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2019 봄호 (234호)

진관 초등메이커쟁이,
미래로 나아가는 영메이커

김지양 (서울진관초등학교, 교사)

1. 메이커 교육(Maker Education)을 시작하다

저명한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현재 존재하는 직업의 50%가 30년 안에 사라질 것이다. 우리 자녀 세대가 40대가 되었을 때 그들이 학교에서 배운 내용 중 80~90%는 쓸모없을 확률이 높다.”라고 했다. 이런 현실에서 일선 교사로서 느끼는 나의 고민은 자연스럽게 메이커 교육으로 이어졌다. 학문 분야 간 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우리의 미래교육의 방향은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 이런 고민에 대한 정답은 없겠지만, 이런 변혁의 상황에서 아이들과 사회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이루어지는 재미있는 교육활동 이야기는 많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이에 우리 학교 메이커 동아리 학생들이 학교에서 만들어가는 미완성의 영메이커(Young Maker) 이야기, 메이커 교육을 소개해볼까 한다.

서울진관초등학교 메이커교육 동아리는 6학년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다. 올해부터 메이커 교육이 활성화되고 있는 현장에서는 우리 학교의 메이커 교육 방향을 모색해 보는 활동을 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하고 있다. ‘느끼고, 상상하고, 창작하고, 공유하라’는 메이커 정신이 학교 현장에서 어떤 모습으로 실현되고 있을까? 아쉽게도 메이커 교육과 관련하여 교육청 지원을 받는 사업은 줄줄이 탈락했지만, 덕분에 지극히 평범한 학교 현장의 현실에서 메이커 교육을 시작하게 되었다. 어떤 환경에서도 누구나 메이커 교육은 즐겁고 창의적이며 재미있게 해 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2. 메이커 교육 활동 도전기

가. 메이커 교육이야기

1) 교과 연계 메이커 교육

일반적인 메이커 교육 활동은 자유주제로 학생들이 주제선정에서부터 만들고 공유하는 과정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교과 교육시간에 이루어지는 메이커 교육 활동에서는 어느 정도 주제에 대한 범위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국어, 도덕, 미술, 실과, 과학 등의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주제 중심으로 통합하고 엮어 나갔다. 예를 들어 ‘메이킹 북’ 프로그램은 메이키메이키를 활용한 소리 나는 책을 제작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어, 실과, 미술, 창의적 체험활동을 통해서 시수를 확보해서 메이커 교육활동을 전개하였다.

2) 메이커 캠프 : 방학 중 활동 -‘우유팩 창작물’


방학 동안 학생들과 함께 메이커 캠프를 실시하였다. 학생들이 매일 먹고 내어 놓는 우유팩을 보면서 재활용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아이들은 이를 활용한 작품을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협력을 통해서 대형 작품을 제작하고 개학 후 메이커 페어를 통해서 공유하는 기회를 가졌다. 대형 작품은 장시간에 걸쳐서 준비하고 완성하였다. 활동 결과물 전시와 함께 평화의 메시지를 나누는 활동(메이커 페어)은 아이들에게 큰 성취감을 주기도 하였다

3) 체험학습 : 서울 창의인성예술센터

메이커 교육을 시작하면서 학생들의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자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창의인성센터에 방문하여 각자가 원하는 분야에 대한 체험을 하였다.
학생들은 각각의 분야에서 방법적인 측면의 도움을 받았고, 추후 교실 활동에서 이를 발전시켜 작품으로 완성하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지역의 메이커 스페이스를 통해서 보다 심화된 메이커 교육활동도 함께 펼쳐나갈 계획이다.

나. 메이커 스페이스? 메이커 박스!

1) 학교 학습 자료실의 활용

교과 수업과 연계한 메이커 활동에 사용하는 재료들은 학습 자료실의 물품을 많이 활용했다. 학교 학습 자료실에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사용하지 않고 구석에 쌓아둔 좋은 재료들이 많았다. 메이커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재료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 아이들과 구경하는 것은 백화점 쇼핑보다 더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2) 메이커 박스(교실 내 작은 소도구 및 재료 비치)

실제 학교에서 메이커 교육을 위해서는 메이커 스페이스는 아니더라도 교실마다 메이커 박스 정도는 필요하다. 정해진 시간에만 만드는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쉬는시간, 점심시간 등 아이들이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지 만들어보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과 도구가 필요하다

3) 재활용 재료 : ‘쓰레기장은 자료창고’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고 했던가? 아이들이 쓰레기를 보는 눈이 달라진다.
교실에서 작은 박스하나라도 버리려고 하면 “선생님, 잠깐만요. 그거 버리시려는 건 아니죠?” 하고 다가온다. 나도 아이들도 모든 물건과 쓰레기들이 다르게 보인다. 교실 구석에 쌓여가는 쓰레기 재료들은 우리들의 사고를 더욱 자극한다.

다. 메이커 페어(공유)

3. 진도 나가기 바쁜데, 언제 메이커 교육 하나요?

교과 진도에 관한 어려움 이외에도 학교에서 해야 하는 다양한 교육활동으로 인해서 메이커 교육까지 감당하기는 힘들다는 생각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메이커 교육활동을 전개하면서 학생들의 눈빛이 바뀌어가는 모습과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적극성을 보게 되었다.
다가올 융·복합 미래 사회를 맞이하기 위해서 교과의 경계를 뛰어넘어 학생들의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의 신장을 위한 메이커 교육은 피할 수 없는 교육이 아닐까 생각한다. 거창하게 하지 않아도, 평소에 해오던 교육활동에 약간의 변형만 해주어도 할 수 있는 것들이 많기에 누구나 다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의 협업능력을 강조하듯이 교사인 우리도 서로 공유하고 협업한다면 메이커 교육이 현장에서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4. 영 메이커 미래를 향해 나아가다

우리 학교는 은평 뉴타운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교통이 좋지 않기에 지역의 인프라(메이커 스페이스)를 이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지만 메이커 정신, 마음만 있다면 학교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무궁무진하다. 재료가 부족하고 도구가 모자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이다. 마음만 있다면 재료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도구가 없는 상황에서도 뚝딱뚝딱 무엇이든 만들어 볼 수 있다. 비록 성공의 경험보단 실패의 경험이 더 많더라도 아이들은 그 속에서 실패를 이겨내는 힘을 기르고, 때로는 작은 성공을 경험하기도 한다.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성장한다고 했던가? 메이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내가 지칠 때쯤이면 어느새 아이들이 나를 다독여주고, 아이들이 지칠 때쯤이면 내가 아이들을 다독여가며 프로젝트들을 완성해나가고 있다. 무엇인가를 만들겠다고 교실을 떠나지 않는 아이들, 쉬는 시간에도 쉬지 않는 아이들을 보며 미래교육의 작은 방향성을 본다. 아이들이 서로 공유하며 성장하고 발전해나가는 것처럼 우리 교사들의 메이커 수업나눔도 활발해져서 서로의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나누는 기회가 많아지길 바란다. 혼자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