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정아 (서울가곡초등학교, 교사)
제21회 교실수업개선실천사례연구발표대회 전국 1등급 수상작을 재구성함
Ⅰ. 우리 반 학생들과 어떤 수업을 하면 좋을까
학기 초 짝과 토의하여 답을 찾아보는 수업을 할 때였다.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나누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상당수의 학생들은 토의에 소극적으로 참여하였다. 짝 토의 후 선생님과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 되었을 때, 많은 학생들이 짝과 나눈 의견을 지우고 선생님이 말하는 ‘답’으로 열심히 고쳐 적었다. 왜 짝과 나눈 것이 아니라 선생 님과 함께 확인한 것을 답으로 고쳐 적었는지 학생들에게 물어보았다. 학생들은 “짝이 말을 안 해요.”, “짝이 그냥 각자 하자고 해요.”, “선생님이 알려주시는 것이 정답이잖아요.”라고 답하였다. 많은 학생들이 선생님이 알려주는 대로 공부할 때 안심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선생님이 알려주는 수업이 아닌, 우리 반 학생들이 보다 즐겁고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수업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 ‘어떤 수업에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언제 학생들이 즐겁게 수업에 참여 하지?’에 대해 떠올려 보았다. 학생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할 때, 보다 구체적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할 때 적극적이고 즐겁게 수업에 참여하였다.
공부해보고 싶은 것을 원하는 방법으로 공부하도록 ‘선택’하게 한다면, 학생들은 더 이상 선생님의 답을 기다리 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이에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스스로 생활 속에서 실천하며 그 가운데 행복한 배움이 이루어질 수 있는 프로젝트를 계획하게 되었다.
Ⅱ. Click! ‘WIDE’ 프로젝트 만들기
학생 스스로 ‘선택’하기, 함께 ‘협력’하기, ‘호기심과 질문’ 중심으로 수업하기, 스스로 ‘실천’하기, 앎을 삶에 적용 하며 ‘확장’하기를 강조하며 학생의 선택에 기반한 협력적 프로젝트를 만들고자 하였다. 다섯 가지의 핵심 개념을 담아 Click! ‘WIDE’ 프로젝트를 구안하였다.
프로젝트 학습(Project-Based Learning)의 단계에 대하여 Barrows(1985) 등 많은 학자들이 정의하였으나 공통 적으로 다음의 4단계를 포함하고 있다1. Click! ‘WIDE’ 프로젝트 단계는 PBL의 공통된 단계를 변형하여 개발하였다.
프로젝트 과정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실천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 가장 고심한 것은 학생의 요구를 반 영한 문제 선택과 팀 선택 단계였다.
프로젝트는 ‘학생이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가’에서부터 시작 된다. 이에 교실 한편의 벽에 언제든지 아이디어를 붙이게 하여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이를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프로젝트 주제를 선택하였다.
실제로 미세먼지로 인해 체육 시간에 나가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미세먼지를 없애고 싶다.’는 학생의 요구가 있었다. 이에 ‘미세먼지 해결’에 대한 학생의 요구를 사회과의 ‘주민 참여를 통한 문제 해결’과 연계하여 ‘미리내(미세먼지를 리셋 하는 내일 만들기)’ 프로젝트로 진행하였다.
학생의 요구를 반영하여 프로젝트 문제가 선택되었지만 그 것을 해결하는 구체적인 내용 및 방법은 개인마다 다를 것이 다. 이에 각자의 다양한 생각을 ‘WITH’를 통해 떠올리고 이 것을 기준으로 ‘함께’ 팀을 선택하였다.
프로젝트 문제에 대하여 Want(주제와 관련하여 공부해보고 싶은 것), Interesting(재미있을 것 같은 것), Try(시도해보고 싶은 것), Hard(어려울 것 같은 것)를 떠올리도록 하였다. 학생들은 각자의 WITH를 적은 후, 서로의 생각을 보고 희망 주제 또는 문제 해결 방법이 유사한 아이디어 가까이에 자신의 WITH를 붙여 팀을 선택하였다. 팀원이 너무 많거나 적을 경우, 개인 혹은 팀의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팀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였다.
Ⅲ. Click! ‘WIDE’ 프로젝트 수업 과정 – <대한민국 프로젝트> 사례를 중심으로
Click! ‘WIDE’ 프로젝트로 문화유산 가치 탐색, 미세먼지 문제 해결, 한강 쓰레기 문제 해결, 사회 변화 문제 해 결, 편견과 차별 극복, 지역 간 경제 교류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실천하였다. 그 중 <대한민국 프로젝트>는 한강 쓰레기 문제 해결에 대한 학생의 요구를 사회과 지역의 공공 기관과 주민 참여 단원과 연계하여 재구성한 프로젝트다. 학생들은 교과서에 제시된 지역의 문제 말고, ‘진짜 우리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 보고 싶다고 하였다. 이에 우리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찾고 이를 해결하는 방안을 떠올려 지역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태도를 기르기 위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프로젝트는 사회과를 중심으로 미술, 국어 교과와 함께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총 10차시로 구성하였다.
1. 문제 선택
‘진짜 우리 지역의 문제’를 찾기 위해 우리 반이 다 같이 학교 주변을 탐방하며 문제를 살펴보았다. 또 주말을 활 용하여 학생들에게 집 주변을 가족과 함께 살펴보며 문제를 발견하도록 하였다. 다음 사회 시간에 모여 각자 발견 한 우리 지역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파트 주차 문제요.”, “학교 주변 길거리에 쓰레기가 많이 떨어 교과 져 있었어요.”, “층간소음 문제요.”, “아파트에서 담배를 피우는 문제요.”, “주말에 가족들과 한강에 갔는데 쓰레기 교육 가 엄청 많았어요.”, “학교 주변 하천에서 냄새가 나요.” 등 학생들은 다양한 문제를 포스트잇에 적어 칠판에 붙였다. 그것을 범주화 한 후, 우리 반이 함께 해결할 문제를 선택하기로 하였다. 학생들은 ‘한강 쓰레기 문제’를 단연 많이 선택하였다. 아마도 한강에 직접나가고 싶은 마음이 컸을 것이다. 그때, 한 학생이 손을 번쩍 들고 이렇게 제안을 하였다. “선생님, 이번 프로젝트는 이름도 저희가 정하면 어때 요?” 프로젝트 주제뿐만 아니라 이름까지 정해보고 싶다는 의견이었다.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1차시의 시수를 확보하고 다음 시간에 ‘프로젝트 이름 공모전’을 실시하기로 하였다. 그 결과, 가장 많은 호응을 얻은 <대한민국의 중심 한강이 쓰레기로 민원이 들어오지 않게 하는 국가 청결 프로젝트>가 프로젝트 이름으로 선정되었다.
2. 팀 선택
한강 쓰레기 문제 해결이라는 주제에 대하여 자신이 더 공부해보고 싶은 것, 재미있을 것 같은 것, 해보고 싶은 것, 어려울 것 같은 것의 의견을 적어 팀을 선택하였다. 팀은 주로 재미있을 것 같은 것이나 해보고 싶은 것을 기준으로 구성되었다. 포스터를 만들겠다는 팀, 직접 한강에서 쓰레기를 줍겠다는 팀, 캠페인 동영상을 만들겠다는 팀, 쓰레기를 버리는 행동에 대한 설문 조사를 하겠다는 팀 등이 꾸려졌다. 팀의 개인별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문장으로 간단하게 계획서를 작성하여 팀별 실천 방향을 정하였다.
3. 문제 해결 방안 탐색
팀 선택의 개인별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팀별 구체적인 실천 계획서를 작성하고 실천을 위한 준비를 하였다. 팀 별로 한강에서 활동할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필요한 준비물 또한 다양하였다. 이에 중간 놀이 시간을 활용하여 ‘준비물 찬스’ 시간을 마련하였다. 팀별로 학교에 있는 준비물 자료실에서 5분 동안 필요한 자료를 대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준비물 자료실에 가기 전 필요한 준비물 목록을 작성하여 교사와 확인한 후, 교사 동행 하에 자료실 에서 5분 동안 팀별로 필요한 준비물을 모두 빌리도록 하였다. 또한 미술 시간과 연계하여 학교에서 사용하고 버려지는 폐현수막의 뒷면을 재활용하여 한강에서 착용할 어깨띠를 팀별로 제작하였다.
4. 문제 해결 방안 실천
한강에 직접 나가기 전 사전 안전 지도를 한 후, 멀리서도 눈에 잘 띄도록 팀 조끼를 입게 하였다. 직접 쓰레기를 줍는 팀은 주황색 팀 조끼를, 캠페인 및 동영상 촬영 팀 등은 노란색 팀 조끼를 입게 하여 넓은 곳에서도 팀별 활동을 교사가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다.
5. 나눔 및 반성
프로젝트를 마친 후, 팀별 프로젝트 과정에 대해 친구들과 나누고 싶은 내용 및 방법을 선택하여 팀의 활동 특 색이 드러나도록 발표하였다. 학생들은 PPT, 우드락 보고서 작성, 촬영한 동영상 재생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발 표를 하였다. 학생들에게 숙제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하여 학교에서 1차시 발표 준비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 이때 어떤 팀은 집에서 노트북을 가져와 학교에서 자료를 함께 만들었고, 다른 팀은 집에서 사진을 출력해 와 우드락에 붙여서 보고서를 완성하였다.
발표는 팀별 활동 내용과 소감을 간단히 나눈 후 친구들의 질문을 듣고 답하는 식으로 하였다. 발표자의 일방적 인 전달이 아니라, 친구들의 발표에 질문하고 답하는 가운데 함께 나누고 반성하며 프로젝트를 마무리하였다.
Ⅳ. 프로젝트를 통해 달라진 우리들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실천하는 공부에 자신감과 흥미를 갖게 되었다. 또한 시키지 않아 도 학생 스스로 생활 속에서 실천을 이어 갔다. 실제로 대한민국 프로젝트가 끝난 후 한 학부모는 ‘우리 아이가 대 한민국 프로젝트 이후부터 계속 쓰레기를 주워서 집으로 가져와요.’라고 말하였으며, 다른 학생은 일기장에 ‘지난 주말에 가족들과 한강에 가서 쓰레기를 주웠다.’며 프로젝트를 회상하기도 하였다.
프로젝트 수업 후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학생들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 시○ : 생각하는 힘이 좀 많이 커졌어요. 선생님이 설명할 때는 우리가 그냥 들었는데, 스스로 계획하고 만들어 가니까 어려울 때는 ‘어떻게 해야 되지?’ 생각하고 이걸 해결해나가려고 하니까 좋았어요.
- 태○ :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질문을 하면 잘 이야기 안하고 넘어갔는데, 스스로 할 때는 모르는 것이 있으면 찾아보게 됐어요.
- 경○ : 공부하는 내용이 머리에 더 잘 들어와요. 억지로 공부하는게 아니라 우리가 직접 하니까 더 기억에 남는 것이 많아요.
- 상○ : 친구 관계가 좋아졌어요. 교과서로만 공부 하고 문제 풀면 친구들이랑 쉬는 시간밖에 못 만나는데, 프로젝트 하면서 같이 협력하니까 별로 친하지 않았던 친구랑도 친해졌어요.
또한 프로젝트 수업을 돌아보며 학생들은 다음과 같이 소감을 나누었다.
프로젝트 과정에서 팀별로 계획하고 실천하는 내용이 달라 교사는 부지런히 팀을 순회하며 피드백을 제공해야 했다. 쉴 틈 없이 돌아다니고 팀별로 조언을 하며 목이 쉴지라도, 프로젝트를 통해 ‘친구들과 함께’ 계획하고 실천 하면서 ‘자신의 삶 속에서 배움을 경험’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마주하면 정말 보람되고 기뻤다.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스스로 선택하여 친구들과 협력하여 고민하고 해결하며 생활에 적용하는 공부를 하면서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도 함께 성장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