정구역 단위 이외의 뜻을 가지는가? 세계는 공간에 국한되는 개념이 아닌 것일까? 세계시민교육은 세계나 시민의 올바른 개념을 가르치기 위한 것인가, 세계시민을 길러내기 위한 것인가?

이러한 궁금증에 대한 일말의 해답을 기대하며,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먼저 문화 다양성 교육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세계시민교육이니까 으레 문화 다양성에 관한 글이 나오겠지’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난민 수업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는 나도 모르게 자세를 바르게 했다. ‘아차, 내가 세계라는 말에서 약자와 소외된 자들을 곧바로 떠올리지 못했구나’ 하는 반성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사회현안 프로젝트 수업 자료를 읽을 때는 정말 깜짝 놀랐다. 사회현안 가운데 ‘기후환경 문제’가 주제였기 때문이다. ‘참, 세계를 구성하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구나!’ 싶었다. 메타버스에 관한 내용에 이르러서는 사실 아연실색했다. 세계란 오프라인 실제세계에 국한되는 것도 아님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나는 나 위주로 생각하며 살아가는 편이다. 그런데 『서울교육』 여름호에 실린 여러 글을 읽으면서, 시야가 강제로 줌아웃 되는 느낌을 받았다. 분명 ‘세계’는 낯익은 단어였는데, 한 편의 글을 읽어나갈 때마다 낯선 범주의 세계를 확인했다. 그렇다면 ‘세계시민교육’이 무서워진다. 교사가 세계시민교육을 낯설어하는데 과연 학생들이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하지만 조금 더 용기를 내야겠다. 『서울교육』 여름호에서 초·중·고등학교의 세계시민교육 수업 사례를 자세히 다룬 것은, 아마 모든 학교급의 교사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세계시민교육은 어디 논문이나 이론서에만 있는 게 아니라, 어딘가에 있는 학교 현장에서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니 나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한 번 더 읽으니, 이번엔 글이 전부 응원이자 격려로 느껴진다. 좀 낯설다면, 자주 생각하고 읽고 다루면서 친해지기로 했다. 그래서 언젠가는 세계시민교육이라는 단어가 아주 친숙하고 편안하고 당연해지면 좋겠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도 스스로를 멋진 세계시민이라고 생각하면서 자랐으면 좋겠다.

우분투(Ubuntu)! 당신이 있으니 내가 있습니다

박유미(문현고등학교, 교사)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던 축제를 얼마 전 기말고사가 끝난 후 실시했다.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축제를 경험해 본 적이 없는 학생들은 도움받을 선배도 없어 우왕좌왕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꼭 보여주고 싶은 활동 위주로 욕심 부리지 않고 축제를 준비하는 것 같았다. 축제 당일은 하루 종일 장대비가 쏟아졌지만 어둑어둑 무거운 하늘과는 달리 학생들의 눈빛에는 생기가 넘쳤다. 북적이는 전시 마당, 환호가 가득했던 연극 공연장, 숨겨 왔던 실력을 볼 수 있었던 공연 마당 등에서 밝고 건강한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이런 모습을 보며 학교가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것, 주어야 할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 학생들이 살아갈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미래에 어떻게 대응하며 그 안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고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을까? 막연한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서울교육』 여름호를 읽으며 정리할 수 있었다. 특별기획 ‘공존과 상생을 위한 세계시민교육의 전망과 과제’에서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연구들을 보며 세계시민교육이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고, 한국의 청소년들이 세계시민성에 대한 이해도는 높지만 실천과 참여는 상대적으로 낮다는 연구 결과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급변하는 사회의 여러 문제에 공감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대하고 실천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세계시민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며 이를 위해 교사와 학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 학기를 마무리하며 담임교사로서, 교과 교사로서 정리하고 기록해야 할 것들에 짓눌려있는 느낌이었는데, 『서울교육』 여름호를 읽으며 다음 학기에는 나도 이런 활동을 해볼까? 이 책을 소개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세계시민교육을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는 선생님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보며 나 또한 세계의 여러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탐구하는 자세를 갖추어야겠다고 생각했고, 해외의 교육 소식과 메타버스의 교육적 활용 기사를 보며 시야를 확장할 수 있었다. 서울문성초등학교의 기사를 통해 배운 인사말인 ‘우분투’는 나눔과 협력, 연대를 중시하는 공동체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 한다. 방학을 보내고 다시 학생들을 만나면 ‘우분투!’라고 인사하며 새로운 학기를 시작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