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진 명예기자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의 시대로 접어 들고 있는 요즘, 초등학교의 수업 운영과 학생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서울영풍초등학교(이하 영풍초)로 가는 길 인근 공원에는 마스크를 낀 채 삼삼오오 모여 있는 어르신들이 보였다. 공원 속 작은 놀이터에 몇몇 아이들이 보였지만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신나게 노는 아이들로 꽉 차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문에 들어서자 ‘함께하는 원격수업, 코로나19를 이겨내고 건강하게 우리 만나요!’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미 서울형혁신학교이자, 원격교육시범학교, 메이커교육모델학교, 디지털교과서 선도 학교, SW 선도학교로 지정되어 운영 중인 영풍초를 방문해 코로 나19 속 초등교육 운영 방안에 대해 알아보았다.
영풍초의 코로나19 사태 속 학교 운영과 원격 교육에 대해 김여경 선생님과 인터뷰를 하였다. 김 교사는 영풍초에서 3년 동안 교육연구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학교 교육과정 운영을 총괄하는 입장과 1학년 담임 교사의 입장에서 답변을 해 주었다.
원격 수업을 위한 준비
먼저 원격 수업 운영을 위해 영풍초에서는 시스템 구축 및 안내 를 어떻게 하였는지 그 과정을 물어보았다. 김 교사는 원격 수업 을 실시하기 전에 전 학년 플랫폼을 통일해서 제시하지 않고, 학년 특성에 맞게 학년 단위로 선택하도록 안내하였다고 한다. 그 결과 학급 플랫폼의 경우 1~2학년은 ebs 온라인클래스, 3~4학년 은 e학습터, 5~6학년은 구글 클래스룸(Google Classroom)을 사 용하고 있었다. 화상 플랫폼의 경우 1~3학년은 줌(ZOOM), 4~6 학년은 구글 미트(Google Meet)를 사용하게 되었는데, 구글 클래 스룸과 구글 미트가 서로 연동되어 있어 관리하는 것이 더 편하다 고 하였다.
대부분의 학교가 학습 플랫폼 한 가지를 운영하는데 영풍초의 경우 학습 플랫폼과 화상 플랫폼 두 가지를 운영하고 있었다. 학년별 플랫폼이 결정된 후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코로나 이 전부터 사용하고 있던 아이엠스쿨을 활용해 가입, 설치 등의 안내 사항을 전달했다. 1~3학년이 사용하는 줌은 가입할 필요 없이 주소만 클릭하면 들어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프로그램을 처음 사용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학부모도 있었다고 한다. 줌 프로그램을 깔고 접근하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분들에게는 담임교사가 모두 개별 통화를 해서 설치를 도왔는데, 김 교사의 경우 맞벌이 부부를 위해 밤 늦은 시간에도 화상 회의를 열어본 적이 있다고 했다. 1~2학년의 경우 학부모의 도움 없이는 시작하기 어려 워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기 전 여러 번 학급 화상 수업에 들어 오는 연습을 했었고, 지금은 익숙해져 학생들 스스로 들어오는 경 우도 있다고 한다. 모든 플랫폼은 PC, 모바일, 노트북에서 접속이 가능한데, 대부분은 카메라가 있는 태블릿 PC나 노트북으로 접속 하고, 핸드폰의 경우는 화면이 작아 수업에 불편함이 있기에 기기 가 없는 학생들은 기기를 구입하는 편이라고 했다.
온라인 수업 구축을 위한 기기 장비 지원에 대해 질문하자, 김 교사는 영풍초가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기 이전에 이미 디지털 교과서 선도학교, 메이커교육모델학교, SW 선도학교로 지정되어 태블릿 PC와 크롬북 150대를 학교에 보유하고 있었다고 했다. 학년별 허브충전소가 있어서 75대씩 2~3반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데, 특히 고학년 사회과 프로젝트 학습 등에 많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온라인 개 학 이전 시범 운영 기간에는 필요한 가정 에 기기를 대여해 주었고, 온라인 개학 이 후에는 저소득층이나 다둥이 가족에게 대 여를 해주었다. 교사에게는 카메라, 마이크 기능이 있는 실물화상기와 단독 마이크 를 제공했고, 교사 1명 당 태블릿이나 노트북 중 한 대를 대여할 수 있도록 구비하였으며, 컨텐츠 제작 소프트웨어로는 영상 제작에 필요한 ‘오캠(oCam)’이라는 프로그 램을 구입하여 원격 수업을 준비했다. 줌 프로그램은 40분 이상 사용하면 추가 비용이 드는데 센 메일(@sen.go.kr) 계정을 활용하면 비용에 상관없이 활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렇듯 영풍초는 온라인 개학이 실시되기 한 달 전 시스템을 미리 구축하여 코로 나19 상황 속에서도 학교의 교육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쳤다 고 했다.
코로나19 상황 속 블렌디드 러닝을 적용한 교육과정 운영 개요
영풍초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한 온라 인 개학이 4월에 실시되기 이전인 3월부터 원격교육시범학교를 운영하면서 교사들은 하루에 1~2시간씩 학생들을 화상으로 만나거나 학급 플랫폼에 교육용 컨텐츠를 제공하며 수업을 실행하고 있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영풍초의 학교 교육과정이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김 교사는 전체적인 틀은 블 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 즉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학습 방법이 결합된 학습이 될 수 있도록 하라는 지침에 따라, 등교 수업 과 원격 수업이 연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운영 하고 있다고 답했다.
각 학년별로 일주일에 한 번은 등교 수업, 네 번은 원격 수업을 실시하고 있었다. 학급당 학생 수가 19명 정도이고 30학급의 학교라 등교 수업은 홀짝제로 운영하지 않고 한 반 학생 모두 등교하고 있었다. 화요일은 3, 5학년, 수요일은 1, 2학년, 목요일은 4, 6 학년이 등교하는 것으로 정하였는데, 월요일과 금요일을 학교 방역 집중 기간으로 잡았다고 했다. 등교 수업은 1~2학년의 경우 40분 수업, 5분 쉬는 시간으로 운영하고, 중간 놀이는 없앴다. 3~6학년은 1~6교시를 30분씩 운영하며 6개의 교과를 모두 학교에서 수업할 수 있도록 배정하고, 각 과목별 나머지 10분의 수업 은 가정에서 과제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원격 수업인 줌이나 구글 미트 수업 시간은 40분 단위로 운영 중이었다.
온라인 출석은 지침에 따라 많은 출석 방법을 허용하고 있는데, 실시간 화상에 들어올 경우, 학급 플랫폼의 진도율을 체크하여 그 날 수업을 다 들은 경우도 출석 인정을 했다. 하루에 한번은 화상 수업을 하므로 거의 모든 학생이 출석을 하고 있고, 간혹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있을 경우 개별로 연락하여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고 하였다.
1~2학년 저학년은 학습 꾸러미와 ebs를 활용해 학습을 진행하는데, 원격 수업 전 주에 학습 꾸러미를 나누어 주고, 그 다음 주 등교할 때 학습한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학급 플랫 폼에 그날의 활동 상황을 연계해서 게시판에 안내하고, 등교 주에 검사할 내용도 공지하고 있다. 등교 수업에서는 학습 꾸러미와 교과서 검사, 집에서 한 과제를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기 등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온오프라인 학습의 연계가 이루어진다고 했다. 출석 수업에서 피드백은 저학년의 경우 칭찬 위주의 피드백을, 고학년은 온라인에서 실시간 피드백을 주기도 하는데 특히 과제를 못한 아이들은 온라인 방에 남겨서 개별 피드백을 주기도 한다고 하였다.
일주일에 한번 진행되는 출석 수업 시 급식 지도는 저학년의 경우 급식 도우미가 배정되는데, 아이들은 배식 중 이동하지 않고, 교사가 아이들 자리까지 모든 식판을 가져다준다고 하였다. 고학년은 학생 배식 당번 없이 모든 음식을 다 담임 교사가 배식하여 학생들의 움직임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하였다.
투명 가림판은 책상 위 벨크로를 이용 해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었는데 급식 시간뿐 만 아니라 수업 중에도 계속 사용한다고 하였다.
코로나 상황 속에 학생 평가는 영역별로 축소가 가능하고, 1,2학기 같이 진행해도 된다는 교육부 지침에 따라 진행하나 무조건 축소나 취소를 하기 보다는 최소한 영역별로 할 수 있는 것은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대신 과제형 평가는 지양하고, 그 시간에 실시간 화상 수업으로 확인 가능한 것은 실시간으로 평가하며, 그 외에는 등교 수업에서 관찰한 바를 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비대면, 비접촉을 권장하는 상황에서 모둠별 활동이 가능한지를 묻는 질문에 김 교사는 저학년은 어려운 편이지 만 고학년의 경우 구글클래스룸으로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저학년은 아직 모둠 학습에 대한 개념 정립이나 기회가 많이 없어 개별학습 위주로 진행 중이지 만, 5~6학년은 모둠별 활동에 익숙하고, 활동 자체가 모둠으로 진행 되는 경우가 많으며 학생들의 기기 사용 능력도 뛰어나기에 모둠 학습 활용도가 높다고 했다. 즉 원격 수업 상황에서도 모둠 프로젝트 학습이 가능하고, 실제 학생들이 모둠별 자료를 조사해 PPT나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과제를 수행할 때마다 학생별 접속 시간, 참여 과정 등이 다 기록되어 있어서 불가능한 점없이 효율적으로 모둠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 활성화된 동학년 교원학습공동체
김 교사는 온라인 콘텐츠를 학년에서 통일하여 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동학년 단위의 협의회가 훨씬 더 활성화 되었다고 하였다. 목요일 3시 30분으로 동학년 협의회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코로나 상황에서는 동학년이 수시로 모여서 수업 협의를 한다고 했다. 주요 논의 내용은 학습지 구성인데, 원격 수업을 하기 전 미리 나갈 자료를 어떻게 구성할지, 어떤 것을 컨텐츠로 제작할지, ebs 영상에 맞춰 어떻게 진도를 나갈지를 모두 협의한다. 김 교사가 속한 학년의 경우 컨텐츠 제작은 교사의 강점을 살려서 제작 중인데, 만들기, 책읽기 등으로 나뉜다고 했다. 고학년은 과목이 많다보니 과목으로 나누어 진행하기도 한다.
조금 더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교사 연수는 동학년 단위로 진행된다. 혁신 학교의 목표가 학년 단위의 교육과정운영인데 학년이 어떤 플랫폼을 사용할지 결정하는 것부터, 유튜브 강좌 등을 듣고 프로그램 활용 방법을 자율적으로 전달 연수하는 것까지 코로나 이후 더 활성화되고 있다.
학년 단위가 3~5 명으로 소그룹이다 보니 내년에 퇴임을 앞두고 계신 선생님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동학년 뿐만 아니라 다른 학년에 있는 교사들과도 녹화한 자신의 화상 수업, 유튜브 영상, PPT 제작 자료 등을 전체 메시지로 공유하고 있어, 전 교사들이 수시로 자율 적으로 공유하는 문화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영풍초 원격 수업 운영 특색 – 실시간 화상 수업
영풍초의 원격 수업 운영의 특색을 묻자 김 교사는 두 가지를 답하였다. 먼저 첫 번째 중점 사항은 실시간 화상 수업으로 원격 주간 중 매일, 주4회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 1~2학년은 원격 수업의 개념보다는 ‘실시간 만남’에 가까운데, 화면상으로 얼굴을 보며 학생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확인하다보니 심리적인 지원과 비 대면 상황이 보완된다고 한다. 더군다나 1학년은 입학식도 없었고, 교사와 학생들 간에 얼굴도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3월부터 온 라인으로 학생들의 얼굴을 계속 보고 대화를 나누었기에 5월에 등교했을 때 얼굴과 이름을 이미 다 알고 있었다고 한다. 학생과 학 부모 입장에서도 담임 교사가 학생에 대해 가지는 관심과 사랑을 느끼고, 상호간의 래포가 형성된 다음에 등교 수업을 해서 정서적 으로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중점 사항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세웠던 교육과정을 원격 수업 상황 속에서도 변동 없이 운영 하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하였다.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고 등교도 일주일에 한 번만 하는 상황이지만 동아리 활동을 원하는 학 생들의 수요 조사를 예년처럼 하고, 온라 인 동아리 방을 따로 만들어 원격으로 운영중이다. 또한 코로나 사태 이전에 계획 한 진로 축제도 학년에 따라 담임 교사와 함께하는 등교 수업과 유투브 동영상 등의 원격 수업으로 동시에 진행중이다. 창의적 체험활동, 보건 영역의 성교육도 학생들은 집에 있지만 강사를 초빙해 학교의 방송 시설을 이용해 정해진 날짜에 진행했다고 말했다. 즉 코로나 상황의 어려움만 생각해서 학교 행사를 취소하지 않고 원격 상황에 맞게 최선을 다해 진행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힘주어 말하였다.
학생의 정서 및 생활교육과 교육 격차를 위한 노력
코로나19 상황에서 특히 취약할 수 있는 부분은 학생들의 정서적 지원 분야이다. 학습 분야는 IT기술의 발달과 교사들의 능력으로 양질의 콘텐츠들이 개발되고 있는 데, 심리 정서적인지원, 생활 교육 등은 이 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이러한 심리 정서적 분야를 영풍초는 어떻게 지원하고 있는지 물어 보았다. 김 교사는 학생 심리 정서 지원의 방법으로 앞서 말한 실시간 화상이 대안일 것이라고 답하였다. 화상 수업에서 는 모든 구성원의 얼굴을 보고, 교사가 학 생의 얼굴이나 표정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학생 개인의 상황을 파악하기 쉽고 더 나 아가 이상 증세를 보이는 아이가 있다면 아동 학대 부분도 예방 가능할 것 같다고 하였다. 학생이 이상 반응을 보이면 화상 수업이 끝난 후 개별적으로 전화를 걸어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기도 한다. 전화 통화로 상담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 만, 비대면 상황에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화상으로 확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화상 수업 시작 5분 전에 학생들끼리도 만나서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데, 이 때 자신의 애완 동물을 자랑하기도 하고, 서로 근황을 묻고 답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런 장점 때문에 김 교사는 실시간 화상 수업에서 카메라를 반드시 켜고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저학년은 수업 시간 40분 내내 집중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하고, 고학년은 인터넷 언어 사용과 같은 정보통신 윤리가 잘 지켜지는지 모니터링을 할 필요는 있다 고 하였다. 김 교사의 대답을 듣다 보니 사이버 폭력 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업 녹화 등으로 인한 타인의 초상권 침해에 대해 서도 주의해서 교육해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등교 수업일이 줄어들면서 소외될 수 있는 학습 부진 학생, 학습 조절이 어려운 학생, 컴퓨터 활용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에 대한 지도는 거의 모두 담임 선생님의 책임 지도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였다. 원격 수업 진도율 체크 및 매일 접속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 컴퓨터 활용 방법 안내 등을 모두 담임 교사가 도맡아 하고 있었다. 김 교사는 등교수업 자료 만들기, 온라인 컨텐츠를 제작해서 올리기, 실시간 화상 수업 운영하기 등을 모두 해야 한다는 점에서 교사들이 더 바쁜 상황이지만 그런 노력에 따른 교육적인 효과도 보이고 재미도 있다고 말하였다.
모두가 어려운 이 시기, 비대면 교육이 필요한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도 학교에서는 긍정적인 교육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제반 시스템의 준비에서부터 수업 자료의 개발, 교원학습 공동체의 활성화 등 현장에서 애쓰고 있는 선생님들의 역량을 바탕으로 현명하게 이 위기를 극복하고 학생들과 소통하면서 뉴노멀의 시대에 적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