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를 의미 있게 운영하기 위한 교사들의 고민이 깊다. 현장방문을 통한 체험 위주의 교육과정으로 ‘창의, 인성, 융·복합’이라는 과제를 재미있게 풀어주어야 하는 부담감은 큰 반면, 이를 실행할 수 있는 현장은 교사들의 발품으로 확보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술관들에서 행해지고 있는 ‘학교 연계 프로그램’은, 먼저 ‘미술관이라는 공간과의 만남, 예술과 인간의 소통’을 넘어 ‘보고 만지고 체험하는’ 도약을 이루어내고 있기에 주목할 만하다.
지역적으로 서울 북쪽에 위치한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과 서울 중앙의 ‘D-뮤지엄’, 남부에 자리한 ‘국립과천현대미술관’에서 행해지는 미술관 교육을 취재해 보았다.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이 자리 잡은 노원구 중계동 일대는 교육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지역이다. 그간 공공 미술관이 없었던 차, 3년 전에 지역주민의 구심점 역할을 할 미술관이 세워졌다.
“서울시립미술관(SeMA, Seoul Museum of Art)은 「포스트뮤지엄」을 비전으로 삼고 있습니다. 뮤지엄을 넘어선다는 의미의 포스트뮤지엄을 구현하기 위하여 기존 미술관의 제도적, 관행적 틀을 깨고 미래지향적인 미술관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이는 미술관을 ‘사람을 위한 공간’, ‘사회적 소통의 장’으로 인식할 때에 가능합니다. 나아가 뮤지엄과 사회의 상호작용에 대한 증폭된 관심으로 미술관을 관객 참여와 개입이 이루어지는 사회적 공간, 소통의 장으로 정립시킵니다.”
이와 같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비전은 학교연계 프로그램의 방향을 가늠하게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대미술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현대미술의 동향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프레임을 보여주거나 기존의 프레임을 깨는 형식의 등장이라 할 수 있는데, 이를 학생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의 고민과 과정이 북서울미술관의 교육방향에 내포되어 있다 하겠다.
학교연계 프로그램의 중점목표는 ‘전시와 연계된 프로그램 체험’이다. 전시를 보고 현대미술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며, 무엇보다 작가가 작품을 만드는 프로세스를 경험해 보고 학교나 학원에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생각하고 기획해 보도록 구성하고 있다.
미술관 체험의 한 축은 창의성 있는 작품과의 접촉이며, 다른 한 축은 창의적 개념의 설계에 있다. 전반적으로 창의적 개념 설계가 부족한 우리 사회이지만 점차 시각적 사회로 변화하고 있는 지금, 전략을 가지고 단순한 체험 중심보다 사고력을 중심으로 한 교육과정 체계를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난 3월에서 7월까지 진행된 <빨, 주, 노, 초, 파, 남, 보전>은 인지과학적 측면에서 접근하였으며, <어린이 갤러리 전시>나 <박민하전>은 작가가 연구했던 단순한 색채를 넘어선 사회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고 생물학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3D입체 형식을 만들어 보고, 모빌에 색채를 사용하여 움직임에 따라 색채가 달라지는 체험’, 또는 ‘구형태로 만들어 보는 체험’, ‘이미지를 기호화하여 3차원으로 변형시키는 체험’까지 다양한 학습이 이루어진다.
수치상으로는 측정하기 어려우나 짧은 기간에 비해 새로운 시도에 대한 반응은 열렬하다. 무엇보다도 학교에서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지를 만들어 미술관 안에서의 활용을 넘어 장기적 자료 축적과 학교에서의 활용을 목표로 기획하고 있다.
상반기가 인지과학 중심의 색채 활동이었다면, 방학을 기점으로 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 디자인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회적 디자인이란, ‘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들을 들여다보고 의미를 담아내는 활동’을 말한다. 예를 들면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환경 문제’, ‘빈곤국가 문제’ 등에 대해 관심을 갖고 3D프린터나 레이저커터 등을 이용하여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조형적으로 구현해 내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이 작업의 초점은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신기술을 가지고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의 모색에 있다. 이는 최종 결과물보다 생각하는 방법, 포인트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작가들이 작품을 만들 때 세상을 어떤 방식으로 이해했는가, 데이터 추출은 어떻게 했는가, 어떻게 재프레임화하여 구현하는가를 생각해 보고 실행해 보는 것이다.
하반기 프로그램의 방향은 사회적 문제에 대해 주목하고 결과물보다 개념적 측면의 실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획하였으며 이 작업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예를 들면 ‘희망 나눔 운동화’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컬러링된 슈즈를 빈곤국가 아이들에게 보내기’, 유니세프와의 협업을 통한 ‘아우인형만들기’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교육 프로그램으로는 초등학생(학급단체)을 대상으로 한 <학교 옆 미술관/9~12월> 과 장애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장애인 오감 체험교실/9~12월>을 들 수 있다.
2016년에 설립 20주년을 맞이하는 대림문화재단은 2015년 한남동 독서당로에 D-뮤지엄을 개관하고 기존의 대림미술관에서 선보여 온 다양한 콘텐츠들을 보다 확장된 공간에서 많은 이들에게 수준 높은 감성을 담아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최근 D-뮤지엄은 다양한 교육활동, 특히 ‘작품을 관찰하고, 느끼고, 표현하는 심도 있는 감상 활동’을 제공함으로써 학교현장에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2)
D-뮤지엄 활동의 최대목표는 ‘미술관을 재미있게 만들자.’ 이다. 미술관에서 이루어지는 한두 번의 관람으로 창의성과 인성이 쉽게 계발되진 않는다. 그러나 미술관 관람의 기억이 재미있는 추억으로 인식된다면 다음을 기약하게 된다. 한 번 다음에 두 번, 세 번으로 이어질 때 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미술관을 방문할 수 있는 성공한 교육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프로그램 기획 시 교과서에 기반한 융합과정을 구상한다.
두 번째 목표는 단연 ‘자발성’이다. 모든 프로그램에 학습자 스스로 학습을 탐구하게 할 수 있느냐가 기획 시 중요한 요소이다. 교육프로그램 초창기 연 4,000명에서 현 7만 6,000명으로의 폭발적 증가는 이와 같은 기획의도가 현장에서 잘 실현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자발성과 더불어 활동의 핵심은 ‘작품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작품을 보고 사진을 찍어 애니메이션 만들기’, ‘디자이너 선생님과의 협업으로 박스지 의자 만들기’, ’20개의 주어진 컬러판으로 친구들과 큰 공간 만들기’와 같은 새로운 활동 경험은 아이들에게 창의력과 함께 협업의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패션 디자이너의 전시를 감상하기 전 음악을 먼저 들려주고, 그 느낌을 전시와 관련하여 형용사, 동사로 써본 후, 조별로 문장을 만들어 스토리텔링으로 엮어내 보는 수업에서는 음악과 미술, 문학의 융·복합이 이루어진다.
<헤더윅 스튜디오: 세상을 변화시키는 발상 2016. 6.16.~ 10. 23. 전>과 연계한 <키즈워크룸: 스튜디오 탐
정단>은 ‘탐정단’이라는 스토리텔링 요소를 도입하였다. 참가자는 헤더윅 스튜디오 작품에 숨어있는 이야기를 직접 발견해 보고, 그들의 작품 창작 프로세스를 목격한 뒤 창작 활동을 통해 디자인 사고의 과정을 직접 체험해 본다. 작은 아이디어를 독창적인 작품으로 탄생시킨 ‘헤더윅 스튜디오’처럼 자신의 생각을 다양한 재료와 표현방법을 통해 발전시키고, 디자인이란 단순히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 아닌 주어진 문제를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해결해 보는 과정임을 자연스럽게 터득하도록 한다.
(단체 접수 및 문의: D-뮤지엄 교육 문화팀 Tel. 070-5097-7923)
청소년과 성인을 위한 <감:상>프로그램은 전시장에서 에듀케이터와 함께하는 대화, 눈과 몸을 사용하는 작품 관찰, 글쓰기, 그림 등으로 생각 표현하기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감상을 단계별로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참가자가 미술 감상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깨고 ‘감상도 흥미진진할 수 있다’는 사실을 터득하게 함이 목표이다. <감:상>은 청소년들이 1)제품디자인 및 가구, 건축 등 다양한 영역의 디자인 작품을 경험하며 2)디자인, 건축분야 전시 감상법을 알고 3)전시작품 감상과 감상 액티비티를 통해 창의적 문제해결 과정을 직접 경험하고 4)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방법을 생각해보도록 구성되어 있다. 예약 시 에듀케이터에게 참여 학생들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전달해 주면 프로그램 진행에 도움이 된다.
‘건축, 디자인, 공예 등 다양한 시각예술 장르를 아우르며 자연 속에서 휴식을 제공하는 과천관’ 은 체험학습을 하기에 다소 교통이 불편한 단점이 있다. 그러나 나들이 삼아 방문한다면 미술관을 둘러싼 자연환경 감상만으로도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공간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주목할 만한 하반기 프로그램으로는 청소년 학급단체를 대상으로 행해지는 <청소년 현대미술감상>이 있다.
교육기간은 2016. 9. 12.(월) ~ 12. 9.(금)로 매주 화·목요일 오후(14:00~15:30)에 행해지는데 중학교 학급 및 동아리(30명 내외)를 대상으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소강당 및 전시실에서 진행된다. 전시를 관람하기 전 사전교육의 형태로 국립현대미술관 소개 및 전시와 작품 감상 방법에 대한 내용을 다루며, 교육프로그램 참여 후 자율관람이 가능하다.
<현대미술감상-초등>은 9. 21. ~ 12. 23.(수, 금)에 이루어진다.
어린이 및 가족을 위한 문화다양성 교육 프로그램 <도란도란 작품 숲 이야기>를 운영하는데, 이는 자연 속 미술관, 과천관 야외조각공원의 작품설명 및 워크숍으로 구성한 프로그램이다.
미술관 체험이 지니는 효과는 직접체험이다. 미술작품을 자신의 오감으로 접하게 됨으로써 작품 속에서 감상자 자신을 더 가깝게 만날 수 있다. 교육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준비와 현실적 제약을 고려하고 시행해야 한다. 학생들은 분위기나 환경에 좌우되기 때문에 인솔교사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먼저 학습자 성향을 고려한 전시목적과 내용을 조사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교통편과 관람시간, 미술관 주변 문화예술 체험환경을 조사하고, 전시담당자와 연락 후 교육프로그램(활동지) 및 도슨트를 확인한 후 실시 여부를 판단한다. 실시 일정이 정해지면 아이들에게 전체 일정 및 유의사항(관람 에티켓, 안전교육, 왕복 교통편)을 공지한다.
다녀와서는 미션과제와(예:인상 깊었던 작품에서 감정 표현한 사진 찍기, 전시 메인작품 찾기, 작품내용 따라하며 사진 찍기 등) 감상지를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한 후 감상수업으로 연계시키면 교육효과가 배가 된다. 또 추후 전시관람 선호도 등을 조사하여 다음 체험학습에 반영하는 것도 발전적 방향을 위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교사의 관심이 높아도 서울전역에 산재해 있는 미술관에 대한 정보가 없이는 다양한 체험학습이 힘들다. 사전 정보가 필요하다면 지난 2015년부터 서울교대에서 진행되고 있는 ‘문화예술체험을 통한 교사의 융합적 사고 신장 연수’와 같은 미술관 연수에 참여하 여 교원역량을 키우는 방법도 추천할 만하다. 메이저급의 국·시립 미술관뿐만 아니라 북 촌, 서촌 등의 작은 미술관들을 엮어 테마형 체험이 가능하며 활동지 등이 잘 정리되어 있어 추후 수업에서의 활용이 가능하다.
이와 같은 연수의 기획 의도는 ‘교사의 사전 현장 체험’에 있다. ‘과거와 현재를 보는 것, 가장 주목되고 있는 것’에 중점을 두고 기획된 연수를 통해 교사에게는 효능감과 역량을 강화하고, 현장에서는 아이들에게 ‘좋은 것을 보고 경험하게 하여 다시 찾게 하자.’는 것 이 그 목표이다. 더하여 공유하기 시간으로 교사 상호간의 소통을 이루어내고, 미술관 주 변 환경의 감상을 통한 교사 정신건강 순화도 가능하게 한다.
모든 미술관 전시관람 교육의 목표는 시각적 관람에서 그치지 않고 참여, 경험을 긍정 적 인식으로 변화시키고 재미를 느껴, 이후 스스로 미술관을 방문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학교연계 수업을 통하여 학교가 현장 여건상 해내지 못하는 미적체험을 보충해 주고 학교 수업과의 공조를 통해 청소년들의 긍정적 인성 형성과 수준 높은 문화감성 형성을 이루어내는 것이 미술관 수업이 지향하는 바이다.8)
미술관 교육은 이제 단순한 감상을 넘어 경험과 사고, 다양한 예술장르와의 융합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미술관 교육이 학교교육을 대체할 수는 없다. 창의 인성, 미래교육이라는 우리교육의 화두 앞에서 이를 어떻게 수용하고 접목할 것인가 하는 과제가 교사들에게 남겨져 있다.
-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권혜인 학예연구사와의 인터뷰
- D-뮤지엄 한정희 팀장과의 인터뷰
- D-뮤지엄 「전시 및 교육프로그램」 참조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허진예 에듀케이터와의 인터뷰
- 숙명여자중학교 윤주일 미술교사와의 인터뷰
- 서울교육대학교 박지숙 교수와의 인터뷰
-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권혜인 학예연구사와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