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 가을호 모니터링
박신기 (서울은빛초등학교, 교사)
첫 학교 근무할 때 출근해서 교실 창문을 열고 컴퓨터를 켜면 제일 먼저 ‘일일교육계획’이란 한글 파일이 자동으로 열렸다. 그날 있을 학교 행사나 학년, 학급 일들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작성된 문서였다. 그 문서의 마지막은 항상 다음 문장으로 끝났다. “오늘도 사랑으로”. 일일 교육계획을 훑어보고 ‘오늘도 사랑으로’란 문장을 읽을 때면 우리반 아이들이 하나 둘씩 들어 오며 내게 인사를 했다. 함께 인사를 나누며 나는 ‘오늘도 사랑으로’를 다짐했다.
서울교육의 가을호 주제는 관계였다. 말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라고, 과거 생활지도라는 용어가 관계 회복, 생활교육 등으로 바뀐 것은 학교 속 평화로운 공동체를 세우는 첫 단추라고 생각한다. 교실 울타리 안에서 지도와 통제, 관리보다는 공감과 소통, 관심만이 학교 생활 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학교와 선생님들께서 진행하는 다양한 교육활동이 소개되었다. 서울새솔초의 소통과 신뢰의 서클활동, 광장중의 학생에 대한 세심한 관심과 노력, 효문고의 회복적 생활교육 커리큘럼, 그리고 꿈타래학교의 놀이터가 되는 열린 공간 교 무실까지.
특히 꿈타래학교 사례가 인상적이었다. 꿈타래학교는 학교를 등진 아이들을 품고 있는 청 소년 교육의 마지막 경계선인 고등학교 과정 공립 대안교육 위탁학교이다. ‘학교’라는 공교육 기관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학생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꿈타래학교는, 학교의 모든 공간을 심지어 교무실까지 아이들에게 열린 공간으로 제공하고, 학생과 교사 사이에 인간적인 관계를 맺고 마음을 열고 대화할 수 있는 학교, 아이들의 소망과 교사들의 노력이 실타래처럼 똘똘 뭉쳐진 배움의 공동체였다. 그리고 꿈타래학교 학생 3명의 인터뷰 내용 중에서 “원적교에서 당연한 일들이 여기서는 칭찬받는 일이에요.”라는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학생들이 하는 당연한 행동도 관심을 갖고 칭찬해주면 기뻐하고 선생님께 고마워하는 내용에서 나는 학생들에게 얼마나 칭찬을 하는지 또 무엇을 칭찬하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오늘도 사랑으로’ 학생들을 만나고 배움을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나 자신을 꿈꾼다.
선생님, 함께 달려볼까요?
이예나 (대명중학교, 교사)
이번 『서울교육』 가을호의 특별기획에서 다룬 ‘관계 회복 중심의 생활교육’은 멀게만 느껴지던 ‘회복적 생활교육’이라는 개념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특히 효문고등학교의 ‘회복적 생활교육의 달인’에는 학급 담임으로서 얻을 수 있는 팁 들이 많다.
‘빵 조회’는 아침을 챙겨먹지 않거나 못하는 학생들이 많아서 필자도 시도해본 적이 있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도우미 학생과 손발이 척척 맞을 즈음엔, 갓 구운 토스트의 온기에 담긴 마음이 어느새 아이들에게 전달되어 학급 분위기도 훈훈해지는 느낌이었다. 그 당시엔 지각 을 한 학생에게 ‘너 왜 지각했니?’ 보다 ‘늦게 나오느라 아침 못 먹었지?’라는 말이 자연스레 먼저 나왔다. 그리고 그 친구가 자발적으로 도우미를 맡기 위해 친구들보다 일찍 등교하는 모 습을 볼 때 이것이 진정한 생활교육이 아닌가 생각했었다.
교육을 달리기에 비유해 본다면, 결승선에서 먼저 기다리고 있는 교사는 빨리 도달하는 학생을 눈여겨보지만, 아이들과 함께 달리는 교사는 달리는 도중에 넘어진 친구를 일으켜주는 학생을 볼 수 있다. 이제 교육의 패러다임은 교사가 학생을 바라보는 기존의 ‘생활지도’에서 서로 마주보며 함께 배우는 ‘생활교육’으로 나아가고 있다. 함께 달리는 교사는 도움의 손길 을 내미는 학생의 따뜻한 손을 잡아볼 기회도 있지 않을까?
로봇과 교사
신명호 (서울도시과학기술고등학교, 교사)
얼마 전 미래 소멸 직업군에 대한 기사를 보았다. 다행히도 교사는 소멸직업군에 속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럼에도 4차 산업혁명, 빅데이터와 AI(인공지능)로 인한 영향은 불가피해 보인다. 대형마트도 온라인에 밀리면서 온라인 회사들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분명 미래에 는 학교와 교사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될 것이다. 학교에 로봇이 등장하게 될 것이고, 교 수·학습에도 큰 변화가 있으리라 예측한 권두칼럼을 읽으면서 내내 무겁게 느껴졌다. 로봇 과 경쟁하는 교사의 모습을 상상하니 측은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가을호 관계회복 중심의 생활교육이라는 특별기획에서도 보듯이 아무리 인공지능 이 발달한다고 해도 윤리적 문제까지 인간을 앞서지는 못할 것이다. 특히 학교에서 학생과 교 사의 만남을 전제로 한 교육영역은 더할 것이다.
학교는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는 곳이다. 학생도 교사도 인간이다. 인간적인 만남이 전제되어서 교육 활동이 이루어진다. 때문에 로봇에게 인간인 우리 학생들의 교육마저 대신하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지식을 전달하고 학습하는 것은 교육의 일부이다. 로봇이 교수·학습에 보조적인 역할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역시 어디까지나 보조적이다. 교사와 학생은 만남을 바탕으로 한 교육활동을 통해 정의, 가치관, 사회를 바라보는 안목을 배우고, 미래 바람직한 역량인 태도도 배운다. 따라서 인성교육의 가치가 더욱 커지는 것이 당연하다. 미래사회는 우리가 함께 창조 하고 만들어가는 것이다.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길러주는 교육으로 미래에 닥쳐올 불안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을 해야 한다.
교사는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는 자세가 필요한 직업이다. 미래를 내다보고 분석하고 이해하여야 한다. 미래 로봇과 학교에서 어떤 형태로 만나게 될지 상상하는 것도 즐겁다.
모두가 행복한 학교
윤원정 (등촌고등학교, 교사)
「서울교육」은 학교 현장에서 균형 감각을 잃지 않도록 해 준다. 교육의 이슈, 정책에 대한 이해, 교육 정보 등 수업 지도나 생활 지도에 필요한 알찬 내용이 많을 뿐만 아니라, 업무를 기획하거나 실행할 때 참고할 수 있는 내용이 많다. 이번 가을호의 내용 중 ‘회복적 생활교육’ 이라는 주제는 좀 더 궁금함을 느끼게 하였다. ‘회복적‘이라는 뜻은 무엇일까? 무엇으로부터의 회복일까? 어떻게 회복되어져야 할까… 교사-학생, 교사-학부모, 교사-교사, 교사-관리자, 학생-학생 등 다양한 관계들을 맺고 있는 학교 안에서 크고 작은 갈등은 늘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건강한 공동체 문화 속에서 발 전적인 방향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한다. 그런데 문제 해결 방법이 가해자의 처벌에 맞춰져 피해자의 회복을 돕는 것에 대해 소외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교권 보호, 학생 인권 보호에 관한 법률을 살펴보면 가해자에 대한 조치가 잘못에 대한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실제 공동체 안에서의 갈등 해결 방법은 부족한 것 같다. 이제는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가 명시되어 있으나 공동체 안에서의 회복에 대한 내용은 역시 부족한 것 같다. 그래서 가·피해자들이 공동체 안에서 신뢰와 존중이 바탕이 되는 문제 해결과 복귀를 도와줄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봐야 하고, 가해자들이 진심으로 피해자들을 이해하고 뉘우칠 수 있도록 교육적으로 관심을 가질 때가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번 기사를 통해 회복적 정의에 대한 개념을 이해할 수 있었고, 법적인 처분과 더불어 회 복적 생활교육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실시하는 인성교육 강사 의 일회성 강연보다 실제 학생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겪을 수 있는 갈등 상황 속에서 지속적이고 예방적인 차원의 ‘회복적 생활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직 학교 현장에는 ‘회복적 생활교육‘에 대해 충분한 공감대가 이루어져 있지 않다. 그래서 실행할 여건 마련이 되도록 더욱 관심을 갖고 노력을 해야한다. 학교 구성원들이 좀 더 발전적인 관계 형성과 학교 문화를 위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회복적 생활교육이 보편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서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접근 관점과 방식을 좀 더 다르게 해야 한 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학교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회복적 생활교육의 프로그램과 실제 사례들을 공유하는 기회도 많아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