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송(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교육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교육정책연구소 발간
“『서울교원종단연구 2020』 2차년도 시행 및 결과 분석(서교연 2022-71)” 중 일부를 수정하였다.
Ⅰ. 서론
신규교사는 교육과정에서 습득한 이론적 지식과 교육실습 경험 등을 교직 입문과 동시에 실제 수업에 적용해야 하는 과업을 수행하게 된다. 학생에서 교사로의 이러한 급격한 역할 전환은 ‘현실충격(reality shock)’(Veenman, 1984) 또는 ‘전환 충격(transition shock)’(Cocoran, 1981)이라 표현될 만큼 신규교사들의 초기 교직적응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그동안 많은 선행연구가 초기 교직 수행 단계에서 신규교사들이 경험하는 문제나 갈등 등을 파악하고자 질적 연구의 방법을 중심으로 수행되었다(곽미규, 하문선, 2020; 박종필, 2009; 송유란, 2016; 현유정, 오범호, 2021). 최근에는 설문조사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규교사들의 적응 수준과 적응 유형을 심층적으로 파악함과 동시에 학교 적응력을 높일 수 있는 진로 멘토링 실시 방안 등을 제안하는 연구 등이 수행되었다(정종희, 강찬성, 2020; 김혜진 외, 2021).
본 연구는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교육정책연구소(이하 서울교육청잭연구소)에서 시행한 『서울교원종단연구 2020』1를 바탕으로 수행되었다. 체계적인 자료수집과 타당성 높은 분석을 바탕으로 교사 지원 및 교원 정책 개선을 위한 근거 자료를 마련하고자 수집되는 『서울교원종단연구 2020』은 교직 경력(1, 5, 10, 15, 20, 25년)에 따라 설정된 6개 코호트(cohort)2의 특성과 변화를 6년간 종단적으로 수집하는 형태이다. 1차년도 본조사는 코로나19로 인해 한 차례 연기되어 2021년에 이루어졌으며, 총 2,418명의 응답이 수집되었다. 이 중 교직 경력 1년차(교직 임용 1년 5개월 이하)의 신규교사는 748명(초등학교 137명, 중·고등학교 611명)이다. 이들은 코로나19에 따른 영향으로 기존의 학교와 너무나 다른 환경 속에서 교사라는 직업을 시작하였다. 교직적응 시기에 신규교사들은 교사로서 수행하는 전반적인 직무에 적응하며, 자신의 역할과 정체성을 형성해 나가게 된다. 해당 시기에 어떤 경험을 하는지는 이후 교직 생활과 전문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는 학생의 성장과 학교 혁신에도 중요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신규교사의 교직적응시기에 대한 이해는 매우 중요하다(Ingersoll & Strong, 2011). 따라서 해당 시기 이들이 어떠한 적응의 양상을 보이고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무엇이 있는지 종합적으로 살펴봄으로써, 교직적응을 위한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지원 정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신규교사의 교직적응을 기능적, 심리적 요소를 바탕으로 파악하고, 적응 요소의 수준 및 형태에 따라 질적으로 상이한 유형이 나타나는지 확인하였다. 더불어 유형 분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교직 선택 동기, 기간제 교사 경험 여부와 같은 개인 요인과 학교 규모, 자율성 등 현재 근무 학교의 특성을 중심으로 검증하였다. 초등과 중등은 교사 자격 취득 경로, 교원양성 시스템 등이 서로 다르고, 학교의 특성과 풍토 등에서도 전반적으로 차이가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를 구분하여 분석을 실시하였다. 추가로 실제 데이터가 수집된 시기에 신규 임용된 교사들을 대상으로 초점집단인터뷰(FGI)를 실시하여 교직적응의 경험과 요구 사항을 보다 심층적으로 파악하고자 하였다.
Ⅱ. 신규교사의 교직적응 유형 분석
1. 분석 개요
교직적응은 교사가 공통적인 과업과 상황 속에서 태도, 가치, 관심을 선별적으로 습득하는 과정을 통해 교직 사회를 이해하고, 교직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과 문제를 해결하며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변화 과정을 일컫는다(박정순, 2010; 이지혜, 2009; Lortie, 1975). 즉, 교직적응은 기능적 측면에서 교과 지도, 생활지도, 학급경영 관리, 행정 사무 관리 및 학부모 상담 등에 능숙해지는 것이며, 내적 측면에서는 교직 사회의 가치와 규범을 습득하며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신규교사의 교직적응 과정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교사가 지녀야 할 능력과 가치관의 변화를 반영하는 일반적 발달과정뿐 아니라, 인생관 및 교직관과 타인과의 관계 등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고 안녕감을 느끼는 심리적 성장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김보라, 신희천, 2010). 신규교사가 교직에 성공적으로 적응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교사 개인의 노력이나 변화와 함께 개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교직환경과 지원방안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Day & Gu, 2007). 이에 선행연구에서는 일반적으로 교직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을 개인적 요인과 제도 및 환경적 요인으로 구분하여 살펴보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신규교사의 교직적응 유형을 분류하고자 기능적, 심리적 측면의 지표변수를 활용하여 잠재프로파일 분석(Latent Profile Analysis)을 실시하였다. 기능적 요소는 현재 본인이 가지고 있거나 발휘하고 있는 정도를 7점 척도로 측정한 직무역량을 교과, 생활지도와 상담, 진로지도, 학급경영, 교무행정업무로 세분화하고, 각 영역별 평균을 생성하여 활용하였다. 심리적 요소는 열정 및 사기와 소진을 포함하였으며, 두 변수는 해당 요인에 포함된 각 문항에 대해 동의하는 정도를 5점 척도로 측정한 응답 값들의 평균을 활용하였다. 교직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교사의 개인적인 요인과 교직 환경의 영향력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개인 요인으로는 성별, 기간제 교사 경험, 소속감, 교직 선택 동기를, 학교 요인으로는 학교 규모, 학교 구성원과의 관계, 자율성, 학교장 리더십을 선정하였다. 성별과 기간제 교사 경험, 학교규모를 제외한 모든 변수는 문항들의 평균값을 활용하였고, 값이 클수록 해당 변수의 수준이 높다고 해석된다. 세부 연구모형은 <그림 1>과 같다.
2. 분석 결과
1) 신규교사 교직적응 잠재프로파일 분류
신규교사의 교직적응 양상에 따른 잠재프로파일 분류에 앞서, 적응의 지표로 활용된 변수의 기술통계를 살펴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기능적 측면 중 교과, 생활지도와 상담, 학급경영의 경우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모두 평균이 5점대로 자신의 역량 수준을 보통보다 약간 높은 수준으로 평가하였다. 반면 진로지도와 교무행정업무는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모두 평균이 4점대로 교과, 생활지도와 상담, 학급경영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하였다. 심리적 측면 중 열정 및 사기는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의 평균이 각각 4.119와 4.361로 높았으며, 반대로 소진은 두 학교급 모두 평균 2점대로 보통보다 낮은 경험 수준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신규교사의 교직적응 잠재프로파일 수 결정을 위해 초등학교 교사와 중·고등학교 교사 각각에 대해 잠재프로파일의 수를 2개부터 5개까지 늘려가며 통계적 결과값과 해석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최종적으로 초등학교 교사의 경우 잠재프로파일의 수가 2개인 모형을, 중학교 교사의 경우 잠재프로파일의 수가 4개인 모형이 선정되었다(<그림 2>, <그림 3> 참고).
초등학교의 경우 기능적 측면의 수준이 높은 집단과 낮은 집단으로, 중·고등학교의 경우 높은 집단, 중간보다 높은 집단, 중간보다 낮은 집단, 낮은 집단으로 구분되었고, 심리적 측면의 두 가지 변수 중 소진의 수준은 다른 변수들과 반대 방향으로 나타났다. 신규교사의 교직적응 수준에 따라 초등학교는 ‘교직적응 상 집단’(38.4%), ‘교직적응 하 집단’(61.6%)으로 명명하였고, 중·고등학교는 ‘교직적응 상 집단’(9.1%), ‘교직적응 중상 집단’(28.1%), ‘교직적응 중하 집단’(42.0%), ‘교직적응 하 집단’(20.8%)으로 명명하였다. 모든 지표에서 수준에 따라 집단 구분이 뚜렷하게 이루어졌으며, 전반적으로 교직적응의 기능적 측면(교과, 생활지도와 상담, 진로지도, 학급경영, 교무행정업무 역량)이 심리적 측면(열정/사기, 소진)에 비해 상대적으로 두드러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 신규교사 교직적응 유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신규교사 교직적응 유형화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과 학교 요인의 검증 결과는 다음과 같다. 먼저 초등학교 신규교사를 분석한 결과, 개인 요인에서는 소속감이, 학교 요인 중에서는 학교 규모와 학교장 리더십 중 책임감이 유의하게 나타났다. 소속감이 높을수록 또는 학교 규모가 작을수록 교직적응 수준이 낮은 집단보다 높은 집단에 속하기 쉬웠다. 한편, 본인이 근무하는 학교의 학교장의 권한이나 책임 등이 높다고 인식할수록 교직적응 수준이 낮은 집단에 속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중·고등학교 신규교사를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개인 요인에서는 기간제 교사 경험 여부, 소속감, 교직 선택 동기 중 내재적 동기, 이타적 동기, 외재적 동기가 유의했으며, 학교 요인 중에서는 학교장 리더십 중 비전 제시가 유의하게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기간제 교사 경험이 있는 교사의 경우 그렇지 않은 교사에 비해 ‘하’ 집단보다는 ‘중하’ 집단에 속하기 쉬웠다. 둘째, 소속감이 높을수록 교직적응 수준이 낮은 집단인 ‘하’ 또는 ‘중하’ 집단보다는 교직적응 수준이 가장 높은 집단인 ‘상’ 집단에 속하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교직 선택 동기 중 내재적 동기와 이타적 동기의 유의성 결과는 일치하였다. 내재적 동기와 이타적 동기 수준이 높을수록 ‘하’ 집단보다는 ‘중하’ 또는 ‘중상’ 집단에 속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외재적 동기가 높을수록 ‘중하’ 또는 ‘중상’ 집단보다는 ‘하’ 집단에 속할 가능성이 높았다. 즉, 가르치는 일에 능력이 있거나 가르치는 일이 즐겁기 때문에 교직을 선택하는 ‘내재적 동기’와 가르치는 일에 대한 사명 의식과 관련된 ‘이타적 동기’가 높을수록,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 좋은 직업이라는 부분과 관련된 ‘외재적 동기’는 낮을수록 교직적응 수준이 가장 낮은 집단보다는 중간 정도의 집단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학교장의 비전 제시 수준이 높을수록 ‘하’ 집단보다는 ‘중상’이나 ‘상’ 집단에 속하기 쉽고, ‘중하’ 집단보다는 ‘중상’ 집단에 속하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장이 교사들에게 학교의 비전을 제시하고, 비전을 학교경영 전반에 반영하며, 미래 지향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 신규교사의 적응을 도울 수 있다는 의미이다.
Ⅲ. 신규교사의 교직적응 경험 분석
본 연구에서는 교사가 학교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어떤 경험을 했으며, 그 경험을 통해 신규교사가 교직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지원은 무엇인지 파악하고자 초점집단인터뷰(FGI)를 실시하였다. 이때 신규교사는 앞서 종단연구의 코호트 기준에 따라 2020년과 2021년에 정규직으로 첫 발령을 받은 교사들로 정의하였다. 참여자는 소속 교육지원청과 담당 과목, 성별 등을 고려하여 섭외하였으며, 최종적으로 초등학교 3명, 중학교 3명, 고등학교 4명의 신규교사가 FGI에 참여하였다. 면담에 참여한 신규교사들은 크게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직업을 교사로 생각하며 준비해 온 집단, 학업 성적에 맞추어 온 집단, 마지막으로 직업적 장점과 현실을 고려한 집단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신규교사들의 교직적응과 관련하여 세부적인 FGI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신규교사들이 마주한 교직적응 과정에서의 어려움
1)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
신규교사들의 교직적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새롭게 맺어지는 다양한 관계에서 시작되었다. 그중에서도 정규 발령 이후 가장 크게 고민하게 되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와 관계 맺기의 어려움임을 파악할 수 있었다. 먼저 학생과의 관계는 교사로서 마주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만, 그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기대와 실망감으로 인해 적응의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신규교사들은 공통적으로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학생들과의 관계에서 어느 정도는 선을 지키면서 단호하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며, ‘친절한 교사와 강단 있고 단호한 교사 사이 어딘가에 위치해’ 적응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많은 사랑과 관심을 쏟고 노력하면 ‘아이가 바뀌겠지, 금방 변화하겠지’라고 생각을 했다면, 지금은 내가 그렇게 해도 이 아이가 살아온 세월이 있고, 이렇게 같이 협조가 잘 안 되면 좀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되어 [중략] 조금이라도 변화하면 그것에 좀 감사하는, 그렇게 마음을 바꾸게 된 것 같아요.– A초등학교 교사
다음으로 학교가 위치한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겠으나, 신규교사들은 학부모들과의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사실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겪는 어려움은 신규교사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는 아니지만, 이들은 적절한 대처 방법이나 적정한 관계의 선을 설정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젊다 보니까 학부모님들이 저희 부모님보다 나이가 많은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사실 학부모님과의 소통이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저는, 과연 제가 뭐라고 했을 때 학부모님이 저를 교사로 볼까? 이런 생각도 좀 들고. 그런데 경력이나 나이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니 제가 극복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G 고등학교 교사
2) MZ세대 교사들에게 비친 비효율적인 조직과 시스템
본 연구에 참여한 신규교사들은 코로나19 시기에 정규 교사로서의 삶을 시작했다는 특징이 있다. 그렇다보니, 기존과 달리 발령 전 직무연수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고, 모두가 처음인 원격수업을 교직 생활의 시작과 병행했으며, 학생 및 동료 교사들과의 관계도 대면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형성해야 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연수를 제대로 받지 못하였고, 원격으로 받은 연수도 실제 업무 수행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고 평가하였다. 그러나 학교적응에 도움이 될 만한 연수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교직 생활을 시작하게 된 점보다 어려웠던 것으로 비효율적인 조직과 시스템을 언급하였다. 예를 들어 모든 학교에서 사용하는 시스템이지만 학교마다 다르게 작동되는 방식, 매뉴얼이 부재하여 기존 담당자 등에게 의존해야 하는 상황 등에서 불편함과 적응의 어려움을 느꼈다고 하였다. 또한, 이들은 학생과 수업에 집중해서 적응해야 하는 시기에 ‘신규 몰아주기’를 경험했다고 말하며, 이는 비효율적인 조직과 시스템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보았다.
저는 전임자가 없는 경우가 가장 당황스러운 것 같아요. 전임자가 올렸던 기안문을 하나하나 다 찾아 들어가고 또 비밀번호가 걸려 있으면 행정실에 다시 요청해서 받아야 되고, 이런 과정들이 조금 힘들어서. 또 학교마다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도 다 다르고요. 행정업무를 처리하면서 학교마다 공통된 매뉴얼이 없어 이런 게 조금 힘들었던 것 같아요.– E 중학교 교사
3) 학교장 리더십의 양면성과 학교 민주성
학교장의 리더십이 중요한 학교 문화를 고려했을 때, 신규교사들이 바라보는 학교장의 리더십은 학교조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면담에 참여한 신규교사들은 전반적으로 민주성을 표방함과 동시에 여전히 권위적인 학교 문화에 적응해 가고 있다고 했다. 신규교사들의 경험에 따르면, 학교장의 리더십은 신규교사가 자신이 속한 학교에 신뢰를 갖게 하고 학교에서의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이들은 학교장이 어느 정도 큰 비전을 제시해주면서, 행정실이나 학부모와의 갈등이 있을 때 이를 중재해주는 등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었다.
교장선생님께서 뭐를 막 억지로 시키지를 않으세요. 그러니까 다 믿어주시고 지원을 해 주시려는 게 느껴져서, 되게 저도 감사하고, 다른 선생님들도 그렇게 생각을 하고 계시거든요. [중략] 학교에서 억지로 뭔가를 시키기보다는 간접적으로 유도를 해 주시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A 초등학교 교사
2. 적응하기 위한 노력: 어려움을 해결해가는 과정
1) 동료와의 관계를 통한 해결 과정
신규교사들은 위와 같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이를 해결해가며 학교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이들은 관계와 조직의 구조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결국 관계와 구조 안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었다.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이 발생할 때 대부분의 신규교사들은 ‘물어보는 것’을 선택하였고, 동학년 교사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신규교사들이 업무에 어려움을 겪을 때, 가장 많이 도움을 준 대상은 중간 관리자인 ‘부장교사들’이었다. 신규교사들은 적극적으로 관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 위클래스 상담교사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이렇듯 이들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었고 그 중심에는 학교의 중간 관리자, 동학년 교사 그리고 관련 교사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교사들은 연차가 비슷한 교사들이 학교에 있는 경우, 관계를 확장하며 함께 교육과정이나 활동을 구상하는 교원학습공동체로 발전시키는 경험을 통해 학교생활에 적응해 가고 있었다.
담임 업무나 교과 수업할 때 행정적인 처리라든지, 그런 것들은 그냥 계속 실수하면서 배우고 하기는 했는데, 가장 많이 도와주셨던 게 연구부장님이 직접 타이핑을 해서 그 양식을 다 뽑아서 메모를 적어서 갖다 주셨어요.– D 중학교 교사
아이를 혼내고 집에 갔는데 잠이 안 오는 거예요. 잠을 못 자고 학교에 가서 제가 위클래스에 갔죠. [중략] 조언 같은것을 많이 듣고. 그래서 저도 최근에는 좀 그렇게 행동을 교정해 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E 중학교 교사
저는 주변에 연차가 비슷한 각 연령이 있는데, 1, 2, 3년차 되는 선생님들이랑 조금 친하게 지내는 편이어서 그 선생님들하고 같이 고민을 해요. 이거 하고 나서 어떤 게임 하면 더 재밌을까? 아니면 보드게임을 조금 좋아하는 선생님이 계셔서, 뭐 상담할 때 쓸 수 있는 보드게임 같은 거 추천받으면, 같이 사서 활용하기도 하고, 서로 빌려주기도 하고, 아이디어를 같이 만들어 가요.– E 중학교 교사
2) 개별적으로 찾아가는 적응 과정
위와 같이 신규교사들은 관계를 통해 어려움을 해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스스로 해결해나가는 방식을 많이 취하기도 하였다. 이는 대체로 업무들이 매뉴얼화되어 있지 않고 담당자에 의존하는 체제에서, 자신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알고 있는 교사가 학교에 없을 때,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언급하였다. 스스로 해결하는 방식에는 인터넷을 통한 자료 검색이나 유튜브, 콜센터, 단톡방 활용 등 다양한 형태를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냥 혼자 공부를 해보고, 인터넷이나 유튜브를 찾아보면 업무 처리 방법이 나와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것도 좀 알아보고. 콜센터도 많이 이용했던 것 같아요. 나이스 콜센터, 에듀파인 콜센터에 전화해서 많이 물어봤던 것 같아요.– C 초등학교 교사
3. 신규교사들이 생각하는 적응과 지원의 의미
신규교사들은 스스로 이 조직에서 효능감을 느끼고 조직의 필요를 이해해 가는 과정을 적응이라고 보았다. 그렇기에 이들은 잘 적응하기 위해서 관계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스스로 해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 이때 교사들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어려움을 줄여줄 수 있는 구조적인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면담에 참여한 대부분의 신규교사들은 스스로 찾아야만 했던 관계가 시스템화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즉, 멘토-멘티가 체계적으로 잡혀 도움을 구하러 다니기보다 시스템으로 매칭이 되고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였다. 구조적인 면에서는 신규교사에게 부여될 수 있는 담당 업무의 범위와 유형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정해져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저는 적응을 잘했다라는 것은 학교 문화나 교사 문화 이런 것을 좀 빨리 체득했다라는 게 적응을 잘했다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도 처음 학교라는 곳에 갔을 때, 사실 선생님들의 분위기와 문화가 이해가 안 되거나 어려운 부분도 있었는데, 저도 이제 시간이 좀 흐르다 보니까 그들 중 한 명이 됐더라고요. 그래서 ‘왜 내가 그때 그랬을까?’,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그런 보이지 않는 교사 문화나 학교 문화를 좀 알고, 그 문화를 익히는 게 적응을 잘하는 게 아닐까 생각을 해요.– B 초등학교 교사
Ⅳ. 결론
본 연구는 『서울교원종단연구 2020』 1차년도 자료로 코로나19 시기 임용된 신규교사들의 교직적응 양상을 잠재프로파일 분석을 통해 유형화하고, 이를 예측하는 개인과 학교 수준의 영향 요인을 검증하였다. 더불어 FGI를 통해 교사들의 관련 경험과 요구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주요 분석 결과와 이를 토대로 도출된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신규교사의 교직적응 유형은 기능적 측면과 심리적 측면의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였을 때 수준별로 구분되었으며, 학교급에 따라 유형 분류와 유의한 영향 요인이 다름을 확인하였다. 이는 학교급에 따라 차별화된 정책들이 필요하다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따라서 학교급별 교사의 직무수행 분석을 통해 교원 양성단계에서부터 관련된 역량을 키움으로써, 교직적응을 도울 수 있도록 하는 지원 체계가 마련될 필요성이 있다.
둘째, 신규교사의 교직적응에 소속감이 긍정적 영향 요인으로 기능하는 것을 고려할 때, 동료 교사 간 네트워크 등 사회적 자본을 활용한 지원이 필요하다. 교사 간 네트워크는 신규교사의 전문성 신장뿐 아니라 교직적응에 있어 심리적 지원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제이다(김한별, 2009). 실제 FGI에서 신규교사가 동료교사와의 교류를 통해 교직적응 과정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받기도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서울교원종단연구 2020』 1차년도 본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규교사들의 전반적인 소속감 수준은 평균 3점대로 보통 정도의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조직 내 관계 형성이 어려워지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시기적인 이유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향후 교직적응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개인 차원의 연수뿐만 아니라 신규교사들의 소속감을 높일 수 있는 조직 차원의 풍토와 문화를 조성하도록 하는 정책적 접근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에서는 신규교사의 교직적응의 영향 요인을 검증하였으나, 교직적응이 교사의 다양한 역할 수행 및 조직 효과성 등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추후 신규교사의 교직적응이 교사의 역량 및 조직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는 다양한 후속 연구가 이루어질 필요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