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교육2024 봄호(254호)

미래를 만드는 메이커들!
인공지능을 활용한 창의적인 제품 만들기

이서윤 (신사중학교, 교사)

인공지능 시대, 교육의 변화 방향성에 대한 고민

인공지능이 우리의 곁으로 성큼 다가옴과 동시에 인공지능 교육이 대두되면서, 교육자로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지식을 획득하는 것은 물론, 기존의 지식을 가지고 새로운 내용으로 재구성하는 것조차 인공지능을 뛰어넘을 수 없는 이 시대에 나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 것인가?

앞으로의 교육은 기존의 정보와 자료 중 가장 적합한 내용을 찾고 구별할 수 있는 능력, 스스로 학습을 설계하고 진행할 수 있는 자기 주도적 태도, 여러 데이터를 연결·융합하여 새로운 결과물을 창출해낼 수 있는 창의적 융합 능력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과 메이커 수업의 융합

시대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기술 교과와 인공지능은 어떻게 맞물려야 할까? 핵심 역량인 기술시스템설계능력, 기술적 문제해결능력, 기술활용능력을 고려한 기술 교과 대표적 수업 모형인 ‘프로젝트 수업’에 인공지능을 융합해보자는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다. 특히 메이커 수업은 체험 중심, 창의력과 문제 해결력 강화, 실제적 문제 해결을 중시하는 측면에서 인공지능 교육과 추구하는 방향이 같아 융합했을 때의 시너지가 예상되기도 했다.

수업 주제: 인공지능을 활용한 창의적인 제품 만들기

1. 주제 선정 배경

인공지능 이론에 관한 교육은 가볍게 하고, 인공지능 활용 교육에 더 무게를 두기로 결정했다. 학생들에게 지식만을 가르치기보다는 주어진 것을 조건에 맞게 활용하게 함으로써 스스로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는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또한 산출해야 할 구체적인 제품의 명칭을 제시하지 않음으로써 학생들이 실제로 겪었던 문제를 본인들만의 방식으로 창의적인 해결책을 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는 주어진 조건만을 활용한 열린 결과물로 이어져 학생들이 서로 공유하며 배우는 데에도 효과적이었다.

2. 수업의 실제

먼저 관련 기초 지식을 간단하게 설명한 후 피지컬 컴퓨팅 도구를 활용하기 위한 코딩 수업을 진행했다. 이때 인공지능 비전 센서인 ‘허스키 렌즈’를 소개하여 학생들이 허스키 렌즈의 실제 활용 방안을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다. 허스키 렌즈란 머신러닝이 적용된 인공지능 카메라이다. 물체, 얼굴, 선, 색상 및 QR을 감지할 수 있는 비전 센서로, 자율주행 자동차나 움직이는 로봇 등 인공지능 융합 메이킹 활동을 하는 데 적용하기 좋다. 기존 소프트웨어와도 연동성이 좋으니 수업에 적극 활용해보길 추천한다.

이후, 배운 내용을 기반으로 실생활에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제품을 만드는 AI 융합 메이커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 1-2차시: 인공지능의 개념에 대해 사례 중심으로 설명한 후, 학생들이 직접 인공지능이 활용되고 있는 사례를 찾아보도록 했다. 또한 기존에 인공지능이 활용되고 있는 분야뿐만 아니라 본인이 생각한 창의적인 활용 방안을 제시해 친구들과 서로 공유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 3-8차시: 피지컬 컴퓨팅의 기본적인 개념과 관련된 부품을 설명하고, 코딩을 통해 작동시켜 보는 수업을 진행했다. 이때, 학생의 흥미도에 따라 수준차가 클 수 있어 교사의 밀접한 지도가 필요하다. 단순히 교사를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를 바탕으로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을 요하기 때문에 차근차근 학생들과 소통하며 단계를 밟아 가야 한다.

◼︎ 9-10차시: 우리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기술적 문제를 발견하고, 피지컬 컴퓨팅 도구를 활용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단계이다. 4인 1조의 모둠이 함께 아이디어를 창출하도록 하였는데, 기대 이상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다. 서로 가르쳐주고 배우는 등 모둠 활동의 긍정적 효과가 풍부하게 나타나 만족도가 컸던 수업이었다. 단, 학생들이 처음에 접근 방향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향이 있어, 사전에 교사가 구체적인 사례를 다양하게 제시해 주면 더 좋다.

◼︎ 11차시: 아이디어를 실현화하기 위해 설계도를 작성하고 도면에 구체화하는 단계이다. 이때 작성한 설계도를 기반으로 제작할 것이기 때문에 사용하는 재료, 제품의 크기를 상세하게 적도록 하였고, 피지컬 컴퓨팅 도구가 부착될 위치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 12-15차시: 설계도를 보며 제품을 제작하는 단계이다. 글루건 등의 위험한 도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안전 교육이 필수이며, 모둠원 모두가 소통하며 참여할 수 있도록 계속 지도를 해야 한다. 생각보다 시행착오가 많아 학생들이 혼란을 많이 겪지만 결국 완성해 내는 학생들은 스스로 큰 성취감을 느끼기도 한다.

◼︎ 16-17차시: 전체 과정을 오픈 포트폴리오(구글 사이트 도구)에 담아 다른 모둠원들 앞에서 발표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왜 만들었고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것들을 느꼈는지 동료와 공유하는 활동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AI 융합 메이커 프로젝트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수업의 활동 내용은 패들렛(Padlet)에 담아 공유가 수월하도록 하였다.

3. 수업의 Tip

◼︎ 모둠 구성원의 역할 분담

단순 지식보다는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과 동료와의 협업 능력이 더 중요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모둠은 최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수용하여 구성하였다. 학생 간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교사가 임의로 구성했을 때, 오히려 참여 의지를 잃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소외되는 학생은 그들의 성향을 고려하여 적절한 모둠에 임의로 배정하니 문제없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모둠 구성 이후 개개인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본인의 책임을 다하도록 의무감을 주었다. 하지만 자신의 역할이 아니면 전혀 도움을 주지 않거나 참여하지 않는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본인 역할의 리더가 될 뿐이지 다른 역할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며, 동료와의 협력이 중요해요!”라는 안내를 절대 빠트려선 안된다.

프로젝트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피지컬 컴퓨팅에 대한 간단한 이론 설명 이후, 학생들이 만들고자 하는 제품의 설계도를 그리도록 했다.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은 계획하고 구체화하기보다 실습으로 바로 들어가고 싶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기술적 문제 해결 과정 중 아이디어를 시각적이고 체계적으로 표현하여 문제 해결 과정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설계도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한다.

◼︎ 오픈 포트폴리오(구글 사이트 도구) 활용하기

메이커 프로젝트 수업에서 전체 과정을 평가하고 기록하는 포트폴리오 작성은 스스로의 역량과 능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며, 어떤 어려움에 직면했고 어떻게 해결했는지 파악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이다. 또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전체 과정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통해 더 나은 결과물을 창출하는 것이 목표인 기술적 문제 해결 과정에서는 필수적이다.

실시간으로 포트폴리오 내용을 공유하며 수정할 수 있는, 온라인 공동 작업이 가능한 ‘구글 사이트 도구’ 를 활용하여 학생들의 프로젝트 과정을 모두 담도록 했다. 실시간 업데이트가 가능하고, 자료 보관도 용이하므로 수기로 작성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 판단하였고, 실제 교육 현장에서도 만족도가 높았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작성하는 포트폴리오 특성상, 학생들의 기본적인 컴퓨터 활용 역량에 따라 진척도에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이를 위해서 사전에 ‘인공지능의 개념과 활용 방안’을 주제로 개인 오픈 포트폴리오를 작성하게 하여 ‘구글 사이트’ 사용법을 익히게 하였고, 이는 주제 및 도구 활용면에서 모둠 활동을 수월하게 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인공지능 융합 메이커 수업을 진행하며

인공지능 융합교육을 진행하는 동안 학생들은 큰 호기심과 흥미를 보였다. 설문 조사 결과, 신기술을 배우고, 실생활에 직접적인 연관성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흥미를 보였다. 특히 컴퓨터나 기술적인 부분에 관심이 있는 학생은 몰입도가 남달라 교사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더 큰 시너지가 있었으며, 본인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할 만큼 창의적이고 질 높은 결과물을 내어 모두를 놀라게 하는 경우가 꽤 많았다.

하지만 유의해야 할 점은 학생에 따라 메이커 활동뿐만 아니라 코딩, 인공지능 관련 수업에 관한 관심도의 격차가 크다는 것이다. 모든 학생과 함께 가야 하는 학교 교실의 수업 특성상 소외되는 학생을 끌어갈 수 있는 교사의 역량이 필요하다. 모둠활동을 통해 개인의 역할을 부여하는 것, 기초 개념을 실생활과 관련지어 쉽게 이해하도록 하는 것 등의 노력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인공지능 융합 메이커 교육이 가능하며, 이는 교사 스스로의 거듭된 고민을 통하여 답을 찾아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끝으로

인공지능이라는 주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핫이슈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그 다음으로 생각해야 했던 문제는 인공지능의 어떤 부분을 가져와 내 교과와 융합할지에 대한 것이었다. 특히 윤리적인 문제, 데이터 수집 및 활용 등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또한 인공지능, 에듀테크와 관련된 연수를 듣고, 수업에 적용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 인공지능 및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한 정책을 보고 미래의 교육은 어디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지에 대해 본인만의 생각을 정립하는 것은 미래 세대를 살아갈 학생들을 교육하는 교사로서 필수적인 자세임을 다시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