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교육2024 여름호(255호)

[유치원 이음학기 수업]
학교를 잇다, 마음을 잇다
-이음놀이를 통해 어울림 속 성장하기

조성은 (서울강빛초등학교병설유치원, 교사)

소통과 공존의 가치를 실현하는 ‘이음교육’

교육부에서는 유아교육 역량 강화 국가시책사업으로 유·초 이음교육을 시작하였다. 이음교육은 유아의 경험들이 연령이나 기관에 따라 단절되지 않고 지속 발전할 수 있도록 교육공동체가 협력적인 관계를 통하여 실천하는 교육으로 정의된다(교육부, 2022).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으로의 전이는 유아에게 설렘과 기대 같은 긍정적인 정서를 유발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불안, 걱정과 같은 심리적 긴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따라서 유아들이 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에 원활하게 적응하고 건강하게 성장·발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유·초 이음교육이 필요하다.

본 유치원은 통합운영(이음)학교1로 지어져 유·초·중이 한 울타리에 함께 존재한다. 이러한 물리적 특성상 유아기 자녀가 초·중 학생들과 마주치는 것에 대해 여러 면에서 우려를 표하는 학부모들이 많이 있다. 이에 통합운영(이음)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를 감소시키고 긍정적인 인식을 제고하기 위하여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잇는 다양한 이음놀이를 계획하고 실시한 사례를 나누고자 한다.

한 지붕 세 가족, 이음교육 기반 다지기

서울강빛초등학교병설유치원은 13학급 공립유치원으로 서울시에서 규모가 아주 큰 유치원이다. 일반 병설유치원이었다면 그 규모만큼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 공간이 충분한가에 대한 고충이 뒤따르겠지만, 함께 이어지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넓은 이음 공간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넓고 다양한 교육 환경을 마음껏 누비며, 자유롭게 놀이하는 기쁨과 행복을 누리고 있다.

유아들은 초등학교 운동장을 신나게 뛰어다니고, 학교 곳곳의 산책길과 중학교의 공터에서 전래놀이를 하고, 초·중 급식실 앞에서 중학교 선배들의 공연을 감상하며 함께 어울리는 등 배움과 성장이 있는 진정한 놀이중심, 유아중심 교육과정을 경험하고 있다.

통합운영(이음)학교 형태로 지어진 서울강빛초등학교병설유치원의 강점을 활용하여 효과적인 이음교육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각급 교원 및 교직원 간 상호교류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따라서 상호 지원 및 협조 체계를 구축하고자 강빛이음공동체를 구성하여 운영하였다.

매월 확대이음회의를 통해 유초중의 학사일정 및 교육 행사, 교육활동, 공간이음 등을 공유하고 함께 협의하여 각 학교급의 특성을 존중하고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였다. 또한 이음 교원학습공동체를 운영하여 공동연구·공동실천·나눔을 실현하고, 유·초·중 교원들 간에 소통하는 공동체 문화를 형성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보다 체계적이고 질 높은 이음놀이를 실천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은 교사들에게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이러한 소통과 존중의 공동체 문화를 바탕으로 우리 아이들은 초등학교, 중학교 선배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가운데 자아존중감, 배려, 협력, 존중, 나눔 등 차이와 다양성을 이해하고 건강하게 공존하는 인성의 기초를 다지는 경험을 가졌다.

소통과 나눔이 이어지는 교원학습공동체

보다 효과적인 이음교육을 위해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였고, 교원 간 교육철학 공유 및 원활한 의사소통 기반을 구축하고자 함께하는 독서나눔 공동체를 구성하였다. 정해진 책을 읽고 그 내용과 관련한 각자의 교육적 고민 등을 나누는 독서토론은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로 장소를 옮겨가며 진행되었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돈독한 관계를 형성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생태전환교육의 일환으로 아이들이 직접 심고 가꿀 수 있는 텃밭을 조성하게 되었고, 함께하는 컨설팅 연수 등을 통해 효과적인 생태전환교육의 기틀을 다져갈 수 있었다.

이는 각급 교원이 서로를 이해하고 더욱 알아가기 위해 이음 교원학습공동체를 운영하며 함께 어울리고 정기적으로 소통하며 노력한 열매라 할 수 있다. 유·초·중 교육공동체 모두의 힘을 모아 가꾼 텃밭과 화단은 유아들과 학생들, 나아가 교직원 모두가 건강하게 공존하는 공동체로 느끼게 해주는 소중한 교육의 장이 되었다.

놀이로 이어지는 교육활동

‘2019 개정 누리과정’에 기초한 유치원 교육활동을 초·중학생과 함께 놀이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이음놀이로 계획 및 실시하였다.

[수업사례1] 함께 만드는 우리의 전통 문화 이야기

놀이 1. 조물조물 떡카롱 만들기

초등학교 선배의 초대로 강빛문화예술 돋음한마당 축제를 다녀온 후 아이들은 우리나라 전통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얼마 후 추석을 맞이하여 전통음식인 떡을 이용한 토끼 떡카롱 만들기를 진행하였다. 요리 활동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유아에게는 조금 어려울 수 있는 떡카롱 만들기를 초등학교 1학년과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좋은 교육적 기회로 여겨 유·초이음놀이로 확대하여 진행하였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1학년이 짝꿍이 되어 요리 앞치마 착용부터 요리 완성까지의 모든 과정이 따뜻한 나눔과 존중으로 함께 성장하는 교육의 시간이었다. 교사 혼자의 힘으로는 어려웠을 요리 활동을 초등 선배들과 이음교육과정으로 운영하면서 나눔의 기쁨과 존엄성의 성취를 경험하였고, 유치원 동생이 토끼 귀 모양을 만들고 싶어하자 초등학교 1학년 선배가 “내가 이거 길게 만들어 줄 테니까 네가 여기 붙여봐.” 하며 동생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였다. 선배와 동생이 함께 힘을 모아 완성한 떡을 보며 선배는 동생을 도와주었다는 자부심과 나눔의 기쁨을, 동생은 선배에게 고마움을 가질 수 있었다.

선배와 함께한 요리활동 이후 유아는 초등학교 선배를 좀 더 가깝게 느끼게 되었다. 평소 자주 산책하던 초등학교 놀이마당을 지날 때에도 “우리 선배와 떡 만들었던 거 재밌었지?”, “선배랑 또 같이 요리하고 싶다.” 등 선배와 함께 놀이하는 즐거움을 드러내었다.

놀이 2. 얼쑤! 신나는 민속놀이 한마당

유아의 흥미가 우리나라 전래놀이로 이어지면서 초등학교 전래놀이마당에서의 ‘선배와 함께하는 민속놀이’를 계획하게 되었다.

먼저 유아는 선배와 놀이하기 전 어떤 놀이를 하고 싶은지 계획해 보고, 선배도 동생도 함께 할 놀이 종류와 놀이 방법에 대해 미리 알아본 후 멘토-멘티가 되어 놀이를 진행하였다.

초반에는 선배가 알려준 방법대로 놀이를 시작하고, 점차 놀이에 능숙해지고 자신만의 필승 방법을 터득하면서 서로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나누고 익히는 시간으로 확장되었다.

[수업 사례 2] 우리 동네에는 무엇이 있을까?

매주 목요일이 되면 유치원 근처 아파트 단지에 ‘목요 장터’가 열린다. 지역사회를 경험해보고 싶어하는 유아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보다 안전하고 즐거운 체험학습을 위해 초등학교 1학년 선배와 짝꿍이 되어 동네를 돌아보는 활동으로 진행하였다.

선배와의 따뜻한 동행은 외부 체험학습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한 교사의 걱정을 줄여주었고, 지역사회를 보다 자유롭고 폭넓게 체험하는 시간으로 만들어주었다. 공원 놀이터에서의 술래잡기, 그네 밀어주기, 곤충 관찰하기, 장터에서 물건 사기 등의 놀이를 통해 나의 능력을 이해하며 서로의 발달 특성을 더 공감하고 나눔의 기쁨을 배울 수 있었다.

[수업 사례 3] 함께 가꾸는 텃밭 이야기

초등학교 3학년 선배와 함께하는 텃밭 활동에서는 귀여워하고 아껴주는 선배의 말과 행동이 유아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어, 유아 스스로 하기 어려운 장갑 착용하기, 모종 꺼내기 등의 작업도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단일 학교급별로 진행하던 예전 활동과 비교해보면 교사의 도움을 기다리는 시간이 많이 단축되었고, 유아는 오롯이 본연의 텃밭 활동에 집중할 수 있었다.

모두의 정성과 돌봄 속에 무럭무럭 자란 무와 배추의 활용에 대해 협의하는 과정에서 유아들은 “무랑 배추 심을 때 선배가 도와준 것처럼, 우리도 동생에게 나눠줘요.”라며 나눔과 베품을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내었다.

결국 ‘사랑 받아본 사람만이 사랑할 수 있고 도움 받아본 사람만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말처럼 수확물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유아는 배려를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름다운 도움의 손길을 다른 이에게 나누고 베풀고자 하는 마음을 얻으며 잠재적 교육과정을 경험하는 시간이 되었다.

행사 속에서 이어지는 유치원

[수업 사례 4] 땀 흘리며 하나 되는 우리

유치원에서는 유아의 다양한 경험을 위해 특별한 날과 연계한 여러 교육 행사를 실시한다. 확대이음회의를 통해 이음학교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이음의 날’ 행사 운영 방법을 모색하고 차별화된 교육 행사를 운영하고자 노력하였다.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않은 형태의 생소한 교육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많은 고민과 잦은 협의회로 어려움도 있었지만, 결국은 이를 통해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면서 공감과 존중의 태도를 가지는 밑거름이 되었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는 건 교사에게도 새로운 모험이자 도전이기에 걱정과 불안도 있는 한편, 유아와 학생의 가능성과 희망을 보게 하고 ‘역지사지’의 마음을 이해하고 더 배려할 수 있는 태도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이 되기도 하였다. 행사 과정에서 선배는 어린 동생을 위해 언어를 순화하며 간접적 진로 체험 및 자기 조절을 경험하고, 동생은 궁금한 것을 묻거나 부탁하기도 하며 사회적 관계 맺기의 폭을 넓히는 윈-윈의 시간이 되었다. 특히 한 중학생의 말이 여전히 귓가에 맴돈다. “와, 유치원 선생님들 진짜 힘드시겠네요. 근데 애기들 귀여워서 재밌을 것 같아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수업 사례 5] 한류? 우리는 강.유!

교원학습공동체를 통해 유치원과 중학교 교사와의 만남은 중학교 동아리 활동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고, 댄스동아리 담당 교사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댄스 이음공연을 개최하게 되었다. 댄스에 관심이 많은 유치원 교사의 “댄스 배틀 한번 해야 하는 것 아니에요?”라는 농담이 중학교 교사의 “네. 진짜 유치원 와서 공연 한 번 할게요!”라는 응답으로 새로운 이음 행사가 실현되었다. 장소는 유치원 강당으로, 댄스부 학생들은 예상과 다른 모습으로 등장했다. ‘바나나 차차’ 음악에 맞춰 펭귄, 젖소, 피카츄, 호랑이 옷을 입고 등장한 것이다. 화룡점정으로 토끼 탈을 쓰고 등장한 사람은 바로 댄스부 담당 교사였다. 댄스공연은 유아 수준의 곡들과, 인기 아이돌 음악을 섞어 메들리로 이어졌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은 물론이고 공연이 끝나고 난 뒤에도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이음교육을 마치며

최근 학교급 간의 이음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강빛이음학교에 발령받아 온 후 수많은 시행착오와 ‘처음’ 이라는 낯선 이음 문화를 겪어내고 끊임없이 노력하며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어울림의 가치를 바탕으로 공간과 사람, 그리고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한 교육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지금도 열심히 협의하고 실행하며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음의 성과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교사 자신이다. 교사 스스로 어울림을 배우며 배려의 가치를 내면화하고 소통과 공존을 항해 나아가려는 열린 마음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이음교육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가르치는 대상은 미래사회를 살아갈 유아임을 인식하고 교사의 시각이 아닌 유아의 눈높이에서 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교사로 나아가길 소망한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말을 기억하며 앞으로도 다름과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 간의 소통과 존중을 통해 행복한 동행이 계속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1. 서울시 최초로 유·초·중학교를 통합한 ‘강빛이음학교’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까지 3개 학교급이 한 울타리에서 연속적으로 교육과정을 수행하는 통합학교 형태의 이음학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