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민 명예기자
단계적 일상 회복 단계,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면서 교실에서의 대면수업이 늘어나고 있다. 학생들이 돌아온 학교는 기쁨도 잠시, 코로나19로 심화된 학습결손과 기초학력 부진은 교육현장을 큰 고민에 빠트렸다. 코로나19 이전에도 학습결손과 기초학력에 대한 고민은 있었지만, 지난 2년간의 코로나19 유행으로 그 심각성이 더욱 대두되며 많은 학교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코로나19 시기에도 기초학력 면에서 부족하거나 배움이 느린 학생의 비율이 2019년 21%에서 2022년 17%로 감소한 서울도봉초등학교(이하 도봉초, 교장 박지희)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도봉산 국립공원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자리잡고 있는 도봉초는 22개 학급, 410명의 학생들이 생활하는 소규모 학교이다. 도봉초는 코로나19 유행 이전에도 2013년부터 기초학력 책임교육을 학교 역점 사업으로 설정하고 학생들의 기초학력 보장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해왔다. 기초학력 맞춤형 선도학교로 활동하며 학교 중장기 발전계획, 학교 교육과정, 학년 교육과정에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 도봉초만의 기초학력 책임지도 시스템을 만들어왔다. 최근에는 문해력을 연구하는 교원학습공동체가 조직되어 기초학력 신장을 위한 교육과정 재구성에 힘을 모으고 있다.
수업에서 소외가 일어나지 않도록, 도봉 맞춤형 교육과정 세우기
인터뷰하며 만난 도봉초의 선생님들은 기초학력 향상을 이루어낸 도봉초의 강점으로 ‘2월 신학년 집중 준비기간’을 꼽았다. 도봉초는 학교나 학생의 요구에 맞는 맞춤형 교육과정의 운영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 만큼 신학년도 교육과정을 준비하는 일주일 내내 심도 있는 토론이 진행되며 도봉초 맞춤 교육과정이 세워진다. 기초학력 향상을 학교 중점과제로 잡고 이를 위해 문해력과 수학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한다. 이때 문해력 활동이 어느 학년이나 학급만의 이벤트성 활동에 그치지 않고 보다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유의미한 활동이 되도록 유의하여 교육과정에 반영한다.
연계성을 살린 학년별 기초학력 교육계획
학년 단위를 넘어 학교 차원에서 학교 중점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봉초는 학년별 연계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학년별 특성과 학년 간 연계성을 고려하여 읽기 텍스트의 길이와 난이도를 정하고 수행과제의 수준을 결정한다. 저학년에서는 그림을 보고 문장을 만들고 감정을 표현하는 짧은 글쓰기를 한다. 중학년에서는 겪은 일을 조금 더 긴 글로 쓰고 나만의 동화나 시 쓰기를 한다. 조금 더 나아가 고학년에서는 긴 길이의 비평적인 글쓰기를 하는 식으로 학년 간 연계성을 살려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세워 운영하고 있다.
문해력을 높이는 학교 공통 기초학력 향상 교육활동
기초학력 중에서도 도봉초가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문해력이다. 문해력은 단순히 글자나 글을 읽을 수 있는 것을 넘어서 내용을 파악하고 이해하며 판단하는 능력으로, 다양한 글이나 데이터 통계, 숫자, 정보 등을 올바르게 읽고 의미를 파악하는 힘을 말한다. 즉 알기, 이해, 판단의 전(全) 과정을 말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문해력은 모든 학습의 진정한 기초가 되는 것이다. 문해력은 학년에 따라 확보해 줘야 하는 범위나 깊이가 다르므로 도봉초는 모든 학년의 교육과정에서 각 시기에 맞는 문해력을 확장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수립하여 학교 공통 활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도봉초의 모든 학년에서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문해력 향상 활동은 ‘소리 내어 읽어주기’이다. 소리 내어 읽어주는 활동이 문해력에 미치는 영향은 EBS <당신의 문해력> 제작팀에서 12주 동안 진행한 ‘소리 내어 읽어주기’ 프로젝트의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그 효과가 매우 크다. 저학년에서는 선생님이 매일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소리 내어 읽어주고, 중·고학년에서는 소리 내어 읽어주기 방식으로 ‘온작품 읽기’ 국어 수업을 하고 있다.
‘소리 내어 읽어주기’는 코로나19로 대면수업이 힘든 시기에는 줌(Zoom)을 통하여 원격으로 이어졌다. 또한 방학이면 선생님과 학생들이 줌(Zoom)에서 만나 책을 읽는 ‘방학 온라인 독서교실’이 진행된다. 선생님들이 순서를 정해 일반 그림책부터 전래 동화책, 영어 동화책까지 다양한 책들을 읽어주시는데, 이번 여름방학에는 220여명 가까이 많은 학생들이 참가 신청을 하면서 큰 기대와 관심을 받는 방학 행사로 자리잡았다.
2022년에는 학교에서 이루어지던 ‘소리 내어 읽어주기’ 프로젝트가 가정으로 확대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문해력의 골든 타임이라 불리는 1∼2학년 때, 가정에서 매일 10분이라도 소리 내어 책을 읽어주도록 15주간 진행되었다. 1학년 신입생 예비소집일과 신입생 학부모 연수를 통해 ‘소리 내어 읽어주기’의 효과를 교육하고,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읽어주기 필요성과 교육적 효과를 알리는 교장선생님의 안내 편지도 일주일에 한 편씩 발송되었다. 매일 읽어주기를 실천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학교에서 만든 읽기 점검판과 ‘내가 해냄’ 스티커도 책과 함께 배부하였다.
15주 동안 진행된 프로젝트는 문해력 향상과 더불어 또 다른 변화를 가져왔다. 가정 내 독서 환경 조성에 도움을 주었으며, 책 이야기로 가족 간 대화의 시간을 늘려 학생들의 정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 설문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올해 처음 시작한 1학년 대상 ‘소리 내어 읽어주기’ 프로젝트 1기는 총 60명 중 50명이 신청을 했었다. 프로젝트 종료 후 책 읽어주기의 만족도가 높아 2학기에 있을 2기 신청자는 1학년 60명 전원이라고 한다. 또한 프로젝트의 확대를 희망하는 2학년 학부모들의 요청에 따라 2기에는 2학년까지 대상을 확대하여 운영할 예정이다.
학교와 가정에서 소리 내어 읽어주기 활동이 이루어지면서 학생들도 낭독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학년말 도봉초의 마무리 잔치에서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활동은 낭독회로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다양한 낭독 활동이 이어진다고 한다.
읽기 활동 외에도 문해력에서 빠질 수 없는 글쓰기나 독서를 위해 도봉초에서 자체 제작한 ‘글쓰기 공책’과 ‘독서 이력철’을 글쓰기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글쓰기 공책’은 그림 그리기, 글쓰기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선 대신 점선으로 채워진 공책을 만들어 학년별로 사용하고 있다. 배운 내용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해보면서 어휘를 확실하게 익히고 그날 배운 학습 내용 중 주제어를 선택해 짧은 글이라도 쓰고 있다. ‘독서 이력철’은 ‘책에서 보물찾기’라는 이름을 붙여 학년 구분 없이 읽은 책에 대한 기록을 간단히 하며 독서 역사를 기록해 나간다.
책 속에서 보물 같은 문장 하나를 찾아보자는 의미를 담아 책 속의 좋은 문장을 그대로 베껴 쓰거나 그림책의 그림을 따라 그리는 것 자체로도 의미 있는 독후활동이 된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은 독서 이력철은 초등학교 기간 동안 읽은 책의 흔적이자 역사가 되어 학생들에게 보물이 될 것이다.
모든 학생을 끝까지 책임지는 기초학력 책임교육
2월에 신학년을 준비하고 3월에 학생들을 맞이하면, 실제적인 기초학력 책임교육이 시작된다. 이러한 준비과정으로 모든 학년과 학급에서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점프업 프로그램 등으로 학습지원대상학생들을 챙기기도 하지만, 개별지도가 필요한 아이들은 학력향상반과 협력강사와의 협업을 통해 촘촘한 지원을 하고 있다.
진단활동, 1학년부터 시작되는 적극적인 기초학력 보장
학습지원대상학생의 기초학력을 보장하기 위해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학습지원대상학생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3월이면 초등학교 3학년부터 기초학력 진단활동을 한다. 도봉초도 마찬가지인데, 진단활동은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전체 학년을 대상으로 한다. 1학년의 경우 3월이 입학 적응기간인 관계로 6∼7월에 진단활동이 이루어지고, 2∼6학년의 진단활동은 3월 중에 실시한다. 4∼6학년은 읽기, 쓰기, 셈하기의 기본 진단활동과 더불어 국어, 영어, 수학 교과 학습부진에 대한 진단도 함께 한다.
이렇게 학습부진을 조기에 예방하고 학습부진이 누적되는 것을 막고자 이루어지는 진단활동의 결과에 따라 학습지원대상학생이 선정되고 학부모의 동의 하에 담임선생님이나 방과후 학력향상반에서의 보충지도가 진행된다. 심리·정서적 문제나 학습장애 등의 복합 요인으로 인한 학습결손은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맞춤형 지도를 의뢰한다.
수업 중 부진 해결, 기초학력 협력수업
많은 학교에서 초등 1∼2학년의 기초학력 지원을 위하여 기초학력 협력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도봉초는 한발 더 나아가 1∼2학년 외에도 협력수업을 희망하는 3∼6학년 학급에 협력강사를 지원하여 전체 20학급 중 19개 학급에 대한 협력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1∼2학년에서는 국어, 3∼6학년에서는 주로 수학 시간에 도움이 필요한 학생에 대한 개별 지도가 지원되어 수업 시간에 발생할 수 있는 학습부진을 예방하고 기초학력 보장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3∼6학년 영어 교과 수업에도 협력강사가 지원되고 있어 총 5명의 협력강사가 기초학력 협력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전체 학급의 95%가 참여하는 협력수업의 배경에는 선생님들의 소통과 협력이 있었다. 담임선생님과 협력강사의 협의가 수시로 이루어지며 대상 학생들에 대한 향상도 진단과 피드백이 유의미하게 이루어졌다. 교실 내 협력수업을 통하여 학습지원대상학생도 선생님의 관심과 도움을 충분히 받으며 적극적으로 학습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수업 종료 후, 담임선생님과의 보충수업
도봉초의 수업은 6교시가 끝난 뒤에도 이어졌다. 수업이 끝났지만 여러 교실에서 2∼3명의 학생들이 남아 담임선생님과 그날 학습한 내용을 온전히 습득한 뒤 하교하는 것이 당연한 분위기였다. 방과후 보충수업 시간이 유의미한 배움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학년초 학부모 간담회에서 학업성취도가 낮은 상태로 학습부진이 누적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도봉초의 기초학력 책임지도제를 자세히 홍보한다. 학부모의 협조와 학교 전반에 조성된 보충학습에의 참여 의지를 바탕으로 담임선생님과의 방과후 보충수업은 기초학력 신장을 위한 역할을 다하고 있다.
방과후 학력향상반을 통한 보충지도
담임선생님과의 방과후 보충수업 외에도 도봉초의 방과후에는 학력향상반이 운영되고 있다. 모든 학년이 참여하는 학력향상반은 쑥쑥반, 자람반, 희망반, 소망반의 4개 반으로 선생님 4명의 도움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1
수업에 지원되는 기초학력 협력강사와 방과후 학력향상반을 지도하는 강사가 같은 선생님이기 때문에 학생에 대한 개별 맞춤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방과후 학력향상반을 편성할 때 가장 고려한 부분은 협력수업에 들어가는 학년의 학생들을 방과후에 만나 가능한 같은 선생님에게 지도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점이다. 코로나19로 등교가 어려웠을 때에도 학습지원대상학생들을 소수로 구성하여 보충지도가 꾸준히 진행되었다. 이와 같은 노력을 통하여 코로나19로 학습부진과 기초학력 미달이 큰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 속에서도 도봉초는 2021학년도 진단 검사에서 학습부진 비율이 이전보다 25% 정도 감소하는 결실을 이루었다.
도봉초의 교육 활동 사례를 통해 학생들의 기초학력 신장을 위한 학교와 교사의 역할과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단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으려 노력을 다하는 도봉초의 학교 분위기는 모든 교직원들의 협력과 교육지원팀의 지원을 바탕으로 끝까지 학생들의 학업을 책임지려는 학급 및 교사의 노력으로 가꾼 아름다운 결실일 것이다. 그 속에서 학생들은 배움의 기쁨을, 선생님들은 협력하여 가르치는 보람을 경험하였다. 학생들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걸어온 도봉초의 다음 발걸음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