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24 여름호(255호)

[중평중]
자원의 재발견, 학교에서
시작하는 지속가능한 생태전환교육

지난해 7월, 안토니오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UN 사무총장은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의 시대는 끝났다. 지구열대화(global boilng)의 시대가 도래했다.”라며 기후 위기에 대해 경고하였다.1 기후 위기에 대한 세계적 문제의식에 발맞춰 우리나라에서도 2021년 「교육기본법」 제22조의2(기후변화환경교육)를 신설하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국민이 기후변화 등에 대응하기 위하여 생태전환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실시”하도록 명시하였으며, 서울특별시교육청(이하 서울시교육청) 역시 학교 현장에서 생태전환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의 연구(2021)2에 따르면, 일반학교 교사들은 생태전환교육 중점학교(연구, 선도학교) 교사에 비해 생태전환교육의 의미와 취지 등에 대한 이해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며, 생태전환교육 실행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전문성 부족’과 ‘프로그램 및 교재 등의 부족’, ‘교육과정 반영의 부족’ 순이라고 하였다. 이에 따라 학교 현장 내 생태전환교육 교육과정 반영의 확대와 교사 전문성 함양을 위한 지원의 필요성이 대두되며 서울시교육청에서는 교원, 학생, 학부모와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기후행동 365 네트워크를 운영해 생태전환교육에 대한 인식 제고와 전문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2023학년도 서울특별시북부교육지원청 교사 기후행동 365( 총37명) 에 무려 15분의 선생님께서 참여하시며 생태전환교육의 실천에 앞장서고 있는 학교가 있다. 생태전환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공감에서 시작하여 학교 공간과 지역사회 자원의 재발견을 통해 지속가능한 생태전환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평중학교(이하 중평중, 교장 송성규)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공감의 발견에서 실천의 움직임으로

서울시교육청 「생태전환교육 중장기 발전 계획(2020~2024)」에 따라 최근에는 학교 현장에서도 생태전환교육에 대해 많은 교사가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나, 이를 실천으로 연결하는 것에는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다수의 교사가 교사 기후행동 365에 참여하고 있는 중평중에서도 실천은 어려운 문제였다. 이런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기 위해 ‘지구사랑 교원학습공동체’가 만들어졌고 생태전환교육에 동참하는 교사들이 하나둘 모일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지구사랑 교원학습공동체를 중심으로 교과와 학급, 창의적체험활동 등 학교 전반에서 생태전환교육을 위한 아이디어가 모이게 되면서 교사와 학생, 더 나아가 학부모를 비롯한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생태전환교육을 위한 자원의 재발견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최고의 자원은 학교 구성원: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까지

중평중의 생태전환교육 구심점이자 원동력인 ‘지구사랑 교원학습공동체’가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생태전환교육에 대해 관심을 가진 동료 교원들과 함께 다양한 체험활동을 해 보는 것이었다. 청바지 업사이클링 파우치 만들기, 비건 음식 만들기, 플랜테라리움 체험, 우리 마을 플로깅과 같은 체험활동을 함께 하며 생태전환교육의 흥미와 접근성을 높여 갔다. 이 활동들을 통해 생태전환교육에 대한 교사들의 공감도를 높여갈 수 있었다.

교원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학교의 또 다른 구성원인 학생과 학부모에게도 생태전환교육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행사를 추진하기로 하였다. 기존에 교직원만을 대상으로 진행된 소규모 플리마켓을 2023년부터는 ‘프리한 플리마켓’이라는 이름으로 학생과 학부모를 포함한 학교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행사로 확대하여 실시하였다. 중평중의 ‘프리한 플리마켓’에서 가장 인기 있는 부스는 학생들이 학교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애플민트로 만든 모히토 음료 판매 부스였는데, 다회용컵을 가져올 경우음료 가격을 할인해주었다. 플리마켓의 판매 물품은 학부모회의 협조를 통해 마련하였고, 보건소와 같은지역사회 기관에서 부스를 지원받는 등 마을 전체가 함께하는 플리마켓을 진행하였다. 또한 남은 재고는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하고 수익금 일부를 노원구 교육복지재단에 기부하여 생태전환교육이 선한 영향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

중평중 학생들 역시 학교 안팎에서 운영된 생태전환교육이 사회적 연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중평중 1, 2학년 중 7명의 학생들이 학생 기후행동 365에 위촉되어 활동하고 있고, 특히 1학년 학생 중 2명은 서울시교육청 학생 기후행동 365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해당 학생들은 교내 환경 캠페인 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노원구 환경 관련 행사 참여, 중평중의 생태전환교육 UCC 제작 등 다양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학교 자원의 재발견: 텃밭 교육

중평중의 텃밭은 24개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학기 초에 학급 또는 교사 단위로 신청을 받아 분양한다. 4월 식목일 즈음에 연구부에서 받은 모종을 심은 후에는 학생과 교사, 당직 기사님까지 모든 학교 구성원이 시간이 날 때마다 물을 주며 텃밭을 돌본다.

텃밭 교육은 생태 감수성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학교에 적응을 어려워하는 학생을 위한 상담에도 활용된다. 학생들은 담임 선생님, 학급 친구들과 함께 텃밭을 가꾸며 속내를 터놓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기도 하고,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하는 경험을 해보기도 한다. 재배한 작물로 플리마켓에서 음료를 만들어 판매하였던 학생들은 다음 해에 각기 다른 반으로 흩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친구들과 또다시 텃밭 구역을 배정받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행 중평중의 텃밭 교육은 일회성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닌, 학생들의 자발성에 근거한 지속가능성을 띄는 생태전환교육으로 자리매김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중평중의 학교 텃밭 옆에는 학교 울타리 역할을 하는 포도나무가 심어져 있어 길을 지나는 마을 주민에게도 귀중한 생태전환교육 자원이 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텃밭에 서서 올해에는 어떤 작물을 키우는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신기하게 쳐다보며 구경하는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에게는 생태전환 조기교육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학교 안 구성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를 위한 생태전환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교육과정의 재발견: 교과 연계 생태전환교육

교과 연계 생태전환교육의 장점은 학생들이 교과 공부와 환경, 그리고 자신의 삶이 유리된 것이 아님을 깨달아 기후 위기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일상생활 속에서 환경 보호를 실천하려는 의지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연구 자료와 같이 프로그램 및 자료 부족을 이유로 생태전환교육 실천에 있어 어려움을 토로하는 교사가 많다. 환경 윤리나 생물종 다양성 등을 교과 내용요소로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도덕이나 과학 교과 외 다른 교과에서는 생태전환교육과 교과 교육과정을 연계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렵게 다가온다. 그러나 중평중에서는 오히려 교과 연계 생태전환교육이 어렵다고 여겨지는 수학교과에서 가장 많은 생태전환교육 자료를 개발하였다.

‘생태전환과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통계 포스터 만들기’ 프로젝트 수업에서는 중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통계에 대한 기본 개념을 학습한 후 이를 적용하여 학생들이 직접 생태전환과 기후위기 관련 주제를 정해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통계적으로 분석하도록 하였다. 분석한 통계 자료에 대한 해석은 통계 포스터를 통해 표현하도록 했다. 포스터 제작 역시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고자 버려진 택배 박스나 포스터 뒷면을 활용하도록 하여, 생태전환교육 과정에서 오히려 많은 폐기물이 발생하는 역설을 방지하고자 하였다.

학교 자원을 활용한 수학 교과연계 생태전환교육으로 학교의 다양한 식물에 일차방정식 활용 문제가 담긴 QR코드를 걸어 놓고 학생들이 찾아다니며 문제도 풀고 식물에 대해서도 조사하는 수업을 진행하였다. 학생들은 무심코 지나치곤 했던 교정의 식물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수학 문제도 즐겁게 풀어보는 경험을 하였다.

함수 단원에서는 순서쌍과 좌표를 이해하고 우리 학교와 노원구의 생태시설 위치를 좌표평면에 나타내 보는 수업을 진행하며 지역사회와 교과를 모두 연계한 생태전환교육을 진행하였다.

국어 교과에서는 생태환경 관련 도서를 이용한 독서 수업을 통해 생태교육과 독서교육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도록 하였다. 단순히 생태 관련 독서를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독후 활동을 진행하며 생태환경을 위한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 학교 플리마켓과 연계하여 학생들이 자신들이 읽은 생태환경 관련 도서 중 인상 깊은 글귀를 담아 책갈피를 제작해 판매하고, 주변에 버려진 박스나 종이를 재활용하여 플리마켓 홍보 포스터 및 분리수거 배출 방법 안내 포스터를 제작하여 전시하도록 함으로써, 다른 학년과 학급의 학생들에게도 자신이 배운 점과 느낀 점을 확산시킬 수 있도록 하였다.

마을 자원의 재발견: 지역사회 연계 생태전환교육

학생들의 삶의 반경은 학교에만 국한되지 않기에, 효과적인 생태전환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사는 지역사회와 연계한 교육 역시 필요하다. 중평중에서는 ‘우리 동네 생태탐방반1, 2’를 비롯하여 ‘초록 지구반’, ‘생활 속 생태체험 취미탐색반’과 같은 생태전환교육 동아리를 운영하면서 노원구와 서울특별시 내 다양한 마을 자원을 활용하여 동아리 활동을 진행하였다. 중랑천 환경센터, 노원 에코센터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기후 위기 교육을 신청하여 학생들이 솔라 오븐(태양열을 이용한 조리 도구)을 활용해 요리를 해보고, 환경 보드게임과 친환경 재료를 이용한 독서대 만들기 활동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결실은 시작의 용기로부터

2021년 막연하게 시작한 중평중의 생태전환교육은 어느덧 자리를 잡아 올해는 국제공동수업과도 연계하여 실시될 예정이다. 중평중에서는 올해 글로벌 생태 자율동아리를 통해 우간다 및 인도네시아의 학교와 국제적인 공동 관심사인 기후 문제에 대해 함께 토의하고 문화 교류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학생들이 폭넓은 시각을 바탕으로 생태전환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생각은 세계적으로, 실천은 지역사회에서부터(Think globally, Act locally) 행하는 글로컬(Glocal) 생태감수성’을 갖추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생태감수성은 생태환경에 대한 지식(知)뿐만 아니라, 환경보전의 필요성을 스스로 인식하는 민감성(情), 이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意)를 포함하는 능동적인 역량이다. 중평중 학생들이 생태전환 활동을 통해 느낀 즐거움과 보람, 그리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며 익히게 된 습관은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도, 성인이 되어서도, 스스로 생태환경 보호의 필요성에 따라 실천을 반복하고 확산시키는 선한 영향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중평중 학생들의 실천이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선순환의 시작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기대해 보며, 생태전환교육에 동참하고자 하는 학교를 위해 이춘섭 교감 선생님이 들려주신 말씀을 전한다.

 

  1. UN News(2023.7.27.), “Hottest July ever signals ‘era of global boiling has arrived’ says UN chief”, United Nations.
  2. 김찬국 외(2021), 서울특별시교육청 생태전환교육 현황 분석을 통한 정책 발전 방안 연구, 서울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