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22 여름호(247호)

[염광중] 세계시민으로
첫걸음을 내딛다

이경민 명예기자

최근 우리는 크고 작은 사건들로 인해 ‘세계시민’의 일원임을 자각했다. 낯선 이름의 전염병이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가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공포를 마주했으며, 먼 나라의 전쟁 소식은 한반도에서 일어났던 전쟁에 대한 뿌리 깊은 기억을 소환하며 불안감을 야기시켰다. 지난 몇 차례의 경험으로 우리는 먼 나라에서 들려오는 타인의 고통이 언젠가 내 삶에 균열을 가져올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불편한 국내외 뉴스들이 줄을 잇는 가운데서도 우리의 마음에 온기를 가져오는 것은 일상을 지키고 타인을 배려하며 자신의 삶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혹은 이웃 나라의 전쟁 난민을 위해 기꺼이 시간과 공간을 내어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전 지구적 차원의 전염병, 기후 위기, 정치적 혼란 상황을 한꺼번에 마주하고 있는 이 시대에 ‘세계시민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그에 대한 해답을 염광중학교(이하 염광중, 교장 김경욱)의 교육 활동을 통해 생각해 보았다.

세계시민교육의 첫걸음은 나의 세계를 확장시켜 나가는 것

세계시민교육(Global Citizenship Education, GCE)은 인류 보편적 가치인 세계 평화, 인권, 문화 다양성 등에 대해 폭넓게 이해하고 실천하는 책임 있는 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이다. 사전적 정의만을 살펴본다면, 대체 이 광대한 교육적 아젠다를 작은 교실 안에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연해진다. 어쩌면 이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세계국제교육포럼(2019)의 연설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연설문에서는 ‘세계시민교육이란 민주시민성과 세계시민성이 연결되고 확장되어 나의 일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즉, 세계시민으고 실천을 통해 나의 세계를 확장시켜 나가는 데서 비롯된다고 정의한다. 염광중의 세계시민교육은 이러한 시각을 바탕으로 한다. 나를 돌아보는 성찰의 과정, 일상에서의 실천, 그리고 나눔의 경험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확장된다. 학사 일정에는 세계시민교육 주간의 일환으로 다문화 교육 주간, 평화 교육 주간, 환경 교육 주간 등이 각 시기별로 구분되어 주제에 맞는 계기 교육이나 학교 행사가 기획되어 있으며, 교과 융합 수업 및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단편적 행사가 아닌 일련의 교육과정을 통해 일 년간 지속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나눔과 실천을 체험하는 세계시민교육 주간

 

염광중은 작년 한 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세계시민 실천학교 및 유네스코학교로 운영되었다. ‘우리는 YK 세계시민’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5월과 10월에 두 차례 세계시민교육 주간 행사를 개최했다. 1학기에는 지구 환경을 위한 생태전환교육에 초점을 맞추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으며, 2학기에는 유네스코 평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역 사회와 연계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선언이나 약속으로 그치는 교육이 아닌, ‘실천’ 으로 연계한 교육 활동이다.

YK 세계시민 유퀴즈

환경의 날을 맞이하여 전교생을 대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세계시민 유퀴즈’ 행사를 진행했다. 환경과 관련된 퀴즈를 모두 맞힌 학생 148명에게 비건(vegan) 쿠키가 증정되었다.

<행사 포스터>

<비건 쿠키 상품>

채식데이 행사

세계시민주간에는 영어 교과에서 채식에 대한 다양한 텍스트를 공부하고, 비건(vegan)급식을 실시했다. 특히 세계시민 동아리와 또래 상담 동아리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채식데이를 만든 이유와 함께 이를 홍보하는 카드 뉴스를 제작해 전시했다.

지구를 위한 그린데이

YK 그린데이 활동은 기후 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일상 속 실천을 주제로 진행하였다. 학생들은 캔 밟기, 투명 페트병 분리 배출하기, 콘센트 뽑아 놓기 실천을 인증하여 염광중 세계시민 SNS에 올리는 활동에 참여했다.

<그린데이 행사 포스터>

<SNS 인증 사진>

온택트, 멘토와의 만남

매년 국제 이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주한 외국 대사와의 만남 행사가 이루어져 왔다. 코로나19 이전 주한 대사관을 직접 방문하는 것으로 진행되던 행사는 팬데믹 상황에 적합하게 주한 뉴질랜드 대사와의 쌍방향 온라인 강의로 대체되었다. 참가를 희망한 32명의 학생들은 뉴질랜드의 민족, 문화, 한국과의 관계 등에 대한 강연을 들으며, 지속가능한 발전 및 문화 다양성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온택트 뉴질랜드 대사 특강>

브릿지 프로젝트(bridge project)를 통한 지역 사회 연계 활동

브릿지 프로젝트는 세계시민 동아리, 또래 상담 동아리와 교내 조손 가정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지역 사회 독거 노인 댁을 직접 방문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행사는 월계2동 주민센터와 연계하여 진행되었으며, 독거 노인 40분께 학생들이 직접 만든 플라워 떡케이크와 카드를 전달하며 마음을 나누었고, 이를 통해 이웃에 대한 나눔과 배려를 실천할 수 있었다.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떡케이크와 방문 활동>

꽃사랑 그린데이 프로젝트

꽃사랑 그린데이 행사는 북부 혁신교육지구 사업과 연계된 것으로, 전교생에게 개인별로 키울 식물이 배부되었다. 학생들은 이를 염광중 SNS에 인증 사진과 댓글을 남기고 공유함으로써 지구 환경 보존과 생태 환경에 대한 관심을 키워나갈 수 있었다.

다양한 교과 연계 세계시민교육 수업

세계시민교육은 사회나 도덕 등 관련 교과에 한정하여 수업이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나, 염광중에서는 다양한 교과 안에서 세계시민교육 활동이 구현되었다. 학생들은 도덕 시간에 월드비전과 연계한 ‘세계가 만일 100명이 사는 마을이라면’이라는 주제로 타이포셔너리1 활동을 했으며, 사회 시간에는 모의 유엔을 열어 열띤 토의를 하고 환경 관련 도서를 읽었다. 영어 시간에는 채식데이 전후로 비건(vegan)에 대해 배웠다. 또한, 체육 시간에 세계의 다양한 민속춤을 알아보고 세계 민속놀이들을 직접 체험했으며, 과학 시간에는 지구 온난화에 대한 영상을 직접 제작했다.

[교과별 세계시민교육 활동]

이처럼 염광중의 세계시민교육이 다양한 교과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염광중은 2018년부터 국제 문화 이해 교육, 세계시민 선도 교원 양성 등 다양한 글로벌 세계시민교육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초기에는 몇몇 교사 주도로 운영되었지만, 자연스럽게 점차 해당 주제에 관심을 갖는 교사들이 많아져 현재 전체 교원 30명 중 절반에 해당하는 15명이 자발적으로 세계시민교육 교원학습공동체에 참여하고 있다.

<염광중학교 세계시민 교원학습공동체>

사립학교의 특성상 교원의 변동이 크지 않은 점이 지속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유지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지난해 세계시민교육 교원학습공동체는 세계시민교육 트렌드와 융합 수업 사례를 주제로 외부 강사를 초청해 연수를 진행했으며, 함께 관련 책을 읽고 도서 나눔 활동을 하면서 토의하고 아이디어를 나눴다. 특히, 2월 신학년 집중 준비 기간에 본격화되어 각 교과 안에서 세계시민교육의 다양한 주제를 담아낼 수업을 구상하고 공유했으며, 올해는 개별 교과를 뛰어넘는 교과 간 융합 수업을 계획하고 있다. 수업 설계 시 각 교과의 세계시민교육 요소를 단원별로 추출한 뒤 수업·평가 계획에 반영하였다.

영어과 수업 사례

염광중 영어과의 수업 목표는 모두를 위한 개별화, 공동체 역량 신장을 위한 세계시민교육이다. 따라서 채식데이 등 관련 학교 행사와 연계한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졌다.

<본인의 식단을 채식 위주로 재구성하는 활동>

<채식데이에 제공된 학교 급식>

<디벗을 활용한 공정 무역 수업>

영어과 및 도덕과 융합 수업 사례

도덕 시간에는 ‘월드비전’과 연계한 세계시민 실천학교 프로젝트로 ‘세계가 만일 100명이 사는 마을이라면’ 이라는 주제로 탐구 활동을 했다. 지구인을 100명으로 가정할 때, 부를 축적한 사람은 몇 명인지, 아동 청소년은 몇 명인지, 학교에 가지 못하는 청소년은 몇 명인지 등을 영상을 통해 파악하고, 아동 청소년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마인드 맵을 통해 원인을 분석해 보는 활동을 했다. 또한 ‘코로나19, 맥도날드, 한국어, 커피 생산율, 아동 노동’ 등 글로벌 사회 현안 이슈를 주제로 세계지도를 그려보았으며, 영어 시간에는 같은 주제로 가정법을 활용한 다양한 문장을 만들고 지구촌 소식을 인포그래픽 기사로 작성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유네스코 학습지 활동>

<영문 원서 ‘If the World Were a Village of 100 people?’ 독후 활동>

<Visual Capitalist 사이트 활용 글로벌 이슈 토의 활동>

 

사회과 수업 사례

염광중에서는 2015년부터 매년 교내 모의 유엔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학생들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주제로 하여 경제 불평등 해소를 위한 ‘경제 위원회’와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미래 전략 위원회’를 구성하고, 각 위원회에 따라 국가별 대사가 되어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토론 활동을 하였다. 또한 인터내셔널 데이를 정하여 각국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부스를 만들어 의상, 음식 등 외국 문화를 체험하고 지역별 전략화(도시, 농산물, 문화유산 등)를 홍보하는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모의 유엔 대회 모습>

<모의 유엔 ‘기후 변화’ 주제토론>

<코로나19 이후 기후변화 대응 미래 전략 위원회>

<경제 불평등 해소를 위한 경제 위원회>

체육과 수업 사례

체육 시간을 통해 학생들은 세계 여러 나라의 민속놀이를 체험하여 세계의 문화를 체험했다. 활동을 위한 안내 표지판은 세계시민 동아리 학생들이 직접 제작하고 전시하였다.

<세계 민속놀이 체험 및 안내판>

앞이 아닌 주변을 둘러보며 걷는 힘

간혹 진도에 쫓긴 수업을 하다 보면 평가를 위한 수업에 매몰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교사 스스로 회의감에 빠져들 때가 있다. 아마도 그럴 때 교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수업을 통해 과연 나는 무엇을 가르치고 싶은가, 혹은 나의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가에 대한 성찰이다.

팬데믹은 전 세계를 위협하는 전 지구적 위기였지만, 이 시기에 우리는 잠시 속도를 멈추고 방향을 전환해 주변을 둘러보아야 하는 때임을 깨달았다. 전 지구적 기후 위기와 전염병은 개인 간의 소통, 국가 간의 연대 없이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자각했음은 물론이다. 백신 분배를 두고 선진국과 개발 도상국의 간극이 줄어들지 않는 한, 변이 바이러스 출현에서 우리 모두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듯이 말이다. 그런데 소통과 연대는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고통에 공감하며 나아가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눌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 교과와 시대를 막론하고 학교 교육 활동을 관통하여 전 과정에서 지향하고자 하는 가치들은 소통, 공감, 나눔, 배려와 같은 덕목들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동시대를 함께 살아갈 세계시민으로 나아가기 위한 주요 요소들임에 틀림이 없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모든 교과 안에 세계시민 요소가 들어간 것도 이와 같은 배경일 것이다.

염광중의 교육 활동 사례를 통해 교실 안에서 세계시민 감수성을 키워나가기 위한 첫걸음은 나와 주변을 따뜻한 시선으로 둘러보는 것에서 시작됨을 알 수 있었다. 결국 세계시민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란, 주변을 관찰하여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며 나눔을 실천하는 것, 이를 통해 환대의 마음으로 기꺼이 타인을 나의 세계로 초대하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1. 타이포셔너리(Typotionary)란, Typography(글자 디자인)과 Dictionary(사전)의 합성을 통해 만들어진 용어로 문자 디자인을 통해 자신의 생각이나 의도를 표현하는 시각 디자인 기법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