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교육정책연구소에서 발행한 서울교육 이슈페이퍼 2023년 제3호(통권 제45호)의 내용을 일부 요약한 것이므로, 자세한 내용은 이슈페이퍼를 참고하길 바란다.
박상현(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교육정책연구소, 연구위원)
황은정(창원대학교, 강사)
I. 서론
우리 사회는 그동안 청소년들의 인격 형성과 성장을 위해 지나칠 정도로 학교교육에 의존해왔다. 뿐만 아니라 현대사회에서 가족 형태나 노동 구조의 변화에 따른 핵가족화나 한부모, 맞벌이 가정 등의 증가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 문제의 해결을 위해 학교에 책임이 부가되었다. 그 결과 학교와 교원의 부담은 크게 증가하였다. 대표적으로 돌봄이나 방과후 활동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청소년들의 방과후 활동은 그들의 삶의 질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우리 청소년들의 상당수는 방과후에 사교육을 받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 대부분 방치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청소년들이 방과후에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나 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홍제남, 2020). 이러한 방과후 활동의 공간적 측면 이외에 내용적 측면에서도 ‘청소년들이 방과후에 무엇을 배울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기존의 공교육은 4차 산업혁명을 비롯한 급변하는 사회환경의 변화에 맞춰 실제 삶과 연계된 배움이 이루어지기 어려웠으며, 청소년들이 주도성을 갖지 못하고 수동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김용련, 2019). 또한 기존에 학교와 청소년 기관이 제공하는 방과후 프로그램들도 이미 짜여진 교육과정에 맞춰 따라가는 수동적 학습 형태가 많았다.
청소년의 방과후 활동에 대한 문제의식은 2010년대 이후 마을교육공동체가 운동적 성격에서 벗어나 정책적으로 확산되면서, 교육청과 지자체가 그동안 분절적으로 문제에 대응했던 것에서 벗어나 협력을 통해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각 지역에서 발생하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경기도교육청은 학교 밖의 공간에서 청소년들이 자기주도성을 갖고 삶과 일치된 배움을 스스로 기획하고 편성·운영할 수 있는 청소년 자치배움터로서 몽실학교 사업을 추진하였다.1 몽실학교는 청소년들이 자치와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집단지도체제를 갖추게 되었고 학교 운영에 있어서도 주도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조윤정, 2018).2 이러한 성과도 있었지만, 경기도 몽실학교는 여러 가지 한계도 존재하였다(홍제남, 2019; 조윤정, 2020). 대표적으로 지역사회의 참여 부족과 그로 인한 마을교육공동체의 정체성 약화이다. 청소년의 방과후 활동과 방과후 교육의 이러한 한계는 서울에서도 나타나는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은 경기도에서 시도했던 ‘몽실학교’ 사업의 성과와 한계를 검토하고, 2021년에 서울의 특성에 맞는 서울형 몽실학교(가칭)를 추진하였다(서울시교육청, 2021). 이후 교육청은 공모를 거쳐 명칭을 ‘다가치학교’로 변경하였고, 아울러 정책연구(박상현 외, 2021) 결과를 토대로 2022년에 다가치학교 사업의 기본적인 방향과 운영 방식 등 기본 계획을 마련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2022년 구로 지역 오류중학교의 학교 내 공간을 활용하여 다가치학교 운영을 시작하였다.3
서울의 다가치학교4는 기존에 경기도 몽실학교에서 학교 밖의 독립된 공간을 활용한 것과 달리 학교 안의 공간을 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청소년들의 주체성이나 학습자주도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즉 기본적으로 지향하는 가치와 철학은 비슷하지만, 공간의 위치와 운영 방식에 있어 차이가 있다. 특히 공교육의 일반학교 공간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러한 특성은 경기도 몽실학교와 달리 소속 학교와의 관계가 다가치학교의 운영에 있어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아울러 통상 정책은 기획 및 계획 단계에서 철저한 준비를 통해 수립하더라도, 실제 집행 단계에서 다양한 정책 환경의 변화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다가치학교가 사업 목적과 운영 방침 등에 따라 실제 운영되고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현재 운영 중에 있는 ‘다가치학교-남부(오류중)’과 ‘다가치학교-북부(방학중)’을 주요 연구대상으로 하여 2022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의 운영 결과에 대한 성과분석을 통해 다가치학교의 성과와 과제, 개선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에서는 문헌검토와 운영 담당자 대상 심층면담, 주요 참여주체를 대상으로 초점집단인터뷰(FGI)를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에 활용하였다.
Ⅱ. 다가치학교의 성과
1. 공간 측면
첫째, 교육공동체(수요자)의 필요를 반영하여 공간을 조성하였다. 즉 학생, 교직원, 학부모, 지역주민, 전문가, 지자체 담당자로 구성된 교육공동체가 함께 설계의 방향성을 도출하고 이를 공간에 반영하였다. 더욱이 건축 및 설계는 전문성이 확보되어야 하는 부문이므로 관련 전문가를 활용하여 수요자의 필요를 공간 안에 적절하게 배치하고자 하였다. 그 결과 수요자의 의견 및 지역 특색을 반영한 다가치학교가 형성되었다. 예컨대, 다가치학교(남부)는 커뮤니티 카페를 비롯하여, 거울연습실, 소강당, 도서관, 영상학습실 등이 있으며 이는 청소년이 직접 공간 이용을 기획하고 조성한 결과이다.
둘째, 청소년들이 안전하게 쉬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였다. 공간 기획 및 설계 단계부터 청소년과 외부인의 동선이 분리되도록 설계하여 이용자 안심 출입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입출입을 분리하는 안전설계 적용뿐만 아니라 다가치학교 공간 내 학습활동 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안전보험에 가입하였으며 외부 활동의 경우에는 여행자 보험에 가입하였다. 그 외에도 CCTV를 설치 기준보다 초과 설치하여 이용자 안전관리를 강화하였으며, 길잡이교사 대상 안전 연수, 길잡이교사 대상 응급처치 및 안전교육, 각 활동과 장소에 따른 학생 대상 안전교육을 실행하여 안전한 다가치학교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셋째,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지역연계형 청소년 아지트공간을 조성하였다. 청소년이 쉽게 대관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나 구글폼을 이용한 공간 대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다가치학교의 주요 성과 중 하나는 ‘전체 이용자 수’ 이다. 다가치학교(남부)의 경우 전체 이용자 수가 12,345명(2022.4.~2023.3.31.)으로, 다가치학교(북부)의 경우 전체 이용자 수가 약 4,500명(2022.11.~2023.6.31.)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가치학교(남부)의 경우 2022년에 비해 2023년에 오류중학교 이외의 학생들의 비율이 크게 증가하였는데, 이는 다가치학교의 ‘공간적 경계’가 낮아지고 지역과의 연계가 확대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아울러 이용 청소년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으며, 특히 청소년들은 자유로운 활동 공간을 선호하고, 본인들이 직접 공간을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 프로그램 측면
첫째, 청소년 주도 프로젝트 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교육과정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해 반해 다가치학교는 학생들의 참여를 통해 스스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여 배움을 실천하고 있다. 이로써 다가치학교 활동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은 배움과 놀이, 참여와 성장의 조화로움을 통해 자기주도적 삶의 경험을 확대하고 있다. 그 결과 다가치학교 남부와 북부 모두 참여 청소년들의 프로그램 만족도가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둘째, 청소년들이 기관 운영에 있어서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다가치학교의 자치조직으로는 주요 예결산 심의 및 의결기구인 다가치학교 운영위원회와, 프로그램 위탁 운영의 제반사항을 결정하는 다가치학교 교육자치회와, 해당(오류중, 방학중) 중학교와 다가치학교 공간운영을 위한 협의기구인 학교 실무 협의회, 마지막으로 청소년 자치회가 운영된다. 다가치학교 청소년 자치회는 다가치학교의 핵심교육과정이자 의결기구이다. 청소년 자치회에서는 청소년이 스스로 기획하고 운영하는 자치활동을 통해 참여 청소년의 자치역량을 강화할 수 있고 더불어 다가치학교가 자치배움터로 구현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결과 청소년 자치회에 참여한 청소년들의 자치회 활동에 대한 만족도도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 관리 및 제도 측면
첫째, 학교와 다가치학교 간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였다. 학교와 다가치학교와의 긴밀한 협력체계는 다가치학교 활성화 및 학생들의 높은 접근 및 이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다가치학교(남부)는 학교와 매월 1회 정기 실무 협의를 계획 및 수행하였으며, 협의회는 공공요금, 보험, 책임, 수업 연계 등 실질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의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장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한다. 더불어 오류중학교 교장을 다가치학교 운영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하여 다가치학교 운영 내용에 대해서도 학교와 소통한다. 이러한 협력체계를 바탕으로 다가치학교(남부)는 교과시간에 오류중학교의 수업공간으로 활용되고,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 오류중학교 학생의 쉼터로 기능한다. 또한 2층의 도서관은 방과후 스터디 카페로 전환되어 학생들이 이용 중이다. 2023년부터는 오류중학교 1학년 자유학기제와 결합하게 되었다. 자유학기제는 학교와 다가치학교와의 협력체계의 성과 중 하나로 다가치학교는 오류중학교와 함께 자유학기 교육과정 설계에 참여하게 되었다.
둘째, 교육청은 파견교사를 배치하여 소속학교 교원의 업무부담 증가를 방지하였다. 다가치학교 남부와 북부에 각 1명씩(총 2명) 파견교사의 정원을 확보하여 배치되었다.5 이들은 다가치학교와 학교와의 원활한 연계를 지원한다. 이는 소속 학교와의 연계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의 프로그램 기획이나 구성에 간접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셋째, 교육청은 다가치학교 참여 학생의 활동 내용에 대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여 학습활동 인정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였다. 기존에 학부모는 교육활동을 통한 학생의 학업성취 증진에 대한 기대가 높기 때문에 다가치학교 방과후 활동 참여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그런데 교육청이 생활기록부 등록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학교 밖 활동에 대해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였고, 그 결과 생활기록부에 실제 활동 사항이 2022년 한해 총 214건 등재되며 학생들의 참여를 유인하고, 학부모들의 다가치학교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수 있었다.
4. 지역사회 연계 측면
첫째, 지역(마을)과 청소년 활동을 매개한 초등학생 대상 교육과정을 편성하였다. 초등과정인 ‘마을 문화예술 연계 프로그램’은 마을교육공동체 자원을 활용한 문화예술, 체험 프로그램이며, 10~12세(초등 4~6학년)를 대상으로 한다. 이 프로그램은 지역 내 기관과 연계하여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코디네이터를 배치하여 프로그램 운영에 도움을 주고 있다. 다가치학교(남부)는 2022년 기준 5개 기관과 업무협약을 맺었고 청소년 주도 프로젝트 과정에 필요한 전문가를 매개하고 있다. 마을교육공동체 자원을 활용한 초등 교육과정 문화예술 체험 프로그램은 오류중학교 인근 초등학생을 유입시키는 창구로서 다가치학교의 저변을 넓히고 있으며, 또한 마을 자원 발굴 및 지속적인 협력관계 구축에 기여한다.
둘째, 변화하는 청소년들의 다양한 수요를 반영하기 위해 지역사회의 전문역량과 협력하여 청소년 프로젝트를 운영하였다. 이처럼 지역사회의 전문역량과 청소년 프로젝트를 연계하는 사업은 앞으로 진행될 다가치학교의 전문가 풀(pool)을 넓히는 데에 이바지하여, 변화하는 청소년의 다양한 수요를 양질의 프로젝트형 교육과정으로 편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예를 들어 사회적 경제 가치, 독립출판, 유튜브 등 영상 미디어, 브랜딩 등 폭넓은 가치가 2022년에 다가치학교에서 프로젝트화 된 바 있다. 또한 다가치학교는 공간 대여를 통해 지역과의 협력체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다가치학교 대관은 청소년 활동과 이용을 우선적으로 보장하고 아동·청소년과 관련된 사업이나 협의회에 우선하여 대관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셋째, 청소년 주도 프로젝트와 다가치학교 운영 주체로서 학습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학습코디네이터를 양성하고 이들의 활동 지원체계를 구축하였다. 코디네이터는 청소년들의 아이디어를 프로젝트화 하는 역할을 하고 청소년들의 학습동기와 지속적인 참여를 고취시킨다. 이에 다가치학교(남부)에서는 제출서류와 면접심사를 통해 코디네이터를 선발한 후, 프로젝트 과정 중에도 정기 협의회, 분임 협의회, 역량 강화 연수 등을 통해 프로젝트 교육과정 이행 역량 강화, 청소년과 관계맺기, 지역에 대한 이해도 높이기 등과 같은 다양한 역량을 개발하도록 하였다.
Ⅲ. 다가치학교의 과제 및 개선방안
1. 공간 측면
첫째, 공간의 크기와 형태를 다양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연구참여자들은 교육청에서 그동안 오류중학교와 같이 20억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서 다른 지역(지원청 수준)도 거의 동일한 형태로 운영하려고 계획한 것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이러한 다양성 부족은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하기 어렵고 정책대상자들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한계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교육청이 지원청별 1개씩 동일한 규모의 예산을 고려하여 공간을 탐색하고, 그 조건에 부합하는 학교를 설득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역의 특수성과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교육청이 공급자 중심으로 단일한 유형을 추구하는 것에서 벗어나 다양한 유형의 가능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학교 내 유효공간의 크기에 따라 소규모 형태의 ‘다가치 교실’도 가능할 것이다.
둘째, 학교 밖 공간 활용을 통해 다양성 및 개방성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처럼 학교 밖 공간을 연계하여 확장한다면 프로그램의 내용이나 전문가 활용의 확대에 긍정적이고, 소속 학교 이외에 다른 학교 학생들이나 학교 밖 청소년들의 참여를 유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공간의 형태가 다양해질 경우 그 기능과 운영 형태, 예산 등도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학교 밖 공간을 많이 활용하는 유형이 있다면, 지자체와의 협의가 중요하다. 그 결과 현재와 같은 교육청 중심 운영에서 벗어난 방식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2. 프로그램 측면
첫째, 다가치학교의 취지와 목적을 생각해볼 때 향후 기존 방과후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필요하다. FGI6 결과에서 다가치학교(북부)의 홈페이지를 보면 아직 기존에 해당 학교에서 운영해오던 방과후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이 두드러 보이지는 않는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는 다가치학교(북부)가 최근에 운영을 시작하여 아무래도 운영 및 참여의 핵심 주체인 방학중학교 학생들이 원하는 활동을 중심으로 운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향후 기존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참여 청소년들이 프로젝트를 통해 창의성이나 다양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길잡이교사의 지원이 중요하다.
둘째, 학부모 및 지역주민 대상 프로그램을 편성·운영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행 초기 청소년들의 주체성과 자기주도성을 함양하기 위해 많은 공간을 청소년 중심 프로그램에 활용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으나, 현 시점에 향후 공간 활용 측면에서 학부모 및 지역주민 대상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와 계획도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지자체와의 협력과 지원, 지역주민이나 학부모의 지지와 참여를 활성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주민이나 학부모가 청소년 프로그램의 길잡이교사나 강사가 되어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성인 대상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지역 교육공동체 구성원들의 공동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3. 관리 및 제도 측면
첫째, 다양한 주체들이 다가치학교의 운영에 참여하고 협력하는 의사결정 체계로서의 민주적인 ‘협력적 거버넌스’를 통한 운영을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행 초기에 위탁업체가 학교에 들어와서 운영하다 보니 다가치학교의 사업 취지나 목적에 대한 배경과 문제의식에 대한 공유가 잘 안 되었던 점도 있고, 소속 학교와의 관계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자체 및 지역사회 참여자와의 협의를 통한 의사결정은 아직 부족한 측면이 있다. 물론 업체나 소속 학교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으나, 다가치학교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지자체와 지역 주민의 참여 및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향후 개선이 필요하다.
둘째, 현 시점에서 본청과 지원청 간에 역할을 명확하게 재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가치학교는 현재 2곳에서 운영 중이고, 운영은 안 하고 있지만 지정된 곳이 2개가 있으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가치학교의 수가 점차 많아지면 본청에서 직접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다가치학교는 당초 지역학습생태계의 허브 역할을 하고 지역성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추진했기 때문에, 본청에서 계속 관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교육청의 다른 사업과 유사하게 본청은 전반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총괄하는 역할에 집중하고 일부 기능을 지원청에 이양함으로써 지원청이 실질적인 관리·책임을 맡고 학교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는 미래교육지구사업과의 연계나 자치구와의 연계를 확대하기 위해서도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셋째, 교육청은 본청에 방과후 활동을 전담하는 조직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가치학교는 청소년들이 방과후 활동을 자유롭고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취지에서 조성된 것이며, 학교라는 공간을 활용하지만 지자체 및 지역사회와 협력해서 청소년들의 방과후 활동을 책임진다는 의미가 있다. 이처럼 방과후 활동은 지자체와의 연계·협력이 필요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미래교육지구사업을 맡고 있는 부서에 팀을 구성하거나, 혹은 실무 중심의 센터를 구성하는 것도 방안이 될 것이다. 교육청 내 방과후 활동 관련 전담 조직을 마련하여 총괄 기능을 수행하면, 지원청과의 업무 배분과 지자체와의 협의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4. 지역사회 연계 측면
첫째, 지자체 및 지역주민의 관심과 참여 동기를 확대하고, 운영비를 지자체가 공동 부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 지원청 기준으로 다가치학교의 명칭이 부여된 것을 변경함으로써 지역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다가치학교에 대한 지자체와 지역주민의 참여와 협력이 왜 필요하고 중요한지 이해시키고 설득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소속 학교와 다가치학교의 사업 운영에만 초점을 두는 것보다는 지역 차원의 아동·청소년 방과후 활동 문제에 대한 논의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다가치학교가 지역과 지속적으로 연계하고 협력하려면 다가치학교의 운영에 있어 지자체의 실질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지자체가 예산이나 인력을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자체가 다가치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시설비를 공동 부담하는 것은 좋으나 이는 일회성 투자의 성격이 강하므로 시간이 흐르면 관심과 지원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해당 지역에 대한 철저한 수요 조사와 전문가 활용을 통한 공간 구축으로 지역의 특수성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추진 방식을 지속할 경우 가장 먼저 시작한 오류중학교를 모델화하여 다른 지역도 대부분 오류중학교와 유사한 형태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다른 지역의 청소년들은 다른 욕구와 필요가 존재할 수 있고, 소속 학교와 지역사회의 특성도 다를 것이다. 따라서 설계 단계에서부터 해당학교 학생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청소년들과 지역주민들도 포함하여 요구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이러한 요구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 설계 시 전문가를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셋째, 지자체와 협력을 위한 조직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가치학교의 궁극적인 목적인 ‘마을 단위 지역학습생태계의 허브로서 중심적인 플랫폼 역할’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중간지원조직과 같이 지자체와 협력할 수 있는 조직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최근에 서울특별시교육청과 일부 지자체가 협력하여 ‘스쿨매니저’ 제도를 시범적으로 도입하였는데(뉴시스, 2023.08.17.), 이러한 제도를 확대하면서 다가치학교와 연계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만약 스쿨매니저와 연계된다면 다가치학교를 이용하는 청소년과 성인들의 안전 관리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Ⅳ. 결론 및 제언
위의 분석결과를 종합하여 결론을 내린다면 현재까지 다가치학교는 2022년 운영을 시작한 이후로 다양한 주체들의 협력을 통해, 특히 소속학교와 위탁업체 간의 지속적 협력을 바탕으로 안정성을 갖고 청소년들의 참여와 자기주도성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운영 과정에서 지자체나 지역사회의 참여가 다소 부족한 점을 비롯해 여러 가지 과제도 남아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향후 다가치학교가 확산되고 지속가능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 방향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다가치학교는 다양성을 확대해야 한다. 사업의 시행 초기에는 먼저 운영을 시작한 학교의 프로그램이나 운영 방식 등을 모델화하고, 이를 다른 학교에 적용해봄으로써 시행착오를 줄이고 안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 사업을 계속 추진하다보면 지역의 수요와 욕구를 충족하기 어렵고, 또한 지역과 학교, 구성원 등 각 주체들의 특성에 부합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다가치학교는 프로그램의 양적·질적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다가치학교는 운영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교육청과 소속학교에서 철저히 준비한 결과 청소년들이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기주도성을 발휘하는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기존 경기도 몽실학교나 청소년 방과후 기관에서 운영하던 것들과의 차별성이 다소 부족한 점도 지적되고 있다.
셋째, 다가치학교는 지자체 및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확대해야 한다. 즉 소속학교와의 연계·협력도 중요하지만, 다가치학교가 운영에 있어서 독립성과 자율성을 기반으로 하여 지자체 및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점차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다가치학교는 미래교육지구사업과의 연계를 확대하고, 지자체가 기본적인 운영비와 운영인력을 공동으로 부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교육청은 관련 조직과 기능의 개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방과후 돌봄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본청 차원에서 방과후 활동에 대한 전담 조직을 편성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조직을 통해 서울시나 자치구의 담당 기관과 연계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다가치학교가 증가할 경우 교육청에서 직접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교육청과 지원청 간 역할을 재검토하여 교육청은 사업을 총괄·기획하고 지원청은 실질적으로 관리·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와 같이 향후 정책 방향을 제안하였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다가치학교의 궁극적인 목적과 핵심가치를 이해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가치학교는 청소년들의 자기주도성 함양, 지역성과 민주성을 고려한 지역학습생태계의 허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박상현 외, 2021). 따라서 다가치학교의 운영 형태나 공간, 프로그램 등은 사업이 확대될수록 다양해지고 변화될 수 있는 것이지만, 궁극적으로 참여하는 청소년들의 자기주도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다양한 주체들이 운영에 참여하는 협력적 거버넌스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 경기도교육청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의 과정을 거쳐 2017년 의정부에 ‘몽실학교’라는 청소년 자치배움터를 학교 밖의 공간에 조성 하여 운영하였다.
-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로는 청소년들에 대한 인격적 존중, 청소년에 대한 정서적 지지와 지원, 청소년들의 자발적 참여 보장 등을 들 수 있다(조윤정, 2018).
- 당초 2021년에 오류중학교에서 시범 운영을 하려고 계획했으나, 공간 리모델링이나 운영 방침 마련 등 여러 절차를 거치면서 조금 지연 되어 2022년에 시작하게 되었다.
- 다가치학교란 ‘학교 일부 공간을 리모델링하여 본교 학생을 포함한 지역의 어린이·청소년들의 행복한 삶과 주체적 성장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 활동이 이루어지는 마을결합형 청소년 자치 배움터’이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어린이·청소년의 행복한 삶과 주체적 성장을 위한 실험과 상상의 플랫폼을 구축하고, 지역의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활동 공간 및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청소년 자치·배움·돌봄과 학부모, 지역 주민 평생학습이 함께하는 마을결합형 교육 공간 구축 및 운영을 추진 목표로 하였다(서울시교육청, 2022).
- 파견교사는 ① 청소년 주도 프로젝트 운영 총괄, ② 청소년 자치회 운영, ③ 마을교육공동체 운영, ④ 학교 교육과정 연계 업무, ⑤ 다가치학교 주간 회의 진행 및 근태 관리, ⑥ 학생 안전관리 업무 역할을 맡고 있다(서울시교육청, 2023).
- Focus Group Interview. 동질적인 특성을 지닌 소수의 조사 대상자를 선발하여 한 장소에 모이게 한 후, 면접자의 진행 아래 조사 목적과 관련된 토론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