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20 겨울호(241호)

코로나19가 던진 교육격차 문제와 과제

 김위정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

1. 코로나19가 제기한 교육격차 문제

최근 코로나 19로 인해 교육격차 문제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등교일수가 줄어들 고 원격수업이 많아지면서 학습결손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가정배경에 따른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정 배경에 따른 학습경험의 차이를 학교가 완충해주는 역할이 줄어들면서 가정 배경이 학생들의 학업 결과에 더 크게 반 영될 가능성이 있다.
설문조사 결과, 교사와 학부모, 일반 시민 대다수가 코로나19로 인해 교육격차가 확대되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연합뉴스, 2020.6.9.일자; 경향신문, 9.21일자 등). 수능 모의고사 결과에서도 성적 중위권이 줄어들면서 양극화 현상이 확인되기도 하였다(한겨레, 2020.7.28.일자). 그러나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 전면적 등교수업 으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코로나19로 인해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확대되면서 교육격차가 커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취약계층 학생들의 학습결손이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의해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상황은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만큼, 앞으로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서 교육의 질을 끌어올리고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2. 교육격차 요인 : 가정 배경과 학교 교육

교육격차란 그 사회를 구성하는 집단(성, 지역, 계층) 간에 나타나는 교육결과의 차이와 그러한 교육결과에 이르게 되는 과정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김양분 외, 2010). 이 차이에는 분절적인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을 내포하며(류방란·김성식, 2006), 이 경우 교육격차는 사회계층이나 성, 인종의 영향이라는 측면에서 교육 기회의 불평등(Werfhort & Mijs, 2010)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계층이나 지역간 교육격차를 발생시키는 요인은 무엇일까? 크게 가정배경과 학교교육 요인으로 구분하여 살펴보자.

1) 가정배경

사회학적 관점에서 볼 때, 교육은 계층이동의 통로이기 때문에, 부모는 자녀들의 교육적 성취향상을 위해 노력한다. 사회·경제적 배경이 좋을수록 부모가 자녀에게 투자할 수 있는 경제적 자 원, 부모의 인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이 많아지며 이는 학생의 교육적 성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계층 간 교육격차에 관한 선행연구들에서 이러한 계층 간 교육 격차를 매개하는 요인으로 부모의 교육지원, 부모의 기대와 관심, 학생의 교육포부, 학생의 학습시간이나 수업태도 등이 주로 제시 되어 왔다(김경근, 2005;류방란·김성식, 2006;차종천·오병돈, 2012;김위정·김양분, 2013;문수연, 2016). 예컨대, 가정 배경에 따라 부모의 교육지원, 교육에 대한 열망 수준과 학습 행동이 달라지고, 이것이 학업성취도와 상위학교로의 진학 격차로 이어진 다는 것이다.

2) 학교 교육

학교 교육이 교육격차 해소에 기여할 것인가, 교육격차를 확대 시킬 것인가는 매우 오래된 논쟁이다. 기능주의자들은 학교 교육 이 균등한 교육의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사회평등을 실현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 주장하지만, 갈등론적 관점에서 교육은 사회적 불 평등을 정당화하며 재생산하는 기제에 불과하다.
이러한 논쟁을 촉발한 대표적인 연구가 콜먼보고서(1966)이다. 콜먼에 따르면 학생들의 학업성취 차이의 대부분은 가정배경의 영향력이며 학교의 영향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후 학교 효과 연구들은 학생 특성들을 통제하고도 학교가 학생들 의 학업성취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여주었다.
대표적으로 “여름방학 학습 손실”(summer learning loss, summer slide, summer setback) 연구들은 평균적으로 여름방학이 지나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떨어지며, 인종이나 가정배경에 따라 차이가 확대된다는 것을 밝혔다(Entwisle, D. R., & Alexander, K. L.,1992;Cooper H. et al, 1996). 즉,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 자체가 학생들의 인지 발달과 격차 완화에 기여하고 있 다는 것이다.
반면 학교 교육이 계층 간 교육격차를 확대·재생산하는 측면도 존재한다. 국내에서는 수준별 수업, 고교다양화 정책 등 계열화가 강화된 교육정책이 그 예이다.
이와 함께 번스타인(Bernstein)이나 위티(Whitty), 영(Young)과 같은 신교육사회학자들은 학교의 교육내용(커리큘럼)과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교수-학습 활동, 교사-학생 상호작용 등의 교육과정에서도 불평등한 사회관계가 재생산될 수 있다고 보았다(김위정 외, 2017).

3. 코로나19로 드러난 교육격차의 양상

아직 코로나19가 교육격차에 미친 영향에 대한 실증적인 분석은 없다. 몇몇 기관에서 설문조사를 통해 관련 실태와 인식 조사를 한 적이 있고, 그 설문결과와 자체적인 인터뷰 등을 통해서 관련 문제를 다룬 언론기사 등이 있을 뿐이다.

1) 신문기사: 원격교육으로 인한 교육격차 확대

코로나19와 교육격차를 다룬 신문기사1들의 주요 내용은 한마디로 ‘원격교육으로 인한 교육격차 확대’라고 표현할 수 있다. 즉, 원격교육이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다. 설문조사 결과, 학부모, 교사 및 일반시민의 원격교육으로 인한 교육격차에 대한 우려가 높게 나타났다. 실제로 수능 모의고사 성적이나 내신 성적에서 중위권이 감소하고 격차가 확대된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원격교육에 따라 수업 이해의 어려움 등 학습결손이 나타나고, 가정 배경에 따라 사교육, 학습지원 등 부모지원의 차이가 나타나기 때문으로 풀이 된다. 그동안 가정 배경에 따른 차이를 완화해주던 학교가 사라지면서 가정배경에 따른 차이가 더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지역의 교육 여건이나 학교 유형에 따른 차이가 지적되기도 하였다.

2) 설문조사 : 코로나19 이후 교육경험

경기도교육연구원에서는 경기도 내 800개 초·중·고 학생, 보호자, 교사를 대상으 로 코로나19 이후 교육경험과 인식이 어 떻게 변화했는지 조사했다(이정연 외, 2020). 연구 결과, 가정의 경제 수준에 따라 다양한 격차의 양상이 포착되었다.
첫째, 가정의 경제 수준에 따라 원격수업 환경에 차이가 나타난다. 가정환경이 열악할수록 원격수업에 집중하기 어렵거나 학습에 방해가 되는 장소에서 한다는 응답이 높았으며, 원격수업을 위한 전용 디지털 기기 소유 여부, 기기의 성능 측면 에서 차이가 나타났다.
둘째, 원격수업에 대한 이해도와 학습 과정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가정의 경제 수준이 낮을수록 원격수업 내용이 어렵다는 응답이 높았으며, 친구와 의견 교환, 정보교류, 교사에게 질문 등 상호작용 부족으로 즉시 학습 도움을 받지 못해 학습 결손이 누적되는 경우가 많았다. 경제 수준이 높을수록 보호자가 온라인 학습 지원과 지도를 더 잘하고 있었고, 학습의 어려움이 발생할 경우 사교육을 통한 학습 지원도 더 많이 하였다.
셋째, 돌봄 공백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경제 수준이 낮을수록 낮시간 보호자가 부재한 상태에서 형제/자매끼리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점심 식사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이와 더불어 경제 수준이 낮고, 보호자 없이 낮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은 건강에 대한 염려,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교하지 않는 날 우울감이 더 높아 정서 및 심리상태에 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서는 전국 초·중·고 학생, 학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코로나19에 따른 원격교육 실태와 인식을 조사하였다(계보경 외, 2020). 교사들은 주로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
(45.1%)을 하였으며, 실시간 쌍방향 수업의 활용 빈도는 매우 낮았다. 원격교육의 장점으로 교사 대부분 위기상황 시 지속가능한 학습 가능, 학습 시간 및 학습 참여 유연성을 선택하였고, 학생별 맞춤형 피드백을 선택한 비율은 2.4%에 불과하였다. 원격교육의 어려움으로 교사는 학생의 학습 동기 부여 및 참여 유도를, 학생은 수업 집중 저하, 학부모는 자녀의 학습 습관 형성 및 집중도 유지를 가장 많이 선택하였다. 이는 원격교육에 따른 학습결손이 발 생할 가능성이 큼을 시사한다. 교사들의 79%는 원격수업으로 인 해 학생 간 학습격차가 커졌다고 인식하였고, 학습격차 심화 이유로는 학생의 자기주도 학습능력의 차이(64.9%)를 가장 많이 선택 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코로나19로 인하여 학습결손이 발생하고, 앞으로 가정배경에 따른 교육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큼을 시사한다.

4. 확대되는 교육격차,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코로나19로 인하여 “원격교육에 따른 교육격차”라는 새로운 양상이 나타났지만, 이러한 교육격차는 이전의 교육격차 문제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다만 당장은 전면적 등교수업이 어려운 상 황에서 특수성을 고려한 대안이 필요하고, 이와 함께 코로나19 이 후 사회·경제적 불평등 확대와 또 다른 팬데믹의 위험성 등에 대 응한 장기적인 교육격차 해소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교육격차는 가정 배경의 차이에서 비롯되지만, 여기에서는 가 정 배경에 따른 교육격차를 완화할 수 있는 기제로서 학교 교육의 역할에 주목하고자 한다. 정책적으로는 결국 공교육 내에서 우리 가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1) 코로나19 상황에서 수업개선의 노력

당장 전면적 등교수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원격수업 내실화와 함께 대면수업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교육부 가 추진하고 있는 실시한 쌍방향 수업 증대, 양질의 온라인 교수· 학습자료 확보, 교사 원격수업 역량 강화, 실시간 원격수업 플랫폼 구축 등은 정책적으로 적절한 방향이라고 본다. 다만, 기술적인 차 원에서 원격수업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이러한 원격수업을 통해서 개별화 교육을 실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모든 학생들에게 효과적인 수업이 될 수 있도록 이제는 원격수업 을 활용한 개별화 수업을 고안하고 수행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온·오프라인 연계 수업, 실시한 쌍방향 수업, 대면 지도가 적절하게 혼합된 형태로 학교 수업이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대면수업 확대는 전체 학생에게 적용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 에 교육취약 계층에 집중해야 한다. 가령, 기초학력 부족 학생이나 원격수업에 어려움을 경험하는 학생들은 교사가 직접 맞춤형 과제 를 제시하고, 학교에서 1:1이나 소규모집단으로 지도해주는 방식 의 대면수업도 하나의 방법이다. 가정 내 학습환경이 열악하고, 보호자로부터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은 학교의 빈 교실 이나 도서관 등에서 원격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특별반을 운영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현재 긴급돌봄이나 방과후 학습지도, 대학생, 마을 강사를 활용한 멘토링 등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무엇보다 교사가 그 역할을 할 때 학생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과 지원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2)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넘어서서 배움의 즐거움을 주는 교육

원격수업의 학습 효과와 관련해서 자기주도 학습능력의 중요성 이 부각되고 있다. 원격수업뿐 아니라 대면수업의 맥락에서도 학업성취도에 부모의 지원이나 사교육보다 자기주도 학습시간이나 공교육 참여(수업태도, 수업집중도)가 더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문제는 가정 배경이 좋을수록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키우는 데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가정 배경이 좋을수록 학생의 교육포부, 동기, 학습시간 등이 높은 경향이 있고, 부모의 학력, 자녀에 대한 기대, 학습환경 및 자원 등이 자기주도 학습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박동춘, 2007;오상 철·이문복, 2009). 따라서 학생들의 전반 적인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과 함께 특히, 취약계층 학생에게 학습 동기를 부여하고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키우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선, 학생들의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키울 수 있는 수업방식을 구안해야 한다. 일련의 연구에 따르면 교사의 수업방식, 교수학습과정의 학습 경험도 자 기주도 학습능력과 관련이 있다.
도전적 과제를 제시하고 학습 활동을 지 원하는 교수전략이나 수업 내 학습자의 자율성을 높일 때 자기주도 학습능력이 향상 된다는 것이다. 또한 토론과 프로젝트 수행 등 문제해결 위주의 수업이 강의식 수업보다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오상철·이문복, 2009:45). 수업 외에도 학생들이 동아리, 자원봉사, 멘토링 등 다양한 교내외 비교과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확대해야 한다. 이러한 활동들은 저소득층 청소년들의 성취 동기와 효능감 향상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아가 도구주의적 관점에서 자기주도 학습이 아닌 교육의 내재적 가치에 기반한 자기주도적 배움으로 학생들을 이끌어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 학생이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의 내용을 자신의 삶,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사회와 연결시 킬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개인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 개별화 교육은 모두 이런 차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코로 나19는 원격수업의 장점을 활용하여 교육 과정을 다양화하고, 학생들의 교과 선택의 폭을 넓혀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개별화 교육, 개인 맞춤형 교육과정이라는 비전 하에 원격수업의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필요가 있다.

3) 기초학력 보장과 모두를 위한 수월성 교육

코로나19로 인하여 특히 가정환경이 열 악한 학생들에게 더 큰 학습결손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학습결손은 상위학년으로 올라가면서 누적되어 학업성취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기초학력에 대한 진단과 개입이 더욱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주장하듯이 초등학교 1학년부터 기초학력 미달에 대한 체계적 인 진단이 요구되며(이대식, 2019;조윤정 외, 2019), 종합적인 진단도구 개발, 기초 미달 학생에 대한 학교-지역사회 연계 지원체계 구축, 기초학력 지원을 위한 수업 개선방안 모색 등이 필요하다.
다만, 기초학력 보장만 강조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최소한의 학력이 아니라 학생들의 성장에 대해 적극적 기대와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모두를 위한 수월성 교육’을 추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인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도 삶을 위한 상위 역량을 습득하는 것이 가능하며, 그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교수·학습방법을 연구하고 실천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보편적 학습설계라는 새로운 수업 패러다임(조윤정 외, 2017)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보편적 학습설계란 교육과정을 설계할 때, 수업 방법, 교재 및 평가 등과 관련하여 학습자들의 학습 과정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장애물을 제거함으로써 모 든 학습자들에게 최상의 학습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기본 개념으로 한다(Bray & McClaskey, 2017;조윤정 외, 2017에서 재인용). 조윤정 외(2017)는 보편적 학습설계를 실행해 본 교사들의 경험을 통해서, 보편적 학습설계가 수업 방법이나 테크닉이 아니라 일종의 패러다임이라고 결론을 지었다. 학생의 학습 수준, 학습 속도, 관심사나 흥미 등을 고려하여 학생들에게 맞춤형 수업을 제공한 다는 점에서 개별화 수업과 유사하지만, 학생들을 덩어리, 즉 모둠이나 반 전체로 바라보던 것에서 개체 하나하나로 바라보면서, 모든 학생들의 성장을 지원할 수 있다는 관점 변화가 가장 중요하 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 아래 다양한 수업 방법과 전략을 실행 하여 수업에서 보편적 학습설계를 구현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학생들에게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4) 교육 여건의 개선

교사들의 교육과정 실천은 국가수준 교육과정이나 교과서와 같은 제도적 맥락, 교사들의 노동조건, 입시경쟁과 같은 사회·구조적 조건에 의해서 제약된다. 이러한 제도적 개선 없이 교사들의 교 육과정 실천만으로 교육격차를 완화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우선, 교사들이 교육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어 야 한다. 교사들의 행정업무 경감이 필요하며, 교사들의 업무강도 에 대해서 수업시수뿐 아니라 학생수를 고려해주는 관점이 요구 된다(주주자 외, 2017). 또한 담임교사의 학생지도 시간을 확보하거나 학습 또는 진로지도 상담교사를 확충해야 한다. 이러한 여건 조성과 더불어 교사들의 연구시간을 확보하고 조직적 차원에서 학습이 활성화되어 교사들의 역량이 향상될 수 있는 기반도 조성 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국가수준 교육과정의 적정화가 필요하다. 교사들의 진 도 부담은 교사수준의 자율적 교육과정 실천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현행 국가수준 교육과정은 분량이 너무 많고 과목이 세분화되어 있으며, 과목에 따라서 지나치게 수준이 높다는 비판 을 받기도 한다.
따라서 최소한의 성취기준을 포함한 국가수준 교육과정의 적정 화가 연구되어야 하고, 문서가 아니라 실제 학교 현장에서 이러한 적정화가 구현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가장 주목받고 있는 교육적 여건은 학급당 학생수이다. 학급당 학생수가 대면수업 여부에 가장 큰 영향 을 미치는 변수로 여겨지고, 한국이 OECD 평균 수준에 미치지 못 한다는 점이 지적되면서 학급당 학생수를 20명 이하로 유지하는 제 도를 도입하자는 논의까지 나오고 있다. 학급당 학생수는 단순히 대 면수업을 늘릴 수 있느냐의 문제라기보다는, 개별화 수업을 운영하고, 수업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필요한 제반조건이라는 점에 서 추후 충분한 논의를 통해서 제도화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제도적인 맥락에서 고교 체제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게 다루어 질 필요가 있다. 고교다양화 정책 이후 고교유형 간 교육격차가 급격히 확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교육청 차원에서 자사고, 외고의 지정 취소를 통해 고교서열화는 폐지 수순을 밟고 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 이제는 학교 유형뿐 아니라 계열 구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특목고, 자사고 이전에 대학진학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계열과 직업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전문계열(특성화고)로 구분되고 있는데, 이러한 계열 구분을 나누는 것이 교육적으로 타당한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앞으로 고교체제를 어떻게 개편할 것인지 추후 체계적인 연구와 의견수렴이 필요할 것이다.

5) 더 나아가 기존 교육평등 담론에 대한 성찰

기존의 교육격차나 교육평등에 관한 논의들은 모든 아이들에게 동등한 교육의 기회와 조건, 결과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서 취약 계층 아이들의 교육과 삶의 기회를 증진시키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는 교육이 사회 분배 정의 실현에 기여한다는 점 에서 분명히 의미가 있지만, 기존 사회체 제 내에서의 사회 이동이라는 점에서 한계 가 있다. 그것은 기존의 불평등한 구조를 변화시키지 못한 채 몇 개의 예외 사례들 을 만들어 내거나 또다른 승자와 패자를 만들어내는 것에 불과하다. 성(性), 인종, 계급에 따른 차별, 지배와 특권이 우리 사 회에 존속되는 한 교육 불평등은 재생산될 것이고, 개인적인 성공만으로 평등한 사회 를 실현하는 데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이제는 이러한 교육평등 담론에 대해서 반성해보고, 궁극적으로 교육격차를 해소 하고 평등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서 교육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해 볼 시기가 되었다.
사회정의 교육은 기존 교육평등 담론의 한계들을 극복하는데 시사점을 제공한 다. 사회정의 교육은 현재 교육 시스템이 많은 아이들, 특히, 빈곤, 유색인종, 장애 아 등에게 적절히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Zollers et al, 2000)에서 출발했으며, 사회적으로 정의로운 교육은 무엇인가, 교육을 통해서 어떻게 사회정의 실현에 기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사회정의 교육은 넓은 범위의 실천과 관점을 포괄하는 용어이지만, 공통적이고 핵심적인 요소는 학생들이 더 넓은 맥락의 사회 부정의와 불평등을 비판적으로 바라 보고, 사회변화를 위해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참여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정의 교육 관점에서 보자면, 동등한 교육의 기회와 불리한 계층 학생들에 대한 보상과 같은 방식으로 교육평등에 기여하는 것 뿐 아니라 학생들이 사회불평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변화를 꾀하는 주체가 되도록 교육하여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 기여하는 것이 궁극적인 교육격차 해소 방안이다. 우선, 교사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사회정의 교육에 대한 인식 수준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사회정의 교육이 무엇이고, 그것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교육격차 개선 정책의 보정적 관점들을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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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향신문시민 62% “원격수업으로 부모 경제력 따른 교육격차 커져” (연합뉴스, 2020. 6. 9.일자) 6월 모의평가, 줄어든 중위권…‘원격수업 교육격차’ 사실로 (한겨레, 2020. 7. 28.일자), 적나라하게 드러난 팬데믹 시대 교육 불평등 (시사 I N,2020. 9. 14.일자), 교사 “원격수업으로 학습격차 커져”…학부모도 ‘부담’ 호소 (경향신문, 2020. 9. 21일자), 교사 10명 중 7명 “원격수업이 학력격차 더 키웠다”(한국일보, 2020. 10. 5.일자), 코로나 장기화에 ‘학급당학생수 20명 이하 줄여야’ 주장 이어져 (연합뉴스, 2020. 9. 27.일자), 갑자기 닥친 원격수업…교육양극화 ‘위기’와 교육개혁 ‘기회’(경향신문, 2020. 7. 2.), 원격수업으로 중위권 사라진 ‘교육 양극화’(주간동아, 2020. 7. 24.) 코로나 학습격차, 중위권이 없다 (한겨레 21, 2020. 9. 11.), 교육열·재력따라 다른 원격수업?…커지는 학습격차 어쩌나 (머니투데이, 2020. 10. 3.)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