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오
오디세이학교는 일반고등학교 1학년 재학생들 가운데, 자신의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선택 교육과정이다. 학년별 연계가 강하고 대학입시를 향해 매진해야 하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일반 학교에서 제공되는 교과 중심의 틀을 벗어나서 새로운 교육과정을 선택한다는 것이 쉬운 선택은 아니다. 학교에서 주어진 교육과정을 공부하지만 그 공부를 왜 해야 하며 내가 정말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공부는 어떤 공부인지, 그리고 이 공부를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갈망이 큰 학생들이 오디세이학교를 선택해서 온다.
그렇기에 오디세이학교의 일반 인문계 1학년 교육과정은 영어, 수학, 한국사 3과목만 편성되어 있다. 그 외 과목은 기존 교과 체계에 들어 있지 않은 대안 교과로 편성되어 있다. 그렇다면 당장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아니 그러면 국어나 사회, 과학 등의 과목은 전혀 배우지 않는단 말이야? 기술·가정, 도덕, 음악, 미술, 체육 등의 과목은 어떻게 해?” 오디세이학교에 이런 교과목은 없지만 이 교과들이 추구하는 내용들이 다른 형태로 녹아있으며 어떤 의미에서는 그러한 내용들을 학생들이 더 깊이 배우게 된다고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국어라는 과목은 없지만 ‘말과 글’, ‘글쓰기’ 등의 수업을 통해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훈련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고 소통하는 법, 자신과 세상을 보다 깊이 성찰하는 법을 배우고 훈련한다.
오디세이학교의 교육과정은 크게 공통과정과 선택과정으로 구성된다. 공통과정은 영어, 수학, 한국사 외에 ‘말과 글’, ‘프로젝트’, ‘자치회의’, ‘여행’, ‘기획 및 프로젝트 활동’, ‘멘토와의 만남’ 등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선택과정은 ‘프로젝트’, ‘문화예술’, ‘공방작업’, ‘문학/철학’, ‘시민참여/국제협력’, ‘인턴십’이 있다. 물론 이러한 선택과정은 이 분야의 전문가를 기르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을 성찰하고 세상과의 접촉면을 넓혀가는 데 있어서 좀 더 친근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로서의 측면이 크다.
이러한 교과목이나 교육과정 이름에서 보듯이 오디세이학교 교육과정은 첫째, 교과 단위로 분절되지 않고 통합적이고 융합적이다. 둘째, 각 교과목이 삶과 분리된 지식으로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매우 밀착되어 있다. 셋째, 배움이 교실에서만 이루어지지 않고 학교 밖으로 나가 각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기도 하고 탐방이나 조사, 체험을 하는 등 학교 안과 밖의 넘나듦이 자유롭다. 그리고 배움의 내용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아이들의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변화가 가능하다. 이러한 원리는 모든 교과목에 적용이 되는데 예를 들어 프로젝트 수업의 경우 학생들이 자신의 관심을 따라 팀을 구성하되 자신들이 해결해 보고자 하는 문제의 실태와 원인을 파악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만들기 위한 공부를 하고, 그 대안을 실천한 후 피드백 과정을 거쳐 다음과제를 만들어내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오디세이학교 교육과정의 특징은 그 내용뿐 아니라 실행방법에서도 구별된다. 우선 오디세이학교의 모든 수업은 교사의 일방적인 설명 방식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그 내용을 서로 이야기를 하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교사는 계속해서 아이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질문을 던지고,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고, 방향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수업이 진행되다 보니 당연히 수업 시간에 잠을 자는 아이들이 한 명도 없다. 물론 아이들은 개인의 특성에 따라 배움의 주도성에 차이를 보인다. 당연히 공동 수업 과정에서 무임승차자도 발생한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도 교사와 아이들, 그리고 아이들 상호 간 소통을 통해 조금씩 극복된다.
또 다른 중요한 특성은 길잡이교사(담임교사)의 역할이다. 오디세이학교에서는 1명의 길잡이 교사가 10명 정도의 학생을 담당하고 있다. 이 길잡이교사는 자신이 맡은 학생들이 각 교과 수업에서 무엇을 어떻게 배우고 있으며, 수업을 통해 배운 내용들이 아이들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길잡이교사는 평소에 아이들을 세밀하게 관찰할 뿐 아니라 각 교과 담당교사들과도 아이에 대해서 주기적으로 소통한다. 그리고 한 주를 시작하는 첫 시간, 그리고 한 주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시간 등에 아이들과 길잡이교사가 함께 모임을 갖고 한 주간의 배움의 내용을 포함해 각자의 삶을 나누고 상호 피드백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의 배움을 내면화하고, 향후 배움에 대한 방향과 맥락을 잡으며 성장하게 된다.
이러한 오디세이학교 교육을 통한 제일 큰 변화는 아이들이 자신의 삶과 배움의 주체로 서 간다는 것이다. 물론 아이마다 변화나 성장의 폭에 차이는 있지만 자신의 삶과 배움, 미래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을 던지고 계획을 세워나가는 내면의 힘이 생겼음을 이구동성으로 고백한다. 그래서 오디세이학교와는 교육적 분위기가 많이 다른 일반고로 복귀해서도 그 상황을 주체적으로 소화하면서 자신의 길을 찾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