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더울 때, 가장 추울 때, 배고플 때, 갈 곳 없는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쉼터가 카페 함크예요!”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오는 카페 함크. 시험 기간, 방학 기간에는 북적거리는 아이들로 시끌벅적한 사랑받는 공간이 되고 있다.
카페 함크는 작년 7월 22일 개소하여 1년 간 운영 중에 있다. 고척동 일대는 유난히 다가구가 많아 저소득 밀집지역으로 유명하다. 구로구에서도 가장 에너지가 넘치는 청소년들이 몰려있는 곳, 바로 고척2동 일대이다. 방임 아동청소년들 문제 해결을 위해 2015년부터 마을의 주민들이 나서서 변화를 만들어가게 되었다. 덕의 경로당 어르신들이 경로당 공간에서 인근 아이들에게 직접 한자와 서예를 가르치는 것을 시작으로 방학 동안에는 점심식사까지 제공하며 어려운 아이들을 품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동네 아이들을 위해 어르신들이 직접 빈병과 폐지를 모아 팔아서 중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에게 교복값으로 장학금을 전달했다.또한 2016년부터는 인근 고척근린공원 내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저녁식사를 제공하는 행사를 이어갔다. 한달에 한 번 셋째 주 목요일 저녁 6시~10시까지 청소년 누구나 따뜻한 밥 한 끼를 제공받는다. 1318 햇볕한줌 ‘달빛밥상’ 이모님들이 손수 음식 준비를 한다. 떡볶이, 비빔밥, 볶음밥, 보쌈 정식, 삼겹살 등이 제공되는데, 눈만 돌려도 배고프다는 소리를 달고 사는 청소년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 바로 보쌈정식이다. 하루 70~120여명의 아이들이 찾는 달빛밥상이다.
이렇듯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동네의 아이들을 함께 돌보는 활동은 취약아동청소년을 위한 지역아동센터가 부재한 곳에서 시도된, 돌봄 사각지대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아이들의 놀이터+간식+쉼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덕의 경로당 한상진 전회장, 마을공동체 김미경 활동가, 구로여성회 이근미 대표, 1318 달빛밥상 유선희 총무가 모여 마을의 아이들을 함께 키워가는 새로운 모델의 돌봄센터를 꿈꾸었는데 그것이 이루어진 것이다. 2016년도 4월 구로여성회 이근미 대표가 서울시 참여 예산 제안서를 제출하게 되었고, 1억 3천만 원을 지원받아서 멋진 카페 함크를 탄생시켰다.
함크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 주말 12시~6시까지 학생들로 바글거린다. 특히 학생들이 직접 딜러가 되어 장터를 열고, 액체괴물 만들기, 옛날과자 체험, 공예 체험 등 하우스 벼룩시장이 열리는 날은 하루 100여 명의 학생들이 다녀간다. 7시부터는 무료 영화제를 진행한다. ‘신과 함께’, ‘코코’ 등 꼭 한번은 보고 싶은 영화를 볼수 있는 이 날은 가족 영화를 상영하는 날로, 엄마들도 함께 즐기는 날이 된다.방학 특강, 방과후 특강으로 요리, 보드놀이, 종이접기, 그림소묘, 전통차, 도예, 도자기 핸드페인팅 등 체험적 교육활동을 진행한다. 또한 엄마표 과학교실, 수공예 교실, 그림책읽기 봉사 등 자원봉사자들이 자발적으로 또래모임을 구성하고 운영을 하고 있다. 카페 함크에서는 생일잔치나 대관도 진행한다. 인근 초등학교 40여 명 학급반 전체(아이들, 학부모)가 참여하는 생일상이 차려지기도 하고 특별한 가족모임이 열리기도 한다.
작년 연말에는 작은 음악회를 개최하여 동네 기타, 하모니카, 아코디언, 오카리나 동호회를 초대하여 작고 감동적인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이렇듯 카페 함크는 동네에서 사랑받는 쉼터이자 복합문화공간으로 아이들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배움을 나누고 함께 즐기며 더불어 성장해가는 배움터가 되어가고 있다.
카페 함크를 이용하는 학생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접하며 꼭 필요한 곳으로 자리를 잡아가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과제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맞벌이 가정의 학생인 초3, 5학년 남매가 있다. 인근 초등학교를 다니다가 가정사로 멀리 이사를 갔다. 하지만 아이들이 전학가기를 꺼려하여 부모님이 매일 등하교를
시켜주고 있다. 이들은 학교 방과후 수업을 마치고 스스로 카페 함크를 찾는다. 엄마를 기다리며 숙제도 하고 놀이도 하면서 매일처럼 방문하는 단골 손님들이 되어가는 학생들이다.
동생들의 방학 돌봄을 책임지고 있는 민준(가명, 중3)은 매일같이 여동생(초1)과 남동생(초2)을 데리고 12시 경 카페 함크를 찾는다. 족발집을 운영하시는 부모님 대신 방학 동안에 동생들을 돌보는 일은 민준이 몫이다. 집이 너무 더워서 카페 함크를 찾게 되었다고 한다. 다행히 동생들이 함크를 좋아해서 이 곳에서 점심을 사먹이고 오후 4시 태권도 도장을 보내고 난 이후 민준이에게는 비로소 자유가 생긴다고 했다.
은주(가명)는 인근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다. 함크를 찾을 때면 5~6명의 아이들이 함께 와서 실컷 놀다 간다. 은주가 처음 카페를 방문했을 때를 잊을 수가 없다. “간식을 사먹을 돈이 없어도 놀 수 있나요?” 라고 물어 왔었다. 당연히 쉬어갈 수 있다고 얘기하자 그 후 단골 손님이 되었다. 5~6명의 또래 남녀학생들이 보드게임을 하면서 정말 신나고 즐겁게 깔깔깔 웃고 떠들며 너무나 행복하게 놀다가곤 한다. 또래들끼리 모여서 보드놀이, 공동체 놀이를 하는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보는 내내 마음이 든든했다. 하지만 한켠에는 간식을 넉넉히 챙겨줄 수 없음에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청소년들에게 함크는 짜투리 시간을 이용하는 공간이다. 하교 후 학원에 가기 전 농구, 축구를 하고 땀범벅이 되어 찾아온다.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이고는 자유롭게 자신들의 공간을 만들어 간다. 음악을 직접 선곡하여 떼창을 하기도 하고 흥에 겨워 떼춤을 추기도 하며 카페 함크는 아이들에게 가까워지고 있다.
올해 4월부터 함크에 새로운 규칙을 만들었다. 시작은 와이파이를 제공하지 않기를 바라는 엄마들로부터 비롯되었다. 학생들의 쉼터이자 아지트인 이 공간에서 아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와이파이를 끊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하지만 작은 실천과 노력이나마 시도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카페 코디 선생님이 ‘함크에 있는 동안 30분 간, 휴대폰을 손에서 내려놓자’고 제안했다. 처음에는 반대하는 친구들로 인해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차츰 간식 먹는 아이, 웹툰을 찾아 보는 아이, 탁구를 치는 아이, 보드 놀이를 선택하여 노는 아이 등 어느새 30분을 훌쩍 넘겨 시간가는 줄 모르게 빠져들어 휴대폰을 잊은 아이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렇듯 친구들과 함께하는 다른 즐거움을 만나며 함크를 찾는 90% 이상의 학생들이 새로운 규칙을 지키는 일에 동참해 주어 작은 보람과 기쁨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렇게 함크는 학생들의 즐겁고 행복한 쉼터이자 아지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하지만 공공 서비스가 아닌 민간에서 시작한 돌봄 카페이기에 임대료 및 운영비를 직접 마련해야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함크를 후원하는 150명의 회원들이 있지만 재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간식을 팔아서 수익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렇기에 저소득 계층의 지원이 취약한 학생들을 위한 무료 마을돌봄, 무료 간식 지원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카페 함크의 강점인 누구나(학생들, 주민들) 함께 찾는 놀이쉼터이자 복합문화배움터의 기능 또한 잘 접목시켜야 한다. 앞으로 마을에서 함께 크는 아이들 ‘카페 함크’가 지속가능한 행복 공간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