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교육2024 여름호(255호)

[초등학교 생태전환교육 수업]
기후 위기? 예술로 공존!

김민서 (서울당산초등학교, 교사)

기후 위기 시대, 뭣이 중헌디?

산불 속에 갇힌 코알라, 코에 빨대가 박힌 거북이, 굉음을 내며 무너져 내리고 있는 얼음산……. 기후 위기와 관련된 뉴스나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노라면 세상이 곧 끝날 것 같아 숨이 턱 막힌다. 교실에서 아이들을 보면 그들이 살아갈 세상이 꽃길이 아닌 것 같아 괜히 미안하고 짠하기까지 하다. 이제는 기후 위기도 아닌 기후 재난 시대가 되어버린 현재, 나는 어떤 수업으로 아이들을 만나야 할까?

나는 5학년 아이들과 주제 중심의 수업을 하고 있다. 오랫동안 하나의 주제로 흐름을 이어 가기 위해서는 흔들리지 않을 수업의 방향부터 잡는 것이 우선이다. 기후 위기를 주제로 수업을 고민하는 내내 손에 잡히지도 않는 너무 큰 당신, 지구를 생각해야 했고, 한편으로 대중교통 이용하기, 일회용품 덜 쓰기 등 자동응답기처럼 재생되는 영혼 없는 대답이나 끌어내지는 않을지 두렵기도 하였다. 이럴 땐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길 원하는가?’라는 물음으로 전환하면 의외로 금방 답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그러했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고 각자의 삶의 태도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 앎이 삶이 되는 것, 다소 뻔한 대답인데도 순간 설레기 시작한다. 기후 위기라는 무거운 주제이기에 수업 과정에 예술을 녹여내는 것이 관건이다. 예술은 배운 것을 가슴과 사지로 보낼 수 있는, 작지만 강력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를 주제로 묶어내기

5학년 사회에서는 우리나라의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에 대해서 배운다. 자연환경은 ‘우리 땅’으로, 인문환경은 ‘기후 위기’라는 주제로 꿰기로 했다. 지형과 위치, 독도와 바다, 백두대간 등 ‘우리 땅’을 배운 후 이어지는 ‘기후 위기’는 두 번째 주제 수업인 셈이다. 아름다운 이 땅, 금수강산에 벌어지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기후 위기라는 시대적 키워드로 묶은 것이다. 모든 교과 수업을 재구성해서 만든 기후 위기 주제 수업은 4~5월에 걸쳐 약 30차시 동안 이루어졌다.

예술로 공존하는 수업 이야기

기후 위기 수업이 깊어질수록 아이들은 도시의 성장과 산업, 교통의 발달 등이 기후 위기를 일으켰다는 연결고리를 찾았고, 결국은 ‘사람’이 원인이자 해결점이 된다는 것에 공감하였다. 사람이 문제였고, 내가 문제였다. 남이 아니라 나에게서 문제를 찾았을 때, 비로소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열쇠도 찾게 된다. 다큐멘터리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를 본 아이들은 내가 입는 옷도 지구 반대편에선 거대한 쓰레기 더미가 되어 있다는 사실에 숙연해지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라는 질문이 남겨졌고, 그 무렵 학급 밴드에 한 아이의 글이 올라왔다. 주말에 쓰레기를 주우러 갈 건데 같이 갈 사람은 학교 앞에 모이라는 모집 글이었다. 한 번만 하고 그칠 줄 알았던 아이들의 자발적 플로깅 모임이 4주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이제 머리로만 아는 게 아니라 같이 행동해야 할 때임을 느끼기 시작한 아이들, 물이 찼으니 노를 저을 시간이다. 우리가 배운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리기 위한 캠페인 수업! 우리의 캠페인이 또 다른 쓰레기를 재생산하면 안 되기에 종이상자로 피켓을 만들기로 했다. 아이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캐치프레이즈를 만들고, 이제까지 배운 내용을 빼곡하게 적기도 하고, 이해를 돕는 그림도 그려가며 제작 과정에 열심히 참여하였다. 드디어 D-day! 학교 정문에서 등교하는 동생들에게 캠페인을 펼치고, 선유도역으로 행진을 나간다. 처음에는 부끄러워하던 아이들이 지나가시던 어른들의 칭찬에 점점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저희가 학교에서 기후 위기에 대해서 배웠는데요. 앞으로 일회용품은 덜 사용해 주세요.”

“이것 좀 읽어주세요.”

출근 시간이라 분주한 선유도 지하철역에서 어른들이 잘한다고 칭찬해 주시고, 힘내라고 응원도 해주고, 기특하다고 사진을 찍어가시기도 한다. 좀 힘들긴 했어도 사회에 작은 목소리를 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함을 느꼈을 것이다. 환경 캠페인을 펼치고 온 날의 반응은 부모, 아이 가릴 것 없이 가히 뜨거웠다.

그럼에도 우리 삶의 방식이 바뀌는 것은 쉽지 않다. 많이 배워서 머리로 알고, 입으로 떠드는 것을 넘어서 행동해야 한다. 직접 환경을 보호하고 실천하기 위해 선유도로 나가서 플로깅과 생태 체험을 하였다.

서울특별시 공공서비스예약(yeyak.seoul.go.kr)을 통해 선유도공원에서 진행되는 생태체험학습을 신청하여 선유도에 있는 식물 관찰, 거울을 이용하여 곤충의 눈으로 세상을 보며 걷기, 하나의 끈으로 연결된 생태계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하였고, 오고 가는 길에 플로깅 활동을 이어 나갔다. 교실에서 아이들이 등하굣길에 주워 온 쓰레기까지 합치니 쓰레기가 한가득 모였다.

이렇게 쓰레기를 모아 둔 이유는 미술 수업을 위해서였다. 나는 단순히 쓰레기로 만들어진 정크아트나 자연물을 이용하는 대지 미술이 아니라, 환경을 생각하는 예술가의 실천과 행위 자체가 예술로 승화되는 작품을 가지고 수업을 하고 싶었다. 그래야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발휘할 테니까 말이다. 유레카! 여기에 딱 맞는 예술가를 찾았는데, 바로 정재철 작가이다. 이분은 10여 년의 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버려지는 물건들과 쓰레기로 작품을 만들고 세상에 굵직한 메시지를 전해온 작가다. 덕분에 정재철 작가의 ‘블루오션 프로젝트’,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감상하는 수업을 다음과 같이 열 수 있었다.

감상 수업을 하면서 우리 반 아이들 19명이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19글자로 표현하였다. 주워 온 쓰레기로 각자 한 글자씩 맡아 사진 기록으로 남긴 것이다. 글자들이 모이면 ‘세상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완성된다. 사진 촬영이 끝난 쓰레기는 분리수거하고 깨끗하게 정리하였다.

감상 과정에서 자연스레 예술가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아이들도 쓰레기를 수집해서 기록해 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푸른 지구 프로젝트’라고 이름까지 짓고 나니 다들 어린이 예술가가 된 것 같다. 아이들은 등하굣길에 쓰레기를 주워 올 때마다 포스트잇에 어디에서 무엇을 주웠고, 그때의 생각이나 느낌은 어땠는지를 기록하여 커다란 마을 지도에 붙여나갔다. 이렇게 완성된 ‘양평동 줍줍도’는 아이들의 실천 행위를 기록한 결과물이다. ‘기후 위기’를 주제로 수업을 하는 동안에 만들어진 모든 작품들을 1~3층에 걸친 학교 공간에 전시하면서 수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키워서 판매하고, 기부까지

기후 위기 수업을 하는 내내 또 다른 수업의 줄기는 텃밭에 여러 가지 작물을 가꾸는 일이었다. 식물 가꾸는 것이야 실과 수업에서 늘상 있는 일이지만 기후 위기 주제 수업과 엮어내고 싶었다. 키워서 맛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선순환을 만들어 내면 얼마나 좋을까?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온라인 마켓을 열었다. 상추, 고추, 오이, 가지 등 텃밭에서 수확되는 친환경 작물을 온라인 게시판(패들렛)에 올리면 학부모들이 주문하고 자녀가 배달해 주는 시스템이다. 물론 모종을 심고 키우는 것은 아이들의 몫이다. 판매까지 하기 위해서는 시중 가격보다는 저렴해야 했고, 홍보가 중요했다.

방울토마토는 따자마자 아이들 뱃속으로 들어갔고, 옥수수는 학급행사를 할 때 삶아서 다 같이 나누어 먹었다. 그 외의 작물들은 판매를 위해 남겨두었다. 우려와는 달리 작물을 수확할 때가 되니 가위바위보를 해야 할 만큼 작물들은 성황리에 판매되었고, 수익금은 실시간으로 알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하였다.

학급 밴드에는 가끔씩 구입한 작물을 맛있게 요리해서 먹었다고 글이 올라오거나 맛있는 레시피가 공유되기도 하였다. 저렴하게 판매했는데도 한 학기 동안 판매한 수익금이 5만원 남짓 모였다.

“우리가 땀 흘려서 농사지었는데 돈까지 벌었어. 이 돈은 어디에 쓰면 좋을까?”

학급 어린이 회의 시간, 자칫 욕심을 부릴 법도 한데 아이들은 환경 단체에 기부를 하자고 한다. 우리 반 이름으로 기부를 하고 기부 영수증으로 최종 공지를 했다. 열심히 일하고, 착한 마음까지 나누어 준 아이들에게 텃밭에 남은 오이를 얇게 썰어 오이팩을 해주는 것으로 고마움을 전했다.

앎에서 삶으로

몇 달 동안 했던 기후 위기 주제 수업이 마무리되었다. 기후 위기를 주제로 아이들이 깊이 있게 배운 덕분에 온라인 마켓, 환경 캠페인 등의 활동이 가정으로까지 확장되어 연결될 수 있었다. 이게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다. 배웠던 것을 살아내는 것으로 말이다.

지금이 기후 위기 시대라서 생태교육을 따로 할 것이 아니라, 모든 교과에서 관련 지식과 내용을 연결하여 사고의 전환을 일으켜야 한다. 특히 생태전환교육의 예술적 접근은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의 아이들에게 미래를 상상하고 공존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데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자원 재순환을 명목으로 아름다운 쓰레기를 만들어 내는 미술 활동이나 일회성의 캠페인과는 다르다. 생태를 소재로 삼는 교육을 넘어, 삶의 태도를 변화 시킬 때 그 수업이 진짜 성공한 수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