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교육2019 여름호 (235호)

민주시민교육과 교사의 태도

설진성 (서울휘봉초등학교, 수석교사)

  1. 민주시민교육은 무엇일까

민주시민교육은 최근에 많은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 정체성에 대하여 논의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민주시민교육이라고 하면 연관되는 교육에는 무엇이 있을까? 정치교육, 시민교육, 역사교육, 윤리교육 등 상당히 많은 분야의 관련 교육이 떠오를 수 있다. 관련된 교과가 많다는 말은 그만큼 정의하기가 어렵다는 말과 비슷해지는 것 같다. 그러나 분명히 다른 교과와 차별된 특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본 글에서는 민주시민교육이 어떤 특성을 가지는지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먼저 민주시민교육의 사례를 보면서 그 특징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굳이 교육기본법의 이념과 사회과 교과목표에서 민주시민을 양성해야 한다는 언급을 하지 않더라도 사회과의 지도는 사회 참여적이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가 속한 서울특별시 동대문구청(이하 구청)의 복지 민원을 활용하였다. 먼저, 각 반마다 학생들은 구민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조사, 토론하여 각각 의제를 선택하고 해결안을 도출하였다. 그리고 각 반별로 도출한 해결안을 구청 게시판에 올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그림]과 같이 5학년 1반 학생들은 구청 민원게시판을 통해 ‘1석 2조 발전 자전거’를 설치해 달라고 제안을 올렸고 구청의 친절한 답변을 받았다. 이를 통해 주체적인 생활정치의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사례와 같이 민주시민교육은 비판적 사고를 가지고 공공선을 추구하는 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이다. 민주주의가 발전된 국가들인 독일과 미국은 정치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프랑스와 영국은 시민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핀란드를 포함한 많은 국가들은 사회과 및 관련 교과들 안에서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민주시민교육을 지속 및 확대하고 있다(서울특별시교육청, 한국교육사회학회, 2018). 이는 탈(脫)근대사회를 맞이하여 국가나 사회가 막강한 지배력에 의하여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시민의 사회적 정의와 선을 추구하는 시민성 발휘를 토대로 유지된다는 점(이동수, 2017)에서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민주시민성을 구성하는 역량을 두고 다양한 관점이 대두될 수 있으나, 교과교육과의 관련성을 보았을 때, 교양으로서의 교과교육과 사회참여로서의 실천적 태도로 구조화시켜 볼 수 있다. 이에 다음에는 교양교육, 사회참여, 교사의 역할을 중심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2. 민주시민교육의 구조

짧게 정리하면 민주시민교육은 대한민국헌법이 강조하는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이다. 민주시민은 어떤 시민일까? 민주시민은 헌법정신을 지키는 시민을 말한다. 그는 모든 인간의 존엄을 인정하고 기본권을 존중하는 민주사회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는 시민이다(장은주, 2018). 그는 시민으로서 가진 권리와 시민으로서 지켜야 할 의무를 인식하고 실천하는 사람이다. 모든 인간이 서로 다른 개성을 가졌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로 인하여 차별 받지 않으면서 평등하게 대우할 수 있고, 각자 주권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참여하는 시민이다. 이러한 시민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매우 기본적인 요소들을 시민사회의 교양이라고 할 수 있다.

가) 교양교육으로서 교과교육
자연과학적 합리성, 윤리성, 자주적 생활 능력, 심미적 역량, 공동체 가치 존중 등 대한민국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바탕을 시민의 교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교양은 공교육 안에서 각 교과교육과 비교과교육, 학교 행사, 잠재적 교육과정을 통하여 형성된다. 따라서 민주시민교육은 우리 문명사회의 기본이라고 말할 수 있는 교과교육의 정수(episteme)를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
<표>는 2015 개정 국가수준교육과정 각론 교과교육이 추구하는 교과역량이다. 도덕과와 사회과는 배경 학문의 내적논리가 민주시민교육을 바탕에 두고 있으므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피상적으로 거리가 멀다고 여겨지는 체육과의 ‘건강 관리 능력’은 사회적 차원에서 공동체 의식과 절제하는 안전의식 및 시민의식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신체 수행 능력’은 신체단련뿐만 아니라 정신 수양을 포함하는 진취적인 삶의 태도를 추구한다. 마지막으로 ‘경기 수행 능력’은 참여자 간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공동체 의식 및 의사소통 능력의 함양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렇게 각 교과는 직·간접적으로 민주시민 형성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보더라도 민주시민교육은 교양교육을 밑바탕에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학교교육이 교양교육을 달성하면 민주시민을 키우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가 고려하는 민주시민교육에는 이런 교양교육을 넘어서는 요소가 있다.

나) 사회참여
민주시민교육은 이와 같은 교양을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역량을 길러야 한다. 민주시민이 갖추어야 할 역량에는 비판적 사고력, 참여 의식, 민주적 절차와 합의 태도, 공동체 신뢰 등이 있다. 이러한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덕목교육이 가진 한계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민주시민교육은 덕목교육처럼 추상적으로 제시하는 평균적인 어느 사회를 가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학생, 현재 교사, 현재 학교, 현재 지역사회를 배경으로 문제의식을 가진다. 현재 학생의 삶에서 탈(脫)맥락화되어 논의하는 덕목교육은 정치적인 배제를 가르치게 될 위험을 안고 있고, 자칫 학생들이 정해진 답과 원리를 외우도록 하거나 민주시민교육의 핵심적 전제인 사회참여를 결여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민주시민교육은 좁게는 우리 친구, 우리 학급, 우리 학교를 포함하고 우리 지역사회가 매우 긴급하게 혹은 절실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를 주제로 하는 시민교육이어야 한다.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교육활동에 대해 학생, 학부모 및 교사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하는 일, 논쟁적인 학교 일에 대하여 입장이 다른 주체들이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공론화의 기회를 마련하는 일들이 민주시민교육의 중요한 소재가 될 수 있다. 학교 일에 대해서 논의할 때는 학생회 위원뿐만 아니라 학교장, 학부모도 참여하여 학생과 학부모 주권이 발휘되도록 이끄는 노력이 필요하다. 학교공동체 구성원의 주권을 발휘하기 위하여 학교 운영위원회의 자리에 학생도 정규 위원이 되어 교육과정의 심의와 의결에 참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민주시민교육은 지역 사회가 이루고자 하는 숙원 사업, 사회 전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정치·경제적 이슈에 대하여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페미니즘, 성 정체성, 입시 문제,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기준, 선거권 연령 등의 주제들은 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하고 논쟁적인 주제들로 중립적 지도가 관건이 된다.
전통적으로 학교와 교사는 민감한 정치·경제적 이슈를 회피하여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교사의 모습은 학생들에게 정치 혐오를 부추길 수 있고, 공동체의 가치를 형성하는 민주적 의사소통과 의사결정 태도를 습득할 기회를 잃어버리게 만든다. 이에 민주시민교육을 실천하는 교사의 태도를 ‘참여적인 정치적 중립’ 으로 규정하고 구체적인 원리를 제시한 ‘보이텔스바흐 합의’ 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다.

3. 보이텔스바흐 합의의 정신

보이텔스바흐 합의는 제2차 세계대전 후 극좌와 극우를 포함하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이념들이 극심하게 투쟁하던 1976년,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지역에 다양한 이념적 성향의 학자들이 모여 정치교육에 필요한 최소한의 세 가지 원리를 도출한 것이다(이동기, 2018).

가) 강압 금지의 원칙
교사나 교과서의 의견을 학생들에게 강제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는 올바른 견해라는 명분으로 학생들의 자유로운 생각을 제압하거나 자립적인 판단을 방해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학생들은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상태이므로 교사의 교화를 필요로 하는 대상으로 보려는 관점에 대한 경고이다. 교사는 학생들의 의견이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근본적으로 훼손하지 않는 것이라면 공론의 장인 수업 안에서 인정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나) 논쟁성 재현의 원칙
실제 정치 현장과 실생활에서 다루는 논쟁적 이슈들은 수업 현장에서도 논쟁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현실 정치의 여러 쟁점 사안들은 학생들의 이해 능력이 미성숙하다는 점, 그것을 다룬 여러 가지 이견들을 정치중립적으로 다루기 어렵다는 점을 내세워 배제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쟁점과 그에 관한 다양한 주장들을 다루지 않는 것은 학생들이 비판적 사고력을 키울 기회를 빼앗고, 정치적 진공 상태나 혐오를 부추길 수 있다. 따라서 현실 쟁점 사안들을 도입하여 학생들이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다원적인 관점에서 판단할 수 있도록 논쟁적으로 가르쳐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교사는 사회적 민감성을 매우 높일 필요가 있다.

다) 학습자 이해에 근거한 입장 존중
학생들이 제시하는 의견이 비록 교육전문가의 견해에 비추어 문제점을 갖는다고 할지라도 그들의 이해관계에 비추어 그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다. 이것은 민주시민교육이 학습자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지어 현안을 다루도록 하고, 학습자가 자유롭게 자신의 입장을 내세울 수 있도록 허용하며, 교사가 미성숙한 의견을 무시하고 교화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원리라고 할 수 있다. 교사는 헌법의 기본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하지 않는 학생의 의견을 수용하고, 그들이 사회에 목소리를 내고 실천하는 것을 인정하고 지지해 줄 필요가 있다.

4. 민주시민교육에서 교사의 태도

민주시민교육의 주체로서 보이텔스바흐 합의의 정신을 살려 민주시민교육을 실천하기 위해서 교사도 민주시민이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어느 교육이론을 놓고 보더라도, 가르치는 교사의 사고와 행동이 배우는 학생과 호응하는 것은 자명한 원리이기 때문이다. 교사가 갖추어야 할 전제조건에는 교사가 내면적으로 성장해야 할 영역이 있고 사회가 제공해야 할 권리도 있다.

가) 사회민감성
교사가 사회적 민감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사회의 이슈들을 시의적절하게 수업에 끌고 들어와서 논쟁적으로 가르쳐야 학생들이 민주시민 역량을 키울 수 있다. 교사가 정치적 논쟁에 대해 혐오, 회피적 태도로 일관하면 학생들은 민주주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느낄 기회가 없어진다. 교사도 시민으로서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참여하는 모습을 가져야 하고 수업 속에서 그런 잠재적 태도를 학생에게 가르쳐야 한다.

나) 정치기본권
교사에게 금지된 정치기본권에는 크게 단체행동권과 정당가입권, 출마권 등이 있다. 교사가 정치적 기본권을 가진다면 민주시민 육성이라는 자신의 본분을 보다 충실히 이행할 수 있다고 본다. 정치·문화 안에서 이방인처럼 그 존재가 사라진 교사는 민주시민교육이 요구하는 사회민감성과 민주적 의사결정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교육정책은 학생교육을 위해 전문성 높은 교사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장기간 교육 분야에 몸담은 교사들이 각 정당이나 교육 관련 시민단체에서 바른 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교사가 정치적 기본권을 가져야 하는 까닭은 그것이 자신의 본분이기 때문이다. 민주시민으로 학생을 교육하려는 교사는 민주시민의 권리와 의무를 실천하는 시민이어야 한다. 종교의 예를 들면 쉽게 정치 중립을 이해할 수 있다.
교육기본법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세운 학교가 종교교육을 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금지사항이 헌법의 기본권을 가진 교사 개인이 종교를 가질 수 없다는 종교 배제로 연결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교사가 특정 종교를 믿기 때문에 종교적 중립 원칙을 위배하고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특정 종교를 믿도록 강요하리라고 예측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즉 헌법에서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를 교사로부터 제한하면서 획득할 수 있는 공익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과잉금지 원칙을 적용하여 교사에게 종교 배제를 적용하지 않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교사가 특정 정당에 가입한다 할지라도 정치적 중립 원칙을 위배하고 그가 수업에서 특정 정당 지지를 강요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는 없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정치기본권을 교사로부터 제한하면서 획득할 수 있는 공익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과잉금지 원칙을 적용하여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배제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5. 정리

앞에서 민주시민교육은 교양교육으로서의 교과교육을 토대로 하여 학생들이 사회에 참여하는 것을 포괄하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이러한 특성으로 말미암아 교사는 사회민감성과 정치기본권을 가져야 민주시민교육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하였다.
결론적으로 민주시민교육은 교육의 3주체인 학생, 교사, 학부모가 모두 공공선을 추구하는 민주시민성을 가진 건강한 시민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교사는 수업에서 보이텔스바흐 합의 원칙에 따라 중립적으로 교육하고 학생이 자신의 삶과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또한 교사 자신이 그러한 민주시민성을 내면화해야 학생들에게 잠재적 교육과정의 모델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서울특별시교육청(2015), 2015학년도 민주시민교육 계획, 서울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서울특별시교육청(2018), 국민주권시대의 학교 민주시민교육의 현황과 과제, 한국교육사회학회 학술대회자료집.
이동수(2017), 문명, 국가 그리고 시민사회. 이동수(편), 시민학과 시민교육(pp. 13-53), 경기도:㈜인간사랑.
이동기(2018), 보이텔스바흐로 가는 길: ‘최소 합의’로 갈등 극복하기. 심성보, 이동기, 장은주, 케르스틴 폴(편), 보이텔스바흐 합의와 민주시민교육(pp, 33-79), 서울:북멘토.
장은주(2018), 시민교육이 희망이다: 한국 민주시민교육의 철학과 실천모델, 서울:피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