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교육2023 여름호(251호)

인공지능을 수업 도구로 활용하다,
‘음성 기록 AI 활용’ 수업

윤애경 (창덕여자중학교, 교사)

수업 설계 배경

우리는 토론을 통하여 비판적인 사고를 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을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에 따르면 사람들은 두 개의 사고틀을 가지고 있는데 ‘직관적 사고틀’과 ‘판단 사고틀’이다. 우리는 대부분 직관적 사고틀을 가지고 사고를 하는데, 이러한 사람의 타고난 특성을 깊게 생각하고 분석, 비판하게 만들려면 의도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이때의 노력과 훈련이 바로 분석적 사고, 논리적 사고를 길러주는 ‘토론’인 것이다.

학생들은 입장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자신의 주장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불확실한 생각을 명료하게 정리할 수 있고, 상대방과 논박을 하는 과정에서 자기 의견의 논리적 오류를 돌아보고 수정할 수 있다. 또한 자기 주장의 논리성과 타당성을 항상 생각하며 올바른 근거 자료의 제시를 통하여 상대방을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설득하는 기술과 방법을 익힐 수 있다. 더불어 상대의 의견을 들어보는 과정을 통해 한 가지 사안에 대하여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있음을 알게 되어 다양성을 인정하는 열린 사고로 나아가게 된다.

찬반토론에서 많은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것은 상대방의 말을 듣고 요점을 파악하거나, 상대방의 논리적 허점을 듣는 자리에서 바로 판단하고 그에 대한 반박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학생들의 ‘판단 사고틀’이 아직 자리잡기 전이기 때문에 분석적·논리적 사고가 어렵다는 이유도 있지만, 말하기가 일회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집중하여 듣지 않으면 논리의 흐름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도 학생들이 찬반토론을 어려워하는 이유에 해당한다.

이러한 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AI 기술을 활용한 음성 기록 관리 서비스인 ‘클로바 노트1 ’를 수업에 활용해 보았다. 찬반토론 수업이 단순히 말을 잘하는 학생, 이미 분석적·논리적 사고를 잘하는 학생을 가려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고력을 훈련하고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클로바 노트’로 녹음되고 기록된 찬반토론을 읽고 들으며 토론의 과정을 성찰해보게 수업을 구성하였다.

수업 과정

찬반토론 수업의 차시별 수업 내용은 다음과 같다.

<찬반토론 수업의 차시별 내용>

탄탄한 토론을 위해서는 학생들이 흥미로워하는 토론 주제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토론 주제가 흥미로워야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토론 과정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토론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보고 직접 의미 있는 토론 주제를 만들 수 있게 하기 위해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과 찬반토론 수업을 연계하여 진행하였다. 찬반토론을 위해 학생들이 읽은 책은 다음과 같다.

<‘인권’, ‘차별’, ‘세계시민’을 주제로 한 독서수업 책 목록>

위의 책들은 ‘인권’, ‘차별’, ‘세계시민’을 주제로 하는 도서들이며, 모둠별로 책을 선정하여 수업 시간 중에 읽었다. 학생들은 3~4차시에 걸쳐 각자 책을 읽고 기록하고 모둠 책 대화를 나누었으며, 책의 내용을 전체 학급 구성원들과 공유하였다. 책 읽기에서 찬반토론 논제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 과정>

<찬반토론 논제 작성 방법>

<학생들이 만든 논제 사례>

다양한 에듀테크 도구를 활용한 기록의 누적

수업의 각 단계에서 학생들이 생성한 자료를 누적하여 기록하고 공유하기 위해 다양한 에듀테크 도구를 활용하였다. 토론의 논제를 정하거나 토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료를 공유하고 기록을 누적하는 활동은 긴 호흡으로 진행되는 찬반토론에 도움이 되었다.

원노트2는 찬반토론의 준비 단계에서부터 토론까지 전 과정에 걸쳐 사용하였다. 학생들은 원노트의 전자필기장으로 자신에게 배부된 과제 섹션에 수집한 자료를 정리하고 토론 개요서와 입론서를 작성하였다.

이중 입론서는 같은 팀의 학생들과 동시에 작업할 수 있도록 공동작업공간에 작성하였으며, 상대팀의 학생이나 다른 반의 학생들도 볼 수 있게 공유하였다. 찬반토론의 과정에서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것은 입론보다는 반론을 예상하고 그에 대한 반박을 준비하는 것인데, 토론 전 양측의 입론서를 공개하여 읽어보게 하는 것은 토론의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하였다.

<원노트의 공동작업공간에 작성한 입론서>

또한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청중으로 지켜보는 학생들은 각자의 기기로 참관록을 작성하게 하였는데, 이는 과거에 종이 학습지에 손으로 쓰는 것보다 훨씬 생산성을 높인 것으로, 학생들의 필기의 부담을 줄여줌과 동시에 빠르게 전개되는 토론의 흐름을 따라가게 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다음은 토론 수업에서 기기와 에듀테크 도구를 활용한 것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이다.

<원노트의 개별작업공간에 작성한 토론 참관록>

음성 기록 AI를 활용한 분석적•논리적 사고 연습

기존 찬반토론 수업을 하며 아쉬웠던 점은 말하기가 일회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토론자는 자신이 어떤 말을 했는지 정확히 환기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즉흥적으로 질문에 답하는 민첩성 역시 토론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훈련할 수 있는 능력이지만, 이번 찬반토론 수업의 목표는 분석적·논리적 사고를 키우는 것이었기 때문에 학생들이 자신이 말한 내용을 다시 살펴보고 논리적 흐름을 따져보게 한다면 좋겠다는생각을 하였다. 이러한 아쉬운 점을 보완해준 것이 ‘클로바 노트’였다.

‘클로바 노트’의 음성 인식 기능을 활용하여 학생들의 찬반토론 녹음 파일을 회의록으로 변환 후 워드 문서로 다운로드해 공유문서의 형태로 학생들에게 제시하였으며, 학생들은 토론 회의록을 읽어보며 부정확하게 인식된 부분을 수정하고, 상대편의 주장에 대해 반론과 재반론의 글을 작성하였다.

이 활동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자신의 발언 중 부정확하게 인식된 부분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발언 내용을 꼼꼼하게 다시 읽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발언 내용에 오류는 없는지, 타당한 근거를 제시했는지를 성찰해 볼 수 있다. 또한 토론 시간에는 상대방의 발언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혹은 미처 반박할 내용이 떠오르지 않아 반론을 못 하였을 수도 있는데, 회의록을 다시 읽어보며 반론과 재반론을 작성해보게 함으로써 분석적·논리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

<‘클로바 노트’로 변환한 학생들의 찬반토론 녹취록>

<찬반토론 회의록에 반론과 재반론을 작성한 학생 활동 예시>

수업 성찰

찬반토론 수업이 끝난 후 설문조사를 통해 학생들이 토론 과정에서 어떤 점이 어려웠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관한 의견을 수합하였다. 또한 찬반토론의 과정에서 기기와 에듀테크 도구의 사용이 효과적이었는지에 관한 생각을 물어보았다.

학생들은 토론하는 말하기에서는 반론에 대해 재반론하기가 가장 어려웠다고 답을 하였다. 입론의 경우 토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입론서를 작성하였기 때문에 실제 말하기 활동에서는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나, 상대방의 말을 듣고 즉석에서 상대방 주장의 논리적 허점을 찾아내고 그에 대해 반박을 하는 재반론의 단계는 많은 학생들이 어려웠다고 응답했다.

<‘토론하는 말하기에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에 대한 학생들의 응답>

이러한 학생들의 어려움을 미리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에 ‘클로바 노트’로 학생들의 찬반토론을 글로 옮기고 정리하면서 다시 한번 생각을 정리해보게 하였는데, 이러한 과정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발언의 논리성을 따져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응답이 98% 이상이었다.

<‘클로바 노트’ 활용에 대한 학생들의 응답>

또한 찬반토론의 과정에서 기기와 에듀테크 도구의 사용이 효과적이었는지 여부를 물어보았을 때, 여러 학생들이 기기 사용과 에듀테크 도구를 활용한 것이 찬반토론을 준비하고 참여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하였다.

에듀테크 도구나 인공지능을 활용한 음성 인식 기능이 찬반토론 수업의 목표를 100% 달성해준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들으면서 동시에 적어야 하고 자신의 발언을 다시 확인할 때 자신이 한 말을 모두 기억해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지적 부담을 줄여주는 데에는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인지적 부담의 절약은 학생들이 상대방의 논증 과정에 집중하고 주장의 타당성을 따져보는 데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토론 수업에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은 학생들이 여러 차례의 경험을 통해 토론이라는 담화의 특성을 익히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나가는 것이지만, 제한된 수업 시간에 여러 차례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이 수업은 찬반토론의 전 과정을 교사의 피드백과 함께 학생들이 차근차근 연습해 나갔으며, 그 과정에서 AI와 에듀테크 도구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 긴 대화록을 문자로 바꾸어 주는 서비스.
  2.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만든 디지털 메모 작성 도구. (인터넷으로 연결된 사용자 간에 음성이나 필기 등의 정보를 마치 자기 공책에 노트해둔 것처럼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