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교육2022 가을호(248호)

[생각을 쓰는 교실]
스스로 질문하고
탐구하며 답을 찾아서

이석영(상도중학교, 수석교사)

나는 무엇이 궁금하지? 왜일까?

교사는 잘 구조화된 지식을 전달하고, 학생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많은 지식을 열심히 받아들이는 것만을 수업이라고 부르지 않기로 하는 교육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학생 중심 수업이나 학생 참여형 수업이라는 이름으로 수업의 중심도 교사에서 학생으로 점점 이동해 가고 있다. 질문을 잃어버린 교실에서 질문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스스로 생각하고 궁금해진 질문에 대한 답을 탐색하고, 글과 말로 정리해보는 수업에 대한 바람이 점점 커지고 있다. 불확실성이라는 특성만이 확실한 미래사회를 살아갈 우리 학생들의 역량을 키워주려면 이제 정답을 맞히는 능력보다, 질문하는 능력 그 질문에 대해 답을 찾아가는 능력이 더 필요해졌다. ‘생각을 쓰는 교실’은 학습자 스스로가 질문과 탐구를 거쳐 생각을 써서 표현하고 이를 통해 비판적·창의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서울형 교실 수업 혁신 방안이다. 독서 및 토론과 연계하여 글쓰기를 강조하여 학생들이 한 가지 사고에 얽매이지 않고 창의적으로 생각함으로써 스스로 질문하고 탐구하며, 그 내용을 글쓰기로 정리하는 것이 ‘생각을 쓰는 교실’의 요지이다.

생각을 쓰는 교실

‘생각을 쓰는 교실’은 주어진 주제와 관련지어 스스로 질문하고 탐구하는 과정을 거쳐 설명 또는 자신의 의견, 주장을 글로 쓰면서 정리하는 탐구 기반 학습 모형이다. 학생들은 이 과정을 통해 질문을 만들어 내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질문의 핵심에 논리적으로 답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생각을 쓰는 교실’은 ‘질문하기-탐구하기-쓰기’의 3단계로 이루어진다. 질문하기 단계에서는 탐구적인 질문을 생성해 핵심을 도출하거나 상황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설정해 질문을 생성한다. 탐구하기 단계는 제기된 질문을 중심으로 자료 탐색, 자료 요약, 분석·평가, 토의·토론 등의 지적 탐구활동을 수행한다. 쓰기 단계에서는 그동안의 과정을 바탕으로 문제 해결 방안, 결과의 도출 등 탐구의 결과를 하나의 글쓰기로 최종 완성하는 것이다.

가치가 왜 중요할까? 나의 가치는 무엇일까?

중학교에 다니는 동안 학생들은 위 질문에 대해 답을 찾는 활동을 도덕 교과에서 주로 하게 된다. 나는 학생들이 진로진학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중학교 3학년 시기에 자신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인 ‘가치’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해 보고, 자신을 탐색하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영어 수업에서 ‘You Are What You Value’라는 주제로 가치의 중요성과 사람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름을 인식하고,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진지하게 탐색하며, 그 과정을 논리적이고 타당하게 한 편의 글로 ‘쓰는’ 학습경험을 하도록 수업과 평가를 설계하고 운영해 보았다.

[관련 성취기준 및 학습 목표]

[교수·학습 활동 흐름도]

[교수·학습 활동 구성 계획]

총 6차시에 걸쳐서 진행된 수업은 패들렛(Padlet)을 기본 포트폴리오 공간으로 하고, 활동지, 구글 문서와 잼보드(Jamboard)를 활용하여 개별 활동과 모둠 활동을 병행하였다. 학생들은 3차시 동안 질문 만들기 관련 활동을 하고, 1차시의 탐구 활동, 2차시에 걸친 글쓰기 활동을 하였다.

<활동 포트폴리오로 사용한 패들렛>

사전 활동(1차시)

<유형별 질문 만들기 연습에서 학생들이 만든 질문>

1차시에는 닫힌 질문(thin questions)과 열린 질문(thick questions)을 구별하는 활동과 함께 질문 만들기 연습을 하였다. 학생들은 국어 시간 등 타 교과 시간에 배운 질문 유형에 대해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실제 질문을 만들어 보았다. 질문 유형을 구별해 보는 활동을 모둠으로 한 후에 개별적으로 질문을 만들어 보고 패들렛에서 공유하였다. 학생들 중에는 열린 질문과 닫힌 질문을 구별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기도 했고, 실제 주어진 상황에서 질문 만들어 보기를 할 때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경우도 간혹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질문 유형을 분명하게 구별하고 해당되는 질문을 잘 만들었다.

질문하기(2∼3차시)

2차시에는 본격적으로 주제와 관련된 내용을 다루기 시작했다. 먼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What Men Live By)』 (레프 톨스토이) 소설 속에서의 세 가지 질문과 저자의 답을 찾는 활동을 했다. 저자가 소설 속에 제시한 질문 중 하나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인데, 이것이 수업의 주제인 가치와 맥락을 같이 하는 내용이므로 가치에 대해 본격적으로 생각하기 전 단계로 활용하고자 하였다. 학생들은 3인 1모둠으로 검색 활동을 통해 소설에 대한 정보를 찾고, 공유문서에 그 내용을 정리하는 활동을 하였다.

<소설 속 질문과 대답 찾기>

3차시에는 본격적인 질문 만들기 활동을 하였다. 학생들은 두 유명인의 인터뷰 영상을 보면서 그들의 가치를 추측해 본 후 그 내용을 공유하였고, 학생들은 그런 과정을 통해 생긴 가치에 대한 질문을 만들어 보았다.

<두 유명인의 인터뷰 보면서 그들의 가치 추측하기>

<개인별, 모둠별 질문 만들기와 각자 답하기>

탐구하기(4차시)

가치에 대해 많은 질문을 만들고 다양한 생각으로 답을 해본 전 시간에 가장 많은 학생들이 제시해 준 질문 중의 하나가 “What values are important to you?(너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이니?)”였다. 따라서 학생들은 각자 자신의 말과 행동, 생각을 탐색하면서 스스로에게 중요한 가치가 무엇이고, 왜 그 가치들이 중요한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그 생각을 정리하면서 미래의 모습에 대해 예측해 보는 활동을 하였다. 이때 학생들은 자신의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였고, 그런 가치를 유지했을 때 성인으로서의 자신은 어떤 모습일지 구체적으로 그려보고자 노력했다.

<자신의 가치 탐색 >

글쓰기(5∼6차시)

질문을 만들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면서 자신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탐색한 학생들은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에 대해 조금은 더 분명한 답을 찾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정리하는 글을 쓰는것이 마지막 단계였다. 학생들은 단계별 활동을 거치면서 스스로의 생각을 구체화할 수 있었고, 그 과정을 통해 배우고 알게 된 것을 글로 정리하였다.

학생들의 질문과 탐구가 피어나는 수업을 기대하며

스스로 생각하고 궁금해하면서 자신만의 답을 찾아보고, 그 과정을 글로 정리하는 수업은 학생들에게 일상적인 경험은 아니었다. 그리고 쉬운 활동도 아니었다. 학생들은 쓰기 수업 자체가 많지도 않고, 보통의 쓰기 수업 즉, 교사가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맞는 글을 쓰도록 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생각을 쓰는 교실’처럼 주제와 관련해서 학생들 스스로 고민해 보도록 하고, 그 주제에 맞는 질문을 만들어 보며, 답을 찾도록 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많은 생각과 노력을 요구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수업이 점차 많은 교과로 확대되고, 일상적인 수업 활동이 되어 질문과 탐구를 통해 학생들의 배움이 더 심화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