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 영신여자고등학교 교사
‘오늘 읽은 이야기에 등장한 동물들의 다리 개수를
모두 합치면 몇 개일까요?’
지금 생각하면 이불 속으로 숨고 싶은 이 유치한 질문을 학생들에게 던졌던 때는 십 년 전 영신여고 1학년 학생들과 처음 책읽기를 할 때였다. 돌아보면 그때는 교 단의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6년차 교사였다. ‘나도 책읽기를 통 해 영어의 즐거움을 느꼈었는데…. 교사이기 이전에 조금 더 먼저 영어를 공부한 영 어 학습자 선배로서 학생들에게도 책읽기의 즐거움을 알려줄 수 있다면….’이라는 생각을 하며 방과 후 수업을 열었다. 처음 읽었던 책은 E.B. White의 Charlotte’s Web! 생각보다 학생들의 반응은 좋았고 다음 학기에는 Roald Dahl의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를 읽었다. 학생들이 수업에 빠지지 않고 영어원서를 읽으며 그날 읽은 부분에 어떤 내용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문제풀이도 제법 잘 해내 는 모습에 교사로서 만족했다. 지금 그때의 수업을 돌아보면 교사들이 많이 걸린다 는 심각한 고질병을 앓고 있었던 것 같다. 이 질병의 두 가지 대표적 증세는 ‘내가 이해한 만큼 학생들도 오늘 읽은 책의 내용을 다 이해해야 한다.’는 완벽주의 증상 과 ‘내가 이 수업을 재미있게 완벽하게 주도한다.’는 수업주도 증상이다. 이 질병 을 발견하고 치료하게 된 계기는 2015년 스노볼연수1)였다.
수업고민공동체 – 스노볼을 만나다
교직 인생이 Before Snowball과 After Snowball로 나뉜다고 말할 수 있을 정 도의 의미를 갖는 스노볼연수를 만나고 나서, 책읽기 수업에서 가장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오랫동안 깊게 생각할 수 있었다. 책읽기 수업을 계속할까 말까,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시기에 스노볼에서 함께 책읽기 수업을 고민하는 동료교사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한 해 동안 문헌을 찾고 수업을 구상하고 실천하고 실패하고 수정하고 성공하는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며 독서교육의 가치를 깨닫고 책읽기 수업에 대한 나름의 철학을 세울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교사로 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실천으로 보여주는 멘토를 만나고,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동료교사가 옆에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다. 스노볼 연수라는 수업고민공동체에서 책읽기 수업을 함께 공부하고 실천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했던 영어독서수업의 모습을 소개하고자 한다. 아래의 사례에서 선생님들이 각 자의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실천 가능한 독서수업의 모습을 찾아 작게나마 시도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