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경 (구룡중학교, 교사)
특수학급에서 국제공동수업을 할 수 있나?
2023학년도는 교사로서 하고 싶었던 활동을 했던 해이다. 특수학급에서 국제공동수업을 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국제공동수업 관련 모집 공고에 문을 두드렸지만 잘 되지 않아 ‘혹시 특수학급이라서 떨어진 건가?’ 하고 아쉬움을 느끼던 차에 서울특별시교육청(이하 서울시교육청)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래서 더욱더 특수학급에서도 국제공동수업이 재밌게 운영될 수 있다는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다는 마음으로 프로젝트에 임했던 것 같다.
‘특수학급 학생들이 국제공동수업을 왜 하는 거지? 가능할까?’라는 생각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현실적인 질문이라고 생각된다. 주변 선생님들께서도, 다른 특수학급 선생님들도 어떻게 특수학급에서 국제공동수업을 할 생각을 했냐고 의아해하셨다. 그런 말을 들으면 항상 우리 학생들의 잠재적 성장을 기대하고 그 변화를 실감하는 교사로서 우리 학생들이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내고 싶어진다. 내가 봤을 때 우리 학생들은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시교육청을 통해 ‘일본에서도 작년부터 교류를 기다리고 있는 특수학급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아, 나 같은 선생님이 일본에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반갑고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다양한 인연이 함께 한 국제공동수업의 시작
담당자의 도움 덕분에 2023년 2월 시즈오카현 마루츠카 중학교에 근무하는 일본 특수 선생님과 연락이 닿게 되었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어려움이 예상되었는데 주한일본대사관에서 소통에 도움을 주셨다. 이 프로젝트에 One Team이라 칭하며 함께 협력해 준 관계 부처에 감사하다.
우리의 목적은 단 하나였다. 지리적, 언어적, 선천적 한계가 있더라도 아이들이 이를 가볍게 넘어 우정을 느끼게 하자는 것이었다. 한 관계자는 ‘장애를 가졌다고 왜 다른 나라 친구를 사귈 수 없다고 생각하나, 지금 이 시대에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이러한 조언과 격려 덕분에 국제교류의 관점을 세우는 데 도움을 얻었고 교사로서도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바다를 넘고 장애를 넘는 특별한 우정 프로젝트
특수교육은 국어, 사회, 진로와 직업 등 다양한 교과의 교육과정을 학생 장애 성격에 맞게 재구성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교사의 자율성이 비교적 큰 편이다. 따라서 자신감과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면 특수학급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이러한 특수 교과의 특성을 살려 국제공동수업을 중심에 두고,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였다. 왜냐하면 다른 나라 친구들을 만난다는 것은 우리 학생들에게 훌륭한 관심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3가지 단계로 교육과정을 구성하였다. 1단계 동기 단계에서는 문화교류에 대한 관심을 형성하고, 2단계 목적 단계에서는 문화교류를 위해 필요한 지식을 학습했다. 마지막으로 3단계 실천 단계에서는 세계시민의 역할을 체험해 보았다. 이 단계에서는 본 교사가 운영하는 동아리 글로벌 리더반이 함께 참여했다. 이 동아리에는 특수학급 학생들뿐만 아니라 비장애 학생들도 같이 있어 장애와 비장애 학생들이 함께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은 특수교육 대상학생들의 통합반 생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 동기 단계-바다 너머 우정 만들기
동기 단계는 ‘내가 왜 다른 나라 문화에 대해 알아야 하지?’에 대한 물음에 자발성을 주기 위한 단계이다. 우정을 쌓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나라에 대해 알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 자기소개 하기
수업은 사전에 자기소개 카드를 미리 만들어 줌(ZOOM)으로 화면 공유를 하면서 진행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개발한 모국어 번역 프로그램을 통해서 국제공동수업을 진행했다. 실시간 소통에서 부족한 부분은 일본대사관에서 직접 도와주셨다. 이러한 인적, 기술적 지원 덕분에 자기소개 수업 시간에는 각자의 모국어로 자기소개를 할 수 있었다. 사전에 자기소개 카드를 미리 만들어 줌(ZOOM)으로 화면 공유를 하면서 진행했다. 자기소개 후에는 한국팀과 일본팀이 장기 자랑을 하였는데 한국팀에서는 그동안 갈고 닦은 대금 연주를 선보인 학생도 있었다.
▒ 영상 편지 전하기
우정을 쌓기 위해서 영상 편지를 쓰고 그림 끝말잇기를 하였다. 영상 편지 카드를 미리 만들어 일본 학생들이 미리 내용을 알 수 있게 하고 우리 학생들은 우리말로 편지를 읽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낯섦과 설렘이 공존하는 분위기였지만 열심히 영상편지를 읽으려 하고 또 들으려 하는 한국과 일본 학생들이 기특했다.
▒ 그림 끝말잇기
‘그림 끝말잇기’라는 게임을 통해 각자의 모국어로도 서로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이를 위해 서울시교육청 대외협력관에서 제공한 통역 인력풀을 활용하였다. 그림 끝말잇기는 일본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게임인데 단어가 아닌 그림으로 이어가는 끝말잇기이다. 예를 들어 ‘스시 그림→시소 그림→소라 그림’과 같이 그림을 맞추고 끝말이 이어지는 단어의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다.
각국 당 2~3명이 하나의 팀을 만들어 총 3개 소그룹으로 진행하였는데 언어의 장벽을 넘어 함께 게임할 수 있었다. 통역을 지원하는 대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게임 진행을 맡아 게임 운영이 원활하게 진행되었고 아이들도 재밌어했다.
2. 목적 단계-바다 너머 문화 알기
목적 단계는 교류국과의 바람직한 태도를 갖기 위해 필수 지식을 익히는 단계이다. 진로와 직업, 국어, 사회 교과 성취기준을 재구성하여 프로젝트 방식으로 진행했다.
▒ 진로와 직업 교과 활용 사례
예를 들어 진로와 직업 수업에서는 일본 다도 문화를 조사해보고 직접 체험해보았다. 또 한국 라면-일본 라면, 한국 떡-일본 떡(모찌)을 만들어 먹어보고 비교해보았다.
▒ 국어 교과 활용 사례
국어 수업 시간에는 직접 만든 요리들을 비교-대조 과정을 통해 개념화하여 학습하였다. 또 일본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영화관에서 관람하고 일본을 주제로 창작동화를 만들었다.
▒ 사회 교과 활용 사례
사회 교과에서는 다른 나라에 대한 균형잡힌 태도를 갖기 위해 임진왜란, 일제강점기, 한류 문화 콘텐츠, 2002 한일 월드컵과 같이 일본과 관련된 우리나라의 역사와 국제관계를 학습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특수학급 학생들이 퀴즈를 만들어 본 교사가 운영하는 글로벌 리더반 동아리 수업에서 역사 퀴즈 게임을 실시하였다. 또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동아리 학생들과 국립 현충원 탐방 및 참배도 해보는 활동을 진행했다.
3. 실천 단계-바다 넘어 문화 전하기
▒ 컬처박스 제작 활동
실천 단계는 동기 단계에서 형성한 자발성과 목적 단계에 쌓은 지식을 바탕으로 세계시민으로서 문화를 교류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특수학급 수업에서는 학생들은 세계시민으로서 컬처박스를 디자인하고 전달하여 우리나라 전통을 알렸다.
▒ 교류 굿즈 제작-동아리 연계 활동
동아리 수업에서는 긍정적인 한일 관계를 표현하는 굿즈를 직접 제작해보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동아리 학생들의 투표로 최종 선택된 이미지를 활용해 조화로운 한일 관계를 상징하는 떡메모지를 제작하여 교류국에 전달하였다.
▒ 문화 교류 활동
일본 친구들은 일본 문화인 여름 안부 편지, 종이학 공작품, 일본 캐릭터 종이공예품을 직접 만들어 전달해 주었다. 또 국제공동수업에서 서로 각 학교의 수업 활동 모습 및 학교 행사를 설명해주었다.
▒ 동아리 연계 프로젝트-지구촌 교육 기부 카페
세계시민 실천활동으로 또 특수학급과 글로벌리더반이 연합하여 지구촌 교육 기부 카페를 열기도 하였다. 특수학급이 방과후학교 활동에서 그동안 만들어온 전통 디저트를 나눔 물품으로 구성하고 글로벌리더반 학생들은 기부 카페를 기획하였다. 지구촌 교육 상황을 전시하고 동아리 학생들이 도슨트를 진행한 후 전통 디저트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하여 기부 카페의 취지에 맞게 학생들이 잘 참여할 수 있었다. 한 물품 당 이백원이었는데 약 십만 원이 모인 큰 성과를 이루었다. 많은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더 많은 마음을 모아준 덕분이었다.
국제공동수업이 특수학급에 남긴 것들
국제공동수업을 하면서 느낀 점은 1년 동안 학생들과 여행을 갔다 온 것처럼 한 나라에 대해 깊이 체험해 보았다는 것이다. 특수학급에 오면 “선생님, 일본이랑 또 뭐해요?”하고 궁금해한다. 이렇듯 아이들이 우리나라를 넘어 다른 나라에 관심을 가지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뿌듯해졌다.
국제공동수업을 하면서 교사인 나 역시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다른 나라 교사와 함께 수업을 준비할 때 실질적으로 어떻게 소통하면 되고 국제공동수업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익혀 볼 수 있었다. 또 학교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한·일 간 같고도 다른 점을 알 수 있어 일본 학교 교육 시스템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일본 선생님과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며 일본의 마을 축제 문화와 가정 문화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어 나 역시 이웃나라 문화에 대한 살아있는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일본 특수교사와 소통하면서 특수교사만이 느낄 수 있는 공통의 뿌듯함과 업무에 대한 고충을 공감하며 국경을 뛰어넘는 특수교육의 연대감도 느껴볼 수 있어 신선했다.
특수교과 교사라 그런지 국제공동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국제공동수업이 특수학급 학생들에게 오히려 더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국제 공동수업은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살고 있는 학생들이 넓은 세상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국제공동수업으로 다른 나라 교사와 교류하며 교사로서 국제적인 관계를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에도 우리 학생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좀 더 뿌듯하고 색다른 국제 교류 활동를 추진해 보고자 한다. 특수학급 학생들은 학교에 가도 제한된 교우관계를 갖고 있다. 우정을 나눌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어 사회적 감각이 더딘 편이다. 국제공동수업을 통해 앞으로도 특수학급 학생들이 제한된 경험을 넘어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좀 더 넓은 안목과 자부심을 키울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