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성(서울미래초등학교, 교사)
어린 예술가들을 위한 교실
우리는 모두 예술가다. 예술이라는 것이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살면서 느끼고 표현하고 나누는 모든 것들이라고 생각하면 우리는 모두 삶의 가치를 찾는 예술가라고 할 수 있다. 교실에서 만나는 9살의 어린이들은 밝고 좋은 것이 먼저 보이고 속에 있는 것들을 거침없이 내보일 수 있는, 가장 활기찬 어린 예술가들이다. 같이 공부하고 생활하면서 학생들이 만드는 말과 생각에 감동받고 그 감동이 수업을 이어가게 한다. 학생들이 삶의 가치를 찾고 중심을 세우는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 올해의 교실이 우리 반 학생들에게 「어린 예술가들을 위한 교실」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 반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3월 한 달간 많은 시간 대화를 나누고 의견을 모았다. 2학년 학생들의 관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의 씨앗, 그 가치를 1년 동안 잘 가꾸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하는 노력(물과 빛), 상상하는 열매는 어떤 것인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14개의 가치 씨앗을 소개하고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반에서 함께 가꾸기를 희망하는 씨앗을 골랐다. 우리 반은 ‘배려, 용기, 책임’의 씨앗을 선택하였다. 교실 환경을 구성하고 커피박 화분에 식물 심기 활동으로 배려, 용기, 책임 씨앗을 교실 곳곳에 심는 의식을 치렀다. 2학년 통합교과는 관계 영역과 계절을 주제로 구성되어 있어 교과 활동과의 자연스러운 연계를 위해 어린 예술가를 위한 교실 프로그램의 대주제는 계절을 단위로 설정하였다. 학교 특색 교육 활동인 독서 교육 실천을 위하여 계절을 여는 활동은 계절 주제의 그림책을 새롭게 소개하며 시작하였다.
월별 중점 교육 활동
교과와 창체 시간을 통해 예술의 다양한 영역을 체험하고, 자기 안에 있는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끌어내는 경험을 하도록 돕기 위해 34차시의 우리 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통합교과를 중심으로 창체의 자율활동, 각 교과의 여유 시수1 중 시기에 맞추어 주당 1시간, 학기별 17차시로 연간 34차시를 배정하였고 학년 교육과정 중 학년 특색 프로그램과 일부 연계하였다. 실제 운영하다 보면 1차시로 계획되어 있는 활동이 진지하고 흥미롭게 진행되어 시간을 조정하여 재구성하기도 하였다. 통합교과의 매 단원 공부게시판 꾸미기와 수업 만들기 활동을 진행할 때 학생들이 관심을 많이 보이는 주제에 대해서는 어린 예술가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프로젝트 수업을 구성하여 진행하고 있다. 2022학년도 2학년 학생들과 만들어 가고 있는 ‘어린 예술가를 위한 교실’ 프로그램은 아래와 같다.
여름_ 내 눈에만 보이는 내 친구 나무의 색
여름에 진행한 어린 예술가 프로그램 중 13차시에 해당하는 수업 사례이다. 이름을 부르자 꽃이 되었듯 매일 학교에 오고 가며 보았던 나무에 이름을 붙여주고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애착이 생기는 것 같았다. 자세히 바라봐 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이었고 나무에도 여러 가지 색이 있듯이 나와 친구들에게도 다양한 색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학생들은 ‘나무는 그냥 초록색이랑 고동색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많은 색이 있는지 몰랐어요. 자세히 보면 색이 잘 보여요.’라고 답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다양성에 대해 감각으로 느꼈기를 희망한다.
가을_ 봄에게 보내는 편지 프로젝트
가을의 어린 예술가 프로그램은 프로젝트 수업으로 진행하였다. ‘봄에게 보내는 편지’ 프로젝트는 2학년 2학기 통합교과 역량 중 심미적 감성 역량 중점 함양을 위한 활동이다. 계절의 변화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색’을 중심으로 가을을 관찰하고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여 색과 이미지를 모아 보았다. 수집한 정보들을 학생 주도적으로 정리하여 미적 결과물로 만들어 내는 수업의 흐름을 구성하였다.
우리 반 학생들은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교사가 펼치는 이야기에 금방 빠져든다. 봄의 꿀벌 프로젝트, 여름의 돌멩이 수업에서도 마치 자신이 꿀벌이 되고 돌멩이가 된 양 수업에 진지하게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야기의 힘을 느끼며 가을의 프로젝트 수업도 이야기로 시작하였다.봄에게 가을을 알려주는 편지를 쓰는 것을 목표로 가을을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봄은 어떤 것이 궁금할지 상상해보고 편지 쓰기 계획을 세워보았다. 에듀테크에 익숙하지 않은 학년이지만 하나 하나 익혀 구글 아트 앤 컬처(Google Art & Culture)에서 가을을 표현한 작가들의 작품도 감상해보고, 도서관에서 가을을 주제로 한 책도 찾아서 정보를 수집하였다. 안전교육을 마치고 인근 공원에 나가 가을의 색을 모아보기도 하였다. 그렇게 찾아 본 가을의 색을 마음에 담고 양모, 오일 파스텔, 색종이 등으로 표현 활동을 해보았다. 가을을 소개하는 편지를 써 보고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담아 영상 편지를 찍는 것으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였다. 가을의 색을 흠뻑 느껴본 학생들은 이제 색을 찾는 것을 넘어 새로운 색에 가을의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물감 한 방울이 번지듯
학교의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열렸다. 친구 나무를 그 감나무로 삼은 학생은 등교하자마자 “제 친구가 열매를 맺었어요!”하며 기뻐했다. 주변을 새롭게 바라보고 아름다움을 느끼며 자신의 느낌을 다채롭게 표현할 수 있는 태도야말로 삶을 예술로 살아가는 모습 아닐까. 내가 떨어뜨린 한 두 방울의 물감들을 학생들이 온전히 흡수하여 자신들의 색으로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는 장면을 보며 겨울을 맞이한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타인과 환경을 포용하고 자신의 아름다움을 내어 나누어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