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마당2023 봄호(250호)

[수기] 작은 손에 희망 담아 꽃피운 기적,
서울희망교실

이정진(서울마장초등학교, 교사)

2018년, 6학년 담임을 맡았던 3월이었다. 우리 교실에는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기운이 없는 학생들이 있었다. 그때 어떻게 하면 그 학생들이 학교를 오고 싶은 곳으로 생각하고, 학교생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을 긍정적으로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근원적 해결 방법을 찾아주고 싶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정말 그학생을 교사로서, 그 학생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으로서, 그저 도와주고 싶었다.

그때 문서등록대장에서 처음 보는 사업을 접하게 되었다. 바로 ‘서울희망교실’이었다. 내용을 살펴보니 ‘개산급 지급’이라는 낯선 방식이 어렵게 다가왔지만, 학생을 다방면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 같은 든든한 아이템을 발견한 느낌이 들었다. 학생을 지원해주려면 예산이 있어야 하는 법, 메마른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또 문득 든 생각은, 혼자 우리 반만 이 사업을 신청하는 것보다는 동학년이 모두 함께 신청한다면 프로그램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도 공유하고 사춘기를 겪고 있던 6학년의 분위기가 더 밝아질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나는 바로 회의에서, 다 함께 해보자고, 서울희망교실에 홀린 상태로 적극 추천했다. 동료교사와 함께라면 내가 마치 무적이 될 것 같은 마음처럼 서울희망교실 대상 학생들도 함께 이 프로그램을 경험하면 희망찬 기운을 얻어 삶의 활력을 얻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서울희망교실에 선정되고 연수를 들으며, 교육취약학생에게 학습, 문화, 정서, 진로, 사회성, 가정/긴급지원 등의 다방면으로 유기적이면서도 지속적인 지원을 해주는 서울희망교실의 추진 방향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시작하기 전부터 학생들을 위한 내실있는 지원을 해줄 수 있을 것만 같은 강한 확신이 들었다.

활동기록집과 길라잡이 책을 찬찬히 살펴보며 어떠한 방식으로 서울희망교실을 운영해야할지 계획을 세워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학생이 성장하면서 바지가 점점 짧아지던 것을 관찰하고 있던 차에, 체험학습을 앞두고 학생과 의류를 함께 사러 나갔다. 학생과 스케줄을 맞춰보던 차에 당일밖에 시간이 되지 않아 바로 학교를 마치고 인근 의류가게에서 쇼핑을 함께 하게 되었는데, 이는 예산이 개산급으로 지급되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평소 학교 예산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지출품의를 올리고 결재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개산급이 들어있는 희망카드 덕분에 긴급지원을 바로 해줄 수 있었던 것이다.

서울희망교실의 장점은 교육취약학생이 노출되지 않도록 일반학생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을만큼 예산이 제공되는 점이다. 든든한 예산을 바탕으로 경제 및 정서적 교육취약학생들을 긴급 지원이 필요한 시기에 적절히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니 학생의 신뢰와 의지는 높아져갔고 사제 관계가 매우 돈독해졌다. 덕분에 방과후 교실 속 또래상담 활동 시 간식을 제공하였고, 야구 경기 관람, 스크린야구 체험, 탁구 체험, 남산 트래킹, 경복궁 방문, 한복 체험, 영화 관람 등의 문화 체험 및 교우관계 향상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이 활동을 하면서 학생들은 사회성이 향상되었고 덕분에 큰 문제 없이 한 해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다방면의 지속적인 멘토링 활동 덕분에 학생들은 교사로부터 전인적 보살핌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며 학교가 그야말로 제2의 울타리가 된 듯하였다.

서울희망교실 활동이 무르익을수록 활동 속에서 교사-학생 간, 학생-학생 간 밀착 소통을 할 기회가 많아졌고 점점 학생들의 눈빛은 생기가 돌며 반짝였다. 그 눈빛은 작게는 학생의 학교 및 교사에 대한 신뢰와 믿음, 크게는 삶에 대한 의지로 보였다. 어느샌가 교육취약학생들의 삶에서 학교의 존재가 그저 존재하던 일부분에서 편하고 영향력이 있는 큰 존재로 다가왔다. 동시에 담임교사가 그저 매해 만나는 선생님이라기보다 인생의 멘토로 전환되고 있었다.

또한, 서울희망교실 덕분에 학급 구성원들이 모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로 변했다. 학생들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 멘토로서 어떤 새롭고 행복한 경험을 제공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주말에 개인적으로 즐거운 활동을 할 때에도 “우리 반 교육취약학생에게도 이 경험을 맛보게 해야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동학년과 함께 신청하였기에 다른 반이 어떤 멘토링 활동을 하는지 보고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 옆 반 선생님은 이발을 제때 못하고 있는 학생을 방과후에 미용실에 데려가 머리를 깎아주시기도 했고, 방과후에 삼겹살을 사와 실과실에서 구워 먹이며 한창 성장기에 있는 학생에게 영양 보충을 해주시기도 했다. 서울희망교실을 하는 선생님들은 담임선생님 이상으로 제2의 부모님, 인생 멘토의 역할을 하셨고 아직도 모든 멘토링 장면들이 따뜻한 햇살처럼 뇌리에 자리잡혀있다. 이렇게 2018년 첫 해의 서울희망교실에 대한 강렬한 좋은 인상 덕분에, 지금까지 서울희망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희망교실은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신청하는 데 큰 의미가 있는 복지사업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업과 달리, 서울희망교실을 안 한 선생님은 있어도 한 번만 하는 선생님은 없는 것 같다. 주변의 친한 선생님들도 다른 학교에서 이 사업을 많이 하고 있는데, 다들 참 좋다고 말씀하신다. 어떻게 다들 알고 신청하는지 물어보니 다들 동료 교사들의 추천으로 ‘자발적’으로 신청하게 되었다고 한다. 굳이 특별한 사업을 신청하는 것에 대해 행정적인 번거로움으로 인해 주저했던 선생님도 일단 다른 선생님의 강력한 권유에 신청했다가 2년째 신청해서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학교의 경우 서울희망교실에 선정이 안 된 선생님은 아쉬워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우리 학교의 경우 8명의 선생님들이 서울희망교실을 신청하였고 신청 순위를 정할 때는 제비뽑기까지 했었다.

2022년 서울희망교실 운영 보고서를 수합하면서, 어떤 선생님의 운영 소감이 눈에 띄었다. “교내 사업을 포함하여 여태 경험해본 여러 가지 사업 중에서 가장 만족도가 높고, 담임교사 입장에서 학생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느끼는 사업입니다.”

나도 매우 동의하는 바이다. 서울희망교실의 인기 비법은 본질적 멘토링 활동의 내실화를 위한 운영 및 집행 방법의 간소화라고 생각한다. 지출품의 기안문을 올리는 방식이 아닌 희망교실 전용카드 사용으로 교사들이 시간, 장소를 구애받지 않고 특별한 멘토링 프로그램을 선생님들의 개성별로 만들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가장 필요한 부분과 학생들의 성향을 잘 아는 사람은 바로 담임교사이기 때문에 더욱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학생과 교사의 관계는 돈독해지고 교사 또한 학생의 전인적 성장, 특히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

우리 학생들이 서울희망교실을 통해 축적한 용기와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가꾸어나간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희망교실은 학생들이 반짝이는 눈빛으로 자신의 무한한 잠재력을 펼쳐나갈 용기를 교실에 잔잔히 남겨주었다. 서울희망교실이 쏘아올린 작은 공은 다방면에서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도왔고, 이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 사업에 많은 선생님들이 참여하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