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칼럼2021 가을호(244호)

서울교육의 디지털 전환,
우리가 만들어가는 미래교육

유인숙(동작관악교육지원청, 교육장)

※본 원고의 인물과 명칭들은 가상으로 설정한 것입니다.

햇빛중학교(이하 햇빛중) 온미래 교사는 9월의 신선한 아침 공기를 가슴 깊이 호흡하며 출근하고 있다. 온종일 마스크를 쓰고 생활했던 몇 해 전과 비교하면 마스크 없이 숨쉴 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하다. 학교 현관에 들어서니 널찍한 개방형 공간에 마음이 절로 여유로워진다. 햇빛중학교는 교육청의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리모델링 사업으로 공간을 재구조화하면서 미래형 교수학습을 위한 첨단 스마트 교실과 함께 학생들의 정서 돌봄을 위한 개방형 공간들을 많이 마련하였다. 이제 학교는 학습의 장소를 넘어서 소통과 휴식이 있는 삶의 공간이 되었다. 온미래 교사가 출근해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학교 클라우드에 접속해서 행사 등 공유 일정과 각 부서의 알림 사항을 확인하고, 학생들에게 안내할 사항을 학급방에 올리는 일이다. 교육청이 인공지능 스마트 행정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클라우드의 공유 문서로 모든 사항을 기록하고 소통하니, 그 많던 종이 문서들이 사라지고 행정업무가 경감되었음을 온미래 교사는 피부로 느끼고 있다.
학급 조회 시간, 20여 명의 학생들이 한눈에 들어 온다. 수년간 추진한 교육청의 과밀학급 해소 정책의 성과로 학급당 적정 학생 수가 유지되면서 학생 개개인의 학습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면까지 살필 수 있게 되어 담임교사의 부담도 한결 가벼워졌다. 전달 사항은 학교 클라우드 학급방에 미리 올려놓았기 때문에 조회시간에는 학생들을 격려하는 작은 행사를 하기도 한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이들의 환한 표정에 온 교사도 기분이 상쾌해진다.
수업이 시작되었다. 지난 주에 새 단원을 시작하면서 1차시에는 개념 이해를 위한 이론 학습을 했다. 이론 학습 수업은 동영상으로 촬영해서 온라인 학습 플랫폼 교과방에 올려놓는다. 온라인에 자료가 탑재되어 있으니 학생들은 언제든지 복습과 함께 교사에게 질문을 남길 수 있다. 서울교육의 디지털 전환으로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 가정과 학교가 연계된 주체적인 학습의 장이 열린 것이다. 오늘 2차시는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학생 개인별 맞춤형 수업이다. ‘서울형 BYOD 가방쏙!’ 사업1으로 중학생들은 모두 개별 스마트기기를 소지하고 있다. 학생들은 교육청의 AIEdu2시스템에 접속하여 개별학습을 한다. AIEdu 시스템은 다양한 튜터링 시스템과 서술형 문항 자동채점 기능을 가지고 있어, 학생별 맞춤형 수업 경로를 제공한다. 학생들이 문제를 풀어가면 AI 튜터가 필요한 설명을 즉각 제공하면서 단계별 학습을 할 수 있게 한다. 학생과의 상호작용을 분석하고 고차원적으로 결합하여 설명하는 것은 교사의 몫이지만, 교사의 설명보다 학생이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는 부분이 대폭 늘어났다. 적은 가르침으로 많은 배움을 이끌어 내는 것(Teach less, Learn more.)이 AIEdu 시스템의 지원으로 가능해졌다.
햇빛중은 충실한 과정중심평가를 위해 수행평가를 수년에 걸쳐 확대해 오고 있다. 온 교사도 수업 중에는 지식보다 사고 과정이나 문제해결 과정을 심층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수행평가를 주로 하고, 정기고사로는 학습활동을 정리하는 총괄평가를 하고 있다. 이렇게 과정중심평가의 취지를 살리는 수행 평가를 확대할 수 있었던 것도 AIEdu 시스템 덕분이다. 단순 반복되는 채점의 부담은 양적으로 줄어 들었고, 수업과 평가를 설계하고 질을 높이는 데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교육청 플랫폼의 학습관리 시스템(LMS)3은 학생 개인별 성취수준 자료, 축적된 피드백 자료를 관리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이를 기반으로 생활기록부 자료가 추출되면서 분절적이었던 많은 업무들이 서로 연계되었고 기본적인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도 가능해졌다.
물론 이러한 디지털 도구들이 학습 도구로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시스템 운용 능력과 기기 사용 능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서울교육의 디지털 전환사업 성패의 핵심은 교사의 미래교육 역량이기에 교육청에서도 사업 초기부터 각 지점의 포스트 역할을 할 수 있는 에듀테크 및 인공지능 학습 선도교사단을 조직하고 다차원의 관련 연수를 제공하는 등 교사의 동력을 끌어내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전방위적 지원을 해왔다.

아울러 학생들의 디지털 기기 사용 능력도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학교는 1학년 3월 입학 후, 자유학년제 시간을 활용하여 ‘기초와 적응 프로그램’ 을 운영하는데 여기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았던 학생들도 교과 수업에 원활히 참여할 수 있게 된다. 햇빛중 교사들은 이 과정이 학습 부진을 예방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 2월 신학년도 집중 준비 연수 기간에 1학년 전 교과 교사의 철저한 준비 등 공동체의 노력이 필 요함은 물론이다.
오늘은 온라인 교직원 회의가 있는 날이다. 수업이 끝난 후에도 각종 행정업무로 늘 분주했지만, 교육청의 스마트 행정 인공지능 플랫폼 덕분에 많은 업무가 조직화되고 경감되었다. 햇빛중은 클라우드에 모든 회의자료를 공유하고 종이 없는 회의를 하고 있다. 종이 문서 줄이기는 지구를 살리는 기후행동의 일환으로 수년 전부터 실천해온 일이다.

오늘은 뉴쌤(newSSEM)4으로 화상회의를 하면서 온라인 공유도구들을 사용하니 대면 회의보다 수평적의견 개진이 활발해진 느낌이다.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던 ‘토론이 있는 교직원 회의’에서도 디지털 시스템이 큰 역할을 한다. 9월의 선선한 바람이 피곤함을 달래주는 퇴근길, 햇빛중학교 온미래 교사는 가르침의 보람과 배움의 충만함으로 즐겁게 학교를 나서고 있다.
언젠가 우리는 ‘온미래 교사가 경험한 9월의 하루’ 같은 날을 맞게 될까? 학생들의 행복한 꿈을 담은 유연한 학교 공간에서, 인공지능형 도구와 온라인 학습관리 시스템의 도움으로 학습자의 다양성에 넉넉히 조응하는 맞춤형 교육을 하며 교사의 보람을 찾는 하루. 디지털 도구들이 ‘모든 학생의 온전한 성장’이라는 교육의 본질을 찾는 수단으로 편리하게 활용되고, 인공지능 기반의 학교관리 시스템으로 업무가 감축되어 확보된 여유 시간에 다양한 수업 나눔과 자기개발 연구를 하며 소통과 협력의 학교문화를 즐기는 하루.

온 교사의 하루에 등장하는 많은 명제들 –학생 맞춤형 교육을 통한 기초학력보장과 보편적 교육복지 실현, 학생의 성장을 돕는 과정중심평가와 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 소통이 있는 민주적 회의 문화와 협력적·협업적 학교문화, 본질적인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학교업무 정상화 등은 우리에게 낯선 용어들인가? 사실 위에 열거한 것들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우리 교육 혁신의 목표였고, 정부와 교육청이 정책적으로 구현하고자 노력해 왔던 것들이다. 또한, 학교 현장에서 수많은 교사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고군분투해온 것들이고 일부는 이미 학교에서 실행하고 있는 것들이다.
코로나19로 강제 견인된 미래교육의 실험들은 교육의 디지털화가 학교를 둘러싼 많은 환경 변화를 감당할 강력한 수단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사회 전체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전환 시대로 급속히 나아가고 있음도 알려주었다. 정부는 이에 부응하여 2020년 11월 ‘인공지능 시대 교육정책 방향과 핵심과제’를 발표하였고, 서울특별시 교육청도 지난 7월 조희연 교육감 제2기 취임 3주년을 맞아 밝힌 ‘2025 교육체제’의 구상에서 미래를 살아갈 힘을 키우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서울교육의 디지털 전환을 핵심 정책으로 선정하였다. 이미 교육청 조직개편을 통해 원격교육팀과 인공지능·창 의융합교육팀을 신설하였으며 온라인 학습 지원 플랫폼 뉴쌤(newSSEM)을 코로나19 이후에도 유용 한 학습관리 시스템(LMS)으로 활용하고자 확장 개발하고 있고, ‘서울형 BYOD 가방 쏙!’ 사업과 인공 지능 튜터 마중물 학교 운영을 비롯한 구체적인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당위성과 필요성이 부여되고 기술적 조건도 마련된 디지털 도구들을 어떻게 교육의 본질에 맞게 전환하여 바람직한 미래교육 생태계를 만들어갈 것인가에 있다. 어떠한 시스템이 교육생태계를 변화시키더라도 인간 존엄성을 지키며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찾아 타인과 소통하고 협력할 줄 아는 온전한 개인으로 성장하도록 돕는다는 교육의 본질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인공지능 정책의 초점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모두를 위한 공평한 교육, 인간에 대한 이해와 인간 고유의 창의성을 길러주는 교육’에 둔 것이나, 서울특별시교육청이 서울교육의 디지털 전환을 개별 주체화 교육을 촉진하여 궁극적으로 보편적 교육복지를 실현하는 통로로 삼고자 하는 것이나 모두 온전한 개인의 성장을 위한 교육의 본질을 지키려는 의지이다.
소위 포노 사피엔스5라고 불리는 학생들이 미래 사회에 적절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교육청은 학교와 교사가 이러한 종합적인 미래교육의 실천들에 대한 주도권을 갖고 교육하는 수단이 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모든 기술적 도구는 인간을 더 잘 이해하고 성찰을 경험하는 수단으로서, 교사의 역할을 돕는 보조적 기제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교사는 인공지능을 비롯한 모든 디지털 환경과 협업을 이끌어내는 학습 설계자이어야 하고, 에듀테크가 담당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역량을 키워주는 연구자이어야 하며, 기술이 우선되는 사회에서 학생 개개인의 정서적 지원에 더욱 집중하는 조력자가 되어야 하기에 그 역할이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 가히 혁명이라 할 수 있는 디지털 교육생태계 변화의 물결 속에서 우리 모두 교육의 본질을 놓치지 않고 치열하게 고민하며 미래를 만들어간다면, 햇빛중학교의 9월 어느 날은 모두를 골고루 비추는 햇빛처럼 우리 공교육 모든 학교의 빛나는 하루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The best way to predict the future is to invent it.)

-Alan Kay 6
  1. 2022년에 중1부터 시작될 예정인 1인 1스마트기기 보급 사업.BYOD는 Bring Your Own Device의 약자
  2. Artificial Intelligence in Education: 미래 서울특별시교육청의 인공지능학습지원시스템의 가칭
  3. Learning Management System : 출결, 평가를 비롯 학습이력을 관리하는 학습관리 시스템
  4. 실시간 쌍방향 화상수업 시스템 및 사이버 학급형 LMS 기능 등이 있는 서울특별시교육청 원격수업 지원 시스템
  5. 포노 사피엔스 : 스마트폰 없이 살기 어려운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
  6. Alan Kay(1940~ )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 상호작용 컴퓨팅 분야의 선구자로 객체지향형(objected-oriented) 프로그램밍을 탄생시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