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2018 봄호 (230호)

옆반 선생님과 함께하면 근심은 덜고 안심은 더해요

배민정 서울불암초등학교 교사

Ⅰ. 선생님, 근심이 있어요

선생님들이 가지고 계신 근심을 들어보았다.

수업나눔에서 완벽한 수업을 보여주고 싶은데 자신이 없고, 예전에 배운 대로 수업하는 자신을 발견하면 자괴감이 드네요. 수업에 대해서 동료교사와 같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어요

교사 연수에서 배운 사례들을 직접 수업에 적용해 보았더니 노력만큼 학생들 반응이 적극적이지 않아 속상해요. 우리 학교 여건에 맞는 사례의 적용 팁을 나누고 수업에 대해 언제든지 이야기할 수 있는 선생님이 계셨으면 좋겠어요.

신규교사라 학급 학생들의 생활지도가 너무 힘들어요. 매 차시 다양한 활동을 준비하는데 학생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으면 오히려 위축이 되네요. 학생들과 마음을 나누는 교사가 되고 싶어요.

수업 내용과 활동이 평가로 이어졌으면 하는데 그 구성이 너무 어려워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선생님들의 교육을 향한 근심은 끝이 없다. 이러한 선생님들의 근심은 진정한 배움이 있는 수업을 만들기 위한 시작점이며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은 열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Ⅱ. 옆반 선생님과 함께하면 근심은 덜고 안심은 더해요

선생님들의 근심은 크게 수업, 연수, 생활지도, 평가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선생님의 근심은 덜고 안심은 더할 수 있을까?

1. 옆반 선생님과 함께 수업 근심 덜기
동료교사, 학부모 대상 수업나눔은 경력에 관계없이 부담스러운 일이다. 2017학년도 교육계획 수립을 위한 설문 결과, 수업나눔 활동에서 사전협의 시스템 강화와 공동수업과정안 작성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우리 학교는 수업나눔 시 동학년 단위 교원학습공동체 중심으로 2~3명의 교사가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공동수업과정안을 작성하였다. 2차에 걸친 사전협의회를 갖고 수업과정안을 수정·보완한 후 총 2차에 걸쳐 고경력교사, 저경력교사 순으로 수업나눔 및 참관을 하였다.

2. 옆반 선생님과 함께 교사 전문성 신장 근심 덜기
교육청 단위 또는 단위학교에서 교육과정 운영 및 교사전문성 신장을 위해 실시하는 우수 교사의 수업사례를 활용한 연수는 학교의 개별적인 여건과 교사 자신의 교실수업 개선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수업과 관련된 교사의 근심을 덜어주기 위한 활동은 아래와 같다.

옆반 선생님 수업 노하우 나눔 릴레이 운영 사례
단위학교는 타학교의 컨설팅 위원이나 우수 강사를 섭외하여 컨설팅 장학, 교사 연수를 실시한다. 이와 같은 교사 연수를 통해 선생님들은 특정 분야를 다년간 연구하고 수업에 적용한 사례를 배울 수 있어 전문성 신장에 유용하다. 하지만 학교 예산 부족, 우수 강사 섭외의 어려움 등으로 연간 4회 이상 실시하는 것은 어렵다. 이때 우리 학교에 최적화된 수업전문성을 가지신 ‘우리 학년 옆반 선생님들의 수업 노하우와 열정을 나누는 기회를 가지면 어떨까?’ 라는 아이디어가 토론이 있는 교직원 회의에서 나왔다. 이로써 각 학년에서 추천 및 지원하신 각 분야의 전문가 옆반 선생님들의 수업 노하우 나눔 릴레이가 시작되었다.
처음에 옆반 선생님들은 ‘난 선생님들 앞에서 알려줄 만한 대단한 노하우는 없어.’ 라고 하시며 부끄러워하셨다. 그러나 옆반 선생님들이 동학년 단위 또는 학년군 단위의 소규모 모임에서 풀어 놓으신 이야기들은 처음 계획한 20분이라는 시간이 턱없이 모자랄 정도로 많았다. 4월의 교실 속 생태학습장 만들기를 시작으로 옆반 선생님들의 수업 노하우 나눔 릴레이는 연 8회 실시되었고 연구하는 학교 분위기를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하였다. 아래는 선생님들의 반응이다.

수업 노하우 나눔 릴레이에서는 다른 연수와 달리 이론 강의가 아닌 실습을 통해서 배울 수 있어 좋았어요. 무엇보다 모르는 것은 그 자리에서 바로 질문할 수 있는 옆반 선생님이 계시다는 것이 정말 든든해요.

임상장학 때 활동 구성과 시간 안배에 대해 조언해 주시고 학생들이 활동을 하면서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약속 정하기’와 같은 팁을 알려주셔서 감사했어요.
옆반 선생님을 통해 수업뿐만 아니라 학급 경영 전반에 대해 배울 수 있었어요.

옆반 선생님과 함께하는 교사 전문성 신장 근심 덜기 활동 장면

3. 옆반 선생님과 함께 학급운영 근심 덜기
학급운영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교사와 학생의 유대감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는가보다 더 중요하다. 어떤 방식으로든 학생이 교사에게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관계가 소원해지고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없게 된다. 자신이 무시되고 오해받고 있다고 느끼면 흥미 있는 내용을 배우더라도 학생들은 지루해 하거나 외면하며 반항하는 등의 문제행동을 보일 수 있다. 학생들과 함께 웃을 수 있는 교실을 만들기 위해서는 학생에 대한 이해가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한다.

가. 옆반 선생님과 함께하는 생활지도
“학급에 이런 학생 한 명은 꼭 있다!”
학급운영에서 생활지도의 중요성이 해마다 강조되고 있다. 교과지도에 비해 매 해마다 어떤 학생을 만나느냐에 따라 생활지도 방법은 그때그때 달라져야 하므로 선생님들의 근심이 더해진다.

“정답이 없는 생활지도, 나눔과 공유로!”
선생님이 학생지도에 어려움을 느끼는 원인은 학생의 문제일 때도 있지만 가끔은 선생님이 학생을 바라보는 관점의 문제일 때도 있다. 선생님이 겉으로 드러나는 학생의 행동만 보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시각으로 그 속마음을 읽고 지도할 때 학생의 마음을 얻을 수 있고 행동이 조금씩 변화하는 학생의 모습을 마주하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다.
생활 지도의 문제는 학교폭력 문제와도 연결되기 때문에 고학년의 경우 학년 단위의 협의체를 구성하여 생활 지도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하였다. 4학년 대상 어울림 프로그램, 5~6학년 대상 어깨동무 학교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학교폭력상황에서 처벌로 인한 관계의 단절보다는 대화를 통한 상호이해와 의견존중을 원칙으로 하여 생활지도를 하였다.

나. 일상 가꾸기로 시작하는 생활지도
초등교육에서 생활지도는 수업을 포함한 전체 학급 경영의 성공을 결정짓는 중요한 열쇠이다. 학생들의 마음을 보듬고 학생들과 더불어 행복한 교사와 학교를 만들기 위해 진행한 처방전은 다음과 같다.

 

 


처방전 #1: 자기 화분·우리반 텃밭 가꾸기
학교와 교실을 꾸미는 목적 뿐 아니라 화분이나 텃밭을 스스로의 힘으로 길러내는 과정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작은 수고로움을 통해 잎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자신에 대한 사랑과 존재의 소중함을 느끼는 등 상처받은 감정을 회복하고 치유할 수 있다.

처방전 #2: 교과서 밖에서 만나는 글
교실 속 배움은 교과서에만 있지 않다. 교과서에서 시작된 배움의 소재를 다른 책으로까지 영역을 넓혀 색다른 책을 접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배움은 깊어지고 넓어지기 마련이다. 미디어와 학원에 찌든 6학년 학생들에게 배움과 독서, 표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시’ 발표하고 느낌 말하기, ‘내 인생의 시 재구성- 나도 시인’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했다.

처방전 #3: 자연과 친해지기
일 년 동안 다르게 변화하는 자연을 바라보고 느끼는 일은 마음에 안락함과 평안함을 줄 수 있다. 후문을 바로 나서면 마주할 수 있는 불암산 덕분에 우리 학교 학생들은 숲 속 산책을 손쉽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불암산 가족 생태체험 활동을 비롯해 학급별 연 2회 ‘숲 해설사와 함께하는 생태체험’을 하면서 자연의 순환을 느끼고 갑갑한 일상에서 느낀 스트레스를 덜어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처방전 #4: 놀며 배우며
경쟁심, 책임 회피 등에서 보이는 아이들의 상처는 스스로 만들고 함께 노는 경험의 부재에서 시작된다. 노원구청 및 교육청의 공모 사업 등을 적극 활용하여 예산을 확보해서 조작활동이 가능한 학습 교구 뿐 아니라 다양한 놀이감 등을 마련했다. 놀이 속에는 규칙이 있고 규칙은 친구들과의 소통 과정을 통해 변형되고 발전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배려와 협동의 즐거움을 배우게 되었다.


4. 옆반 선생님과 함께 시작한 ‘우리’, 모두가 행복한 ‘우리’
대부분의 선생님은 생활지도와 학급운영에 근심이 있지만 그 근심들을 터놓을 수 없어 속앓이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옆반 선생님과 함께하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근심은 덜고 안심은 더할 수 있었다.

생활지도는 하나부터 열까지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막막했어요. 저만 교실이 엉망진창 같아 자존감이 낮아질 즈음, 선생님들과 고민을 공유하고 해결점을 찾아 나가다 보니 해답이 보이더라고요.

– 3년차 교사 고** –

경력이 10년쯤 되면 선배님들처럼 생활지도의 노하우가 많아질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제가 그 경력이 됐는데도 헤매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의기소침해지더라고요.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에 위로를 받았고요, 함께 해결책을 찾아 나가니까 더 쉽게 아이들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11년차 교사 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