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24 여름호(255호)

[서울등현초]
디지털 문해력,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으로 키운다

이윤호 명예기자

‘디지털 문해력 교육’의 의미

우리 사회가 인터넷과 디지털 문해력 환경의 강력한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더욱이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디지털 문해력을 교육에 활용하는 방안과 필요성에 모두 눈을 뜨게 되었고, ChatGPT의 등장과 함께 모두의 관심사가 된 인공지능은 사회 전반뿐 아니라 교육계에도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현재와는 많이 달라질 미래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디지털 문해력 역량을 길러주는 것은 학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교육 내용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디지털 문해력을 어떤 방식과 내용으로, 어떤 내용으로 길러주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교수·학습 방법이 정립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디지털 문해력 교육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이에 디지털 문해력 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서울등현초등학교(이하 등현초, 교장 이수경)는 2023년 연말에 AI 선도학교로서 ‘2023 디지털미디어문해교육 우수학교’ 표창을 받은 학교이다. 이뿐만 아니라 소속 교육지원청의 행사를 통해 주변 학교에 관련 성과를 공유하고 있는 학교이기도 하다. 디지털 문해력 교육과 관련하여 등현초의 수업 사례들이 줄 수 있는 시사점에 무엇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품고 취재에 나서게 되었다.

등현초 취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디지털 문해력’이라는 단어였다. 단순히 ‘디지털 교육’이 아닌 ‘디지털 문해력 교육’이라는 용어가 조금 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디지털 문해력 교육의 지향점은 창의융합적 문제해결능력의 신장에 있다는 것이다. 창의융합적 문제해결능력이란 창의성을 발휘하면서 스스로 산출물을 만들어 내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이때, 인공지능을 포함한 디지털 기기는 하나의 도구로써 활용될 뿐이며, 이를 활용하여 무엇인가를 만들고 해결해 낼 수 있는 능력이 보다 더 중요하다. 때문에 디지털 문해력 교육은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 혹은 도구를 활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창의적으로 활용하여 실생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고력을 키울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이 핵심이다.

2022년 3월 25일 「디지털기반의 원격교육활성화 기본법」이 시행되면서 디지털 미디어 교육이 법률로 정해졌다. 법안에 따르면 학생이 자기 주도적으로 원격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기 위해 디지털 미디어 교육을 운영해야 한다.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접근 및 활용, 이해와 비판,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사회 참여·민주적 소통 등의 능력을 향상하는 교육이 이에 해당한다. 이 법안에 따르면 디지털 미디어 교육이란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형식을 이해하고, 미디어에서 제공되는 내용을 해석하며 진위를 파악하고, 온라인상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실현하는 능력이다. 즉, 단순히 디지털 도구를 다루는 능력을 넘어서는 능력이라 할 수 있고, 이는 등현초의 ‘디지털 문해력’이라는 용어에 수렴된다. ‘디지털 문해력’에 함축된 다양한 의미는 4차 산업혁명으로 떠들썩한 학교 현장에서 디지털 도구에 대한 교육을 어떤 관점에서 다루어야 할지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지금부터는 등현초의 디지털 문해력 수업 사례와 교육환경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질문과 절차적 사고를 강조하는 수업

등현초에서 디지털 문해력을 키우기 위한 수업 방식에는 다음 두 가지의 강조점이 있었다.
첫째, 질문을 강조하는 수업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학생들이 단순히 주어진 정보를 소비하거나 학습하도록 하지 않고, 질문을 통해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하는 방식을 익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래서 수업 시간 중 학생들의 질문을 강조하고, 질문에 열려 있는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학생이 수업에 참여하도록 하는 교사의 질문도 중요하다. 가령 낯선 디지털 문해력 도구를 활용해야 하는 수업 환경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돌발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수업 중에는 동료 교사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쉽지 않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교사의 질문에 학생들은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시도해보면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한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학생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교사도 에듀테크의 활용에 능숙해지는 경험을 얻을 수 있다. 교사와 학생이 낯선 디지털 수업 도구를 중심에 놓고 질문을 주고 받으며 학생이 문제해결의 주역이 되기도 하는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는 개방성이 인상적이었다.

둘째, 절차적 사고를 강조하는 수업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미디어 교육이 단순히 디지털 도구에 대한 활용 방안만을 익히는 차원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절차적 사고’를 심어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동현초에서는 보드게임을 활용한 수학 수업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보드게임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게임 속 규칙과 절차, 원리를 인지한다. 코딩 등 교과에서 필요한 절차적 사고를 보드게임을 통해 습득하고 추론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함께 키울 수 있다. 이 역시 디지털 문해력 교육과 무관하지 않다.

협업을 통한 문제해결을 강조하는 수업

등현초는 협업을 통한 문제해결을 강조하는 학습자 중심의 수업도 진행되고 있다. 학생들은 팀을 이뤄 디지털 기기와 e학습터의 토론 게시판, 패들렛, 띵커벨 등 협업 플랫폼을 다양한 교과 시간에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한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는 급우들과 토의하고 소통하여 해결책을 도출함으로써, 협업 능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함양한다. 이런 수업 방식은 학생들의 흥미를 촉진하고 적극적으로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해 보였다.

이러한 수업을 가능케 하기 위해 전 학년에서 디지털 문해력과 교과 및 창의적 체험활동을 연계하여 창의융합형 디지털 문해력 교육을 체계적으로 기획하여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와 디지털 교과서 및 각종 에듀테크 플랫폼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6학년을 대상으로 디지털 문해력 교육을 위해 교육과정을 재구성한 것이다.

학생들은 디지털 문해력 교육의 첫 단추로 디지털 기기와 에듀테크를 활용하기 위하여 디지털 리터러시와 생활 속 적용 사례, 디지털 기기와 에듀테크 및 디지털 교과서의 기초 기능을 학습한다. 이후, 자원을 활용한 학습 플랫폼으로의 접근성을 높인다. 기초 학습을 마친 뒤, 각 교과 수업 내 활동에서 디지털 도구를 활용할 수 있다. 즉, 교과의 학습 목표와 성취 기준에 도달하기 위해 디지털을 도구로 활용함으로써 디지털 문해력을 함양하는 수업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D.I.T.O1 ‘통일 한국 박람회 개최하기’ 프로젝트의 탐색 단계에서는 통일 이후 한국의 변화 모습을 예측하고, 플랫폼을 활용하여 통일 이후에 하고 싶은 사업의 홍보물을 제작할 수 있다. 계획 단계를 거쳐 실행 단계에서는 e학습터를 이용해 에듀테크 도구의 기능을 익히고, 에듀테크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박람회 전시 자료를 제작한다. 공유 단계에는 자료를 위두랑에 업로드하고, ZEP에서 박람회를 개최할 수 있다.

학생의 산출물은 특정 시기에 전시회를 열어 타 학급과 타 학년 재학생도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고학년 학생들은 후배들에게 산출물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 흥미를 느끼고, 해당 활동에 더욱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나아가 생태전환교육 등 다른 분야와 연계한 전시로 발전시켜 다른 과목에 대한 흥미에도 영향을 미친다.

관계 맺기를 통한 동반 성장

❶동아리 멘토-멘티로 함께 성장하기

‘꼬마수학자와 함께하는 Fun Math 프로그램’ 에서는 Fun Math 동아리의 6학년 멘토들이 3학년 멘티들에게 Fun Math Program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멘토가 된 6학년 선배들이 동아리 시간에 3학년 교실을 직접 방문하여 보드게임 속 다양한 원리를 찾아주고 함께 문제를 해결한다. 이 프로그램은 주어진 문제를 기존의 지식·기술·경험과 융합적으로 활용하여 창의적으로 해결하고, 언플러그드 수학 체험을 통해 습득한 절차적 사고에 따라 규칙과 패턴을 찾아 협력적으로 해결하는 데 목적을 둔다. 수학 교과의 규칙 찾기 단원과 진로 교과의 대인관계 및 의사소통 역량 단원을 연계한 학습활동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멘토가 멘티와 함께 체험할 활동을 미리 영상으로 제작하여 체험 도중 문제해결에 난항을 겪는 멘티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한 점도 인상적인데,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은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학생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준다.

❷ 디지털 문해력 교육 학부모-학생이 함께 성장하기

등현초가 강조하고 있는 디지털 문해력 교육의 대상에는 학부모도 포함되어 있다. 디지털 문해력 교육에 대한 학부모 이해를 돕고, 학교에서의 교육이 가정에서도 연계될 수 있도록 자녀와 함께하는 디지털 리터러시 학부모 연수를 운영한다. 학교 특색 교육활동과 학생의 정보통신기기 활용 학습과 관련된 교육 내용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학부모는 학교 AI 교육과 가정 내 자녀가 디벗 등을 통해 교육적인 산출물을 제작하는 과정을 이해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자녀와 함께하는 활동 과정을 통해 자녀와의 관계도 좋아지게 된다. 이렇게 학교 활동과 자녀에 대한 학부모의 이해도가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디지털 문해력 교육 환경에 대한 선순환이 일어나게 된다. 더 나아가서는 학부모회가 주도하여 학부모의 재능을 기부함으로써 학부모에 의한 디지털 문해력 교육이 실현될 정도로 높은 교육참여도가 나타난다고 한다.

디지털 문해력 교육을 이끄는 교사 협력

등현초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디지털 대전환을 맞이했다. 갑작스러운 수업 형태의 변화로 인해 교사들은 개별적으로 문헌 연구나 동영상 플랫폼을 활용해 수업을 구현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교사들의 디지털 기기 및 플랫폼 활용 역량 차이가 컸다. 이에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구성원 모두가 힘을 모았다.

우선 디지털 리터러시 이해를 위한 교원 연수와 디지털교과서 활용 방안 연수 및 활용 사례 컨설팅, 그리고 소프트웨어교육 컨설팅 등을 활용하였다. 이미 등현초에는 디지털 문해력 관련 직무연수를 이수하면서 자율적으로 관련 역량을 강화하는 교사들의 자율적이고 협력적인 연구 풍토가 형성돼 있었던 터라, 협력은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그러한 협력은 코로나19가 종식된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등현초의 디지털 문해력 교육 및 수업 혁신 관련 교원학습공동체에서는 교원 간 디지털 교육, 에듀테크, 디지털·인공지능·범교과 교육과정, 디지털 교육을 위한 다양한 플랫폼의 활용, 창의적 사고·협력적 소통 역량 등을 주제로 함께 연구하고 배우는 연수가 이루어지고 있다. 연수 주제를 정하고 파트를 구분하면 각 교사가 각 파트를 맡게 되고, 각자 논문 등 문헌 연구를 통해 연구하고 자료를 제작한 후에 서로에게 연수를 진행하는 방법으로 운영한다.

이뿐 아니라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인공 지능 관련 수업을 운영하면서 이를 참관하기도 하고, 에듀테크에 두려움과 어려움을 느끼는 교원에게 에듀테크에 숙련된 교사가 수업 노하우를 공유하고, 함께 토의하며 수업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수업의 다양화를 시도해 왔다. 이러한 교사 협업 문화는 새로 부임하는 교사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등현초가 디지털 문해력 교육을 주요 사업으로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교사가 미래교육을 위하여 교육활동을 연구하고, 창안해 낸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관리자의 조력도 중요하다. 등현초 교장 선생님께서는 각 교사의 수업에 관한 아이디어와 제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수용하며 믿고 장려함으로써 교사의 연구 풍토를 지지하고 있다.

교장 선생님의 지지와 관심을 바탕으로 등현초의 교사들은 학부모 수업 공개, 동료 교사 간 수업 나눔, 내게 다가온 수업 한마당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수업 공유를 실천하고 있다. 그리고 학교 현장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안녕! 디토(D.I.T.O) 디지털리터러시 수업 사례’(교사 연수 및 학생 교육 자료), 교실 속 게임 리터러시 과정안, 바로 쓰는 교수·학습과정안 및 학생 활동 자료, 4~6학년 디지털교과서 활용 교수 · 학습 과정안 등을 개발하여 주변 학교에 보급함으로써 디지털 문해력 교육을 확산시키고 있다.

 

디지털 문해력이라는 미래 교육을 고민할 때도 중요한 것은 학교 교사들 간의 협력적인 분위기와 풍토, 그리고 교사들에 대한 관리자들의 지원과 신뢰였다. 디지털 도구는 낯설지 몰라도 학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협력하고 도움을 나누어야 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었다.

디지털 문해력 교육을 돕는 교육 환경

올해 등현초 입학식 날에는 조금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현관에서 “얘들아, 만나서 반가워.”라고 인사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엘프’의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구를 입력하여 스크린에 표시할 수 있고, 음성을 송출하기도 하는 로봇의 모습은 아이들과 부모님에게 신기한 광경이었다. 등현초는 이러한 로봇뿐 아니라, 디지털 교육을 위한 물리적 환경도 잘 갖추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동영상 스튜디오처럼 수업을 녹화하거나 송출할 수 있는 MVR 환경이 갖춰진 ‘스마트 하지’이다. MVR(Multi Video Recording)은 이동하며 녹화 및 실시간 방송송출이 가능한 다채널 방송시스템으로 비대면 수업 공개 시에 수업을 실시간으로 송출하는 데 활용된다.

다음은 인공지능 교육을 위한 전용 교실인 창의실이다. 창의실에는 입학식에서 마주한 휴머노이드 로봇 엘프가 있고, 다년간 수업 교구를 확충하면서 선생님들의 기호와 선호도에 따라 구비한 태블릿 PC와 노트북 등 여러 가지 교구가 갖춰져 있다. 마지막으로 모든 교실에 전자칠판을 구비하였다. 컴퓨터 조작을 위한 교사의 동선이 점차 짧아지면서 수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다.

‘디지털 문해력 교육’의 이정표

교육공동체가 협력하여 운영하는 디지털 문해력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미래 역량 신장을 꾀하는 등현초의 사례를 살펴보았다. 등현초는 전 학년에 걸쳐 모든 교육과정에서 디지털미디어 교육 도구를 활용하는 체계적인 교과 연계 디지털 문해력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취재를 통해 더 중요하게 느낀 것은 고민을 함께 해결해 가고자 하는 교사들의 협력적 분위기, 사고력과 문제해결능력의 함양을 통해 디지털 문해력을 기르고자 하는 교사들의 관점이었다.

등현초의 사례는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디지털 문해력 교육에 관한 고민이 깊어진 학교 현장에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필요한 지식의 습득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성장’ 과정에 필요한 능력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출 때, 비로소 디지털 문해력 교육이 학생들의 미래 역량을 길러주는 교육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 D.I.T.O: 등현초에서 개발한 에듀테크 기반의 학습자 중심 디지털 교육프로그램으로 ‘온라인 교과서 안의 디지털(Digital In Textbooks-Online)’과 ‘함께하기(Do It Together)’의 중의적 의미가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