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판-교육현장

[설레는 학급경영 Ⅲ-중학교]
새내기 교사 학급운영 첫걸음

최사라 (성산중학교 교사)

신규교사 연수가 끝나고, 발령받은 학교에서의 2월은 참 바쁘다. 학교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나이스 아이디를 만들고 업무 인수인계도 받는다. 그리고 어떤 학년을 맡게 될지 교과서는 무엇인지 확인하고 나면 3월에 안내해야 할 평가 계획을 열심히 만든다. 이렇게 당장 해야 할 업무와 수업을 고민하며 바쁜 2월을 보내고 나면 3월이 코앞으로 다가온다.

3월 2일, 새로 오신 선생님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아이들의 맑은 눈을 마주하며 첫 조회와 첫 종례를 마치고 나면 담임교사로서의 ‘나’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아이들과 어느 정도의 선을 지키는 것이 적절할지, 너무 엄격한 선생님이 되고 싶지는 않은데 혹시나 아이들이 만만하게 보지는 않을지 이런 저런 걱정이 앞선다. 걱정에 앞서 먼저 해야 할 것은 담임교사로서 교육 철학을 세우고, 아이들이 1년 동안 학급 생활을 통해 무엇을 배우게 될지를 계획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활동을 교사 혼자 계획할 필요는 없다.

교사의 교육적 가치관을 가지고 실행해야 하는 활동도 있지만, 학생들의 의견을 묻고 함께 결정해야 할 것들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활동이든 좋은 교육목표를 가지고 실행하는 것이라면 의미있을 것이다.

새내기 교사로서 이런저런 ‘처음’을 겪으며 학생 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던 방법, 긍정적인 학급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몇 가지 활동, 학습과 진로 지도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자 한다.

너의 하루는 어때?

학생들에게도 저마다의 세계가 있다. 그 세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을 다 알 수는 없지만 학생의 오늘 하루를 궁금해하고 작은 어려움을 지나치지 않는다면, 학생들은 이내 어려움을 떨쳐내고 새로운 힘으로 오늘 하루를 살아낼 수 있을 것이다. 노래 가사처럼 너의 하루를 궁금해하고 따뜻한 안부를 물어 줄 수 있는 학교 안 가장 가까운 사람이 담임교사가 아닐까.

학생들을 말하게 하는 교사의 한마디

내가 새내기 교사일 때 아침 독서 시간을 가졌다. 아직 어떻게 아이들과 소통해야 하는지 몰랐기에 학생들이 등교하면 조용히 책을 읽게 했다. 학생들이 책을 읽는 동안 출석을 확인하고 지각하는 학생과 연락하다가 종이 치면 1교시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부리나케 교무실로 가고는 했다. 며칠이 지나고 우리 반에서 가장 조용한 학생이 다가와 ‘아침에 한마디도 안하는 게 힘들다.’고 말했다.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듯 얼얼했다. 이후 소통과 관련된 연수를 들으며 ‘체크인 서클’의 마음열기 질문을 조회 때 적용하기도 하고, 학생과 눈을 맞추며 가벼운 스몰토크를 나누기도 했다. 조회 시간이라도 가볍게 웃음 짓게 되면 학생의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교사의 말 한 마디에는 힘이 있다. 교사의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 하는 학생들을 볼 때면 다시금 느낀다. 수업 외에 담임교사가 우리 반 학생을 만나는 공식적인 시간은 하루의 시작과 끝이기 때문에 조회와 종례 때 어떤 말을 하고 어떤 대화를 나누느냐에 따라 학급의 하루 분위기가 달라진다. 특별히 아침에는 반가운 인사와 함께 학교에서 지켜야 할 사항을 이야기하는 게 효과적이다. 온종일 학교에 있기 때문인지 바로 귀가하는 종례 때보다 주의사항을 오래 기억하는 것 같다. 종례할 때는 ‘‘오늘 하루 어땠어? 오늘 수업 어땠어?”처럼 간단하지만 아이들의 하루를 돌아보게 하는 질문이 좋다. 교사의 말 한 마디에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다 보면 웃음이 난다. “수행평가 너무 힘들었어요. 체육시간에 주번이 교실 문 안잠갔어요. 누가 제 물통 넘어뜨렸어요. 빨리 집에 가고 싶어요.’’ 등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여러 목소리에 오늘 하루 아이들의 삶이 그려진다.

학생이 다가올 계기 만들기

교무실은 어떤 공간이어야 할까. 학생들이 범접할 수 없는 공간보다는 필요할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공간이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 종종 간식과 생수를 사다 놓고, 학용품을 준비한다. 특히 간식을 준비 해두면 아침을 먹지 못하고 등교한 배고픈 아이들이 모여든다. 간식만 건네주고 끝나는 게 아니라, 간단하게라도 대화를 나누면 왜 밥을 못 먹었는지, 오늘 컨디션은 어떤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때때로 수업 시간에 무기력해 보이는 학생, 오늘 따라 눈에 띄는 학생이 있다. 그럴 때는 수업이 끝난 후 소소한 부탁을 한다. 짐이 아주 가벼운 날에도 “종이 한 장 들어줄래?”라고 말하며 같이 교무실에 갈 구실을 만든다. 잠깐이나마 이동하는 시간에 무슨 일이 있는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이해하고 학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한다. 어떤 때는 학생에게 공감할 수도 있고, 어떤 때는 지도할 수도 있다. 대화를 통해 공감하고 지도하게 되니 학생과 부딪히기보다는 이해하는 폭이 더 깊어지는 것 같다.

여러 방법으로 상담하기

학생 상담은 학기별로 진행된다. 일주일 안에 학생 상담을 모두 마쳐야 그 다음에 있는 학부모 상담을 잘 준비할 수 있다. 교사로서 수업과 업무를 병행하다 보면 학생을 상담할 시간이 부족하다. 1학기에는 서로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상담 양식을 작성한 후 그 내용을 참고해서 학생의 생각과 삶을 살펴보며 상담할 수 있다. 2학기에는 학교 생활과 교우 관계를 상담하기 때문에 글로 적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럴 때는 짧은 시간에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는 감정카드와 욕구카드가 좋은 소통 방법이 되었다. 학교에서 느끼는 감정 중에서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을 모두 뽑으라고 하면 아이들의 감정 너머에 있는 상황을 들을 수 있게 된다.

학년 초에는 집단 상담도 좋은 방법이 된다. 먼저 개인 상담을 한 후에 집단 상담을 하기 때문에 학생이 친구들과 어떤 관계성을 갖고 있는지 어렴풋이 파악할 수 있다. 그동안 여러 모둠으로 상담을 진행해 보니 다른 성별보다 같은 성별끼리 묶어서 상담하는 것이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았다. 1학년의 경우에는 재미있고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 보드게임을 하면서 마음을 여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2, 3학년의 경우에는 간단한 그림카드나 단어카드를 사용해서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았다.

코로나19로 대면 상담을 하기 힘들 때는 원격 상담을 진행하고 학부모에게 상담 내용을 공유했다. 신기하게도 원격 상담은 2~30분 동안 한 적이 많은데, 아무래도 조용한 일대일의 상황이 상담하기에 가장 좋아서일까. 학생의 동의를 받아 학부모에게 상담 내용을 공유하면 교사와 학부모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 학부모 상담을 할 때 이미 공유한 정보가 있어서인지 보다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해지고, 학부모의 긍정적인 지지도 받게 된다.

처음은 괜찮아, 다음에는 이렇게 해보자

학생의 시선에서 바라보기

선생님의 하루는 바쁘다.수업이 끝나고 교무실에 있으면 간간이 학생이 찾아와서 미주알 고주알 힘들었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쉬는 시간에 복도를 지나다 보면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괴성에 소리의 근원지를 찾게 된다. 이렇듯 이런저런 지도가 필요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면 첫마디로 나오기 쉬운 말이 “너 00 했지?”이다. 이렇게 교사의 시각에서 상황을 보고 판단한 말은 학생들의 입을 닫아버리기 쉽다. 교사로서 엄격하고 즉각적인 개입을 할 기준(예를 들면 위험할 때)을 먼저 정해두고 그 외의 상황에 있어서는 먼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그렇게 했는지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흘러가는 상황을 잠시 멈추고 학생이 먼저 말하게 할 때 상황을 정리할 수 있다.

혹시나 문제 상황이 있음을 직감했지만 관련된 학생이 누구인지 알 수 없을 때는, 아이들 스스로 나오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자발적으로 나온 관련 학생과 간단히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학생이 연관되었는지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상황을 이해하는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지도할 때는 다른 친구들 앞에서 하기보다는 개별적으로 하려고 노력한다. 지도한 후에는 하나의 일로만 학생을 평가하지 않도록 신경쓴다. 학생은 늘 배우고 변하기 때문에 다음 기회에는 다르게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는 것, 그리고 변화를 기다리는 마음이 필요하다.

“처음은 괜찮아, 다음에는 이렇게 해보자.”라고 말하며.

학생의 곁에 머무르기

우리 반이 된 학생들의 모습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제각기 다른 어려움을 갖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혼자 있거나, 마음이 아프거나, 친구를 비난하거나, 자주 지각하거나, 학교폭력의 어려움이 있거나, 정서적인 지지가 필요하거나…. 저마다의 어려움을 지닌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 붙일 수 있는 학교의 공간이다.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선생님에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돕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학생 곁에 머무는 것이 중요하다. 쉬는 시간에 교실을 임장할 수도 있고, ‘서울희망교실’ 이나 ‘나의 꿈로드’ 등을 활용해서 학생과 함께하는 기회를 만들 수 도 있다.

그러나 담임교사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많다. 학생의 여러 어려움을 담임교사 혼자 짊어지기는 버겁다. 필요하다면 위클래스와 협력해서 학생이 외부 상담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또 가정에 긴급지원이 필요할 때는 학교의 지역 사회 전문가와 협력하여 도움을 줄 수 있다. 때때로 장학금 담당 부서에서 공문을 안내하면, 장학금 요건에 적합한 학생을 추천하여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할 수 있다. 이처럼 담임교사는 학교 안팎의 여러 방법을 찾아보고, 연결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서로의 곁에 서서 같은 곳을 바라보기

학급은 하나의 공동체이며, 온종일 함께 수업을 듣고 시간을 보내며 마주하는 가장 가까운 친구들이다. 학급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교사의 방향성이 중요하다. 학생들이 재잘 재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사소한 것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우리 반에 소속되었다는 느낌을 주는 ‘공통된 화제’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 활동들은 1년에 모두 진행한 것이 아니다. 그때그때 아이들의 필요에 따라 운영했기 때문에 우리 신규교사들이 학급 분위기에 따라 취사선택하여 적용하면 좋겠다.

처음으로 머리를 맞대는 시간, 급훈 만들기

급훈 하나로 일 년 내내 이야기 하는 게 가능하다. 종종 화제가 되기 때문에 학생들의 의견을 받고 투표를 통해 결정하는 게 좋다. 보통 3월 첫째 주에 온라인 설문을 활용해서 급훈에 대한 의견을 받는다. 이때 회장 후보 추천, 교내 도우미 신청도 함께 받으면 좋다. 그 후 일주일 동안 학급에 게시하고, 투표로 정한다. 선정된 급훈을 게시하면 학생들이 알아서 교과 선생님들께 광고도 하고, 서로 대화하게 되는 계기도 된다.

학급운영의 스테디셀러, 마니또

학창 시절에 여러 번 경험한 마니또는 요즘 학생들에게도 하고 싶은 이벤트이다. 물론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려면 반드시 학생들과 함께 규칙을 정해야 한다. 교사가 혼자 정해서 공지하게 되면 실질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또 마니또는 중간 점검이 필수이다. 마니또에 정성을 쏟는 아이들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편지든 칭찬이든 소외되는 아이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소외된 아이들을 기억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중간 점검이다. 그리고 나눔식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미리 선물을 제출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니또 규칙을 정할 때 모션을 활용하면 빠르고 효과적으로 의사결정 할 수 있다. 찬성하는 경우 ‘양손 엄지 위로 향하기’ , 반대하는 경우 ‘양손 엄지 아래로 향하기’ , 어떤 것이든 괜찮을 경우 ‘양손 교차해 어깨 감싸안기’ 세 동작을 하는 것이다. 동시에 동작을 하게 되니 친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교사 입장에서도 한 눈에 보이니 거수를 하는 것보다 확인이 빠르고 좋다.

서로를 축복하는 시간, 생일 축하

생일 축하도 매년 학생들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진행하는 행사다. 대체로 학생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편이며, 생일 축하를 담당하는 1인 1역할이 꼭 필요하다. 최소 2명 이상의 학생이 필요하며, 주로 간식 준비와 롤링페이퍼 작성을 담당한다. 파티는 생일이 다가오기 전에 미리 하는 편인데, 롤링페이퍼에 미리 찍어둔 단체 사진을 인화해 붙여서 코팅까지 해주면 오래 간직할 수 있다. 바쁜 조회 시간 이지만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간식을 나눠 먹는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있다.

관계를 알아보는 돋보기, 소시오그램

학생들의 교우 관계 및 주변인과의 마음의 거리를 파악하기 위해 매년 꼭 했던 활동이 소시오그램이다. 학년 초에는 나’와 가까운 사람을 찾아볼 수 있는 소시오그램을 작성해보게 하면 좋다. 가족과의 관계는 어떠한지, 특별히 마음이 통하는 주변인은 누가 있는지 알아보기 좋다. 이 자료는 상담할 때 기초 자료로 활용하는데, 소시오그램 안에 관계를 설명하게 되어 자연스럽게 학생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우리 반 친구들’과의 관계는 서로가 낯선 학년 초보다는 어느 정도 친해지는 시간을 갖고 난 다음에 작성하는 것을 추천한다. 학급 친구들과의 소시오그램을 통해서 교우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를 빨리 파악하고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관계 맺을 기회 – 진해지길 바라

‘친해지길 바라’는 학년 초에 하면 좋은 활동으로 외부 체험활동을 갈 때, 짝꿍을 정하고 함께 다닐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소시오그램 결과를 바탕으로 짝지어줘도 좋고, 뽑기를 통해 짝을 정해도 좋다. 뽑기를 통해 정할 때는, 그냥 이름이나 번호로뽑지 않고 ‘콩쥐팥쥐’,  ‘헨젤-그레텔’, ‘잭-콩나무’, ‘흥부-놀부’, ‘미녀-야수’처럼 짝이 있는 단어를 조합해서 뽑도록 하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 활동을 하면 꼭 ‘‘나 흥부인데, 놀부 누구야?”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 짝을 정하고 나면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예를 들면 반티 입고 귀엽거나 웃긴 사진 1장 찍어 보내기, 짝꿍에게 선물할 작은 간식 1개 사고 인증 사진 찍기 등 미션을 주면 아이들이 어색해 하면서도 꼭 챙겨온다.

서로의 삶을 알아가는 기회 – 인생 그래프

인생 그래프는 수업 시간에도 종종 하는 활동이다. 특별히 학급에서 할 때는 한쪽 벽에 게시하고 언제든 오가며 볼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 인생 그래프의 목적이 자기의 삶을 돌아보는 것 뿐만 아니라 서로의 삶을 보며 대화를 나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익명이나 별명으로 작성하고 기억에 남는 일, 좋았던 일, 슬폈던 일, 내가 변하게 되었던 일 등을 적어 보게 하였다.

서로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 – 서클

새내기 교사였던 첫 해, 학급운영과 관계 회복에 대한 조언이 절실히 필요했다. 회복적 생활교육을 처음으로 접하고 선생님들과 함께 서클을 실제로 경험할 기회가 있었다. 중학교는 담임교사와 함께하는 시간이 짧아서 이따금 생기는 자치 시간이나 조회 시간을 활용했다. 가운데 놓는 장식인 ‘센터피스’를 준비하고, 센터피스를 중심으로 동그랗게 모여 앉는다. 그리고 ‘토킹스틱’을 준비하는데, 토킹스틱을 들고있는 사람만 말할 수 있다는 특별한 규칙이 있다. 학급에서 서클을 할 때는 곰 인형을 토킹스틱으로 활용했다. 학년 초에는 신뢰 서클을 활용해 학급 존중의 약속을 만들고, 학급에서 갈등이나 문제가 발생할 때는 문제 해결 서클을 활용했다.

학생이 가꾸는 학급, 1인 1역할 그리고 건의사항

1인 1역할은 많은 선생님들이 원활한 학급운영을 위해 실천하고 있는 활동이다. 매년 학급의 학생 수에 따라 역할을 조정하기도 하고, 생일 축하 행사 등 필요에 따라 학생을 새로 배정해야 한다. 어떤 모양이든 학급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분기별이나 학기별로 1인 1역할, 수업 태도, 학교생활 등에 대한 피드백을 모아 학급 생활기록부를 작성하는 것도 학생들이 서로에게 피드백을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중학교 1학년을 맡을 때는 ‘선생님, 저는요.’라는 활동을 했다. 선생님에게 말하고 싶은 건의사항을 적어 학급에 마련된 건의함에 넣거나 선생님께 직접 가지고 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평소 목소리를 잘 내지 않던 친구도 익명의 힘으로 작은 요청을 할 수 있게 된다. 주로 받았던 요청은 ‘자리 바꾸기’였지만, 이따금 관계에 대한 고민이나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생겨나기도 해서 학급을 운영할 때 이 방법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소통 창구가 아닐까 한다.

점수보다 중요한 한 가지, 경험

학생들은 매일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시간에 등교해서 같은 과목을 배운다. 언뜻 보면 언제나 똑같이 움직이는 톱니바퀴처럼 보이는 일상 속에서 학생들은 생동감이 넘치게 빛이 난다. 코로나19로 인해 학생이 없던 학교와 비교하면, 지금의 학교는 완연히 생명력이 넘치는 곳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 학교에서 학생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체육시간과 점심시간이고, 제일 슬퍼하는 것은 시험이다. 시험 기간이 다가오면 ‘00 과목은 포기해야지.’처럼 부정적인 말을 쏟아낸다. 방어기제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말들에 익숙해지다가 어느 순간 부정적인 자기 암시에 잠식되는 것이 느껴진다.

그럴 때마다 학생에게 이야기하는 한 가지는 ‘점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네가 열심히 했던 경험을 쌓아가길 바란다.’는 말이다. 열심히 해도 점수가 잘 안 나올 수 있다고, 앞으로 살아갈 삶도 마냥 쉽진 않을 거라고 말한다. 먼 후일 힘들 때, 지금 이 순간 열심히 노력하고 포기하지 않았던 경험들이 힘이 될 거라고 말한다. 노력의 결과보다 노력의 과정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배울 수 있는 기회 제공하기

학교에 동행 프로젝트가 연계된 경우, 대학생 일대일 멘토링을 연계할 수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운영하지 않는 경우 서울희망교실 등을 신청하여 필요한 문제집을 구입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지도하거나, 필요할 경우 기본학력 프로그램에 연계할 수 있다. 주로 동행프로젝트, 희망교실, 나의 꿈로드, 기본학력을 활용해서 아이들에게 학습지원을 했다. 열정적인 선생님들께서는 학급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방과후에 남아서 공부할 수 있도록 ‘남아공(남아서 공부하는 아이들)’을 꾸려 방과후에 지도하기도 하고, 저녁마다 실시간 온라인 플랫폼으로 함께 모여 공부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어떤 모양이든지 교사가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는 활동을 중심으로 학생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움을 기록할 수 있는 기회 제공하기

스터디 플래너를 한 번도 작성해 보지 않은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다. 공부를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면, 특별한 계획 없이 시험이 닥치면 공부를 시작하기도 한다. 이미 공부 습관이 잡혀 있는 학생들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스터디 플래너 또는 학습 일지를 경험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직 어떤 공부 방법이 자기에게 맞는지 잘 모르거나, 시험이나 수행평가처럼 주어진 과제를 어떻게 계획적으로 해결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학년 초 중간고사 때 운영하며 자기에게 맞는 학습방법인지 알아볼 수 있도록 돕고, 교사가 스터디 플래너를 함께 봐주며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하면 좋다. 1학년의 경우는 스터디 플래너보다는 학습 일지를 쓰는 것이 더 효과가 좋았다. 열심히 쓴 학습 일지는 동의를 받아 친구들에게 공유하기도 하고, 간단히 댓글을 달아주기도 한다. 이런 활동을 통해 눈에 띄지 않던 아이들의 열정과 노력이 엿보이기도 하고, 하루 동안 어떤 생각을 했는지 관찰할 수 있어서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가장 어려운 한 가지, 진로지도

교원 평가 속 아직도 기억나는 한 문장은 진로지도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가장 어려워서일까. 새내기 교사 때는 서울진로직업박람회가 열리는 토요일에 학급 학생들을 모두 데리고 박람회에 참가했다. 여러 진로 포스터를 찾아 학급에 게시하기도 하고, 학교에서 실시하는 표준화 검사를 참고해서 외부 대회나 프로그램을 권유하기도 했다. 이런저런 활동을 해보았지만 아직도 가장 어려운 건 진로지도이다. 꿈이 없다는 많은 학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지, 어떻게 진로를 탐색하라고 권할 수 있을지 아직도 어렵다. 학생의 꿈을 찾아줄 수는 없지만, 비슷한 고민을 하는 학생들이 찾아보면 좋을 사이트는 무엇인지, 어떤 책을 보면 좋을지 등을 알려줄 수 있는 교사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언젠가 핀다, 꽂도 사람도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어느 날, 연남동에 자리한 어느 서점에서 발견한 글귀다. 이 글귀는 지금까지 내 마음속에 고이 품고 지켜온 교육철학이 되었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작은 씨앗도 어느 새싹이 트고 꽃이 피는 것처럼, 사람도 자기만의 때를 만나 자기만의 꽃을 피우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일까. 교사로서 아이들을 대할 때 조급하지 않게 되었다. 내 눈앞에 있는 학생에게 당장 어떤 변화가 보이지 않아도 잠잠히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자기만의 때를 만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학생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는 것, 그래서 학생이 현재를 의미있게 채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학교에서의 하루를 살아 낸다.

많은 활동을 실었지만 1년 안에 모두 다 한 것은 아니다. 많은 활동을 하기보다는 학생에게 필요한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전에 좋은 결과를 가져왔던 활동이 올해 만난 학생에게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때때로 실패했다고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실패도 경험이기 때문이다.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다음에 무엇을 할지 결정하기 어렵다.

이 글을 읽는 신규교사들이 앞으로 만날 수많은 학생과 여러 활동을 시도해 보고, 소소한 실패 또한 경험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그 모든 시간을 통해 교사로서 나에게 어울리고 편안한 방법을 찾아가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