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교육2022 여름호(247호)

[문화 다양성 교육]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김유진(서울중흥초등학교병설유치원, 교사)

1. 문화 다양성이란?

문화 다양성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다양한 문화? 다문화교육이랑 다 같은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다문화교육은 우리 반에 있는 외국인 가정 또는 국제결혼 가정의 유아들을 위한 문화 이해 수업 혹은 한국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문화 다양성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연구자에 따라 해석은 다를 수 있지만) ‘문화 다양성’이라는 것은 다문화 가정 유아를 포함한 국적, 민족, 인종, 종교, 언어,지역, 성별, 세대 등의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을 모두 포함하는 좀더 포괄적인 의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쓰던 다문화교육이란 말 자체가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임에도 불구하고 문화 다양성이라는 용어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외국인 가정 또는 국제결혼 가정 유아 등을 다루는 좁은 의미로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문화 다양성 속에 다양한 주제를 담을 수 있음을 알고 난 이후에도 실제 교실에서 문화 다양성을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었고 그러던 중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연구를 토대로 기본적인 핵심가치, 주제, 요인에 대해 알게 되면서 유아들의 수업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게 되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문화 다양성 교육 추진을 위한 기초연구’1에 제시된 핵심 가치는 차이, 문화적 민감성, 대화, 상호의존성, 존중, 관용 및 포용, 시민성, 연대 및 결합, 공존, 협력, 인권 및 평등, 사회적 정의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같은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문화 다양성의 주제는 언어, 예술, 미디어와 콘텐츠,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 교육, 종교로 분류하였으며2 문화 다양성을 발생시키는 요인에는 세대, 지역, 젠더, 계층, 소수자로 구분되어 있으며 개념 지도는 가로, 세로축을 확장하여 전개할 수 있다. 다음에 나올 세 가지 예시를 통해 주제와 요인이 개념 지도 안에서 문화 다양성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갔는지 볼 수 있다.

<교육의 영역에 따른 교육 주제의 확장 및 주제의 개념 지도 – 출처 :한국문화예술위원회(2015), 문화 다양성 교육 커리큘럼 개발을 위한 지침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45-46.>

문화 다양성 교육이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다문화교육과 어떤 점이 다를까를 생각해 보면, 내용이 달라졌다기보다는 다문화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유아들은 그들의 취향, 가정에서의 삶의 방식, 좋아하는 색이나 놀이 등에 대한 각자의 색을 존중받는 것에서부터 문화 다양성 교육이 시작된다. 그럴 때 비로소 내 친구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2. 놀이중심 교육과정과 문화 다양성

유치원 교육과정이 놀이중심 교육과정으로 바뀌면서 전보다 다각도로 문화 다양성 교육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문화 다양성이란 말에서 ‘문화’라는 말을 빼면 우리가 쉽게 접하는 ‘다양성’ 교육이다. 개별 유아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은 유아교육에서 기본이 되는 개념이기 때문에 유아들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임에도 현장에서 유아들을 만날 때는 생각보다 개별 요구와 특성을 들어주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교육과정이 놀이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개별 유아의 흥미나 욕구, 놀이 방법 전개 등에 다양성을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다. 위에 그림으로 제시된 문화 다양성의 주제 개념 지도에서 교육활동 또는 놀이로 전개된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하디의 샌드위치

첫 번째 사례는 ‘하디의 샌드위치’ 이야기로 문화 다양성 요인은 소수자, 주제는 종교이며 개념 지도는 다음과 같다. 국적이 시리아였던 하디란 친구는 종교적인 이유로 유치원 급식에서 먹지 못하는 음식이 많았다. 할랄 인증을 받지 않은 고기는 다 먹을 수가 없어서 급식 시간에 도시락을 싸오는 유아였다. 하루는 도시락을 놓고 온 하디를 위해 히잡을 쓴 누나가 교실에 방문했다. 히잡을 쓴 모습으로 이미 유아들의 관심을 받고 있었는데 전해주는 하디의 도시락에는 밥과 반찬 대신 샌드위치가 들어 있었다. “선생님 왜 하디는 샌드위치를 먹어요?”, “와~나도 샌드위치 먹고 싶다.” 며 유아들이 관심을 보였다. 왜 하디는 밥과 반찬 대신 샌드위치를 먹을까? 하디의 나라, 종교에 대해 알아보면서 유아들은 ‘하디의 나라인 시리아의 이슬람 문화에서는 기도를 받지 않은 고기는 먹을 수가 없구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나와 다른 문화의 삶을 공유하는 것을 지금까지의 다문화교육, 상호문화 이해교육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문화 다양성 교육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나는 알레르기가 있어서 생선을 못 먹어.”, “나는 물컹한 식감이 싫어서 토마토를 못 먹어.”처럼 음식 문화에서 내가 먹지 못하는 음식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 단계까지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 내가 먹지 못하는 음식은? >

이는 다문화교육이 나와 다른 외국인에 대한 이해교육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이유로 먹지 못하는 음식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서로 나누며, 급식 시간에 샌드위치를 먹는 하디도 내가 토마토를 먹지 않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이후 우리 집에서 먹는 샌드위치를 하나씩 가져와서 샌드위치 파티를 열기도 하였다. 유아들은 하디처럼 나도 오늘은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다는 기쁨과 함께 개인의 취향, 각 가정의 다양한 음식 문화 등에 대해 알아보며 서로 샌드위치를 나눠 먹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오늘은 언니(누나)가 우리반

두 번째 사례는 ‘오늘은 언니(누나)가 우리 반’ 이야기로 문화 다양성 요인은 소수자, 주제는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이며 개념 지도는 다음과 같다. 5세 현장학습 날이었던 어느 날 4세인 우리 반에 5세 언니(누나)가 들어왔다. 다리를 다쳐서 현장학습을 가지 못한 언니(누나)가 우리 반에 오게 된 것이다. 그런데 언니(누나)의 다리를 보니 깁스를 하고 있었다. 유아들은 “언니(누나) 다리는 왜 그래요? 걸을 수가 없나요?” “오늘은 언니(누나)가 우리 반에서 놀이하는 거예요?” 이렇게 깁스를 한 언니(누나)에게 관심이 많았던 유아들과 ‘우리가 함께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먼저 유아들은 어떻게 다리를 다치게 되었는지를 물어보기 시작하여 깁스를 했을 때 어떤 것을 조심해야 할지, 어떤 점이 불편한지 등 평소 두 다리를 마음껏 쓰던 우리가 느끼지 못했던 불편함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보통 장애인의 날이 되면 장애를 갖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장애를 체험해 보는 장애이해교육을 많이 해왔다. 하지만 장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꼭 장애가 아니더라도 다리나 팔 등을 다쳐 일시적으로 신체적인 불편함을 얻을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유아들과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에 대해 이야기 했을 때, 일방적으로 언니(누나)를 도와주는 형태의 놀이가 아닌 언니(누나)가 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과 함께 놀이할 수 있는 부분 등을 찾게 되었다. 언니(누나)는 동생들이 어려워했던 지퍼 올리기, 작은 구슬 끼우기, 좋아하는 그림 그려주기, 줄넘기 돌려주기 등을 해주었고, 동생들은 언니가 앉을 수 있도록 의자를 준비해 주거나 이동할 때 놀잇감을 치워주는 등의 도움을 주게 되었다. 특수 유아와 완전 통합으로 수업이 이루어질 때 특수 유아는 우리가 도와줘야 하는 존재이기보다 그저 나와 함께 놀이하고 생활하는 친구임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일상에서의 소수자에 대한 경험은 문화 다양성 수업의 주제로 가져올 수 있는 것이며 우리는 그렇게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나만의 사물함장

세 번째 사례는 ‘나만의 사물함장’ 이야기로 문화 다양성 요인은 개인차이며 주제는 예술이며 개념 지도는 다음과 같다. 유치원의 유아들은 모두 개별 사물함장을 가지고 있다. 유아들은 놀이하는 종종 사물함에 물건을 가져다 두기도 하고 물을 먹으러 가는데, 어느 날 한 친구가 한참 사물함장 앞에서 뭔가를 하는 것을 보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그 친구는 자신이 그린 그림 등을 이용해 사물함장을 꾸미고 있었다고 말했다. “혹시 다른 친구들에게 너의 사물함장을 소개해도 될까?”라고 물었을 때 그 친구는 매우 좋아하며 사물함장을 공개하였다. 그 이후에 유아들은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 사물함장을 꾸미기 시작했다. 유아들과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것은 꼭 정해진 공간인 전시회장이나 게시판이 아닐 수 있으며 전시하는 형태 또한 액자, 벽면 등을 벗어나 전시할 수 있음을 다양한 전시 형태를 통해 알려주었다. 그리고 우리 반의 사물함장 전시회를 열게 되었다. 이 사례에서의 요인은 개인차였기에 나의 사물함 전시회에서 공개하고 싶지 않다고 했던 친구의 의견도 받아들여 그 공간은 비공개한 채로 전시회가 진행되었다. 유아들과 문화 다양성 활동을 하다 보면 개인차라는 요인이 크게 작용하였다. 특히나 아직은 자기중심적인 발달 단계에 있는 유아들은 자신의 흥미와 요구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과 가치를 존중받는 경험이 많아질 때 다른 사람의 생각도 존중할 수 있다. 다만 여기에서 우려되었던 점은 ‘그렇다면 유아가 하고 싶다면 다 가능하게 해주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 고민에 대해 당시 지도 교수님께서는 ‘문화 다양성에서의 다양성 존중은 다른 사람에게 해를 가하진 않는 범위라는 전제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이 범위 내에서 유아들의 다양한 놀이와 요구가 반영될 때 놀이중심 유아교육의 목표와 문화 다양성의 가치가 함께 이루어질 수 있다.

<유아들이 자유롭게 꾸민 나만의 사물함장>

3. 일상생활에서의 문화 다양성

앞에 제시했던 3가지 사례 이외에도 유치원의 일상생활 속에서는 문화 다양성 교육이 다양하게 펼쳐질 수 있다. 유아들의 생일을 축하해 줄 때 생일 축하의 방법, 가족 중에 누군가 결혼을 했을 때의 결혼식 문화, 역할 놀이에서 자주 나타나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 성별에 따른 고정된 관념, 놀이문화 등 유아들의 놀이에서도 교사의 수업에서도 문화 다양성의 주제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문화 다양성이라는 것에 조금만 관심을 갖고 놀이를 바라보다 보면 교사가 가지고 있었던 편견이나 사고방식, 자라온 성장 과정에 따라서 나도 모르게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하는 행동을 할 때가 있다. 물론 어떤 면에선 그것 또한 학급 구성원의 하나인 ‘나’로서의 다양성의 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교사는 놀이를 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성에 대해 민감성을 갖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 글의 제목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는 문화 다양성을 연구하면서 직접 만들었던 노래의 제목이다. 그 노래는 다음과 같다. 2020년도에 문화 다양성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전국의 문화재단, 교육기관, 협동조합, 연구회 등에서 문화 다양성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각자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특성, 집단의 구성원, 문화적 특성 등이 반영된 주제로 풀어나간 수많은 사례들을 볼 수 있었다. 우리 유아들이 자라서 만나게 될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 가치를 밝힐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갖게 되었다. 그러면서 지금 내가 만나는 유아들에게 작게나마 문화 다양성의 씨앗을 뿌려준다면 성인이 된 그들은 지금보다 더 다양하게 변화된 세상 속에서 개인의 생각과 표현의 차이를 인정하고 열린 마음으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계시민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참고문헌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2012), 문화 다양성 교육 추진을 위한 기초연구,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2015), 문화 다양성 교육 커리큘럼 개발을 위한 지침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1.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2012), 문화 다양성 교육 추진을 위한 기초연구,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2. 한국문화예술위원회(2015), 문화 다양성 교육 커리큘럼 개발을 위한 지침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