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민 명예기자
서울교동초등학교(이하 교동초, 교장 임인숙)는 1894년에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초등교육기관으로 오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이다. ‘대한민국 1호 초등학교’라는 명예와 함께 한때 전교생이 5,000명대에 달했던 교동초는, 사회적 문제인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서울형 작은 학교’가 되었다. 그리고 현재 교동초의 전교생은 2011년 97명 대비, 2023년 현재 170명으로 늘어났다. ‘서울형 작은 학교’의 모델로서 ‘작은 학교의 부활’이라 불리는 교동초의 사례를 통해 학령인구 감소에 대처하는 교육 현장의 모습을 소개하고자 한다.
작은 학교의 부활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서울에서도 전교생 250명 이하의 작은 학교가 2022년 41개로, 2012년(14개)에 비해 약 3배 증가하였다.1특히 종로구에 위치한 교동초는 학령인구 감소와 더불어 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인해 이러한 현실을 체감하였다. 이에 직접 인근 유치원을 돌며 학교 홍보를 하는 등 신입생 모집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2017년에는 <제1기 서울형 작은 학교>로 지정되었다. 서울형 작은 학교는 △ 학교별 특색 있는 교육과정 운영 예산 지원 및 컨설팅, △ 서울 전역 공동학구제, △ 교원 초빙 및 연구학교 지정을 통한 우수 교원 확보, △ 원활한 학교 운영을 위한 보조 강사 인력 지원 등 전교생 300명 미만의 작은 학교들이 ‘가고 싶고 머물고 싶은 학교’로 거듭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는 교육청 사업이다. 교동초는 1기부터 현재 운영 중인 3기에 이르기까지 서울형 작은 학교에 선정되어 교동초만의 특색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적은 학생 수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오히려 교동초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전교생 300명 이하의 소규모 학교는 등교가 가능했던 터라, 코로나19 이후 입학 문의와 신입생 입학이 급증하며 입소문을 탔다. 코로나19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온 현재에도 교동초를 찾는 학생들의 전입학 문의는 끊임이 없다. 작은 학교 특색 프로그램 및 공동학구제 운영, 교육환경 개선 및 학교시설 인프라 구축 등의 노력이 빛을 발해 2021년 전교생은 185명으로 학생 수가 가장 적었던 2011년 대비 약 2배로 학생 수가 증가하며 교동초의 부활을 이루어냈다.
서울 전역에서 찾아오는 공동학구제
교동초는 2017년 제1기 서울형 작은 학교로 지정되면서 공동학구제 운영이 가능해졌다. 집은 학구가 아니지만, 부모님의 직장이 학교 인근에 있어 부모님과 함께 등교하는 학생들이 많은 교동초의 특성상 공동학구제는 학생 수 증가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었다. 실제로 전교생 170명 중 학구(종로 1~4가)에서 오는 학생은 40명으로 25%에 불과하다. 학구 밖 종로구를 포함하여 마포구, 용산구, 중랑구 등 서울 전역에서 오는 학생은 120명으로 전체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교동초는 공동학구제를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2023. 4월 기준).
학교와 먼 곳에서 부모님과 함께 등하교하는 학생들이 많은 만큼 교동초는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 등 탄탄한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생들의 방과후 공백을 메우고 있다. 방과후학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진행되고 있다. 영어, 코딩, 로봇&드론, 축구 등 교과부터 예체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26개 강좌(48개반)가 운영되고 있는데, 작은 학교의 특성을 고려하여 최소 5명부터 강좌를 개설할 수 있다. 교동초 방과후학교는 133명의 학생들이 수강 중인데, 이는 전교생의 85%에 해당한다. 특히 1학년과 3학년은 100%의 높은 수강률을 기록하였다.
1~3학년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돌봄교실은 오후돌봄과 저녁돌봄이 운영되며, 하교 후 돌봄 공백의 걱정을 덜고 있다. 돌봄교실에서도 교동초의 학교 특색과 발맞추어 다양한 전래놀이와 함께 책놀이, 체육활동이 이루어지며 학생들의 방과후를 책임지고 있다.
자녀의 등하교를 직장 출퇴근과 함께 직접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동학구제와 교동초의 방과후 프로그램에 대한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2023년 방과후학교 1분기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는 94점, 2022년 돌봄교실에 대한 만족도는 94점(100점 기준)으로 나타났다.
전통과 미래의 어울림 ALL 프로젝트
교동초는 <전통과 미래의 어울림 ALL 프로젝트를 통한 행복 학교 만들기>를 주제로 서울형 작은 학교 3기를 운영중이다. 운영 주제의 ‘ALL’은 전통문화예술교육(Art), 전통 찾기 역사교육(Legacy), 함께하는 어울림 교육(Local)을 의미한다. 작은 학교의 특색을 살린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전통을 기반으로 미래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역량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성과 감성을 기르는 전통문화예술교육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교동초는 ‘전통’을 품은 특색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전통 악기와 회화 교육을 포함하여 전통놀이와 전통예절 교육 등 교동초의 특색있는 전통문화예술교육은 전통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교동초는 서울특별시교육청 산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종로구청 등 다양한 지역사회 기관의 도움을 통해 전문 강사 지원을 받고 있다.
‘1인 1국악기’ 교육을 통하여 1~2학년은 전래동요와 소고, 3~4학년은 가야금, 5~6학년은 사물놀이를 배운다. 악기 교육과 함께 수묵화, 서예 등을 배우는 전통회화 교육도 이루어지는데, 학년말 드림어울마당(학예회)에서 발표회를 열어 1년 동안 갈고 닦은 자신의 끼와 꿈을 발표하고 있다.
전통예술교육과 더불어 학생들이 전통에 관심을 갖고 즐길 수 있도록 전통놀이와 전통예절에 대한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1~2학년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전통놀이교실’에서는 제기차기, 비석 치기, 고누놀이, 격방놀이 등 다양한 전통놀이 체험과 더불어 전통놀이의 유래를 알아보며 전통놀이에 대한 흥미를 높인다. 3~4학년은 ‘전통예절교실’에서 한복을 입고 우리나라의 배례법과 인사말을 배우는 바른 인사 예절 학습과 전통 다례·다식 체험을 하며 전통예절을 경험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12월에는 국악, 한국 무용, 탈춤 등 전통문화예술 공연 관람을 통해 전통문화예술을 경험하며 우리 뿌리를 찾는 기회를 가질 예정이다.
전통문화예술교육에 대한 2022학년도 학부모와 학생의 만족도는 각각 94%, 84%로 매우 높은 수치를 보이며 전통문화예술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를 희망하였다.
교동의 역사 속으로, 전통 찾기 역사교육
대한민국 제1호 초등학교라는 명성에 걸맞게 교동초는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교동초의 하루하루를 간직하고 있는 학교 내 작은 박물관인 ‘나이테1894’는 2,510점의 사료를 보관 중이다. 교동초에서는 ‘나이테1894’를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여 학교에 대한 역사 의식을 고취하고 전통을 이어가는 학교 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나이테1894’의 역사관 도우미는 6학년 학생들로, 구역별로 맡은 역사관의 안내와 홍보를 담당하고 있다. 역사관 도우미는 담당 교사와 함께 담당하게 된 역사관 자료를 탐독하며 소개할 자료를 선별하고 시나리오를 작성해 소개 연습을 하며 역사관 도우미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한다.
학교로 들어오는 1층 현관에는 디지털 역사관이 있어 ‘나이테1894’ 역사관에 있는 자료들을 디지털 자료로 볼 수 있다. 역사적 자료뿐만 아니라 교동초를 빛낸 인물들, 역대 졸업생 및 학교장의 사진도 담고 있어 학생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학교의 역사를 찾아보며 학교에 대한 자긍심을 키울 수 있다.
교동초의 특색 교육과정은 지역사회 인프라와 관련이 깊다. 안국역 근처에 위치한 교동초는 창경궁과 운현궁, 종묘와 더불어 인사동, 북촌 등 역사와 전통이 숨쉬는 장소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교동초는 학교 주변의 풍부한 교육자원을 발굴하여 지역의 역사적 현장을 찾아가는 체험 중심의 역사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학년군별로 진행되는 지역 연계 특색활동은 마을결합형 활동과 민관학 거버넌스를 실행하며 유관 기관과의 적극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하였다.
올해에도 1~2학년 운현궁, 3학년 인사동 어라연 전각 체험관, 5학년 헌법재판소, 뮤지엄 김치간 체험활동 등 마을결합형 교육과정으로 종로구 지역사회 내 다양한 체험활동이 진행되었다.
‘같이’의 가치, 함께하는 어울림 교육
작은 학교의 장점은 구성원들이 서로서로를 알기 쉽다는 점이다. 친구뿐만 아니라 선후배, 다양한 선생님과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자연스레 사회성이 길러지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이러한 관계 맺음에 기반을 둔 어울림 교육은 교동초가 하는 모든 교육활동의 바탕이 된다.
맨발 걷기 활동은 교장선생님과 함께하는 어울림 활동이다. 교동초의 운동장에서는 점심시간마다 맨발로 운동장을 걷는 교장선생님과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 친구들, 선생님, 교장선생님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운동장을 걷는 이 시간을 통해 학생들은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서적 행복감까지 얻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교동초는 학부모 맨발 걷기 연수를 실시하여 실생활에서도 가족이 함께 어울려 맨발 걷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해당 연수에는 교동초 학부모뿐만 아니라 이웃 학교의 학부모, 교장선생님도 함께 참여하였다.
교동초는 ‘책’을 매개로 한 어울림 활동도 다채롭게 진행한다. ‘책 읽어주기 지원단’ 활동을 통해 학부모와 4~6학년 학생들이 1~2학년 학생들에게 직접 책을 읽어주며 함께하는 시간을 보낸다. 4월과 10월에는 도서관 행사(북적북적 서락원2 데이)를 통해 학생들이 함께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외에도 ‘작가와의 만남’, ‘수요영화극장’ 등 다양한 독서 활동을 더하며 도서관은 교동초 학생들이 즐겨 찾는 만남의 장소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학생 수가 적은 교동초에서는 5학년과 6학년이 함께 소규모 테마형 교육여행을 떠난다. 역사 유적지 탐방과 체험프로그램을 선후배가 함께하며 공동체 생활을 경험하고 서로 배려하는 마음과 협동, 봉사 정신을 함양할 수 있다. 이처럼 교동초는 학급당 적은 학생 수를 지녔지만, 다양한 어울림 체험활동을 통하여 선후배 간 서로서로 얼굴을 알고 친근하게 지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꿈과 소망을 담은 공간 혁신
교동초는 변화하는 학생 수에 발맞추어 교육환경의 변화에도 힘썼다. 학생 수가 늘어나면서 부족한 교실을 만들기 위해 기존 특별교실을 바꾸었다. 2020년 2월 지하 1층 개선공사를 완료하여 ‘창의누리’, ‘상상누리’, ‘라온누리’, ‘지혜누리’ 4개의 특별교실과 다용도 수업공간을 확보했다. 학생들은 새로워진 학교 공간에서 음악 수업, 소체육활동, 학생 자치활동, 기초학력 수업, 방과후학교 및 작품 전시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올제누리실은 미래형 지식정보 콘텐츠를 체험하고 학습할 수 있는 스마트 교실이다. 올제누리실에서는 3~6학년 학생들이 코딩교육을 통해 엔트리, 센서보드 프로그램 활용법을 익히고 있다. 올제누리실 외에도 디지털 수업을 위하여 전 교실에 무선 AP망을 구축하고 태블릿PC 108대를 확보하는 등 교동초는 미래형 지식정보 교육환경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교동초는 학습공간의 확보와 더불어 안전한 학교 공간을 만들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 중이다. 자가용으로 등하교하는 학생들이 많은 학교의 특성을 고려해 복잡한 주차장을 해소하고 학생들이 안전하게 등교할 수 있도록 보·차도를 분리하도록 ‘안전한 학교 만들기 사업’을 새롭게 시작하였다.
이와 더불어 교동초는 놀이기구의 노후화로 인한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도록 보다 안전한 놀이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였다. 또한 운동장이 없어 놀이를 하지 못하는 이웃인 경운학교 학생들과도 함께 어울려 사용하기 위한 놀이 공간에 대한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교동초가 작은 학교의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고, 학생들에게 놀이를 선물하기 위해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바로 이웃 학교와 함께 공간을 활용하는 ‘통합 놀이터’였다.
교동초의 바로 옆에는 공립 특수학교인 경운학교가 있다. 평소에도 장애공감문화 활성화 프로젝트 사업인 ‘함께 날다’ 프로젝트를 공동 운영해 올 만큼 두 학교의 교류는 활발했다. 이에 교동초와 경운학교 학생들 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무장애 통합 놀이터가 서울특별시교육청의 ‘꿈을 담은 놀이터’ 사업의 지원을 받아 11월 초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안전’과 ‘통합’ 놀이터를 모토로 한 이 놀이터는 휠체어를 탄 친구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놀이기구와 더불어 교동초의 맨발걷기 프로그램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모래 놀이터와 황토 촉감 놀이터 등 다채로운 시설들로 가득 찰 예정이다. 교동초의 공간 혁신에 대한 이러한 노력은 어울림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교육을 실천하기 위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작은 학교가 겪는 어려움
기적이라 불리며 작은 학교의 부활을 이끌어낸 교동초. 결과가 대단한 만큼 그 과정이 쉽지 않았음은 분 명하다. 교동초에 재직 중인 선생님은 교장, 교감 선생님을 포함하여 모두 19명으로 일반 학교에 비해 적은 인원이다. 학교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업무들은 큰 학교와 동일하지만, 소수의 인원이 업무를 나누어 맡다 보니 교사의 업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교동초도 8명의 보직교사와 교직원들이 서로 도와가며 업무 과중을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와 교직원의 노력과 봉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작은 학교의 안정적인 교육활동과 학교 운영을 위해서는 작은 학교 특성에 맞는 지원이 필요하다. 교동초도 적은 교사 수로 인한 어려움이 큰 만큼 과원 교사 유지 및 스포츠 강사 배정 등 추가 인력 지원과 더불어 공문 처리 등의 행정적 절차 간소화와 재정 지원을 작은 학교에 꼭 필요한 지원으로 꼽았다.
소중현대(小中現大), 작은 것 속에 큰 의미가 담겨있다는 말이 있다. 교동초를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학교지만 교동초가 보여주는 교육의 비전은 미래사회의 인재가 갖추어야 할 창의융합적 역량을 기르는 데 큰 뜻이 있다. 전통이라는 탄탄한 뿌리에 기반을 두고 뻗어나가는 교동초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다. ‘작은 학교의 부활’이라 불리는 교동초의 성과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처하는 미래 학교들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