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24 여름호(255호)

[서울아현초]
독서 습관, 평생을 살아갈 힘!

방예진 명예기자

습관1이란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을 말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우리의 삶은 습관 덩어리이다.”라고 말했다. 매일 먹는 음식, 날마다 하는 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는 일, 운동하는 시간 등 우리가 행동하는 대부분의 선택은 습관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리고 이러한 습관이 만든 행동이 쌓여 현재와 미래의 우리 모습을 만들어 낸다. 따라서 어린 시절부터 좋은 습관을 형성하는 것은 평생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일이다. 그렇다면 좋은 습관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감사하는 습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 운동하는 습관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학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습관이 독서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창업자 빌 게이츠(Bill Gates)는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은 마을의 작은 도서관이다. 나에게 소중한 것은 하버드의 졸업장보다 독서하는 습관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책을 읽는 습관이 성공적인 삶의 결정적요소임을 강조한 것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자기주도성, 창의와 혁신, 포용성과 시민성을 학생들이 갖추어야 할 핵심 가치로 지향하고 있다. 책 읽기는 이러한 핵심 가치를 기를 수 있는 초석이 된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더 알고 싶은 내용은 무엇인지 등 끊임없이 나와 삶에 관한 모험을 하며 내 삶을 능동적으로 설계해 갈 수 있다. 또한 책을 읽으며 자극되는 상상력과 추론력, 비판력, 논리력 등의 역량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람으로 성장하는 힘이 된다. 나아가 책 속에서 글쓴이나 등장인물의 생각과 감정을 비교하고 살펴보면서 다른 사람의 관점에도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배려와 소통, 존중 등 다른 사람과 함께하고 세계를 품을 수 있는 성품과 공동체 의식을 기를 수 있다.

독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생각과 의견을 잘 표현하고 책 읽기를 좋아하는 어린이를 위한 학교’를 비전으로 삼아 독서교육을 활발하게 실천하고 있는 학교가 있다. 서울아현초등학교(이하 아현초, 교장 심영면)는 스마트폰과 게임의 달콤한 유혹으로부터 우리 학생들을 지키고, 책 읽는 취미와 습관을 기르기 위해 교사, 학생, 학부모가 하나가 되어 힘쓰고 있다. 벚꽃 봉우리가 몽글몽글 맺힌 따뜻한 봄날, 아현초의 ‘독서 습관 기르기’ 발자취를 따라가 보았다.

책과 함께하는 환경을 만들다

“모두 읽어요~ 날마다 읽어요~ 좋아하는 책을 읽어요~ 그냥 읽기만 해요~” 아침 8시 40분, 경쾌한 책 읽기 캠페인 노래가 아현초의 아침을 연다. 이 노래와 함께 학생들은 책 속에 풍덩 빠져든다. 아침 독서는 조용한 아침에 20분 정도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정돈하고 차분하게 1교시를 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책을 읽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책에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부터 스스로 책을 찾아 읽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책 읽기의 즐거움을 맛보는 것은 다음 책을 찾게 하는 훌륭한 내적 동기가 된다.

학생들이 책을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아현초에는 모든 교실에 작은 도서관이 마련되어 있다. 작은 도서관에는 학년별 특성과 수준에 맞추어 선별된 약 300권의 책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학생들이 원하는 책을 자율적으로 빌릴 수 있도록 대출과 반납을 할 수 있는 노트북과 책 바코드 스캔 기계도 함께 준비되어 있다.

작은 도서관의 책 분류표 라벨 색상은 학교 도서실과 다르게 구분하여 책이 서로 섞이지 않도록 했다. 작은 도서관을 통해서 학생들은 아침 시간, 쉬는 시간, 점심시간 등 짧은 틈새 시간에도 손쉽게 책을 찾아볼 수 있다. 저학년의 경우 그림책이 많고 글의 양이 적기 때문에 학급 간 주기적으로 책을 교환하면서 학생들이 최대한 다양한 책을 볼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직접 대출과 반납을 하면서 꼬마 사서가 된 것 같은 경험과 함께 책 읽기에 자연스럽게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된다고 한다. 또한 누적된 대출 기록을 보면서 자신이 읽은 책이 쌓여가는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또 다른 책에 손을 뻗게 하는 동기를 부여하여 주도적인 독서 습관 형성에 도움이 되고 있다.

얘들아, 함께 읽자!

아현초의 독서 활동 중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얘들아, 함께 읽자!’ 프로그램이다. 말 그대로 책을 소리 내어 읽어주며 읽는 이와 듣는 이가 책을 매개로 상호작용하는 시간이다. 책을 읽어주는 주체는 다양하다. 담임선생님뿐만 아니라 고학년 선배와 학부모, 교장, 교감 선생님까지 책 읽어주기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책을 혼자 읽는 것보다 선생님, 친구, 선배 등과 함께하는 관계 속에서 책을 읽기 때문에 더욱 즐겁고,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법을 배우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나의 생각을 말하는 의사소통역량을 키울 수 있다.

담임선생님은 매일 아침 시간, 자투리 시간, 점심시간 등 일과 중 다양한 시간을 활용하여 책을 읽어준다. 한 주간 선정된 책을 읽고 책 바구니에 그 책을 넣어 옆 반으로 넘기는 방법으로 순환하여 읽으면 4~5주 동안 학년의 전체 학생들에게 동일한 책을 읽어줄 수 있다. 학생들은 담임선생님이 읽어주는 책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큰 관심을 보이기 마련이다. 책에 관심이 없던 학생들에게도 ‘나도 저 책 한번 읽어볼까?’라는 마음이 들게 하며 책에 한 발짝 더 다가가게 하는 효과가 있다.

4학년에서 6학년까지의 고학년 선배들은 ‘얘들아, 언니가 읽어줄게!’라는 활동을 통해 2인 1조로 일주일에 한 번씩 저학년 후배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학급 단위로 짝을 지어 4학년은 1학년에게, 5학년은 2학년에게, 6학년은 3학년에게 책을 읽어준다. 아현초에는 책을 읽어줄 때 활용할 수 있는 ‘책 읽어주기 지원실’이 있는데, 책을 읽어줄 선배들은 이곳에 비치된 권장 도서를 중심으로 읽어줄 책을 선정하고 사전에 연습하는 시간을 갖는다. 책을 읽어주는 당일에는 전문가답게 명찰과 조끼를 착용하고 각 교실에서 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학부모 역시 ‘얘들아, 우리도 읽어줄게!’라는 활동으로 책 읽어주기에 동참하고 있다. 아현초에는 ‘아현 책기사’라는 자발적인 학부모 책 모임이 있다. 아현 책기사는 독서와 관련한 여러 가지 자율 연수를 시행하고 1학년부터 3학년까지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학급 단위로 책을 읽어주는 활동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책 읽어주기 활동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교장, 교감 선생님과 함께하는 ‘얘들아, 이 책 어때?’이다. 1학년부터 4학년까지의 학생들은 도서관에서, 5, 6학년 학생들은 교장실에 모여서 교장 선생님과 함께 책을 읽는 특별한 시간을 갖는다. 교감 선생님 역시 교실을 찾아다니며 책을 읽어주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이 시간을 통해 책 내용과 연계한 인성 교육과 진로 교육을 실시하며 학생들의 마음과 생각을 키우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아현초의 책 읽어주기 프로그램을 접하며 공동체 안에서 함께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사회와 세계가 복잡해질수록 나와 다른 사람과 문화, 환경을 깊이 있게 공감하고 소통하며 문제를 창의적이고 긍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함께 책을 읽으며 학생들은 다양한 책 속의 인물과 상황을 마주하게 되고 이에 대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의사소통과 문제해결의 깊이를 더할 수 있다. 나아가 이 과정에서 독서의 기쁨을 경험하게 되어 자연스럽게 독서하는 습관도 갖추게 된다. 아현초에서도 책 읽어주기를 실천하며 해를 거듭할수록 학생들의 1인당 대출 권수가 약 20권씩 증가하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책 읽어주는 학교를 운영하며 학생들은 자기주도적으로 틈틈이 독서를 실천하고 가정과 학교 전체가 책 읽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독서의 즐거움을 더하다

아현초에는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독서 습관을 더 효과적으로 기르기 위해 여러 가지 책 읽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첫 번째는 아빠와 함께 별 보며 책을 읽는 특별한 시간이다. 아빠가 참여할 수 없는 가정은 보호자 중 한 명이 참여하면 된다. 독서의 계절인 가을, 해가 질 무렵 아빠와 함께 학교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

아빠는 자녀에게 책을 소리 내어 읽어주기도 하고, 같은 책을 함께 보기도 하고, 각자 원하는 책을 옆에서 읽기도 하며 편안한 방법으로 책 읽는 시간을 갖는다. 이 행사를 통해 학부모님도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함께 인식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또한 자녀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 은은한 조명을 받으며 자녀와 함께 오순도순 책을 읽고 따뜻한 감정을 나누는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다.

두 번째는 학생들의 발걸음을 도서관으로 재촉하는 다채로운 도서관 행사이다. 아현초의 도서관, 아현 꿈터에서는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지고 도서관을 즐거운 마음으로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를 월별로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23년 5월에는 새 책을 소개하는 ‘새 책 여행’ 활동을 실시하였다. 저학년 학생들은 새로 도착한 도서 중 마음에 드는 문장이나 장면을 그리는 활동을, 고학년 학생들은 추천하고 싶은 책을 찾아 그 이유와 청구기호를 적는 활동에 참여하였다. 참여한 학생들은 포춘쿠키를 받아 자신이 뽑은 쿠키 속 명언을 마음에 새기고 책 읽기의 달콤함을 느낄 수 있었다.

9월에는 ‘꼬꼬독 북빙고’ 행사를 운영하였다. 꼬꼬독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북빙고는 가로 3칸, 세로 3칸의 빙고 판의 각 칸에 있는 미션을 수행하면서 해당하는 책을 읽고 빙고를 완성하는 것이다. 빙고 판에는 추석과 관련된 책 읽기, 지은이가 같은 책 읽기, 교실 속 작은 도서관에 있는 책 읽기 등의 미션이 있다. 학년마다 정해진 수의 빙고를 완성하면 추첨을 통해 선물을 받을 수 있어서 인기가 아주 많은 행사라고 한다.

독서의 깊이를 더하다

저학년 때부터 꾸준히 독서 습관을 형성한 학생들은 책 읽기의 즐거움을 느끼고 책을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쉽고 재미있는 책만 읽어서는 독서 능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아현초에서는 고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독서 능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 위한 ‘두꺼운 책 읽기’와 ‘방학 중 온종일 책 읽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두꺼운 책 읽기 프로젝트’는 두꺼운 책 12권을 선정하여 책 꾸러미로 만들고 교장 선생님께서 책의 일부를 읽어주시면서 각 교실에 책을 선물하는 것이다. 책의 속표지에는 완독한 학생들의 이름을 적을 수 있는 별지가 붙여져 있다. 학생들은 책을 서로 돌려가며 읽고 자신의 이름도 책 속에 적어가며 성취감을 느낀다. 한 권의 두꺼운 책을 다 읽은 학생들은 또 다른 두꺼운 책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이렇게 한 단계 더 어려운 책에도 도전하며 책을 읽는 힘과 근육을 키우는 것이다.

‘방학 중 온종일 책 읽기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방학 중에 학교 도서관에 와서 종일 책을 읽는 활동이다. 점심을 먹은 후 학교에 와서 약 1시부터 6시까지 책 속에 몰입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를 두꺼운 책 읽기 프로젝트와 연계하여 학교 도서관에서 자신이 정한 두꺼운 책을 읽는 시간을 갖는다. 참여한 학생 수도 2022학년도에는 84명, 2023학년도에는 141명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어 더욱 기대되는 프로젝트이다.

아현초 취재를 마치며 기초를 튼튼히 다지는 초등학교 시기에 꼭 키워주어야 하는 것이 즐겁게 책 읽는 습관이라는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깊은 울림으로 남았다. 초등학교 시기는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 친구들과 재밌게 지내고 깊이 있게 생각하며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는 힘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 시기에 만나는 책은 우리 어린이들이 더 행복하게 미래를 펼쳐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힘이 되어줄 것이다.

살아가면서 매일 하는 일상의 선택은 습관이 되고, 좋은 습관은 삶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꾸어 간다. 자기 주도적인 독서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지혜를 쌓게 해 주고 생각하는 힘을 키워줄 뿐 아니라 정서적인 안정감과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준다. 책 속에는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가르쳐줄 수 없는 슬기와 통찰이 담겨 있기에 미래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역량을 키우는 훌륭한 바탕이 된다. 학생들은 책을 읽으며 책 속의 많은 인물을 만나고 그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이를 통해 나의 삶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생각하며 행복한 삶을 그려나가게 된다. 어려서부터 키운 독서 습관이 학생들이 살아가는 인생 속에서 늘 힘이 되는 동반자이기를 바라며, 전국의 많은 학교에서 책 읽기의 물결이 일어나기를 소망한다.

  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