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정(창덕여자중학교, 교사)
매년 3월은 새로운 만남으로 설레는 시기이다. 하지만 동시에 변화로 인한 긴장이 공존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방학 중 41조 연수를 통해 개별적으로 수업을 준비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새출발을 원활하게 시작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연구와 더불어 함께 준비하고 공유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2월, ‘신학년 집중 준비기간’ 동안 교사들은 3월의 소중한 만남을 함께 준비한다.
1. 왜 하는가?
각 학교마다 교육과정의 특징과 교육공동체로서의 비전을 갖고 있을 것이다. 창덕여중(교장 김영화)은 2015년부터 미래학교라는 정체성을 갖고 ‘미래를 만들어가는 행복한 학교’라는 비전을 공유하며 의미있는 성장, 실천적 나눔, 자발적 배움이 이루어지는 교육방향 아래 미래역량 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신학년 집중 준비기간은 새로 온 전입교사를 우리 학교의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적응시키고, 미래 교육과정이 발전적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이 기간 동안 진행하는 활동들은 우리 학교의 비전과 교육과정이 지속될 수 있도록 공유하는 의미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2. 어떻게 계획하는가?
11월 – 구성 및 운영 논의
먼저 시기를 정한다. 창덕여중은 2월 중 신학년 집중 준비기간 3일을 2월 둘째 주에 하루, 셋째 주에 이틀로 편성하고, 3월 개학 첫날을 4일 차로 편성하였다. 첫날 교과협의회를 통해 한 해 수업 계획을 고민한 후, 1주 후에 만나 다른 과목과의 융합을 의논하기 위해서다.
그 다음, 어떤 프로그램으로 구성하여 운영할지 논의한다. 새로 오시는 선생님들이 어떤 것을 궁금해하실지, 어떤 내용을 함께 공유하면 구성원의 학교 이해도를 높일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외부강사를 초빙할지, 학교 외 장소를 이용할지에 따라 예산 편성 계획도 달라지게 된다. 교육계획의 전반을 다루기 때문에 교무부와 미래연구부의 주도로 기획하고, 교육정보부와 학년부를 포함한 대부분의 부서가 역할을 나누어 맡게 된다.
12월 – 강사 섭외 및 각종 예약
주제에 맞는 교내외 강사를 섭외하고, 필요한 물품 구입, 각종 예약, 공문서 작성 등 실무적인 업무를 진행한다. 교무부는 교육과정 전반에 대한 연수를, 미래연구부는 배우고자 하는 연수와 교내 수업사례 발표 섭외를, 정보부는 에듀테크 부분에 대한 연수를 맡아 교내 교사들을 강사로 섭외하고 준비를 시작한다.
1월말, 2월 첫째 주 – 명단 확정
휴·복직 및 인사발령에 따라 참석교사 명단을 확정하고 일정을 안내한다. 정보부에서는 새로 오시는 선생님들의 MS 계정을 생성하여 신학년 집중 연수 때부터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3. 어떻게 운영하는가?
2월 둘째 주와 셋째 주 – 실제 운영
1일 차 오전에는 업무분장과 학급담임을 발표한다. 이어서 교과협의회 시간을 갖고, 교사별 시수 확인, 교과부장 선출, 교과 내 업무분장을 한다. 여기서 협의된 시수 배정표를 바탕으로 교무부에서는 시간표 작업이 시작된다. 이어서 전입교사를 위한 학교공간 투어를 진행한다. 우리 학교는 전 교과 교과교실제로 운영하고 있고, 소극장, 스튜디오, 정보방, 나눔방, 층별 마루 등 특색 공간이 있다. 전입교사의 학교 적응을 돕기 위해 공간 활용에 대한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오후에는 본격적으로 우리 학교의 특색을 공유하는 시간이다. 교장선생님이 미래학교 교육과정의 운영 원리에 대해 전반적인 설명을 해 주시고, 이후 교무부에서 우리 학교의 특징인 블록수업 편성에 대해 설명한다. 블록수업은 쉬는 시간 없이 90분간 이루어지며, 긴 호흡이 필요한 토론, 탐색,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목 중 교사의 사전 희망조사와 전체적인 시수를 고려하여 선정한다. 2023학년도 1학기의 경우 1학년은 국어, 과학, 영어, 사회, 2학년은 국어, 과학, 가정, 미술, 3학년은 국어, 과학, 영어, 기술 교과에서 블록수업을 편성하였다. 교과 블록 이외에도 학년별로 창의미술, 뮤지컬, 스포츠를 배우는 예체 블록, 금요일마다 자율, 동아리, 봉사 활동이 이루어지는 창체 블록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이어서 1학년과 3학년의 선택과목인 ‘짝토론의 이해와 실천(이하 짝토론)’의 개괄에 대해 설명한다. ‘짝토론’은 우리 학교에만 있는 과목이어서 이름만 듣고서는 어떤 형태의 수업이 진행되는지 알기가 어렵기 때문에 간략하게 실제 운영 개요를 소개한다.
이후는 에듀테크에 대한 연수 시간이다. 우리 학교는 MS를 기반으로 한 LMS를 사용하고 있고, Teams나 OneNote 등의 앱을 수업과 업무 모두에서 일상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전입교사들에게 에듀테크에 대한 연수를 실시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전입교사에게는 MS기반 에듀테크의 기본부터 안내를 하고,기존교사들은 다양한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수업의 사례를 서로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두 연수 모두 교내 교사들의 나눔으로 진행이 되며, 사전에 연구부와 정보부에서 구체적인 진행 방식을 논의한다.
2일 차 일정은 1주일 후에 이루어진다. 2023학년도에는 외부 강사를 초빙하여 연수를 진행하였다. 디자인씽킹 연수를 통해 학생이 직접 문제를 찾아내고, 문제 당사자에게 관심을 가져서 새로운 통찰을 얻는 접근 방법으로 짝토론을 비롯한 프로젝트 수업 운영에 도움을 주고자 하였다. 당시 화제에 오른 ChatGPT를 소재로 디자인 씽킹 프로세스를 실습하였다.
오후에는 2014년 미래학교 지정 과정에서 산파 역할을 하신 당시 서울특별시교육청 장학관님을 모시고 서울미래학교 설립과 창덕여중의 비전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들었다. 서울미래학교 출발의 의미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이어서 부서별 업무 계획 시간을 가졌다.
3일 차 일정은 외부로 장소를 옮겨 진행하였다. 오전에는 우리 학교의 교사 문화와 수업사례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 학교는 전 교사가 교원학습공동체를 구성하여 학사일정상 고정적으로 확보된 시간에 정기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다양한 교원학습공동체 활동을 브레인스토밍으로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ART는 Action Research Teacher의 준말로 현장실행연구를 뜻한다. 전년도 연구 결과를 간략히 소개하고, 올해의 연구 주제를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서 전 교직원에게 열려 있는 열린회의와 각종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업무처리에 대한 안내가 이어졌다. 교육과정 사례발표는 1학년 2학기 짝토론 사례와 3학년 정동길 융합수업 사례를 해당 수업을 진행한 교사들의 사례나눔으로 진행하였다.
오후에는 학년별로 모여, 1학기에 교과융합을 할 수 있는 주제나 단원을 찾아보고자 서로의 평가계획을 나누고 일정을 논의하였다. 이 자리에서 자신의 교과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고 경험할지 내용을 공유하고, 교과융합은 물론 학년별 특색교육활동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대부분의 교사가 서피스나 노트북과 같은 개인별 기기를 준비하여, 그 자리에서 논의 결과를 공유할 수 있었다.
마지막 4일 차 일정은 3월 개학 첫날에 연간 교육과정 공유회로 진행되었다. 각 학년별, 부서별 연간계획을 공유하고, 2023학년도 교원학습공동체 홍보와 조직이 시작되었다.
4. 평가와 성찰
2023학년도 신학년 집중 준비기간에 대한 성찰을 위해 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하였다. 설문에는 연수에 참여한 교사 22명 중 13명의 교사가 응답하였고, 설문은 개별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와 2024학년도 신학년 집중 준비기간 운영에 대한 제언으로 이루어졌다. 2023 프로그램 중 가장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된 것은 3일 차에 이루어진 학년별 교육과정 재구성 논의 시간이었다(전반적으로 도움이 되었다 23.1%, 매우 도움이 되었다 69.2%). 뒤를 이어 교사 문화 공유(전반적으로 도움이 되었다 23.1%, 매우 도움이 되었다 61.5%), 교육과정 사례 발표(전반적으로 도움이 되었다 15.4%, 매우 도움이 되었다 61.5%), 연간 교육과정 공유회(전반적으로 도움이 되었다 38.5%, 매우 도움이 되었다 53.8%), 에듀테크(전반적으로 도움이 되었다 46.2%, 매우 도움이 되었다 46.2%) 등이 도움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관식 서술에서도 같은 경향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응답자 6명 중 5명이 교육과정 재구성 논의 시간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1명은 에듀테크 부분이 강화되기를 희망하였다. 이를 통해 신학년 집중 준비기간에 강의나 설명 형태의 연수를 듣기보다는 직접 토론하고 상호작용하여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시간이 더 필요했음을 알 수 있었다.
내년도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의견을 정리하면 공유와 협의 시간을 더 확보하고, 교육과정 운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현안에 대한 연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또한 전입교사 입장에서는 신학년 집중 준비기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학교에 대한 모든 것을 익힐 수는 없고, 기존교사 입장에서는 해마다 내용이 반복된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 구성에 보다 섬세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당해 운영한 신학년 집중 준비기간에 대한 평가와 성찰을 통해 선생님들에게 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으로 다음 해를 준비해 나간다면 신학년 준비기간이 더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본 글에서 소개한 운영 사례는 단지 한 학교의 사례일 뿐이므로, 각 단위학교에서는 학교 교육공동체에 적합한 최적의 프로그램으로 구성하여 연수의 효과성을 더 높여, 설레는 3월을 자신 있게 맞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