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2021 가을호(244호)

[전면등교]전면 등교를 맞이하는
슬기로운 생활교육 ‘다시 학교로’

김신일(언북중학교, 교사) 

코로나19로 인하여 사회 전반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학교도 예외는 아니었다. 학교에서는 전례 없던 전면 원격수업 실시로 인해, 원격수업 콘텐츠 개발, 무선AP 설치, 디지털기기 제공 등 다양한 원격 수업 환경의 변화가 있었다. 그에 따라 생활교육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생활인권부장을 맡은 본인은 생활교육의 내용과 방법 등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전면 원격수업의 상황에서 생활교육 업무의 부담이 많이 줄었다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학생들은 주로 집에서 생활하거나 학원에서 몇 명의 친구 들만 만날 뿐 일상적인 대면 만남이 없으니 상대적으로 갈등도 적어졌고, 학교폭력 사안도 적어졌다. 물론 사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비대면 시대에서도 자연스럽게 SNS 등 온라인 형태로 만남을 이어갔고, 그 과정에서 생긴 갈등은 오프라인 만남과 연계되어 갈등 상황이 되곤 했다. 원격수업 출결 확인의 유연함을 이용하여 서울에 사는 학생이 천안, 부평, 인천 등 멀리 떨어진 지역의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다른 지역의 학생들끼리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면 교육지원청에서는 공동 학교폭력 대책 심의위원회가 열리게 된다. 이제 생활교육의 대상이 내가 속한 학교 안에서 밖까지 온라인을 타고 확장되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1. 생활교육 패러다임의 변화 

<등교 시 방역수칙을 위한 교육용 영상 제작> 

코로나19 이전 기본 생활교육이 인사 잘하기, 교복 바르게 착용하기, 기초질서 지키기, 학교폭력 예방 등에 초점을 두었다면 코로나19 이후의 생활교육은 방역, 안전 지도와 연계되어 아이들의 마스크 착용, 손 소독, 사회적 거리 두기, 사이버 예절 및 학교폭력 예방 등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이러한 부분들이 얼마만큼 잘 지켜졌느냐에 따라 감염위험에 노출된 학교의 안전이 확보되고, 교육 활동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최근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마스크를 잘 쓰지 않는 상황이 학교 내 집단 감염으로 이어진 경우에서 도 알 수 있듯이 생활교육의 초점은 방역으로 맞춰질 수밖에 없다.

언북중학교는 전교생 400명 이하, 학급당 25명 이하의 소규모 학교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별 학교 밀집도 원칙에 따라 2.5단계까지는 밀집도 적용 원칙 여부를 학교 자율로 결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올해 3월 학생, 학부모, 교사의 의견을 반영하여 전학년 전면 등교 실시를 결정하였다. 지난 7월 코로나 확산세가 매우 극심해진 시기에 2명의 확진자가 발생하여 2주간 전면 원격수업으로 바뀐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면 등교수업을 계속 진행해 왔다. 전면 등교 후 학생들이 생기 있게 모여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교사로서 매우 행복한 일이었다. 그리고 장기화된 원격수업 기간 동안 간절히 바라던 학교의 모습이었기도 하다. 쉬는 시간에 학생들의 북적거림, 아이들의 웃는 소리, 음악 시간에 합주하는 소리, 운동장에서 휘슬 소리와 함께 학생들이 뛰는 모습 등은 그동안 코로나19로 빼앗겼던 소중한 일상이었고, 지난 일 년간 모두가 기다려 왔던 모습들이었다. 이러한 아름다운 일상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하여 학생들에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지침’ 준수를 기본으로 하는 생활교육에 집중하였다. 전체 교직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방역 지도를 철저히 하였다. ‘코로나19를 이기는 안전한 급식 시간’을 위하여 점심시간에는 방역 요원들과 급식 지도 당번 교사, 학생회가 함께 학생들이 일정한 거리를 지키며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손 소독, 열 체크 그리고 식사 중 대화 자제를 위해 매일 지도하였다. 본교의 경우 유독 대화가 많은 3학년의 경우는 식사 자리도 한 칸씩 띄워 앉게 하는 등 시간이 흐를수 록 학교 실정에 맞는 방역 노하우가 쌓였고, 학생들도 이러한 학교생활에 점차 적응하였다. 실제로 본교에서 부모의 감염으로 인한 학생 확진자가 발생하였으나 수업 시간, 급식 시간을 포함하여 학교생활 중 전파 사례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것은 전 교직원과 학생들이 평소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켜왔음을 보여준 사례이며, 동시에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가 안전한 전면 등교의 필수 과제임을 증명한 것이라 하겠다. 또한 수업 시간을 통해 학교와 친구들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이 순간의 소중함에 대해 공감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후 학생들은 우리의 만남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마스크 잘 쓰기, 손 소독 잘하기,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지켜야 한다는 것에 더욱 공감하며, 스스로 건강과 방역지침을 지키려 노력하였다.

<학생회와 함께 하는 급식지도> 

2. 개별 학생에 대한 생활교육의 중요성 증대

현재 중학교 3학년들은 1학년을 마치고 학교에 본격적으로 적응할 무렵 코로나19로 일 년간 학교에 오지 못하였다. 그 무섭다는 중2병도 코로나19 앞에서는 조용히 넘어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원격수업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드러나지 않았을 뿐, 오히려 학생들은 더욱더 많은 어려움을 가지고 학교에 돌아왔다. 몇몇 학생들은 후드티나 점퍼의 모자를 뒤집어쓰고 등교하는 모습을 종종 보였다. 집에 있다가 잠시 마트를 다녀오는 듯한 태도로 등교하는 학생들이 있기도 했다. 이런 학생들은 수업에도 관심이 없지만, 주위 친구들에게도 관심을 받거나 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런 학생들에게 학교생활은 그저 피곤하고 귀찮을 따름이다. 자신만의 공간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 경향이 크다. 지난 일년간 코로나 19로 인해 은둔형 외톨이가 많이 나타났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전면 등교를 해보니 기사 속 은둔형 외톨이는 멀리 있지 않고, 우리 학교 내의 수업 시간에 이렇게 가까이에 있었다. 이러한 학생들에게는 특히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한다. 그 학생들은 자신을 건드리지 않으면 가만히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돌변하여 매우 흥분 상태로 바뀌는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본교 학생 중에서도 수업 시간에 자는 자신을 계속 건드렸다는 이유로 주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크게 싸움을 일으켰던 사안이 발생한 적이 있다. 관심을 받지 않는 것에 익숙하고 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 학생들에게 학교는 따뜻한 관심과 대화를 건네야 한다. 우리학교 선생님들은 매일 아침 등교 맞이를 하면서 어두운 모습이 보이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이름을 부르며 일일이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물어가며 래포를 쌓으려 노력하였다. 그런 노력이 결실을 맺어 학기 초에는 매번 땅만 바라보던 학생들이 점점 학교 지도를 하는 선생님들과 눈을 마주치고 가볍게 인사를 하는 정도까지 나아졌다. 이러한 작고 사소한 행동 하나부터가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다시 학교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어느 시기보다 우리 교사들의 작은 관심 하나가 매우 중요한 때이다. 학생들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상담은 지금 학생 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것이 아닐까 싶다.

<아침 등교 맞이> 

3. 코로나19형 학교의 공동체성 찾기 

서두에 언급했듯이 코로나19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웃음과 생동감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알게 해주었다. 그러나 전면 등교 후 한 달이 지나면서부터 현실에 부딪히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원격수업하는 동안 자신의 컴퓨터 모니터만 보면서 친구들과 대화 없이 지내왔던 학생들은 친구들과 함께하는 학교생활 속에서 점점 갈등을 빚어내기 시작했다. 전면 등교를 시행하기 전에는, 갈등이 생길만하면 원격수업으로 전환되어 친구들을 만나지 않았기에 다시 갈등 은 수면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지만, 전면 등교의 상황에서는 달랐다. 매일 같은 공간에서 오랜 시간 함께 하면서도 방역지침 준수로 인해 원활하고 친밀한 대화는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학생들은 자신의 스트레스와 갈등을 스스로 해결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 했다. 혼자 생활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그러한 상황들이 더 어렵고 불편하게 느끼며 쉽게 분노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학교폭력 사안들이 물밀듯이 밀려 오기 시작했고 담임교사와 생활교육 교사들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2019년 9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학교폭력 전담기구를 통한 학교장 자체 종결제는 사후 징계보다는 교육의 본질인 관계 회복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되면서 원만한 사안 해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러한 관계 회복은 생활교육 담당 교사나 상담교사 그리고 담임교사가 주축이 되어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그 건수가 많아지면 과도한 업무로 인하여 교육적 실효를 거두기가 어려워진다. 이에 서울특별시교육청은 교육지원청 관계회복 조정기구를 통해 학교의 관계회복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일선 학교에서 학생들의 관계 회복이 필요하거나 학교폭력의 피해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도와줄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본교에서도 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일상회복을 위해 교육청 지원 사업에 신청하여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스포츠 가치 실천을 위한 존중 리그 운영> 

학교폭력 예방적 차원에서 본교는 공동체성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역량 강화 프로그램들을 진행해 왔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교육과정과 연계될 때 학생들에게 매우 효과적이고 실천적인 배움이 된다. 본교에서는 사회과를 중심으로 사회 현안 프로젝트 수업을 교과 융합으로 진행하여, ‘차별과 혐오’라는 주제를 세우고, 사회, 국어, 체육 교과가 연계성 있는 세부 주제를 통해 학생들이 상대방에 대한 이해, 존중, 배려의 가치를 체화할 수 있도록 공동 수업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체육교과에서는 학급 구성원의 공동체성 회복을 위해 교육과정에서 팀 경기를 통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최선을 다하는 인성 중심의 과정 중심 평가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학급 대항 스포츠 가치 실천 리그를 운영하여 스포츠 속에서 배우는 최선, 정정당당, 배려, 존중 등 스포츠 가치를 생활 속에서 실현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4. 슬기로운 전면 등교 준비하기 

코로나19로 인하여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강조되고 있고 실제로 많은 부분에서 지켜지고 있다. 코로나19 감염병의 위험은 계속되고 있지만 방역수칙 준수로 인해 다른 면에서 건강을 가져오기도 하였다. 본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로 더욱 건강할 수 있고, 학교에서도 갈등 상황이 더욱 줄어들 수도 있다고 지도하고 있다. 친구를 멀리하거나 외면하지는 않지만, 교우 간의 관계에서도 사회적 거리를 습관화하는 건 어떨까? 친구들 간의 일정 한 거리를 인정해 줄 때 그것이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고 배려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코로나19의 시기이지만 학교에서 가르쳐야 하는 부분은 그동안 떨어졌던 기본학력뿐만이 아니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학교 공동체 활동을 통해서 배워 나가는 것이다. 생활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은 이러한 공동체성 회복에 더욱더 집중하여야 한다. 학생들이 많이 잊어버렸던 구성원들 간의 소통, 배려, 존중에 대한 준비가 있을 때 전면 등교에서의 안정적인 생활교육을 바탕으로 우리가 바라는 ‘다시 학교로’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기간이 잊고 싶은 고통의 시간만이 아니라 새로운 생활교육에 대한 공론의 시간이 되도록 전면 등교를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