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교육2022 겨울호(249호)

세계시민역량 향상을 위한
세계지리 수업 만들기

김웅(신현고등학교, 교사)

세계지리 과목은 세계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지식·기능·태도를 기르는 핵심 과목이어야 한다. 지리적 안목으로 공간을 분석하는 것을 넘어서서 세계의 문제를 공유·공감하고 해결하는 데에 나설 수 있는 시민을 길러낼 필요가 있다. 세계지리 교육과정 및 교과서 구성에서는 세계의 여러 지역에 대한 공간적 분석과 통계 자료의 해석을 통해 지역의 다양성 및 최근의 이슈를 학습하도록 하고 있으나, 사실 자체의 나열에 치중하여 관조적 성격을 띠는 한계점도 존재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현재 모습을 조사하고 문제에 대한 비판적·구조적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저개발국, 개발도상국이 많이 분포하고 있으며 복합적인 사회 문제를 안고 있는 아프리카 및 중·남부 아메리카 등의 지역에 대한 학습을 진행할 때는 이러한 문제가 더욱 많이 드러난다.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의 특징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각종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투하는 지역 주민들의 삶의 모습에 학생들이 공감하기 어려우며, 공간 변화의 역동성에 대한 이해 대신 지역에 대한 편견을 부추길 가능성마저 존재한다. 이에 복합적인 도시 문제를 겪고 있는 중·남부 아메리카를 사례 지역으로 하여 통합적 지역 이해를 추구하는 수업을 구성하였다.

수업 산출물 및 평가 설계

실제 수업에 들어가기 전, 수업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어떠한 배움이 일어났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결과물을 설정하기 위해 평가를 먼저 고려하는 백워드 방식을 채택하였다. 세계지리 교과의 성취기준을 재구성하여 수업의 성취기준과 핵심 질문을 만들고 평가 산출물의 종류를 정하여 평가 기준을 마련하였다.

[수업 성취기준과 핵심 질문, 평가 산출물]

르포르타주(Reportage)란 원래 프랑스어로 탐방·보도·보고를 뜻하는 말이다. ‘르포’라고 줄이기도 하며, 텔레비전 르포, 포토 르포르타주 등 영상과 관련된 것들도 포함된다. 르포르타주는 저널리즘에 가깝다고 볼 수 있으며, 넓은 뜻으로는 대부분의 신문 기사를 르포르타주라고 한다. 우수한 르포르타주는 문학이 될 수도 있지만 궁극적인 의도는 사실에 바탕을 둔 기록과 보고에 있다. 지역 이해를 목적으로 하는 수업에서 이러한 글을 쓰도록 하는 이유는 지역의 주민 생활과 특징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을 넘어서서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가상 인터뷰를 하면서 주민들의 입장이 되어보기도 하고, 실제 그 지역에 가서 취재 한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면서 세계시민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도 판단하였다. 

핵심 질문과 평가 산출물에 대한 기본적인 계획을 세우고, 해당 수업에 대한 평가 기준을 마련하였다. 수행 평가 항목에 15점(학기말 15% 반영)이 반영되며, 구체적인 평가 기준은 다음과 같다.

[평가 기준표]

과정평가에 있어 채점 기준을 세우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절차는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다. 과제 수행에 있어 창의적 사고를 펼칠 수 있게 하면서도, 학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개요 작성 및 최종 결과물 작성에 있어 교사의 적절한 피드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에듀테크를 활용할 수도 있는데, 화면 공유가 가능한 구글 문서 혹은 패들렛 등을 활용하면 교사가 활동 과정을 직접 볼 수 있고 즉각적인 피드백이 가능하다. 그러나 유의해야 할 점은, 피드백을 하고 난 결과가 천편일률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의도를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전달력 있는 자료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업 흐름과 운영

고교 사회과 일반선택과목의 경우, 교과 진도를 다 마쳐야한다는 부담감이 있어서 장기적인 프로젝트 수업을 구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주당 2시간 정도 활동을 진행한다고 했을 때, 3주 내외로 마칠 수 있는 분량으로 교수·학습 과정을 만들어 진행하였다.

1~2차시 교과 내용 탐색 및 관심 주제 설정

교과서에서 다루고 있는 중·남부 아메리카 지역의 주요 정보를 탐색하고 관심 주제에 따라 모둠을 만들어 활동 계획을 수립하는 시간이다. 다음의 성취기준에 따라 설명식 수업과 사례 학습을 활용하여 배경지식을 쌓고 활동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12세지07-01  중·남부 아메리카의 주요 국가들에서 나타나는 도시 구조의 특징 및 도시 문제를 지역의 급속한 도시화나 민족(인종)의 다양성과 관련지어 탐구한다.

중·남부 아메리카의 도시 분포

중·남부 아메리카 대도시의 내부 구조

1차시 수업 이후 관심 주제를 선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르포르타주의 주제는 교사가 예시로 제공하고 모둠별로 예시 주제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혹은 본인들이 취재한 내용으로 구성할 수 있게 하였다.

[1~2차시 교수·학습 흐름]

예시 주제로 제시된 도시는 중·남부 아메리카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열대 고산기후와 원주민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보고타, 삼바 축제와 같은 문화가 빛나면서도 과잉 도시화와 빈곤 문제를 안고 있는 리우데자네이루, 열대우림이 훼손되고 도시화가 진행중인 마나우스, 각종 범죄와 경제난으로 어려움이 심한 카라카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추구하고 있는 쿠리치바, 축구와 탱고로 상징되는 문화 융합의 장소인 부에노스아이레스 등 도시마다 핵심적인 탐구 주제가 있음을 의도하였다.

3~4차시 지역 정보 수집, 취재

3~4차시는 본격적으로 주제에 따른 지역 정보를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수집하고 분류하며 진위를 판단하여 글의 재료를 모으는 시간이었다. 특히 이 단계에서는 학생들이 수집한 정보에 대한 교사의 피드백이 중요하였다.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하는 만큼, 수집된 정보의 진위, 시의성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었다. 또한 지역에 대한 편견이 강화되지 않도록 하는 피드백이 필요하였다. 미디어에서 사용된 자극적, 부정적 어휘를 순화하여 표현할 방법을 고민하게 하였고, 지역의 변화 의지와 주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것을 개별 피드백하였다.

5~6차시 기사문 완성 후 공유 활동

3~4차시에 이어 5차시에는 형식을 갖춘 르포르타주를 완성하도록 하였고, 6차시에는 이를 발표하고 공유하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프레젠테이션의 활용도 고려해 보았으나 내용의 중복, 시간 부족의 문제로 진행하지 않았고, 작성된 기사문을 바로 화면에 띄워 공유하였다. 일반적인 신문기사가 아닌, 탐사보도임을 강조하였는데 가상의 보도이기는 하였으나 현장감을 잘 살려 실제 르포르타주의 느낌이 날 수 있도록 모둠별로 피드백을 실시하였다. 이후 작성된 기사문을 PDF 형식으로 만들어 수업 커뮤니티에 업로드하고, 개인별로 갖고 있는 태블릿으로 불러와 공유활동을 진행하였다. 완성된 기사문의 사례는 다음과 같다.

[르포르타주 작성 학생 활동 예시]

수업이 끝나고

6차시에 걸친 수업이 끝난 후 교사의 반성적 검토와 학생 소감 등을 종합해 보았을 때,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첫째, 평소에 세계 문제에 관심을 갖고 행동할 수 있도록 수업 자료와 활동을 자주 접하게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때로 ‘학생들의 삶과 연결된 수업’이라는 것을 ‘일상생활과 직접적 관계가 있는 것을 추구하는 수업’으로 착각한다. 먼 지역의 일, 오랜 과거의 일은 그저 암기로 점철된 박제된 지식으로 취급하기 쉽다. 그러나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오늘날, 먼 나라의 전쟁이 우리의 장바구니 물가를 위협하고 오랑우탄이 서식하는 숲을 파괴하는 행동이 폭염과 산불, 홍수를 불러오고 있음을 교실에서 먼저 알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실천이 함께하는 교육 활동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글쓰기와 발표 자료 제작하기 활동은 학생들의 역량 신장에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형식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반드시 태도의 변화와 실천을 불러오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 이슈에 대하여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고 행동할 수 있는 동기를 만들어내는 평가 방법에 대하여 좀 더 고민해보아야 한다. 여러 비정부기구 등 학교 밖의 다양한 단체와 연계하여 진행한다면 실천적인 수업 구성이 원활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참고문헌
• 황병삼, 천종호, 이준구, 이해창, 천재호, 강재호(2020), 고등학교 세계지리 교과서, 금성출판사.
• 조대훈(2016), 세계시민교육이란 무엇인가, 서울교육 VOL.225.겨울호,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 김정주, 조대연, 정홍인, 최지수, 성세실리아(2018), 중학생의 세계시민성 함양을 위한 세계시민역량 요구분석, 중등교육연구 66권, 2호, 415-438.
• 장재준(2021), 대체불가 라틴아메리카, 의미와 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