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페이퍼2020 가을호(240호)

온라인 학습: 미디어 생태학의 관점에서

본고는 이슈페이퍼 를 번역한 것이다.
원문은 교육연구정보원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마이클 시글러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교육정책연구소, 전문위원)

I. 서 론

지난 몇 달 동안, 교육계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 공교육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오갔다. 예를 들어, 유네스코 (UNESCO)는 세계적인 위기가 ‘교육의 목적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해 볼 수밖에 없는’ 시간을 주었다고 말했다(UNESCO, 2020: 4). 또한 앤디 하그리브스 (Andy Hargreaves)는 팬데믹이 지나가면, ‘우리의 새로운 과제는 정확히 이전과 같이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경험해온 것을 깊이 되돌아보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교육에서 전환을 이루는 것이다.’ 라고 언급했다(Hargreaves, 2020). 한국의 교육계도 이와 다르지 않으며 교육 이해 당사자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공교육의 발전을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지금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변화 중 하나는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의 일환인 온라인 학습이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한국은 온라인 개학으로 진행했고, 온라인 수업에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 과제 수행 중심 수업’ 등이 포함되었다 (교육부, 2020a).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이를 두고 ‘미래교육으로 도약하는 교육 혁신’을 위한 ‘소중한 자산 으로 삼아’라고 말했으며(교육부, 2020b) ‘한국형 원격 교육시스템’은 ‘2025년 고교학점제를 안착시키는 데, 지역 간과 학교 간 차이를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될 것 입니다.’라며 기대감을 표출했다(교육부, 2020c).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감 역시 ‘코로나로 촉발된 원격학습은 대면 중심 교육에서 블렌디드 러닝 중심 교육으로의 이행을 가속화할 것’이며 온라인 학습과 대면 학습의 가장 적절한 비율은 반반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Ock, 2020a).
그러나 온라인 학습 시스템을 전방위적으로 도입하는 한국의 첫 시도는 그것이 얼마나 효과적일 수 있을 지에 대한 몇 가지 의문을 야기한다(Kang, 2020; 권 순정, 2020; Ock, 2020b). 이를 성공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생각과 준비, 지원이 필요한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1 앞으로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 서울 공교육에서 블렌디드 러닝의 실행을 둘러싸고 정책 입안자들, 교사, 학생, 학부모를 비롯하여 여러 교육 관계자들 간의 긴 논의가 있을 것이다.

필자는 ‘미디어 생태학(media ecology)’으로 알려진 분야가 이러한 논의에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 다. 이에 따라, 이 글의 목적은 1) 마셜 맥루한(Marshall McLuhan)과 닐 포스트먼(Neil Postman)의 미디어 생태학을 소개하고, 2) 미디어 생태 이론을 활용하여 온라인 학습을 간략하게 검토하고, 3) 어떤 특정한 조건이 갖춰진다면, 온라인 학습이 강력한 교육적 잠재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 다루는 지점이 어떤 식으로든 서울특별시교육청이 공교육 속에서 온라인 교육을 실행하는 데에 도움이 되고, 교사 연수와 예비 교사 교육에 새로운 담론을 제시하며, 코로나19 이후 21세기 교육의 경로를 찾는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주길 바란다.

II. 개념 정의와 논의의 맥락

온라인 학습의 형태가 다양하기 때문에 먼저 이 용어에 대한 정의를 제시한다. 그리고 온라인 학습을 실행하는 맥락이 중요하므로 교육의 미래를 간략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1. 개념 정의

온라인 학습을 생각할 때 처음 떠올리는 이미지는 EBS 스타일의 강의, 화상 회의, 혹은 정답을 클릭하는 형태의 게임 유형 학습이겠지만 온라인 학습은 이를 뛰어넘어 주요 온라인 요소를 가진 모든 형태의 학습을 말한다.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에서 텍스트를 활용하여 이루어지는 토론, 개별 맞춤 오프라인 학습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학생의 온라인 코칭 및 멘토링, 그리고 그룹 프로젝트를 하기 위한 학생 간의 협동과 준비도 온라인 학습에 포함된다. ‘온라인 학습’의 효과를 논의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이것이 매우 다양한 행동과 상호작용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본고에서는 구체적이기 보다는 추상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2. 교육의 미래 방향

예측 불가능한 다양한 변인들로 인해 교육에서도 중요한 변화들이 생길 것이며, 온라인 학습 이행에 대한 논의도 이 맥락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미래에 학교의 역할과 요구되는 교사의 역량에 대한 한 조사에 따르면, 교사는 다음과 같은 과제에 도전해야 할 것이다.

  • ‘융합적 통합적 교육과정 재구성’(임종헌 외, 2017: 24)
  • ‘무학년제 및 무학급제 상황 하에서 개별화된 학생의 수업 요구에 부응’(ibid.: 24)
  • 학교 밖과의 네트워크 ‘구축, 유지, 활용’ 및 학생의 학습이 ‘실제적 삶의 현장과 연결할 수 있도록 지원 하고,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계’(ibid.: 25) 이슈
  • ‘개별 학생의 필요에 맞는 학습과 경험’ 지원, 안내, 페이 멘토링(ibid.: 19)

요약하자면, ‘학교에서 1명의 교과담당 교사에게 1년 동안 배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학습 네트워크와 온라인 학습 세상 속에서 개별 학생의 필요에 맞는 학습과 경험이 이루어질 것이다.’(ibid.: 19) 게다가 교사는 이러한 새 도전을 받아들이면서 점점 더 복잡하고, 불확실하며, 불안정해가는 사회와 세상을 학생이 마주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야 할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현실에 처한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미디어 생태학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하고자 한다.

III. 미디어가 메시지다

1. 미디어 생태학

1964년, 마셜 맥루한(Marshall McLuhan)은 그의 획기적인 저서 『미디어 이해하기: 인간의 확장 (Understanding Media: The Extensions of Man)』을 발간했다. 맥루한에게 미디어라는 용어는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는 미디어 리터러시나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에서 말하는 미디어보다 훨씬 많은 것을 포괄한다. 사람들은 보통 미디어를 신문, 텔레비전, 인터넷, 소셜미디어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간주하지만 맥루한이 말하는 미디어는 모든 기술과 도구, 모든 정보와 언어를 포함한 의사소통 체계 그리 고 본 고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모든 교수 방법까지 포괄한다.
『미디어 이해하기』에서 맥루한은 미디어 그 자체가 연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의 관점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어떤 특정한 미디어의 내용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과 문화에 가장 심오한 영향을 주는 것은 미디어 그 자체다. 예를 들어, 텔레비전에 나오는 내용이나 교육과정 내용 보다는 텔레비전 자체와 교육과정을 전달하는 교수법이 우리에게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맥루한의 용어를 빌려 쓰자면, 미디어가 우리를 ‘확장(extension)’ 시키지만 동시에 미디어는 우리를 ‘단절(amputation)’한 다(McLuhan, 1994). 그는 이러한 아이디어를 ‘미디어가 메시지다.(The medium is the message.)’라는 명언을 통해 압축적으로 제시했다.2
미디어의 힘, 즉 그것의 확장과 단절은 프린스턴대학교의 한 연구 조사에서 잘 나타나며 이는 특히 온라인 학습의 시대를 살아가는 교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연구에서 연구자는 학생들을 크게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눠 한 쪽은 노트북을, 다른 한 쪽은 펜과 종이를 주었다(Mueller & Oppenheimer, 2014). 그리고 그들 에게 TED 강연을 보여준 후 내용 이해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테스트를 실시했다. 이를 분석한 결과, 손으로 필기한 그룹이 노트북으로 필기한 그룹에 비해 개념적으로 내용을 더 깊게 이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손으로 필기한 학생들은 영상의 내용을 그대로 빠르게 받아 적을 수 없었기 때문에 정보를 한 층 더 깊이 있는 단계에서 처리해야만 해서 요약하고, 재구조화하고, 이전 지식과 연결시킴으로써 내용을 처리하였다. 반면에 노트북으로 필기한 학생들은 영상에 나온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받아 적는 경향이 있었다. 심지어 이들 중 미리 필기 사항에 대해 ‘자신만의 용어로 필기하고, 연사가 말한 내용을 문자 그대로 받아 적지 말라.’는 권고를 받은 하위 그룹 역시 그러한 경향성을 보였다(Mueller & Oppenheimer, 2014: 1162). 다시 말하면, 필기 기술 자체, 즉 미디어 자체가 학생들의 지식 깊이를 결정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간단한 실험은 노트북과 같은 미디어가 필기 속도를 확장시키고, 교육적 내용에 대한 개념적 이해의 깊이를 단절하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특정한 기술과 교수법이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예측하고 이해하며 모니터링하는 것의 중요성을 시사한다.3간단히 말하면, 학생이 무엇을 공부하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지식의 깊이, 행동과 태도, 가치관의 측면에서 대체로 훨씬 중요한 것은 학생이 실제로 무엇을 하고 있느냐이다.

뉴욕대학교 교수이자 맥루한에게 크게 영향받은 닐 포스트먼(Neil Postman) 역시 미디어는 우리를 확장시키고 단절한다고 믿었지만 그가 사용하는 용어는 조금 달랐다. 포스트먼은 교육혁신을 포함한 새로운 방법과 기술이 우리로 하여금 ‘가능하게 만드는 것 (doing)’과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undoing)’을 동시에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Postman, 1993).
포스트먼은 미디어 생태학을 학문적으로 도입하고 뉴욕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미디어 생태학 프로그램 을 설립했다. 그는 ‘생태학이라는 단어는 환경에 대한 연구, 환경의 구조, 내용, 그리고 사람에게 미치는 영 향에 대한 연구를 의미한다.’라고 했다(Postman, 1970: 161). 그리고 이 환경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 은 개념적 이해의 깊이를 훨씬 뛰어넘는다.
우리는 환경이 허용하는 만큼 인식을 구축하고, 유 인하는 만큼의 태도를 가지며, 장려하는 만큼 감수성 을 개발한다. 즉, 우리가 보고, 느끼고, 가치 있게 여 기는 거의 모든 것은 우리의 환경이 그것을 배우도록 용인하거나 권장하거나 강요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우리는 그것을 배울 수밖에 없다(Postman & Weingartner, 1969: 17).
또한 포스트먼은 미디어 생태학 이론을 공교육에 적용했다. 그는 미국의 공교육을 비판하는 많은 책을 집필하였는데, 뉴욕대학교에 재직하는 40년 간 관점의 변화는 있었지만 저서에서 지속적으로 거론되는 주제는 교수법과 기술을 비롯한 교육 환경이 미국 학생의 인식과 태도 그리고 감수성에 미치는 영향, 즉 미국 문화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온라인 학습 역시 어떤 특정한 것을 학생이 배우도록 허용하고, 권장하고, 강요하는 교육 환경이다. 문제는 온라인 학습의 형태가 다양하고 어떤 미디어든지 그것이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아이들이 이러한 환경 속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정확히 예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4어떠한 경우라도, 온라인 학습의 효과성을 평가하는 프레임워크는 학생이 배우 는 모든 것, 즉 온라인 학습이 가능하게 만드는(doing) 모든 것과 하지 못하게 만드는(undoing) 모든 것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이것은 온라인 학습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특정한 형태의 온라인 학습이 학생의 학업 능력을 향상시키는지, 원하는 속도대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지, 교육 내용에 대해 통제를 강화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지, 개인적으로 만날 수 없었던 사람을 만나게 하는지, 더 많은 여유를 가지 고 스스로 무언가를 생각하고 탐구하며 발견할 수 있는 융통성을 제공하는지, 아니면 단순히 더 즐거운 교육으로 이끌고 있는지를 평가해보고 싶을지도 모른다. 이 모든 기준은 중요하다. 그렇지만, 이러한 기준만으로는 학생의 행동과 태도 그리고 가치관의 잠재적인 변화를 평가하기는 어렵다.
위에서 제시한 기준에 우리는 몇 가지를 더 추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 학생이 그들의 시선과 생각에 더 집중하고 있는지
  • 정보를 피상적으로 판단하고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혹은 더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있는지
  • 더 자신 있게 질문하고 있는지
  • 누구와 관계를 맺고 있는지, 그 사람들은 누구이고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혹은 아무도 아닌지
  • 말과 글로 자신을 더욱 자주 그리고 자신감 있게 표 현하고 있는지
  • 시간과 에너지의 생산율이 더 올라가고 있는지
  • 더 독립적으로 배우고 있는지
  • 사람들과 더 유연하게 소통하고 협력하고 있는지
  • 지속적인 변화에 더욱 탄력적으로 대처하고 있는지
  • 그들의 가치관이 민주 시민성과 조화로운 자연-인간 관계 및 평화와 세계 연대에 맞춰서 가고 있는지를 추가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예시는 일부일 뿐이며, 독자는 여기에 자신의 기준을 더할 수 있다. 많은 교사는 위의 기준 중 일부를 이미 평가하고 있을 것이고, 공식적·비공식적으로 다양한 방법을 활용 하고 있을 것이다. 필자는 평가 기준에 이어 교사 연수 및 예비 교사 교육 과정에서 충분히 다룬다면 도움이 될 수 있는 21세기 연구 분야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는 온라인 학습, 특히 웹서핑과 클릭 기반 온라인 학습에 추가적인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다. 그 분야는 바로 신경과학이다.

2. 신경과학과 미디어 생태학

누군가는 온라인 학습이 스크린 기반의 인터넷 세계에서 성장한 세대에 적합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이들은 전통적인 서책 중심의 교육 방식에 집중하기가 어렵고, 컴퓨터, 태블릿, 스마트폰을 통해 이미지를 다루는 것을 선호한다. 사실, 교육부 웹사이트에 따르면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는 Z세대는 ‘멀티태스킹을 위해 다섯 개 이상의 스크린 사용을 선호하고, 주의시간이 평균 8초 정도로 짧으며, 텍스트보다는 이미지로 소통 하는 특징을 지닌다.’고 한다(교육부, n.d.). 그들에게 ‘1시간 이상 지식전달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교실 수업은 견디기 어려운 고문’일 수 있다(교육부, n.d.).
그러나 이러한 특성을 갖는다고 해서 온라인 학습, 특히 그들이 선호하는 미디어를 통해 매개되는 온라인 학습이 반드시 긍정적일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니콜라스 카(Nicholas Carr)는 자신의 중요 저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인터넷이 우리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The Shallows: What the Internet is Doing to Our Brains)』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심리학자, 신경생물학자, 교육학자 그리고 웹 디자이너들이 시행한 수십의 연구들은 같은 결론을 보여준다. 온라인 세상에 들어갈 때 우리는 겉핥기식 읽기, 허둥지둥하고 산만한 생각, 그리고 피상적인 학습을 종용하는 환경 속으로 입장하는 셈이다. [중략] 인터넷은 뇌의 회로와 기 능에 강력하고 빠른 변화를 낳는 감각적, 인지적 자극, 즉 반복적이고 강렬하며 쌍방향적이고 중독적인 자극을 전달한다. [중략] 책을 읽으면서도 피상적인 사고가 가능한 것처럼 인터넷을 서핑하는 동안에도 깊은 사고가 가능하기도 하지만 이는 인터넷이라는 기술이 권장하고 또 가져다주는 사고의 종류는 아니다(Carr, 2010: 115-116).5 6


카는 2009년 메타 분석을 언급했는데 ‘모든 미디어 는 어떤 인지적 기술을 발달시킬 때 다른 것을 희생시킨다.’고 보았다(ibid.: 141). 예를 들어,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면 ‘시공간적 감각’이 개선되지만 동시에 ‘의식적인 지식 습득, 귀납적 분석, 비판적 사고, 상상력, 성찰의 근간이 되는’ ‘깊은 사고처리’ 능력을 잃게 된다 (ibid.: 141). 이는 맥루한의 확장과 단절, 그리고 포스트먼의 doing과 undoing을 잘 보여주는 예시이다. 카는 주의력에 대한 연구도 언급했는데, 이에 따르면 우리의 주의력이 단일한 과제에 깊이 집중하지 못하면 ‘독창적인 생각으로 기존의 사고에 도전하기보다 관습적인 아이디어나 해결책에 기대는 경향’이 있다(ibid.: 140). 이는 창의적 사고 개발을 목표로 하는 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USC 뇌 창의성 연구소(Brain and Creativity Institute) 교육 및 뇌과 학 연구원인 매리 헬렌 이모디노-양(Mary Helen Immordino-Yang)은 ‘타인의 사회적 심리적 상황에 대해 도덕적인 의사결정을 하려면 우리는 충분한 시간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ibid.: 221). 왜냐하면 고차원의 감정은 ‘본질적으로 느린 신경 처리과정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ibid.: 220). 깊은 생각을 지속적으로 방해하는 온라인 학습 형태는 감정의 깊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인터넷이 사고와 감정의 깊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공교육에서 온라인 학습을 어떻게 시행하는가에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왜냐하면 2015 개정 국가교육과정이 목표로 하는 6가지 핵심 역량 중 2가지가 창의적 사고력과 심미적 감성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러나 헬렌 이모디노-양은 감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모든 배움이 시작되는 지점은 바로 감성이다. 그에 따르면 ‘신경 쓰지 않는 것을 깊이 생각하는 것은 신경생물학적으로 완전히 불가능하다.’(Lahey, 2016) 학생이 감정적으로 학습 과정에 참여할 때, ‘뇌 활성화가 모든 뇌피질, 그리고 인식, 기억, 의미 창출을 관장하는 부분, 심지어는 뇌 줄기로 내려오는 모든 길목에서 발생한다.’(ibid.) 이는 국가 교육과정에서 감성을 단지 하나의 핵심역량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해 준다.

필자는 비록 오늘날의 신경촬영 기술이 확장과 단절 그리고 doing과 undoing 이론을 지지한다는 사실이 흥미롭지만 학습 신경과학(neuroscience of learning)을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그리고 맥루한과 포스트먼의 저작과 미디어 생태학의 전통적 계보를 잇는 존 듀이(John Dewey), 쳇 바워스(Chet Bowers), 그리고 조지 오웰 (George Orwell) 등을 읽어 왔지만 매우 전문적인 미디어 생태학자는 아니다. 또한 한국의 공교육이 무엇을 가능하게 만들고, 하지 못하게 만드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다. 아마도 독자가 그러한 평가를 하기에 더욱 적절한 위치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단언하건대, 우리는 매우 다른 종류의 공교육으로 옮겨가고 있다. 온라인 학습이 학생의 삶에서 더욱 큰 공간을 차지하게 될 것이고 4차 산업혁명이 학교 교육을 더욱 개인맞춤형으로, 네트워크 및 공동체 중심적으로, 그리고 더욱 융합·통합적인 방식으로 만들 것이다. 우리는 미디어, 즉 교육 환경의 수와 다양성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이 다양한 미디어가 학생에게 미칠 영향을 전방위적으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실행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Ⅳ. 온라인 학습: 교육적 잠재력과 기회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자신의 저서 『미래의 충격(Future Shock)』에서 ‘내일의 문맹자는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배울 줄 모르는 사람이다.’라고 했다(Toffler, 1970: 414).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가 종종 급격한 변화와 파괴를 겪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는 매우 선구적인 통찰로 보인다. 아마도 앞으로는 세상이 변해도 계속해서 배울 수 있는 사람, 배움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 계속해서 성장하고 재창조할 수 있는 사람이 살아남고 좋은 삶을 누릴 것이다. 사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필자의 경험에 비춰보면 학생들은 상위인지와 메타–배움(meta-learning), 즉 자신의 사고와 배움의 과정을 검토하고 명시적으로 토의해 본 경험이 많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Z세대의 아이들이 자신의 집중력을 분석하거나, 왜 집중이 중요한지에 대해 서로 이야기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그리고 아이들이 인간과 문화에 미치는 이미지, 문어(text), 구어(spoken language)의 영향을 토론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우리는 자신의 감정, 경험, 깊은 사고, 성찰이 배우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깊이 생각할 수 있도록 돕지 않는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그들이 알고 있는 내용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혹은 그들의 가치관을 어떻게 형성하게 되었는지 묻지 않는다. 우리는 교육과정 편성에 창의성과 상상 그리고 비판적 사고 그 자체를 탐구할 수 있는 시간을 배정하지 않으며 자신의 인식적 습관에 대해 성찰하고 묘사 하도록 하지 않는다. 그리고 미디어 생태학과 학습 신경 과학을 소개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초점을 온라인 학습의 내용에서 온라인 학습 그 자체로 옮긴다면 다양한 질문이 떠오르고(emerge) 교사와 학생은 다음과 같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 ‘공부하다’, ‘외우다’, ‘학습하다’, ‘경험하다’, ‘발견하다’, ‘되다’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배움과 관련하여 떠올릴 수 있는 단어는 또 어떤 것이 있는가? 어떤 상황에서 이러한 단어가 적합하고 어떤 상황에서 적합하지 않은가?
  • 온라인으로 학습할 때, 실제로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7
  • 진행 중인 온라인 학습에서 어떤 미디어(교수법, 기술, 언어 등)를 확인할 수 있는가? 내 온라인 학습 환경은 다른 학습 환경과 얼마나 비슷하고 얼마나 다른가?
  • 온라인 학습, 강의 중심 학습, 탐구 학습, 체험 학습, 독서 토론 등 학습 환경은 다양하다. 그러한 학습 환경이 어떠한 지식의 깊이, 행동, 태도 및 가치관을 허용하고 권장하며 강요하는가?
  • 다양한 온라인 학습 형태가 우리의 뉴런(신경전달세포)을 어떻게 재구조화하는가? 재구조화로 인한 결과의 영향은 무엇인가?
  • 온라인 학습을 통해: – 의사소통과 협력 그리고 공감을 더 잘하고 있는가?
    – 더욱 집중하고, 깊게 생각하고, 성찰하고 있는가?
    – 더욱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상상력이 풍부해지고 있는가?
    – 정보를 어떤 방향으로 받아들이는가? 수동적인가 아니면 비판적으로 분석하는가?
    – 타인의 관점과 가치관에 더욱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가?
    – 더 자신감 있게 배우고 있는가?
  • 무엇에 점점 더 가치를 두고 있는가? 정보, 지식, 지혜인가? 개별성인가 연대인가? 말, 글, 혹은 이미지 인가? 답인가 아니면 질문인가?
  • 온라인 학습의 비율이 증가하면 우리 사회와 문화에 어떤 영향을 줄 것 같은가?
  • 온라인 학습이 미래의 성장과 발달로 가는 길을 열어주고 있는가?

학교는 독립적이고, 자신감 있으며, 유연하게 배우는 사람(learners)을 길러내는 것을 중심목표로 가져야 한다. 게다가 우리는 아이들이 자신이 어떻게 배우는지에 대해 지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만약 이것이 진정한 목표라면, 단순히 온라인 학습을 통해 가르치기 보다는 온라인 학습에 대한 그들의 경험을 이용 해서 배움 자체에 대해 체계적이고 비판적인 탐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배움 자체에 대해 배울 기회보다 이것을 더 의미 있게 활용하는 방법이 있겠는가?
코로나19 팬데믹동안 온라인 학습은 학생들이 교육을 지속할 수 있도록 했다. 팬데믹이 지나간 후 온라인 학습은 그들에게 인간다운 배움의 기회를 안겨줄 수 있을 것이다.

※ 참고 문헌
교육부(2020a.3.27). 체계적인 원격수업을 위한 운영 기준안 마련. https://www.moe.go.kr/boardCnts/view.doboardID=294&boardSeq=80131&lev=0
교육부(2020b.4.23). 미래 원격교육체제 마련 위해 전문가 목소리 듣는다 (유은혜 부총리). https://www.moe.go.kr/boardCnt s/view.do?boardID=72729&l ev=0&statusYN=W&s=moe&m=020404&opType=N&boardSeq=80439
교육부(2020c.4.24). 한국형 원격교육 정책자문단1차 희의. http://www.moe.go.kr/mnstrBoardView.doboardID=430&boardSeq=80446&lev=0
교육부(n.d.). Z세대를 위한 교육. http://happyedu.moe.go.kr/happy/bbs/selectHappyArticle.do?bbsId=BBSMSTR_000000005152&nttId=9329
권순정(2020). 코로나19 이후 교육의 과제: 재조명되는 격차와 불평등, 그리고 학교의 역할.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교육정책연구소. http://serii.re.kr/board/viw.do?method=boardview&mcode=S702&seq=28286&listType
임종헌 유경훈 김병찬 (2017). 4차 산업혁명사회에서 교육의 방향과 교원의 역량에 관한 탐색적 연구. 한국교육, 44(2), 5-32.
Carr, N. (2010). The shallows: What the Internet is doing to our brains. WW Norton.
Hargreaves, A. (2020, April 17). What’s next for schools after coronavirus? Here are 5 big issues and opportunities. The Conversation. https:// theconversation.com/whats-next-for-schools-after-coronavirus-here-are-5-big-issues-and-opportunities-135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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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실,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에서 갑자기 전국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였다.
  2. 맥루한의 유명한 어구는 1960년 인류학자 애슐리 몽태그(Ashley Montague)가 ‘방법이 메시지다’(‘The Method is the Message’)라고 말한 것을 목격한 후 영감을 받은 것이다(Theall, 2001). 2년 전에 몽 태그는 ‘가르침에서 실제 메시지는 가르치는 내용이 아니라, 방법이다.’(‘In teaching it is the method and not the content that is the message.’) 라고 말한 바 있다(Montague, 1958: 62).
  3. 노트북뿐만 아니라 펜 역시 확장시키고 단절한다. (TED 강연도 마찬가지다.)
  4. 한 가지 예시를 들자면, 텔레비전이 광고의 특성, 소비자 행동 및 경제; 정치적 토 론, 선거 캠페인, 유권자 선택; 언어와 소통; 아이 돌봄과 교육; 신체적 건강; 가족 간 의 상호작용 및 관계; 그리고 심지어 거실의 가구 배치 등에 미치는 모든 영향을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온라인 학습은 텔레비전, 농사나 인쇄술, 그리고 인터넷의 도입 만큼이나 지각변동을 일으키진 못할지라도 학생의 행동, 태도, 가치관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것 역시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5. 위에서 언급한 TED 강연이 특별히 ‘반복적이고 강렬하며 쌍방향적 이고 중독적인’ 인터넷 경험이 아니었음에도 노트북으로 필기한 그룹은 ‘피상적인 경험’을 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온라인 환경에서 학습할 때 포함되는 모든 미디어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말해 준다. (EBS 방식의 인터넷 강의가 매우 익숙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연구는 한국 교육 맥락에서 중요하다.)
  6. 포스트먼이 살아있다면, ICT기술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 사회에서는 아이들이 학교 밖에서 보내는 많은 시간에 ‘반복적이고 강렬하며 쌍방향적이고 중독적 인’ ‘감각적, 인지적 자극’의 폭격을 받고 있기 때문에 학교는 정확하게 반대로, 즉 느리고 사려 깊은 탐구, 대화, 성찰을 격려하기 위해 기능해야 한다고 주장 했을 것 같다. 이는 그가 자신의 저서 『보존하는 행위로서의 가르침(Teaching as a Conserving Activity)』에서 제시한 교육에 대한 균형을 유지하는 ‘온도조절 기능’(thermostatic function)을 반영한다(Postman, 1979). 포스트먼은 ‘이런 관점에서, 환경이 혁신적이라면 교육은 전통을 보존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사회가 전 통에 얽매인다면 교육은 혁신적이어야 한다. … 문화가 자율성과 급진적인 개인성을 강조한다면 교육은 협력과 사회적 통합을 주장해야 한다. 문화가 집단을 강조한다면 교육은 개인을 강조해야 한다’고 했다(ibid.: 19, 22).
  7. 만일 프린스턴 연구의 학생들에게 그들이 실제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물어본다면 아마도 ‘공부를 하고 있었어요.’ 혹은 ‘영상을 보고 있었어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필기를 하고 있었어요.’ 라고 대답하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하고 있었던 것은 약간 달랐다. 한 그룹은 노트북으로 영상의 내용을 단순히 받아 적고 있었으며, 다른 그룹은 영상의 내용을 재구조화하거나, 요약하거나, 기존에 갖고 있는 지식과 연결시키면서 손 필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 학생들이 ‘공부’할 때 자신이 실제로 무엇을 하고 있는 지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또한 자신의 행위를 묘사하기 위해 정확한 단어를 쓰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