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수(서울돈암초등학교, 특수교사)
컴퓨터나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장애 학생도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가능할까?
물론 대부분의 특수학급 학생들은 ZOOM과 같은 화상회의 프로그램만으로도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가능하다. 화상회의 프로그램은 일대일 수업뿐 아니라 그룹수업도 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수업을 계획할 수 있다. 그러나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거나 장애의 정도가 심한 학생인 경우, 또는 보호자가 디지털기기를 능숙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쌍방향 원격수업을 시도조차 못하거나 수업에 집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이 있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총 17주간의 전면 원격수업 기간 동안 4명의 특수학급 학생과 하루도 빠짐없이 쌍방향 원격수업을 진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태블릿 원격제어 방법과 특수학급에서 태블릿을 지혜롭게 활용하는 소소한 팁을 소개하고자 한다.
특수학급에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준비하다
우리 학급은 모두 발달장애 학생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그중 2명은 음성언어 표현이 안 되는 비구어(非口 語) 자폐성 장애 학생이었다. 평소 의사소통을 위해서 태블릿을 활용하다 보니 우리 교실에서는 이미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었고, 원격제어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다면 태블릿 사용이 낯설지 않은 우리 반 학생들과도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시도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학생 수만큼 태블릿, 보호케이스, 보호필름 등 필요한 물품을 사고, 구글 학급 계정을 만들고, 태블릿을 학습 상황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설정을 변경하고, 학습용 애플리케이션을 구매하여 설치하고, 또 원격수업에 사용할 학습자료를 만들며 온라인개학을 준비했다. 개학일에는 학부모님께 태블릿과 학습꾸러미를 배부하고, 태블릿은 학습 상황에서만 사용하는 것이라는 것을 학생이 인식할 수 있도록 지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온라인 개학과 함께 시작된 실시간 쌍방향 수업
4월 17일 비구어(非口語) 학생과의 첫 수업, 교사는 PC와 휴대폰, 학생은 태블릿과 휴대폰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페이스톡으로 먼저 화상통화를 하며 어머님이 학생 태블릿의 원격 제어 애플리케이션을 실행시키고, 학생 애플리케이션의 고유 번호를 교사 PC의 원격제어 프로그램에 입력하여 연결을 요청하고, 학생 태블릿에서 연결을 허용하자 학생의 태블릿 화면이 교사 모니터에 떴다.
학급 계정의 드라이브에 넣어둔 동영상을 학생 태블릿에서 실행시켜 함께 보고, 교사를 따라 학습지에 스티커를 붙이는 활동도 하고, 익숙한 수학 애플리케이션을 실행시켜 복습 활동을 진행하며 첫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휴대폰에 보이는 선생님의 얼굴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생각보다 태블릿 화면에 집중을 잘했고 교사의 지시도 너무나 잘 따라 주었다.
또 다른 학생들과는 태블릿으로 e학습터에 로그인하는 방법, 학급의 원격수업에 참여하고 배움공책을 간단하게 작성하는 방법을, 학생 태블릿을 하나하나 제어하여 알려주며 첫 수업을 진행했다.
교육 공백과 돌봄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실시간 쌍방향 수업
비구어(非口語) 학생 2명은 어머님이 같이 수업에 참여하여 지원을 해주셨다. 소근육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의 어머님은 필요할 때 손을 떨지 않게 잡아 주셨고, 다른 학부모님은 학생이 학습지에 필기하는 내용을 교사가 볼 수 있도록 휴대폰 위치를 조작해주셨다. 이는 휴대폰을 보조 수단으로 오랫동안 이용한 이유이기도 했다.
다른 두 학생은 곧 익숙해져서 부모님이 없을 때도 원격수업에 스스로 참여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1인당 30~40분의 수업을 예상했지만 첫 수업 후 바로 40분, 50분으로 조정하여 매일 수업을 이어갔다. 비록 등교는 하지 못했어도 정해진 시각에 선생님과 공부하며 매일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고, 태블릿에 설치된 학습용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여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을 조금씩 신장시켰다.
이렇게 매일 교사와 함께 수업하니 학부모의 학습 지도 부담을 덜 수 있었고, 자녀가 어떻게 수업에 참여하는지, 선생님은 어떻게 가르치는지 수업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가정과 학교의 협력, 연계 지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학생들은 스마트기기로 수업에 참여하는 방법에 익숙해졌고, 2학기에 실시된 통합학급의 실시간 쌍방향 수업에도 별 어려움 없이 참여할 수 있었다. 2020년 기나긴 코로나19 시기, 우리는 하루도 빠짐없이 얼굴을 보며 수업을 이어갔다.
장애 학생 원격수업의 KEY : 원격제어
원격제어를 이용하면 학생이나 학부모가 기기 조작을 능숙하게 못하더라도 수업을 시작할 수 있고 교사는 수업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 학생은 마우스 클릭이나 태블릿 화면 터치만 할 수 있어도 수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또 태블릿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교육용 애플리케이션을 수업에 활용할 수 있어 학생의 흥미를 끌어내고 자발적인 수업 참여를 높일 수 있으며, 교사의 학습자료 제작의 부담도 덜 수 있다.
1. 학생 태블릿을 원격제어하기
태블릿을 원격제어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은 두 가지가 있다. 위의 두 애플리케이션은 비상업적 용도로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며 스마트 기기뿐 아니라 PC도 원격제어가 가능하다.
원격제어 애플리케이션을 교사와 학생이 모두 실행시키고 연결하면 학생 태블릿을 교사의 PC 또는 태블릿에서 원격제어할 수 있다. 그러나 원격제어 애플리케이션은 상대 기기의 화면만 보여주기 때문에 학생이 가지고 있는 별도의 스마트기기나 PC로 화상통화를 병행해야 한다.
① 학생 : 태블릿 + 스마트폰 / 교사 : PC + 웹캠 (또는 노트북)
교사는 PC로 원격수업환경을 통일시킬 수 있고 학생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수업에 참여한다. 학생 태블릿의 화면을 교사가 제어할 수 있고, 원격제어가 되어 있는 상태에서 ZOOM을 연결하여 교사의 화면을 보여줄 수도 있다.
② 학생 : 태블릿 + 스마트폰 / 교사 : 태블릿 + 스마트폰
교사가 PC 대신 태블릿을 사용해도 원격제어가 가능하다. PDF 필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학생 태블릿에서 실행된 파일 위에 교사와 학생이 함께 필기할 수 있는데, 태블릿으로 원격제어하면 별도의 태블릿 펜 없이 필기가 가능하다.
③ 학생 : 태블릿 + 노트북 (또는 PC+웹캠) / 교사: PC +웹캠 등 (또는 노트북)
학생이 태블릿과 노트북을 사용한다면 태블릿 원격제어와 ZOOM을 동시에 활용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수업을 할 수 있다. 학생 태블릿 화면을 교사가 ZOOM으로 화면공유하면 공유된 학생의 태블릿 화면에 교사가 필기하는 것을 학생이 노트북으로 보면서 수업을 할 수 있다.
2. ZOOM의 원격제어 기능
ZOOM에도 원격제어 기능이 있다. 일반적으로 원격수업에 활용되는 ZOOM의 원격제어 기능만 잘 활용해도 다양한 수업과 학생의 능동적인 참여가 가능해진다. 다만 교사와 학생 모두 PC 또는 노트북을 이용할 때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3. PC를 원격제어하기
보호자가 기기 조작이 미숙하여 원격수업환경 세팅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PC 원격제어를 이용할 수 있다. 운영체제가 양쪽 모두 ‘Windows 10’이라면 ‘빠른지원’을 이용하여 손쉽게 학생 가정의 PC를 원격제어 할 수 있다.
원격제어를 이용하여 수업할 때 어려운 점도 있다. 아이패드는 보안 문제로 제어가 되지 않고 화면만 볼 수 있다. 특정 브랜드의 태블릿은 원격제어 애플리케이션이 실행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학급에서 태블릿을 구매하여 기기 사용 환경을 통일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다.
슬기로운 스마트기기 활용 Tip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서 스마트기기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앞당겨졌다. 어느 교실에서나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1인 1태블릿 환경을 갖춘 특수학급도 늘고 있다. 스마트기기는 누군가에게는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도구가 될 수도 있고,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그 장애를 보완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스마트기기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면 그 자체가 장애가 되는 세상이 곧 닥칠지도 모른다. 우리가 만나는 특수교육대상 학생 역시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란 디지털 원어민(Digital Native)이고 앞으로 더욱 발달한 디지털 환경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장애 학생에게 필요한 디지털 리터러시, 어떤 내용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아직은 막막하지만, 특수교육 현장에서 스마트기기를 자꾸 사용하면서 경험을 쌓고 나누어야 뿌연 안개 같은 막막함을 조금씩 걷어낼 수 있을 것이다.
1. 학급 계정을 만들자
학급 계정(구글)을 생성하여 학생 태블릿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면 편리하다. 학생 태블릿이 학교에 없더라도 교사의 PC에서 바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할 수 있고, 기기 수에 제한이 없는 유료 애플리케이션을 여러 기기에서 사용할 수도 있다. 또 교사 PC에서 원격수업에 필요한 파일을 드라이브에 저장해두면 수업 시간에 학생 태블릿에서 바로 열어 사용할 수 있다. 학급 태블릿을 학습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학생 개인 계정은 꼭 필요한 경우 추가하여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다.
2. 학습 도구로 태블릿을 활용하자
학습 상황에서도 태블릿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잘 만들어진 학습용 애플리케이션을 적절하게 활용하면 시청각적인 자극과 함께 많은 양의 반복 학습이 가능하여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학년, 장애 정도, 교육목표가 각각 다른 학생으로 구성되어 있는 특수학급에서는 각자 학습하는 것이 다르다 보니 여러 학생이 함께 수업할 때 교사의 손길이 미처 닿지 못할 때가 있는데, 이럴 때 태블릿은 훌륭한 보조교사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3. 의사소통 도구로 태블릿을 활용하자
보완 · 대체 의사소통(AAC: Augmentative and Alterative Communication)이란 말과 언어 표현 및 이해에 크고 작은 장애를 보이는 사람들에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도록 말을 보완하거나(augment) 대체적인(alternative) 방법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인쇄된 그림 카드 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다양한 AAC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여 의사소통과 학습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다.
4. 1학생 1태블릿의 시대를 준비하자
개별화 맞춤형 교육이 일반교육에서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학습 애플리케이션은 학생 개인에게 필요한 학습을 추천해주고 학습 이력도 관리해준다. 학생에게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각자의 태블릿에 설치하고 교과서, 보완자료, 학습지 등의 PDF 파일을 드라이브에 업데이트하면 통합학급에서도 수준별 학습이나 개별화교육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보완대체의사소통이 필요한 학생에게는 언어를 대신하는 도구로 사용되므로 1인 1태블릿이 꼭 필요하다.
5. 특수교사의 지혜를 모으고 나누자
디지털 환경은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이 출시되고 또 새로운 기술들이 등장한다. 디지털기기도 새로운 기술에 맞추어 계속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진다.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혼 합현실과 같은 첨단 기술들이 장애 학생의 교육에 활용되는 것도 머지 않은 미래가 될 것이다. 디지털 이민자인 교사가 디지털 원어민인 학생을 가르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배우고 익히고 자꾸 사용하면서 특수교육 현장에서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는 경험과 지혜를 모으고 나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