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21 봄호 (242호)

코로나19로 인한 상호연결성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

조희연(서울특별시교육감)

‘지속 가능하고 공평한 세상을 향한 교육’을 주제로 열린 에코시브(EcoCiv) 웨비나(2020. 10. 22.)의 교육감님 발제문 재구성

1. 교육의 의미와 한국의 교육혁신

교육혁신을 심도 있게 논하기 위해서는 ‘교육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선행되어야 한다. 교육은 인간의 인식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학습과정이다. 교육은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그 인식에 비추어 세계를 어떻게 바꾸어 나갈 것인가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은 한 자연적 인간이 사회적 인간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인식과 행동을 학습하는 과정이다.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은 교육을 통해 특정한 인식과 행동을 하는 사회적 존재로 만들어진다. 이렇게 보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교육의 역할은 중요한 것이 된다. 이를 ‘교육의 변혁적(transformative) 역할’이라고 하는데, 파울로 프레이리는 『억압된 자들의 페다고지』에서 ‘세계에 관해 인간이 행동하고 성찰하는 목적은 세계를 변혁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하며 그것을 프락시스(praxis)라고 불렀다. 최근 OECD는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인 학습나침반(Learning Compass)을 통해 변혁적 교육(trans-formative education)을 강조하면서 교육의 사회적 책무성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일등주의교육으로부터 ‘오직 한 사람 교육’으로

한국의 혁신교육운동의 가치는 일등주의 교육에서 ‘오직 한 사람 교육(only-one education)’으로의 변화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일등주의 교육에서는 산업주의, 성장주의를 지향하는 경쟁 체제에서 타인을 이기고 우수한 성적을 받고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 일류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였다. 이러한 경쟁일변도의 교육을 뛰어넘어 성적, 능력, 민족, 인종, 성 등에서 차이를 갖는 모든 학생들이 똑같이 존중받으면서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육이 바로 오직 한 사람 교육이다.

2. 기후위기, 생태계의 위기, 그리고 새로운 ‘초근대적’ 교육

현재의 기후위기, 생태계의 위기는 단지 부분적인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수백 년 동안 진행해왔고 살아왔던 모종의 ‘근대’체제를 성찰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통 상 ‘근대적’이라고 했던 체제, ‘전근대’에 비해 문명적이라고 했던 그 체제를 어떻게 ‘초’근대적으로 재편할 것 인가에 대해 인류의 생존이 문제시되는 상황 속에서 고민해야 할 것이다.

가. ‘근대’ 경제-사회-생활 시스템에 대한 근원적인 전환의 상상이 필요

기후 및 생태 위기의 상황에 직면해 근대의 경제-사회-생활시스템에 대한 근원적인 전환을 상상하고 담대히 실행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근대의 시스템이란 더 많은 생산, 더 값싼 생산을 위해 이동과 유통을 늘리고, 더 많은 소비를 위해 생태계의 파괴를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자연을 더 많이 정복하고 통제하는 원리 위에 기초하고 있다. 이 근대의 체계가 더욱 위기적 체제가 된 것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배경으로 글로벌 한 범위에서 생산 · 유통 · 소비하게 되면서부터였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하나의 제품이 생산 · 소비되는 것이 국지적 단위에서 이루어진 때나 근대 이후 국민국가 단위에서 이루어질 때만 해도 그 위기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전세계를 아우르는 글로벌 생산체제가 등장하면서, 생산과 소비는 지역적, 국민국가적 자족성을 던져버리고, 세계를 하나의 단위로 하는 시스템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는 더 많은 자원과 이동에 따른 에너지 소비, 더 많은 소비와 자연생태계의 파괴로 이어지게 되었다. 산업화의 물결이 전세계로 확대되면서 당연히 이러한 위기적 양상은 커지게 되었다. 이는 인간의 존재론적 위기가 되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대안적인 경제-사회-생활 시스템1을 상상하고 실행해야 한다. 그렇기에 더 많은 자족적인 지역순환경제 위에서는 새로운 글로벌 시스템을 상상해야 한다.

나. 현재의 글로벌 산업체제를 생태적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

글로벌 범위에서 전개되는 ‘공업적 생산-유통’체제를 어떻게 기후위기 시대에 조응하는 생태적인 체제로 전환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예컨대 기존 산업의 재생산구조와 녹색경제 간의 연계성을 감안해 순환경제 및 저탄소경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액티브-패시브 기술 등 다양한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면서 탄소배출 제로건축시대를 열어야 하며, ‘탄소배출 제로 학교’도 만들어져야 한다.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것은 당연히 우리의 과제이다. 산업화를 성취하는 나라가 점점 더 많아지면서, 자연이 포용할 수 없는 인간의 과 에너지-다에너지 소비 생활양식이 편만해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지구상의 어디에서든지 값싼 생산이 가능하면 그곳에서 생산하고 글로벌 이동-유통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을 최선으로 생각해왔다.
그러나 현재의 글로벌 수송-이동 체계에 대한 전환도 필요하다. 수송의 최소화를 위해 사물인터넷, 모바일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기술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 당연히 화석에너지 배출을 규제하고, 차량 공유를 통해 불필요한 이동을 최소화해야 한다. 지역순환경제를 적극화해서, 고루한 것으로 치부되었던 ‘지역 단위의 가능한 자급성과 순환성’을 최대로 실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자의 이동에 따른 에너지 소비를 당연히 줄여야 한다. 이미 유기농이라는 이름으로 친환경적 농업이 확산되었다. 여기에 이른바 ‘정밀 농업, 유기농법, 농업생태학, 산림생태학, 엄격한 동물 복지기준’ 등을 적용하여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개별적인 정책영역에서는 일정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탄소배출에 대한 글로벌 규범에 의해 그런 노력이 강제당하고 있기도 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것을 생태(문명)전환적 관점에서 어떻게 상호 연결된 시스템을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이다.

다. 경제순환에 대한 새로운 발상의 필요성

이의 실현을 위해 우리의 경제순환에 대한 개념을 전환해야 하는 것이 인식론적 측면에서는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현재의 신자유주의적인 세계화의 인식 틀 속에서 경제순환의 공간적 단위는 전지구적인 것이다. 생태문명적 관점에서 볼 때 이제 우리는 지역차원에서 최대한 경제순환의 자족성을 갖추도록 하는 지역 순환경제를 출발점으로 강조해야 한다. 이것이 지속가능발전, 지속가능 경제의 핵심이다.
경제란 순환성을 갖고 있기에 글로벌 가치 사슬에 기반한 신자유주의적 세계 경제도 글로벌 규모의 경제 순환을 하지만 그 스케일과 익명성, ‘장소성 부재’가 문제가 된다. 그래서 생산은 이후 소비과정, 감당할 수 없는 폐기물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도 없고 책임도 없고, 지구 오염과 불평등을 심화시키게 된다. 기업이 부담하지 않는 경제적, 사회적 비용에 대해 고려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아이러니하게도 글로벌 경제 순환 시스템이 경제적이지 않은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글로벌 이윤경제, 시장은 작동을 멈추었다. 기후 위기가 일상화된 시대, 다가오는 자연적,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먹거리, 에너지, 보건, 돌봄, 주거와 같은 의식주에 해당하는 기초 재화의 자급도를 높이고 이동거리를 최소화하고 지역기반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많은 부분이 사람들과의 연결과 소통을 위한 다양한 사회 · 문화적 커먼즈(Comomons) 운동으로 대체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4차산업혁명, 스마트 디지털 기술(IoT, AI 등)을 에너지 전환, 그린 뉴딜, 그리고 지역순환경제에 기초한 세계경제의 새로운 대안적 작동을 구상하는데 활용할 수도 있다. 이것이 사회구조적인 대안으로 논의되어야 하고 중요한 사회적 의제가 되어야 한다.2

3. 코로나19의 경험 속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생태문명적 감수성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경험은 우리에게 현존하는 경제-사회-생활 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성찰적 감수성을 요구하고 있다. 새로운 감수성은 지역순환경제에 기초한 세계 경제-사회-생활시스템의 대안적 재구성에 대한 감수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구에 대한 책임을 ‘아웃소싱(outsourcing)’할 수는 없다. 코로나19로부터 우리는 ‘뿌린 대로 거둔다.’라는 아주 오래된 교훈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우리가 만든 오염물질을 누가 대신 없애주지 못한다. 과거에는 ‘생태적 약자’들에게 ‘아웃소싱’해 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임계점에 도달한 것이다. 지구의 문제는 곧 나의 문제, 우리 공동체의 문제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상호연결성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

생태문명적 관점과 코로나19 재난을 통해서 오래된 진실, 그러나 우리가 망각하고 있었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즉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인간과 동물은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진실이다. 코로나19는 재난에 따른 존재의 위험까지도 상호 연결되어 있음을 말해 주고 있다. 코로나19는 자연서식지를 잃어버린 바이러스가 인간을 새로운 숙주로 하여 자연생태계, 인간생태계를 파괴하는 재난이다. 인간과 동물의 삶과 죽음이 상호 연결되어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1명의 확진자는 수십 수백 명의 주위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어,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서 간신히 우리의 생존을 도모하고 있다. 한 사람의 건강과 안전이 공동체 모두의 건강과 안전에 일체화되어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불교의 연기론(緣起論)은 이런 점에서 시사를 준다. 한국의 사상가 신영복은 관계론을 이야기한 바 있다. 붓다는 모든 현상이 상호의존성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보고, 결과보다는 과정을, 본질보다는 관계를 중시하였다. 따라서 연기법의 관점에선 ‘나 아닌 것’으로부터 나를 분리할 수 없다. 또한 행불행을 결정짓는 것도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며, 나 개인이 아니라 ‘너와 나의 관계’에 있다. 이런 연기론과 관계론에 설 때, 행복한 관계란 일방적 독재가 아닌 상호존중에 있으며, 우리의 교육모델도 그를 담아야 할 것이다. 또 하나 근대산업문명과 새롭게 다가오는 인공지능 시대의 관계가 새로운 쟁점이 되고 있다. 우리 모두에게는 인공지능의 급속한 진화와 함께 ‘기술적 특이점(Technological Singularity)’이 언제 도래할 것인지, 그리고 그것은 인류문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초인공지능이 출현하면, 인간은 더 이상 쓸모없는 존재가 되는 것일까? 그렇게 단언할 수는 없지만, 과연 인간적인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인 것은 확실하다.
인공지능 시대를 흔히 ‘제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표현한다. 한편에서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으로 상징 되는 새로운 산업시대의 도래를 의미할 수도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기후위기 시대의 필요와 연결되면서 기존의 산업시대를 뛰어넘는 새로운 시대를 의미할 수도 있다. 이 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도래가 지구 환경위기를 악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지구 환경위기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고 그렇게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4. 대안적인 생태전환교육의 필요성

이상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대안적인 경제-사회-생활시스템의 필요성과 코로나19 재난을 통해서 얻게 된 지혜를 기초로 할 때, 우리는 교육적 전환이 필요함을 논의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생태전환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의 학교들에서 정책을 추진하고자 한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위기와 팬데믹, 미세먼지, 생물 멸종 같은 환경재난은 현재의 산업문명에 내재한, 시스템적인 한계와 오류로 인해 발생한 구조적 재난이다. 이것은 잘못된 사회적 행위가 자연적 불화를 촉발함으로써 일어나는 복합적 재해를 말한다. 전 세계가 서구식 경제개발을 추구하는 가운데 자원을 끝 없이 사용하고 엄청난 쓰레기를 배출한다. 이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지나치게 사용해 대기온도를 높였다. 따라서 현재의 문제는 개인의 실천이나 부분적인 정 책 변화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구조적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를 포함한 지구 전체의 근본적인 ‘근대’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생각의 뿌리를 바꾸고 새로운 사고를 촉진하는 교육적 전환이 필수적이다.
학교에서 생태적 내용을 지식으로 가르치는 것을 넘어서 교육 자체를 생태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구의 용량 안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면서도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의 질을 유지하자는 지속가능발전목표, 우리가 새롭게 생태문명 전환이라고 부르는 변혁적 목표를 이루는 데 우리 교육을 보다 근접시켜야 한다. 더 많이 소유하고 더 많이 소비하는 데 필요한 능력과 자격을 추구하는 교육을 멈춰야 한다.

가. 근대교육을 뛰어넘는 새로운 교육

이러한 새로운 생태전환교육은 이른바 ‘근대적’ 문명을 넘어서기 위해 그 문명에 대응하는 ‘근대적 교육’을 넘어서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근대교육은 자연정복의 원리, 화석연료의 무제한 사용, 사용보다는 교환을 위한 생산, 맹목적인 이윤추구의 원리에 기초한 근대산업사회와 그 문명의 필요에 부응하는 인간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산업주의, 국민주의, 성장주의로 대변되는 산업문명은 기업과 시장의 이윤추구를 위한 노동력 재생산의 도구로 근대학교를 탄생시켰다. 그렇게 시작된 근대교육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인적자원이라고 불렀다.
산업문명의 위기가 찾아오며 국민들은 그런 시야에서 탈피하였고 교육의 근대성에 대한 성찰도 확대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새로운 대안적인 교육을 생태전환교육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이는 새로운 생태문명을 향한 변혁적 교육일 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교육모델(내용, 교수법 등)을 이 유한한 지구에서 인류가 정의롭고 즐겁게 지내기 위한 새로운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는 사람과 더 나은 지구를 위해 현존하는 교육을 재구상해야 한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학교현장이 많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서도 생태전환교육은 이미 우리의 학교와 세계의 많은 학교에서 시작되었다. 생태전환교육은 기존 환경생태교육보다 훨씬 과감하고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서울특별시교육청은 기후위기 시대,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생태전환교육 중장기 발전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다. ‘탄소배출제로학교’를 목표로 학교 환경을 전환하고, 교육구성원들이 ‘생태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의 생태적 전환과 전환적 실천 과제들을 제시하였다.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은 전 지구적 노력이 필요한 만큼, 유엔의 지속 가능발전목표(SDGs)와 유네스코의 지속가능발전교육 2030(ESD for 2030)이라는 국제적 기준에 부응하는 정책을 만들었다.
한편으로는 자율과 협력을 추구하는 혁신교육, 인공 지능과 빅데이터 시대를 준비하는 창의교육의 성과까지 모아 삶의 전환을 실천하는 주체 양성을 목표로, 지속적이고 통합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모든 미래 세대의 눈이 당신들을 향해 있다.”고 하는 그레타 툰베리의 경고를 엄중히 받아들이며, 우리 삶의 양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고자 노력해야할 것이다.

나. 생태전환교육의 일차적인 중점 분야

일차적으로 우리가 중점을 두는 교육 분야는 다음과 같다.

  1. ‘수업혁신’의 내용 변화
    미래세대에게 생태전환적 인식과 감수성을 함양
  2. 학교 공간의 변화
    학교가 작은 ‘생태문명 전환도시(타운)’의 의미를 갖고 생태전환적 인식과 감수성이 ‘삶의 양식’으로 체험되고 실험되고 자기 주도적으로 실천되는 공간이 되도록 하는 것
  3. 교육의 역할 회복
    로컬의 회생에 교육이 중심적인 역할을 다시 찾도록 하여 자족성이 높아진 지역사회와 지역경제가 ‘마을 교육공동체’로서의 성격을 갖도록 결합하는 것(예: 혁신교육지구 등)

다음 단계의 중요 과제는 아마도 교과서 자체의 개혁이 될 것이다. 학생 및 청소년 경제교육도 이런 방향에서 교재나 교과내용 개편이 시급하다. 지속가능 발전 교육의 관점으로 한국경제교육 내용을 보면 사회적 경제, 협동조합 등도 다루지만, 기본적으로 성장주의-시장주의-친기업주의 가치관 위에 서 있다. 순환경제, 지역순환경제, 지속가능 경제의 관점에서 새로운 기술이 필요할 것이다. 다음 국가교육과정에는 이런 교육 콘텐츠에서도 변화가 나타나야 한다. 나아가, <순환경제-지역순환경제>에 대한 교육과 이후 직업탐색, 진로교육, 취업/창업을 위한 교육이 연결되는 큰 방향을 제시하고, 그 기반을 구축하는 준비가 생태 전환교육의 중장기 계획에 담겨야 할 것이다.
지역의 힘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서울특별시나 교육청이 했던 많은 정책과 프로그램, 성과들을 ‘생태적인 방향으로 종합’해야 한다. 그래서 대안의 핵심 주제어는 통합과 종합이다(생태적 종합, 통합적 접근, 총체성, holistic approach). 지역 간, 세대 간, 인간과 자연 간, 학교와 마을 간, 도시와 농촌 간, 지식과 행동 간, 이성과 감성 간 연결과 통합이 핵심 가치가 될 것이다. 교육과정에서도 통합성과 다양성(diversity)이 중요 가치가 되어야 하며, 연구에서도 전체주의적, 학제적 혹은 초학제적(trans-disciplinary) 접근이 필요하다(종교와 과학, 인문학과 양자역학/생물학, 우주학과 경제학, 정책학 등).
‘생태전환교육’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과 지속가능성을 위해 생각과 행동의 총체적 변화’를 추구하는 교육이다. 즉 생태적으로 각성된 주체를 길러내는 것이 그 핵심이다.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며, 그 전환은 에너지 전환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화석연료에 중독된 생활 방식을 바꿔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생태계 속에서 살아 숨 쉬어야 할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5. 맺으면서

‘우리는 이 절박한 기후 위기 시대에 어디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하는 원초적인 질문을 던져본다. 나의 입장에서는 위기 가운데 희망과 대안을 요구하거나 제시하며 대화를 건네는 모든 이들이 ‘희망’이다. 특히 두 차례에 걸쳐 청소년기후소송단을 만나면서 자신들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당차게 요구하며 실천하고 있는 우리 청소년들을 통해 희망을 보았다. 혁신교육이 하나의 고정된 목표를 향해 가고 있기보다는, 새로운 문제 상황에서 교육을 받는 아이들과 학생들의 신음소리를 듣고, 그들과 ‘대화’하면서 변화해가고 그 내용이 발전해간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절체절명의 기후위기상황에서 그레타 툰베리와 우리 청소년기후행동 청소년들이 “멸종 위기 종인 우리들의 미래를 보장하라.”며 건넨 ‘대화’를 통해 ‘생태전환교육’의 프락시스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 교육체제의 변화는 현실에 억눌린 어린이, 청소년들과의 대화를 통해 만들어져 나가고 있다. 이미 실천하고 있는 모든 분들, 앞으로 실천해 나갈 학생과 교사, 그리고 이들이 속한 교육현장에서 희망을 본다.

  1. 2018년 10월 1일 인천에서 열린 제48차 IPCC 총회에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가 채택되었다. 보고서의 내용을 요약하면, 2100년까지 지구 평 균온도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순배출 제로(Net-zero) 상태를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최소 45%로 감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위기에 대항하는 이러한 합의는 사실 탄소경제 산업시대가 종말을 고했으며, 종말을 고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2. 최근 그린-스마트 뉴딜에 대해서 한국정부가 정책을 만들어 발표하기도 했다. 이것은 이전에 비해 진일보한 것이지만, 산업 부흥의 관점이 아니라, 그린 경제-금융-사회의 순환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함을 표방한 것이다. 탄소배출을 저감하기 위한 규제 등을 당연히 포함하면서 더 나아가 친환경 기술 개발, 산업구조 혁신, 에너지 체계, 수송 혁신, 지역순환경제 구축, 농업생산, 건축, 금융투자 등이 순환적으로 어우러지는 ‘체계’를 만드는 단계로까지 나아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