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경 (서울특별시동부교육지원청, 교육장)
현재 우리 사회는 다문화, 세계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을 보면 이미 우리는 세계시민의 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그 한 사례가 3년 전 중국 우한에서 발현해 전 세계로 퍼져나가 많은 희생과 함께 지구인 전체의 생활 자체를 변화시킨 코로나19 감염병의 확산 사태이다. 또 최근의 우크라이나 전쟁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촉발된 분쟁으로 인해 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되는 가슴 아픈 일에 더해 많은 나라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보면 민족이나 국가라는 울타리를 넘어 세계가 하나의 운명 공동체임을 실감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세계시민으로서 가져야 할 가치로 인권 존중과 상호의존성 인식, 다양성 인정과 지속가능성을 꼽는다. 먼저 인권 존중과 상호의존성은 개인은 물론 국가 간에도 상호 의존하며 공존한다는 의식을 갖는 일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몇몇 독재 국가와 빈곤 국가에서는 개인의 인권이 보장받지 못하고 유린되는 일들이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전쟁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는 유치원이나 병원, 학교가 공격을 받아 무고한 어린이들과 민간인들이 희생되고 있어 국제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만일 이러한 다른 나라의 비극을 남의 일로 여기며 방관한다면 힘의 논리로 전개되는 상황이 전염병처럼 퍼져 언제 우리 앞에 닥칠지 모른다. 우리는 세계시민으로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며 그 고통을 공유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활동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더불어 살아가는 세계시민으로 사는 길은 무엇일까?
첫째, 우리 삶에 스며들어 있는 인간교육의 전통을 세계시민교육의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가 추구해 온 민주시민교육이나 전통적인 도덕 규범이 바람직한 세계시민이 되는 길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민족에게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이라는 숭고한 건국 사상과 ‘인내천(人乃天)’이라는 동학의 인간 존중 정신이 전통으로 내려오고 있다. 또 생활 속에 자비와 사랑으로 집약되는 불교와 기독교 사상이 흐르고 있으며, 타인에 대한 배려로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己所不欲勿施於人).”는 공자의 가르침도 인성교육의 근저로 삼아 온 지 오래다. 이런 인간교육의 전통이 ‘세계시민의식 키우기’의 기초이자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둘째, 세계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세계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사건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것은 우리의 일상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일이므로 중요한 정보일 뿐 아니라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복잡하고 다양한 상황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서는 그 배경이 되는 역사나 지리, 정치와 문화 등 필요한 사전 지식이 의외로 많다. 현재 교육과정에서 배우고 있는 세계사나 세계지리 같은 교과목은 세계를 이해하고 다양한 관점으로 주변을 바라볼 수 있는 세계시민교육의 든든한 디딤돌이 되고 있다.
셋째,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를 탐구하도록 하는 교육활동이 지속되어야 한다. 현재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는 ‘평화와 공존의 민주시민교육’을 핵심과제 중 하나로 정하고 세계시민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학교는 세계시민교육의 일환으로 세계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세계적 이슈를 탐구과제로 정해 연관 교과 특성에 맞게 재구성하여 주제 토론을 하는 세계시민교육, 학생·교사의 국제교류, 마을결합형 세계시민교육 등 다양한 교육활동을 활발하게 펼쳐나가고 있다. 학생들은 여러 나라에서 일어나는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보는 동안 방관자의 자세에서 벗어나 지구촌의 일을 우리 자신의 일로 여기게 될 것이며, 나아가 장차 우리 앞에 닥칠지도 모를 문제를 해결하는 타산지석의 지혜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신당초등학교 사진 제공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제 세계는 모든 나라, 모든 사람들이 상호의존적인 관계에 놓여있다. 나만 옳다는 생각, 우리 것만 소중하고 가치 있다는 이기적이고 폐쇄적인 생각으로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인종, 종교, 언어, 문화적 차이를 서로 인정하고 수용함과 더불어 다양성을 존중하는 성숙한 자세와 국제적 감각을 몸에 익혀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아름다운 문화 시민, 나아가 세계시민으로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 탐구와 인격 수양을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함과 동시에 장기적이고 계획적인 교육 투자를 통해 그것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이제 지구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느 한 국가의 경계를 뛰어넘어 전 세계의 협력이 필요한 시대이다. 세계시민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숙한 자격을 갖출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편 가르기와 상대를 혐오하는 흐름에 편승하지 말아야 한다. 오래된 병폐인 인종차별은 물론 빈부, 남녀, 세대 갈등도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서로를 배려하고 사랑하며 ‘화합하되 패거리 짓지 않는다.’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것이 바로 민주시민, 나아가 세계시민으로 살아가는 첫걸음이 아닐까 한다.
2015년 유엔 총회에서는 2030년까지 모두가 이행하기로 한 슬로건을 발표했는데, 이는 바로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것’이다. 이를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서울특별시교육청의 교육 목표와 접목하여, 학교 현장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우리 서울교육가족 모두가 발 벗고 나설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